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특집 사서선생님께 ○○○상을 드립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1-02 11:34 조회 1,855회 댓글 0건

본문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4344_3046.jpg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4447_2137.jpg


 




잊지 못할 수업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사람


전은지 서울 신목고 음악교사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4745_0315.jpg


“선생님, 보기보다 잘 드시네요!” 처음 선생님을 급식실에서 뵈었을 때 들었던 말이었다. 웃으면서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 주시고, 급식 시간마다 맞은편에 앉아서 도란도란 수다를 떨어 주는 선생님 덕분에 3월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 학교의 모든 게 다 어색하고 선생님들께 다가가기 힘들었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셨고, 환하게 웃으시며 본인을 소개하셨다. 선생님을 보며 학생들을 도서관에 가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가끔 도서관에 갔다 왔다고 하는데 표정이 하나같이 밝아 보였고, 사서선생님이 정말 좋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러다 1학기가 시작하고 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책 반납을 밀린 적도 없는 데 왜 전화가 왔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전보라 선생님은 음악수업 계획서를 보고 도서관협력수업을 제안하셨다.  



우리 학교 사서선생님이 인기 많은 이유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서양의 역사를 가르치고 사회·문화적 맥락이 담긴 음악을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 의미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흔쾌히 협력수업을 수락 했다. 7차시의 서양 음악사 이론 수업을 마치고, 수업 시수가 남는 반을 뽑아서 4차시에 걸쳐 음악 사전 만들기를 협력수업으로 진행했다. 시대별 음악의 특징과 음악가를 아이들에게 알려 주는 동안 전보라 선생님은 음악 교과의 성취기준, 학습목표, 교육 과정 그리고 교과서 분석까지 완벽하게 정리해서 수업을 계획하셨다. “우와, 정말 감동이에요.”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서 시대별 음악을 책 목록으로 정리해 놓은 걸 보고 나에게 와서 한 말이다. 전보라 선생님이 시대별로 책을 정리해 비치하고, 목록까지 책자로 정리해 주셔서 아이들이 바로바로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책을 많이 사 주셔서 정보를 찾는 데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쉬는 시간에 책을 읽어야 할 정도로 정보는 넘쳐났다. 협력수업 1차시, 시대별로 주제를 선정하여 모둠을 편성했고 전보라 선생님께 알려드렸다. 2차시, 전보라 선생님은 모둠별로 앉도록 자리를 편성하고 학생들에게 브레인스토밍으로 서양음악사 내용 중 사전에 담을 단어를 고르라고 했다. 그리고 웹 사전과 도서를 발췌하여 메모하고, 관련 음악 감상 후 QR 코드를 만들어서 URL로 제출하게 했다. 선생님은 도서관에서 음악가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나도 미처 몰랐던 현대 음악가와 그의 음악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열심히 조사해서 만든 풍부한 자료와 흡인력 있는 설명 덕에 아이들이 집중 하며 들었다. 

예시를 듣고 자료를 찾는 과정이 매우 어수선했다.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을 보며 ‘2차시부터 이러면 남은 차시 동안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보라 선생님은 웃으며 차분히 길잡이해 주셨고 잠시도 앉아 있지 않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을 지도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역시 아이들이 사서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어.’ 싶었다. 



꼼꼼한 자료 조사와 높은 추진력 

    
3차시부터는 학생들에게 종이사전을 작성하게 했는데, 여기저기에서 “선생님!” 하는 외침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도서관을 누비며 전보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정보를 찾는 방법과 사전을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나 혼자였다면 이런 수업은 엄두도 못 냈을 텐데, 협력수업이라서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아가 선생님의 기획력 덕분에 수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차시 수업 전 QR코드 출력이 안 된다는 학생들이 많아서 걱정했다. ‘교무실에 가서 프린트를 해 줘야 하나?’라고 생각할 때, 전보라 선생님께선 직접 QR코드를 출력 하여 아이들에게 잘라서 배부해 주고 계셨다. 손이 많이 가고 수업 전에 미리 확인해 봐야 하는 일인데 이미 준비해 놓아서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붙이기만 하면 되었다. 처음에는 “이 수업 왜 하는 거예요?”라며 입을 삐쭉 내밀던 학생도 어느새 열심히 자료를 찾고 자신의 개성을 더해 사전을 작성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스스로 찾고, 공부 하고,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탐구심이 고취되고, 학습효과가 커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사전을 만든다는 생각을 왜 진즉 하지 못했을까? 책과 인터넷 자료를 직접 찾아보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덕분에 수업 만족도 조사에서 ‘잊지 못할 서양음악사 수업’이라는 평도 듣게 되었다. 전보라 선생님의 자료 조사와 기획, 뛰어난 추진력으로 협력수업이 완성 될 수 있었다.  



사서교사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2학기에는 국악사 수업을 해야 했다. 학생들이 직접 조사하고 국악을 직접 들어 보는 능동적인 수업 경험을 주어야 하기에 도서관 협력수업이 간절했다. 전보라 선생님께 도움을 구하려고 고심하던 시기, 선생님의 블로그를 보니 이미 다른 교과선생님들과 협력수업을 진행 중이셨다. 경제 수업, 가정 수업, 영어 수업… 다양한 교과와 협력수업을 준비하기 전에 자료를 조사하고 책을 정리하면서 교과와 수업을 완벽하게 이해 하고 협력하는 전보라 선생님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전보라 선생님은 이제 모르는 교과가 없겠구나.’ 싶었다. 최근에 전보라 선생님과 이야기하던 중 “사서선생님께서 수업을 구성하고 협력수업으로 진행한 적은 처음이에요.”라고 했다. 선생님은 이런 수업을 구상하도록 사서교사가 각 학교마다 배치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수업, 독서프로그램, 협력수업 구상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학교 내 ‘사서교사’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음악 사전 만들기 수업뿐만 아니라 악기론에 관한 수업을 도서관협력수업으로 진행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연주 수업을 해 보면 어떨까 싶다. 전보라 선생님의 영향으로 나 또한 다양한 수업 방식을 구상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전보라 선생님!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이들을 위해 열정적인 수업 기대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음에 감사하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저도 감사하며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겠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5333_3129.jpg 




독서동아리의 든든한 수호천사


이민수 서울 삼정중 국어교사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5473_742.jpg



나는 2011년 삼정중학교가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해에 우리 학교에 왔고, 다올 샘은 2013년에 오셨다. 처음에는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당시 도서관 위치가 5층 끝이라 접근성이 안 좋았음에도 말없이 사부작사부작 도서관 행사를 이어 가는 다올 샘을 보면서 누가 보든 안 보든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올 샘의 진가를 알고 협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전교생 대상 독서 수업을 맡게 되면서부터이다. 특히 도서관에서 2017년부터 3년간 독서 수업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처음엔 내 수업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다올 샘은 그림자처럼 내 수업을 지원해 주었다. 또한 2016년 가볍게 시작한 독서동아리가 해를 거듭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자, 다올 샘의 섬세한 리더십과 탁월한 운영 능력은 점점 더 빛을 발했다. 다올 샘은 2022년 3월, 9년간 정들었던 삼정중을 떠나 다른 학교로 가셨지만 내 교직 생활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삼정중에 독서동아리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신 다올 샘이 깔아 준 멍석 위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으로 신나게 수다를 떨며 놀았던 날들을 떠올려 본다. 찐하게 만났던 6년을 돌아보면 고마운 일이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책 밥상을 풍성하게 꾸려 주신 선생님


삼정중은 1학기는 청소년소설, 2학기는 진로 도서를 읽는데, 수업용 도서 목록을 정할 때 다올 샘이 계셔서 든든했다. 나도 평소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나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폭넓게 책을 살피고 권해 주는 선생님 덕분에 삼정중 아이들의 책 밥상이 풍성해졌다. 선생님이 추천해 준 최고나 작가의 『옆집 아이 보고서』는 아이들의 치열한 논쟁을 거쳐 ‘삼정청소년문학상 수상작(2018)’으로 뽑혔고, 2017년 여름에 2학기 수업을 준비하며 함께 꾸린 홀랜드 직업 유형별 도서 목록은 전국국어교사모임 ‘물꼬방’ 도서 목록의 날개를 달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선생님은 책을 고르기 위해 아이들이 한꺼번에 서가로 몰려갈 때, 혹은 자기가 고른 책이 재미가 없다며 책장을 덮는 아이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골라 주셨다. 한 시간 내내 책을 읽다 보면 엉덩이가 들썩들썩, 입이 근질거리는 녀석들이 나온다. 이런 아이들은 내 눈을 피해 다올 샘에게 말을 걸기도 했는데 이에 적절히 대응해 주신 덕분에 유연하게 수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나의 독서 수업에 ‘코티칭’을 하듯이, 수시로 도움을 주신 다올 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팻말을 붙인 적은 없지만, 다올 샘을 나의 수호천사라고 내 맘대로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독서동아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비법


삼정중 독서동아리는 ‘다올 샘에 의한’, ‘다올 샘이 다한’, 고생하셨다는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는 ‘다올 샘의 치적’이다. 2022년 2월,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떠나실 때 나는 도서관 중앙에 공적비라도 세우고 싶었다. 삼정의 자랑, 전국 최강 독서동아리는 다올 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동아리의 시작은 가볍고 단출했다. 2016년, 3학년 아이들 몇 명이 책모임을 한다는 걸 알고, 알음알음 2학년 아이들 옆구리를 찔러 동아리를 꾸렸다. 그렇게 네 팀이 활동하는 걸 보고 얻은 자신감으로 이듬해 정식으로 신청을 받았다. 2017년 14개 팀, 2018년 29개 팀, 2019년 41개 팀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 갔다. 지금도 이 숫자들을 보면 ‘기적’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내가 독서동아리 홍보를 아무리 잘한들, 아이들이 ‘그곳에 가면 무언가 있다.’라는 마법에 걸리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많이 모일 수 있었을까?  
기적의 비결은 바로 다올 샘의 열정과 수고였다. 선생님은 팀별 모임 일정을 정하고, 책을 대출하고, 기록장을 확인하고, 간식을 준비하고, 모임이 끝날 때마다 뒷정리와 평가회까지 소화하셨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모임 활동 안내를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아이들은 없다. 특히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라서 방과 후나 점심시간에도 행사가 많아서 모임 시간을 정하기 어려웠다. 독서동아리 인원이 100명을 넘기자, 팀별 카톡방을 만들어 다음 주 일정을 미리 확인하게 했다. 하지만 시간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아이들이 몰려드는 시간에는 정신을 쏙 빼는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명색이 좋아 ‘울타리 교사’라는 모임에 참여했지만, 나는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나게 웃고 떠드는 사람처럼 아이들과의 책 수다를 즐겼고, 방송을 만들고 무사히 송출되기까지 전후를 살피고 조율하는 역할은 일당백 다올 샘이 맡았다.
2019년 독서동아리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지만, 한 해를 평가하는 자리에서는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규모를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2020년부터는 15개 팀으로 줄이자고 했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터졌다. 나는 원격 수업만으로도 앞이 캄캄해 동아리 운영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다올 샘은 독서동아리 모임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발 빠르게 대처해 갔다. 그전에도 다올 샘의 상황 파악 능력이나 결단력, 추진력에 놀란 적이 많았다. 코로나 초기,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침착하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선생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2년간의 코로나 시기, 독서동아리 활동은 실시간 비대면 모임, 온라인 카페에서 게시판과 댓글 쓰기로 진행됐다. 새로운 모임 방식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책 대화의 즐거움에 푹 빠져들었다. 15개 동아리, 50여 명이 매주 책을 읽고 기록장을 올린 게시판이 풍성해졌다. 정성껏 쓴 기록장과 줄줄이 달린 댓글들을 보면 지금도 가슴 벅참을 느낀다.
다올 샘은 ‘자율’동아리답게, 아이들 힘으로 읽고 쓰고 토론하는 역량을 강화하려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모색하고 시도했다. 책에 집중하도록 돕는 활동 기록장, 골고루 좋은 책을 모아 놓은 독서동아리 서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매번 준비해 가며 정성을 다했다. 나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복본 책만 있으면 알아서 굴러갈 것이라 속 편하게 생각했는데, 다올 샘의 섬세함은 나의 안일함을 부끄럽게 했다. 깊이 있는 대화가 안 되는 팀에겐 추가 질문으로, 아이들의 모임 후기에는 정성스러운 댓글로 격려했던 다올 샘. 팀별 모임 상황, 대화의 수준 등을 꼼꼼히 살피면서 내가 어떤 아이들을 더 유심히 보고 도움을 주어야 할지 알려 주셨다. 나와 다올샘은 얼굴만 보면 독서동아리 이야기를 했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아이들의 작은 성장이 보일 때면 얼마나 기쁘고 뿌듯했는지 모른다.
독서동아리뿐 아니라 삼정의 아름다운 도서관도 다올 샘의 작품이다. 다올 샘이 삼정을 떠나신 지 꼭 1년이 되었다. 가실 때는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은 사서샘이 오셔서 독서 수업과 독서동아리는 작년처럼 잘 이어졌고, 다양한 행사들로 도서관은 북적거렸다. 삼정의 도서관을 보러 외부 손님들이 올 때마다 다올 샘의 열정과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나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옮긴다. 삼정에서 독서교육을 행복하게 했던 덕분에 작년에는 부끄럽지만 『함께 읽기 좋은 날』이라는 책도 냈는데, 책에서 못했던 말을 이번 기회에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 다올 샘, 진심으로 감사하고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독서동아리의 날개를 달고 책과 함께 멋진 꿈 펼쳐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6128_1002.jpg

 


황왕용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이혜미 순천남산중 졸업생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6245_0281.jpg


저는 황왕용 선생님과 11년 동안 소중한 인연을 이어 가고 있는 제자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도서관 근처에도 안 가던 친구들이 어느 날부터 출석 도장 찍듯 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책 때문이 아니라 새로 부임하신 사서선생님이 엄청 유쾌하셔서 도서관에 간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저도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다른 반 친구와 웃으면서 장난치고 계신 선생님을 처음 보고 지금까지 봐 왔던 선생님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위적이고 다가가기 힘든 교사가 아닌, 친한 선배처럼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 허물없이 대화하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신기했던 건, 선생님과 장난치며 대화하던 친구들이 도서관을 나갈 때 꼭 한 권씩 책을 들고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과 깊은 대화를 통해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셨고, 독서는 재미없고 따분하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는 학생들의 흥미에 맞는 소설, 에세이, 시집, 만화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친구들은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책과 친해졌고, 덕분에 점심시간에 밥 먹은 후 바로 도서 으로 달려가는 친구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제자를 환대하는 사람


황왕용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이고, 그들이 어떤 활동을 원하는지 항상 연구하고 고민하시는 분입니다. 또한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열정을 보여 주십니다. 이렇게 멋진 선생님께서 작고 작은 순천이라는 도시에 재직하신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조용했던 남산중 도서관은 선생님께서 오신 후 활기가 넘쳐났습니다. 독서토론 대회, 시 낭송 음악회, 독서캠프, 문학기행 등 셀 수 없이 많은 체험을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제 학창시절 추억 중 절반 이상이 없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선생님께서 이끌어 주셨던 활동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단연 독서토론 수업이었습니다, 뛰어놀고 활동하기 좋아하는 중학생들이 체육만큼 토론수업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이 되어서도 수업 주제에 대해 논할 정도로 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신 수업의 집중도와 몰입도는 최상이었습니다. 선생님께 첫 수업을 들은 날 기록한 일기에 “나중에 황왕용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라고 쓴 문장을 보면서, 제가 선생님을 롤모델로 생각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사실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보다는 세상을 다양하게 보는 관점을 가르쳐 주신 사서선생님을 더 이상 학교에서 뵙지 못한다는 사실이 훨씬 더 아쉬웠습니다. 자기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안 그래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신 선생님께서 학교를 졸업한 제자들 연락까지 받으시면 부담스럽진 않으실까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혹시 스승의 날에 만나 주실 수 있으신지 연락을 드렸을 때 흔쾌히 집으로 놀러 오라는 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모여서 어떤 선물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면 좋을지 신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졸업 후로 처음 뵌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센스 있는 모습과 특유의 재치로 대해 주셨고 학교에서 뵐 때와 사석에서 뵐 때의 차이를 전혀 찾지 못할 정도로 편하게 제자들을 맞이해 주셨습니다. 책장에는 어찌나 빽빽하게 책들이 꽂혀 있던지 집 안에 작은 도서관이 지어진 듯했습니다. 책을 얼마나 사랑하시길래 항상 어디서나 책을 가까이하는 삶을 사시는 건지 존경스럽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하시며 소중한 인생책들을 소개해 주실 때의 행복한 표정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선생님께서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어린 딸을 사랑으로 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 예쁜 아기가 선생님의 바른 교육을 받고 얼마나 크고 멋지게 성장할지가 눈에 선했습니다. 다정하고 지혜로우신 부모님 밑에서 행복 수저를 쥐고 태어난 아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6611_0394.jpg
육아휴직 중이신 황왕용 선생님께 스승의 날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간 모습 


구체적인 칭찬의 힘


한 과목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면서 그 과목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처럼 황왕용 선생님과 대화하는 게 재미있어서 도서관과 독서를 좋아하게 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도서관을 오는 학생들에게 항상 진심으로 조언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구체적인 칭찬의 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소심한 성격과 발표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이 많던 학생에게 선생님은 “네가 조별 활동하는 걸 지켜보니 남들은 놓치기 쉬운 작은 부분들을 세심하게 캐치하고 조원들을 배려해 주더라. 만약 너처럼 책임감을 느끼고 발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조에 없었다면 그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라고 그 학생이 생각하지 못한 장점을 콕 집어 말씀해 주셨습니다. 두루뭉술한 칭찬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을 근거로 명확한 칭찬을 들은 그 친구는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아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그 학생은 무려 전남 대표로 독서토론 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함께 토론 대회를 준비하며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저는 과연 선생님의 역량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했습니다. ‘미래의 대통령 중 한두 명 정도는 선생님께 잘 배운 제자가 당선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주신 황왕용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라는 대통령 소감을 들을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황왕용 선생님, 작은 것에도 쉽게 낙담하고 포기하는 학생이었던 제가, 이제는 어려운 상황을 직면했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해결방안을 찾고 실행할 줄 아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했어요.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까지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귀찮아하실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인생에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선생님을 떠올리고 연락드릴 것 같아요.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귀하고 값진 추억을 쌓은 학생들 그리고 앞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많은 학생들이 얼마나 큰 복을 받은 건지 꼭 알려 주고 싶어요. 선생님께서 워낙 인기가 많으셔서 졸업하고 수년이 지난 지금도 선생님 안부를 묻는 연락이 많이 와요.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위해 꾸준히 새로운 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소식과 『괜찮아, 나도 그래』, 『급식체 사전』, 『궁금하지만 물어보기엔 애매한 학교도서관 이야기』 등 멋진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역시 우리 황왕용 선생님이 제일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런 선생님의 제자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제 인생 최고의 스승이신 황왕용 선생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480eebf1148e446f7168559181920532_1672626950_4918.jpg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3 <학교도서관저널> 1+2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