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쇼핑을 좋아해?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쇼핑을 좋아했어. 용돈을 모아서 소풍이나 수학여행 가기 전날 친구들과 쇼핑몰에 가서 새 옷을 사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더라. 그런데 아무리 마음에 드는 걸 사도, 막상 소풍에 가면 더 예뻐 보이는 옷이 눈에 띄었어. 그런 경험 있지 않아? 인스타그램을 보면서도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심지어 친구의 운동화, 가방, 후드티를 보며 부러워하게 되는 거. 사고 싶은 것을 저장해 두고, 구매하고, 입어 보고, 성공하거나 종종 실패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새 물건을 사고 싶어지고… 이게 나의 소소한 취미라고도 생각했어.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쇼핑은 내게 취미보단 습관에 가까웠던 것 같아. 대학에 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쇼핑은 계속됐어. 물론 처음엔 직접 번 돈으로 원하는 걸 마음껏 살 수 있다는 게 꽤 뿌듯하게 느껴졌어. 어쩌면 너도 ‘멋진 어른’이 되면 갖고 싶은 걸 마음껏 사는 삶을 상상해 본 적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예쁜 원피스, 멋진 지갑과 가방… 이런 것들은 과연 나를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걸까?
값싼 옷에는 사실 비밀이 있어
우리가 사는 5천 원, 1만 원짜리 옷들은 어떻게 그렇게 저렴할 수 있는지, 내가 책을 쓰며 발견한 사실을 하나 알려 줄게. 우리가 저렴하게 사 입는 옷 뒤에는 어린아이들이 숨어 있었어. 방글라데시나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10대 아이들이 공장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옷을 만들어.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 우리가 주문하는 옷들이 늘어나면, 아이들은 더 오래 공장에서 일해야 해. 아이들이 돈을 많이 벌고 노동하는 환경도 좋아지면 좋겠지만, 보통 그렇지가 않아. 돈은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에게 몰리고,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은 더 싼 값에 옷을 제공해야 하거든. 어느 공장은 옷을 빨리 만들게 하기 위해 문을 잠가 둔 채 일을 시켜서 사람들이 그 안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어. 더 궁금하다면 2013년,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났던 라나 플라자 사건1)을 살펴 봐. 화려한 옷 뒤에 어두운 현실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예전처럼 쇼핑을 즐길 수가 없더라. 내가 사던 옷들이, 더 이상 예뻐 보이지가 않았어. 나의 쇼핑을 위해 어떤 것들이 희생되고 있는지가 먼저 떠올랐지.
1)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인근 지역에서 8층짜리 상업용 건물‘ 라나 플라자’가 붕괴된 사고. 상업용 건물을 의류 공장으로 쓰면서 무거운 기계들이 건물에 악영향을 준 것이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이 사건은 의류 산업 역사상 최악의 재해로 불리며, 1,000명이 넘는 공장 노동자가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지금 입은 옷이 내 몸에 쌓이기도 해
게다가 우리가 입는 형형색색의 옷 대부분은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과 같은 성분이지. 흔히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빨대나 비닐봉지 같은 것만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가 매일 입는 옷 자체도 플라스틱이라고 볼 수 있어. 요즘은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비닐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잖아? 그런데 동시에 아주 저렴한 옷을 자주 사고, 몇 번 입지 않고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실은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거야. 특히 합성섬유 옷은 세탁할 때에도 아주 작은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데, 그 조각들은 하수처리과정에서도 완전히 걸러지지 못한 채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 그렇게 바다를 떠다니던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해양생물 몸속에 쌓이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기도 해. 내가 입고 버린 티셔츠 한 장이 단순히 ‘옷 한 벌’이 아니라 환경, 그리고 나와 연결되어 있는 거지. 이런저런 사실을 살펴보니 쇼핑이 전처럼 재밌게 느껴지지 않더라.
그래도 당장 내일 입을 옷이 없다면!
그 마음도 정말 이해해. 나 역시 늘 그런 고민을 했으니까. 그런데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해 볼게. 사실 새 옷을 계속 구매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트렌디해지는 건 아니더라. 왜냐하면 기업들은 우리가 영원히 만족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거든. 몇 달 전까지 “무조건 사야 한다”던 옷도 금방 촌스럽게 만들지. 빠르게 바뀌는 패션 트렌드와 유행은 옷을 더 많이, 더 빨리 판매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야. 실제로 새 옷을 7년 동안 사지 않은 내 경험을 이야기해 줄게. 과거의 나는 원래 유행을 꽤 잘 따라가는 사람이었어. 유행하는 색상, 아이템을 늘 살피는 편이었지. 그런데 몇 년 뒤 그 옷을 걸친 사진을 보면 어땠는지 알아? 그때는 그렇게 멋져 보였던 아이템들이 오히려 어색하고 촌스럽게 느껴지더라. 심지어 유행을 잘 따라잡을수록 그런 모순은 더 심해졌지. 반대로 오히려 새 옷을 사지 않은 지금, 스스로 더 멋지다고 느껴. 나만의 멋이 생겼으니까.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도 알게 됐지. 우리가 새 옷을 사고 싶은 건, 결국 예쁘고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잖아. 그런데 빠른 소비가 결코 멋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내가 발견한, 새 옷을 사지 않고도 기존의 옷을 새 옷처럼 입는 방법을 몇 개 소개해 줄게.
① “유행” 대신 “내 스타일”을 찾기
가장 추천하는 건 바로 ‘옷장 진단’을 하고 나를 위한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 옷차림) 보드를 만들어 보는 거야. 옷장 진단은 아주 쉬워. 새 옷을 사기 전에 내 옷장부터 자세히 살펴보는 거지. 나는 어떤 색의 옷을 자주 입는지, 어떤 옷은 계속 손이 가고 어떤 옷은 한 번도 입지 않는지 관찰해 보자. 그러다 보면 “나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돼. 옷장 진단이 끝났다면, 나를 위한 OOTD 보드를 만들어 보자. 혹시 인스타그램에 #OOTD 올려본 적 있어? 보통 다른 사람에게 ‘좋아요’나 ‘하트’를 받기 위해 올리잖아. 그런데 이번엔 옷 사진을 나만 볼 수 있는 메모장
에 기록해 보는 거야.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이 옷이 마음에 드는 혹은 들지 않는 간단한 이유를 적어 봐. 예를 들어 유행이라고 해서 로우라이즈-팬츠를 샀다고 해 보자. 나를 위한 OOTD를 기록하다 보니, 사실은 그 바지를 입은 내 모습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단 걸 발견하게 돼. 그럼 이후에 로우라이즈-스커트를 사고 싶은 욕망이 들 때, 나만의 OOTD 노트를 보면서 잘못된 쇼핑을 반복하지 않도록 참고할 수 있어.
② 새 옷 사기 대신 새 스타일링하기
옷장 진단과 나를 위한 OOTD를 남기다 보면, 꼭 새 옷을 사지 않아도 새 스타일링을 할 수 있게 돼. 나는 옷을 적게 사게 되면서 오히려 옷 입는 재미를 더 느끼게 됐어. 늘 입던 가디건 안에 셔츠를 받쳐 입거나, 반팔 티 위에 또 다른 반팔 티를 겹쳐 입거나, 원피스로 입던 옷 아래에 바지를 받쳐 입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 “입을 옷이 없어”라고 느껴질 때 무조건 또 새 옷을 사는 것보다 지금 있는 옷으로 새 스타일링을 시도해 봐.
③ 직접 옷 수선해 보기
혹시 바느질 해 본 적 있어? 학교 수업 시간에 해 본 것 말고, 그 외에 자기 옷을 수선해 보는 경험 말이야. 바지가 찢어지면 꿰매고, 단추가 떨어지면 다시 달고… 아마 처음 하면 정말 귀찮고 어려울 거야. 그럼 ‘옷 하나를 만드는 데 이렇게 많은 노력이 드는구나!’ 하고
“세탁할 때에도 아주 작은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데,
그 조각들은 하수처리 과정에서도 완전히 걸러지지 못한 채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 그렇게 바다를 떠다니던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해양생물 몸속에 쌓이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기도 해.
내가 입고 버린 티셔츠 한 장이 단순히 ‘옷 한 벌’이 아니라
환경, 그리고 나와 연결되어 있는 거지.”
절실히 깨닫게 돼. 애초에 옷이란 한 벌에 5,000원 주고 살 만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돼. 몸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청소년기에는 옷을 수선할 경험이 더 많을 거야. 아빠 혹은 엄마를 도와 옷을 직접 수선해 보자.
④ 옷 교환하기
새 옷을 구하는 방법이 꼭 돈을 주고 사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야! 최근에는 서로의 옷을 교환해 입는 행사들도 많아졌어. 대표적인 게 21%파티 같은 옷 교환 모임이지. 누군가가 버릴 뻔한 옷이 내게 와서 예쁘고 멋있게 입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참 새로워. 반대도 마찬가지고. 꼭 행사에 가지 않아도, 친구들과 각자 안 입는 옷 두세 벌씩 가져와서 작은 교환회를 열어 봐도 정말 재밌을 거야! 꼭 새 옷을 산 것처럼 설레기도 해.
유행보다 더 멋진, 너다운 계절을 응원해!
곧 이어질 여름. 계절이 바뀌면 괜히 새로운 옷이 궁금해질 거야. 하지만 매 계절 쇼핑하며 보냈으니, 이번 계절만큼은 새 옷을 사지 않고 지내 보면 어떨까? 어쩌면 따라잡을 수 없는 유행을 쫓아가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내가 뒤늦게 깨닫게 된 것처럼 말이야. 사실 우리, 쇼핑 대신에도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잖아? 새로운 분야의 공부도, 여행도, 이루고 싶은 꿈과 도전도. 빠르게 바뀌는 어느 유행 아이템보다도 그런 경험이 우리를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 믿어. 온전히 너다운 이번 계절을 응원할게!
사서교사와 함께 떠나는 어린이 플로깅
서천변 따라 '도서관 속 그린(Green)세상' 프로젝트
매일 아침,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담아 학교로 향합니다. 어느 기사에서 뜨거운 물을 일회용 종이컵에 담으면 미세 플라스틱이 용출된다는 내용을 읽은 뒤로 생긴 소중한 습관입니다. 운전보다는 걷기나 기차 이용을 선호하고, 마트 가방 속에는 늘 장바구니가 들어 있습니다. 주말이면 종이·플라스틱·비닐·캔을 꼼꼼히 구분해 분리배출하는 일은 이제 제게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었습니다.
주경 순천 동산초 사서교사
지구를‘ 덜 아프게’ 하는 습관, 교실에서 시작
이 실천들은 최근 주목받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제로웨이스트란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환경운동입니다.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제가 실천하는 텀블러 사용이나 장바구니 휴대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을 거절하는 작은 마음에서부터 운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노력들이 쌓여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지구를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만든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믿음이 제가 아이들과 환경을 이야기하는 출발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2024년 순천 동산초로 오면서, 기후환경교육 우수도서관 지원사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평소 품어 왔던 환경 수업에 대한 소박한 기대는 구체적인 교육 활동으로 싹을 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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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 전 몸풀기 기후위기가 생긴 이유를 공부하자! 이 프로젝트 이름은 ‘도서관 속 그린(Green) 세상’입니다. 5·6학년 대상으로 사서교사와 담임교사가 함께하는 코티 칭(Co-teaching) 형태로 학급당 4차시 수업을 운영했습니다.
1차시~2차시 지구를 지키는 이유와 탄소중립 개념 알기 첫 번째 수업에서는 ‘왜 환경을 지켜야 하나요?’라는 주제 |
로 그림책 『지구와 물총새』를 함께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책 속 물총새를 보며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를 떠올리고, 그 존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헥사보드(편집 자 주: Hexaboard, 육각형과 보드의 합성어로, 종이를 활용한 전 시·학습용 자재)에 적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차시 ‘탄소가 뭐예요?’ 주제 수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제게도 무척이나 특별했습니다. 흔히 ‘탄소중립’이라는 말 을 수없이 내뱉지만, 정작 탄소가 왜 기후와 직결돼 있는지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그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은 저 스 스로도 한 걸음 더 배워 나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어 린이 논픽션 『탄소가 기후 위기랑 무슨 상관이야』를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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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시~4차시 분리수거법 익히고 환경 다짐 새기기 3차시 “왜 분리수거를 해야 하나 요?” 수업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 다. ‘쓰레기 섬’ 영상을 먼저 보여 주자 아이들의 표정이 금세 굳어 졌습니다. 그림책 『플라스틱 섬』을 읽으며 바다를 뒤덮은 플라스틱의 실상을 마주한 뒤, 순천시청 청소 자원과에서 안내하는 생활 폐기물 분리배출 방법을 수업 자료로 재 구성해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수업 말미에는 도서관 환경도서 목록을 순천시청 청소지원과에서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한 만화 중에서.“ 각 지역마다 분리배출 기준이 다르 기에, 우리가 사는 동네의 기준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 요하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강조했습니다.”
검색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골라보았습니다. 마지 막 수업 ‘나는야 지구지킴이’에서는 환경 다짐을 담아 슈링 클스 키링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수업 내용을 기념하면서 도 서관 대출 이용률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마무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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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플로깅 몸으로 익히는 제로웨이스트!
수업 후, 아이들의 변화는 놀라웠습니다. “선생님, 저 이제 배달음식 시키지 말자고 엄마한테 말했어요.” “가까운 데는 순천 100원 버스를 타면 되잖아요.”라며 스스로 일상의 습관을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은 자연스럽게 ‘몸’의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학교 주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시작된 것입니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연계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릴레이 플로깅 캠페인도 학교 인근 서천변 일대에서 열렸습니다. 열 팀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섰습니다. 장갑을 끼고 쓰레기봉투를 든 채 걷다 보니, 서천변 풀숲 사이에서 생각보다 많은 담배꽁초와 음료 캔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어, 여기도 있어요!” 하며 경쟁하듯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부모님과 나란히 걷는 그 뒷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들이 쓰레기를 줍다가 스스로 멈추어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분리배출 해야 한다’를 말로만 들을 때는 흘려 버리던 아이들이 직접 쓰레기를 줍는 경험을 하고 나니,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쓰레기를 분리배출함으로 가져갑니다. 습관이란 이렇게 몸으로 익혀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직접 고른 환경책을 읽고, 지구는 더 가까이
환경 프로젝트 수업과 플로깅 활동은 학교도서관에 풍성한 환경교육의 기반을 남겼습니다. 롯데장학재단의 지원을 통해 200여 권의 양질의 환경 주제 도서를 새롭게 구비하고 도서관 한편에 전시했습니다. 학생들이 최신 도서를 읽고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탐색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수업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 중 하나는 참여한 학생들에게 환경 주제 도서를 한 권씩 선물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읽고 싶어 직접 골랐던 책을 선물로 받으며 ‘내가 고른 책’이라는 남다른 의미를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책을 정독하며 환경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진 아이들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이제, 교실마다 분리배출함이 생기고 전기 아껴 쓰기 챌린지가 문화로 자리 잡는 등 학교 곳곳에 초록빛 실천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필자는 그림책 속 인형 만들기 활동을 통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 보고자 합니다. 새 천을 사는 대신, 가정의 헌옷을 활용하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가장 생생한 환경교육이 될 것입니다. 사실 ‘제로웨이스트 해야지’ 결심하고 시작한 활동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서천변을 걷고, 쓰레기를 줍다 보니 어느새 우리 모두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거창한 구호보다 조금씩, 함께, 계속해서 실천하는 힘을 믿습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사서교사로서 작지만 아이들과 함께 초록으로 물들어가길 소망합니다.
학교도서관 분리배출?
Q&A로 고민타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저자
안녕하세요! 쓰레기 문제를 연구하는 1인 독립연구소,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를 운영하는 홍수열입니다. 서울환경연합에서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 <쓰레기대학>, <월간 쓰레기>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자체, 기업 대상으로 정책 제안과 컨설팅도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시민들이 쓰레기 문제를 이해하고 깊이 인식하게 하는 활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쓰레기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자'쓰레기 해설가''쓰레기 통역가'라고 저를 소개하기도 하죠.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처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 전반이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쓰레기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면,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죠.
※본 Q&A는 학교도서관을 꾸리는 사서선생님들로부터 독서행사와 수업, 장서관리를 하며 들었던 분리배출에 관한 궁금증을 모아 홍수열 박사님께 답변을 받아 구성한 것입니다.
Q. 쓰레기 박사님! 새로 들어온 책을 작업할 때마다‘ 띠지’가 많이 생겨요. 스프링 제본 책도 들어오는데, 어떻게 분류해서 버리는 게 좋을까요?
A. 종이 재활용은 종이에 얽혀 있는 식물 섬유를 물에 풀어 다시 종이로 만드는 과정을 뜻합니다. 종이가 재활용되려면 종이 섬유가 물에 잘 풀어져야 하고, 종이 섬유가 심각하게 오염되지 않아야 합니다. 종이 섬유의 해리(解離, 낱개의 섬유 단위로 분리하는 공정)’를 가장 방해하는 요소가 바로 비닐 코팅입니다. 특히 종이 양면이 비닐로 코팅된 경우 문제가 되는데요. 손으로 찢었을 때 비닐 때문에 잘 찢어지지 않으면 재활용이 어려운 종이로 분류합니다. 따라서 도서 띠지는 양면 비닐 코팅이 되어 있지 않다면 폐지로 분리배출 하시면 됩니다. 스프링 제본 책은 스프링을 제거한 후, 스프링은 재질에 따라 고철 혹은 쓰레기(플라스틱 재질인 경우)로 배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스프링을 제거하지 않았다고해서 종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재활용 공정에서 스프링은 이물질로 걸러져 쓰레기로 배출된 뒤 소각 처리 되는데요, 제지 회사 입장에서는 재활용 공정에서 쓰레기 발생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스프링이 제거되지 않은 채 들어오는 폐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책에는 등록번호 스티커, RFID(전자 태그) 등이 달려 있는데, 폐기할 때 분리하는 게 나을까요? 너무 많을 땐 일일이 분리하려니 힘들더라고요.
A. 종이 재활용 문제는 두 부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양면 비닐 코팅처럼 ‘종이 재활용 자체를 방해하는 경우’, 제본 책의 스프링처럼 ‘재활용은 되지만 재활용 공정에서 쓰레기를 증가시키는 경우’입니다. 등록번호 스티커와 RFID 등은 후자에 해당됩니다. 제거할 수 있다면 떼어 낸 뒤 종이만 배출하는 게 가장 좋지만, 대량으로 발생해 일일이 물리적으로 제거하기 어렵다면 폐지로 배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결함이 있다는 이유로 전체를 쓰레기로 버리기보다는, 그래도 재활용을 하는 편이 환경적 이익이 더 큽니다. 소비자가 이물질을 제거하고 배출하는 게 원칙이지만, 늘 소비자가 완벽하게 실천할 순 없습니다. 소비자 실천이 어려운 부분은 생산공정과 재활용 공정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지요.
Q. 행사를 열 때마다 큼지막한 전시물을 만들면서 우드락에 종이를 많이 붙이는데, 버릴 때 분리해서 배출하면 우드락은 온전히 재활용 되나요?
A. 우드락은 스티로폼과 같은 재질입니다. 스티로폼은 폴리스티렌(PS: Polystyrene) 플라스틱을 공기로 부풀린 구를 띠고 있기 때문에 부피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 운반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스티로폼은 재활용품 선별장으로 운반해 열로 녹여 부피를 줄인 뒤 재활용 업체로 보냅니다. 재활용 업체에서는 이를 쌀알 모양의 재생 원료로 가공하여 사진액자 등 다양한 제품으로 다시 만듭니다. 현재 스티로폼은 주로 하얀색만 재활용합니다. 색깔이 들어간 제품도 기술적으로 재활용은 되지만, 경제적 가치가 낮아서 재활용 업체에서 안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드락 역시 기술적으론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색이 입혀져 있거나 종이가 붙어 있으면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우드락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판 위에 하얀 종이를 붙여 쓰는 방식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