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강아네스 울릉고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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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섬을 지키는
배움의 마음씨
강아네스 사서교사와의 만남
사진 강아네스 사서교사 인터뷰 최문희 편집장
그 섬은 외롭지 않다. 우리 선조들 고향인 독도가 인근에 있고, 집어등 을 켜듯 하교 후에도 학생과 밤새우는 교사가 있으니까. 그 불빛은 환 하고, 평생독자를 길어 올리는 구조선이 된다. 이 섬엔 오징어를 낚는 어부 외에도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낚는 어린 사람이 살아간다. 올해, 울릉도 내 사서교사 TO가 감원되면서 초등학교 단 한 곳에만 사서교 사가 남았다. 이 소식은 울릉고에서 학생들과 동고동락했던 강아네스 선생님에게만 비보로 닥친 게 아니다. 서점 없는 섬 지역 학생들의 비빌 언덕이 하나 내려앉았기에, 걱정하는 마음들에는 근거가 있다. 안타깝다는 말만으론 상황을 해결할 순 없다. 즉각적인 대안이 없더라도 공교육의 언덕으로 버틴 현장의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바다가 지천인 그곳에서 사서교사로서 정체성을 바로 세운 이의 이야기를 만나자. 울릉의 또 다른 지천, 학교도서관에서 자라는 사람들 명랑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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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안양을 떠나 경북에서도 배 타고 3시간 이상 걸리는 울릉에 처음 도착한 날이 선명하실 것 같아요. 바다가 낯설진 않으셨나요?
2월 말, 발령받고 울릉도에 도착하기까지 포항에서 7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도착한 무렵이 새벽이라, 날 밝는 걸 보면서 울릉도를 만났는데, 두려움과 기대가 한꺼번에 몰려오더라고요. 고등학교 업무에 관한 걱정과 혼자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컸죠. 생각해 보면, 울릉고에 온 교사들도 같은 입장이잖아요. 그 생각이 큰 위로가 되었어요. 교사들이 관사에 모여 사니깐 집집마다 돌아가며 저녁밥을 먹고, 섬 여행을 같이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우리 대화의 중심에는 파도와 날씨 이야기가 많았어요. 파도가 심하면 출도나 입도가 어려워서 기상 앱을 보면서 배가 뜰 수 있을지 얘기하곤 했거든요. 저는 바다를 좋아해요. 오히려 바다를 매일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울릉고 교정에서 저동항1)과 바다가 보여서 그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볼 때가 많았거든요. 바다가 곁에 있어서 근무하는 3년 내내 행복했어요(편집자 주: 강 교사는 2025년까지 울릉고에서 근무했고, 2026년 경주디자인고로 발령받았다).
1) 울릉도 오징어 대부분이 취급되는 항구로 1967년 1월 어업전진기지로 지정되었으며, 오징어를 잡기 위해 집어등을 밝힌 어선들의 오징어잡이배 불빛으로 유명한‘ 저동어화’는 울릉 8경 중 하나로 유명하다(출처: ulleung.go.kr, 울릉군청).
개학 전 학교도서관 문을 열고 책 상태에 놀라셨다고요.
2월 28일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 봤더니, 천장이며 벽이며 곰팡이가 엄청 많이 피어 있더라고요. 울릉도에선 공간이 방치되면 바닷가 지역 특성상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필 수밖에 없대요. 저희 학교도서관이 예산에 비해 책이 적은 이유도 매년 곰팡이가 핀 책들을 몇천 권씩 폐기도서로 버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책표지는 멀쩡해도 펼쳐 보면 곰팡이들로 얼룩진 페이지가 허다하더라고요. 교사들 대부분 방학이 오면 육지로 가는 편이라, 그사이 교실과 도서관은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요. 제습기를 틀어놔도 습도가 높은 계절엔 곰팡이가 속수무책으로 자라요. 컴퓨터실 등 다른 특별실과 교실도 마찬가지인데, 도서관뿐 아니라 (바닷가에 인접한) 집들도 비슷한 고충을 앓고 있어요.

울릉 내 초·중학교는 다수이지만 고등학교는 울릉고가 유일한데요. 교직원수가 33명, 학생수가 80명이에요(교육통계서비스). 과밀학교가 누릴 수 없는 장점도 있을 텐데요.
울릉도에는 4개 초등학교와 울릉중, 울릉고 이렇게 6곳 학교가 있어요. 울릉고에는 보통반(인문계), 경영회계반, 해양레저반이 학년별 9반으로 구성돼 있어요. 울릉중에서 함께 지낸 아이들이 같은 학교로 진학하기에, 동 학년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친해요. 이 중 여덟 아이가 도서부 학생이에요. 도서부 학생들 활동 하나하나가 금방 소문이 나요(편집자 주: 강 교사는 도서부를 뽑을 때 1학년 학생만 뽑아 3년 동안 이어질 수 있게 한다. 경험상, 관계 형성과 더불어 동아리 체계가 더욱 잘 잡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서관 행사를 하면 전교생이 참여하고, 학생과 교사가 모든 행사의 홍보자이자 참여자가 돼요. 소규모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죠. 지난 11월, 안도현 시인이 울릉도에 오신 적 있는데, 저는 학생들에게도 시인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울릉고 학생들을 위해 글을 남겨 달라고 부탁드려서 학교도서관에 시집을 전시했는데, 거의 모든 학생이 시집을 읽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어요.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에게 안도현 시인을 알려 주고 그의 시를 읽어 보게 한 게 소문이 났죠. 울릉고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고 교사를 많이 신뢰해요. 도시(육지)가 멀어서 불편한 점은 있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하기에는 최적화된 학교예요.

포항권역 학교도서관지원센터 현장지원팀이 매해 정기 방문하지만, 그것만으론 관내 학교도서관 관리가 녹록지 않을 것 같아요. 학교도서관 활성화 지원을 위해 곳곳을 다니셨을 텐데요.
울릉초와 울릉고 두 곳에 사서교사가 있는데요. 근무 첫해에는 울릉초 사서선생님이 초등학교를 맡았고, 저는 울릉중을 맡아서 지원을 갔어요. 울릉중은 학교를 새로 지어서 도서관 정리가 잘 돼 있고, 교실과 도서관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서 학생들이 편하게 이용하더라고요. 제가 도착해서 도서관 불을 켜면 도서부 학생들이 들어오는데, 이때 불편한 점이나 개선점을 물어봐요. 이후 도서관 환경 정리를하면서 도서관 담당선생님과 독서 행사에 대해 의논하고요. 그때 친해진 중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도서부가 되기도 해요. (웃음) 그러다가 울릉초 사서선생님이 초등 세 학교의 장서 정리·도서 폐기를 지원하러 차 없이 버스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지원 일자가 아니어도 도움을 요청하면 가서 도와줘야 했거든요. 그다음 해부터는 초중등을 나누지 않고, 같이 지원을 다녔어요.
도서관 지원 가실 때 어떤 장비들을 챙겨 가세요?
앞치마와 장갑을 준비해 가요. 지원교에 가면 도서관 담당교사와 학교도서관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의논하고, DLS 프로그램 사용 문제를 해결하고요. 두세 시간 정도 장서 정리도 해요. 지원 나가는 학교는 소규모인 데다, 담당교사가 담임과 부장교사 역할 그리고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해야 하기에 대체로 책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는 폐기할 책을 선별하고 서가를 재정리해요. 책을 빼내고 분류 동선에 맞게 배가하고… 땀도 많이 흘리고 지쳐서 작업을 끝낸 뒤엔 운전하기도 힘들어요. 이토록 고단한 일정을 보내지만 저희가 수고를 아끼지 않은 건, 우리 아니면 울릉 지역 학교도서관을 지원할 인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포항지역 학교도서관센터 도서관에선 1년에 한 번 장서점검을 하고 가기에, 저희는 도움을 b요청하면 학교도서관 방문을 해 줄 수밖에 없어요. (편집자: 바라는 지원책은요?) 이미 요청하긴 했지만 한학기당 한 번, 일 년에 총 2회로 지원 활동 횟수를 늘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올해 울릉지역 사서교사 TO가 감원되었죠. 이제 울릉에는 단 한 곳의 초등학교에만 사서교사가 일하는데, 도서산간지역에 계신 분들도 비슷한 난관을 앓고 계셔요. 교육당국 관리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 진단하시나요?
지역 교육청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경북은 여러 지역을 묶어 사서교사 근무 지역을 정해 놓았어요. 울릉군은 울진군과 묶여 있는데, 올해는 울진군 두 학교에만 사서교사를 배치했어요. 울릉군은 육지와 떨어져 있어서 인근 지역에서 학교도서관 지원이 어려워요. 그래서 울릉중학교에 사서교사가 오지 않을까 했는데, (TO 결과가) 안타까워요. 섬에 있는 학교들은 공공도서관이나 서점이 부족해서 학생들이 책 접할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거든요. 따라서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에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되는데, 사서교사가 없으면 그마저도 이용에 제한적이겠지요.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찬찬히 다양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학교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미래의 독자를 만드는 거니까요. 결국 문제 해결은 사서교사 충원이에요. 저희만 사서교사를 매번 지원해 달라 할 순 없으니까요. 얼마 전 독서국가 선포식이 있었는데, 사서교사가 많이 증원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울릉이 소외지역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점은 없지만 울릉도서관이 있고, 독도가 근방에 자리하죠. 선생님께서 ‘울릉 북페어’를 연다면 어떤 콘셉트를 기획하고 싶나요?
울릉도 학생들은 지형적인 면에서는 소외지역에서 살지만, 지원받는 것이 많아서 육지 학생들보다 많은 혜택을 받아요. 그래서 학생들은 생각이나 행동에 여유가 있고 축제나 행사 기획을 잘 해내요. 그리고 충분히 즐길 줄 아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울릉도서관은 초등학생에 맞춤한 프로그램이 많은데, 방과후 실습과 자율학습을 끝낸 고등학생들이 갈 여유는 적은 게 현실이고요. 저는 학생들 아이디어를 공모해서 전교생과 함께하는 북페어를 하고 싶어요. 저동항 여객선터미널 앞에서 지역 주민, 관광객과 함께하는 즐거운 책 축제를 여는 거죠. 울릉도와 독도, 바다와 역사 이야기라는 주제로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문화적 의미를 알리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갖도록 돕는 독서·문화활동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꾸려 보고 싶어요. 그동안 ‘울릉도 자연환경과 해양 생태·전통 어업 문화를 담은 책’ ‘독도 역사·지리·국제적 이슈를 알리는 참고서·그림책’을 전시하고, 교과 시간에 ‘울릉도와 독도 주제 시·그림 대회’를 해 왔는데, 그 작품들도 전시하고요. 독도 소품 만들기, 독서 퀴즈 같은 참여형 활동도 하고요! 교내 밴드부 연주 등 다양한 홍보 활동으로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문화의) 장으로 만들고 싶어요. 진로 시간에 경영회계반 학생들과 학교와 회계반을 소개하는 영어회화 대본을 만든적 있는데, 그걸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 경영회계반 아이들과 영어 대본을 제작하셨나요?
저희 학교는 2주에 한번씩 금요일 5, 6교시마다 창제 시간에 수업을 해요. 그 시간에 울릉고와 경영회계반학과를 소개하는 영어 대본을 제작한 적 있어요. 한글 시나리오를 만든 후 AI를 통해 영작을 하고, 영어 선생님을 초빙해서 조언을 받았거든요. 이 결과물을 북페어에 활용해 보고 싶네요. 울릉도와 독도, 주요 관광지를 안내하는 영어회화책을 만들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영어로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거든요. 학생들에게 북페어를 통해서 긍정적이고 건강한 소통의 기회를 선물로 주고 싶어요.
북페어 참여자들에게 울릉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면, 어떤 책들을 소개하고 싶나요?
첫 번째는 『울릉도, 독도의 바다 생태계』(지성사)예요. 스노쿨링을 즐기면서 (바닷속에서) 제가 본 어류나 해초류를 더 알고 싶어서 본 책인데, 휴대하기 편하고 천연색 사진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바닷속 구조물 상식을 얻은 건 물론, 바다를 지키는 방법이 있어 바다를 훼손하지 않고 즐기는 법을 실천하게 해 주거든요. 두 번째 책은 『괭이갈매기도 모르는 독도 이야기』(한겨레아이들)예요. 울릉도에 가는 방법부터 울릉도 곳곳을 그림과 사진으로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독도 지형과 역사적 의미·생태계·분쟁 이유 등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어요. 울릉도와 독도 책을 알려 달라 질문을 받으면 늘 추천하는 책들이에요.
학교도서관에서 업력 23년 차를 맞이하셨죠. 교직생활에서 울 릉고는 선생님께 어떤 장면으로 새겨질지 궁금해져요. 울릉고를 오기 전,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었어요. 아침독서, 독서동아리, 아 버지 독서회, 자유학기 수업, 방과후 수업, 교지 발행, 교과서 업무, 행사, 교 육지원청 연구회 운영… 그 와중에 책(『이야기가 있는 방언사전』)도 쓰면서 임 용 준비를 했어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울릉고 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니 그동안 제겐 해낸 일만 있었지, 가장 중요한 학생이 없었다는 걸 알았어 요. 행사를 어떻게 홍보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지 더 치중하지 않았나 반성 했어요. 울릉고에서 학생 개개인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반대로 학 생들도 교사의 많은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관사가 학교 내에 있어서 교사가 점심 먹고, 운동하고, 산책하는 모습을 학생들이 다 보거든요. 그렇게 서로 의 일상을 자연스레 접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요.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깊게 보고요. 그게 좋았어요. 내 안에 학생이 가장 크게 보이는 거요. 학생들 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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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수업 시간’ 너머 맺은 인연의 각별함을 선생님께 선, 추억 그 이상으로 간직하실 것 같아요. 저에게 울릉도는 단순히 섬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울릉도에 오고 싶었는 데, 그 꿈을 실현했어요. 경영회계반에 있는 어느 학생이 고3 무렵,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혼자선 힘들다고 털어놓은 적 있어요. 그 뒤로 실습실에서 같이 워드 프로세서 자격증 취득 공부를 했는데, 모범이 돼주고 싶어서 저도 시 험을 보고 통과했어요. (웃음) 방과후 2시간씩 같이 공부했던 날들이 지금도 선명해요. 포기하지 않고 점점 높은 필기 시험 점수를 얻으며 성장하는 아이 를 볼 수 있었어요. 본국에서 자라다가 국내로 입국한 중도입국학생도 있었 는데, 그 친구와 일 년간 공부하면서 대학교 입학 면접 시험을 도와준 일도 기억에 남고요. 울릉고에서 일하면서 몸도 마음도 회복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었어요. 교사로서 하고 싶은 일들 을 다시 떠올리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으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 인생 의 전환점이 된 3년, 울릉고와 이곳에서의 인연에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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