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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 『달팽이 문자 받고 나갔더니』 김성민 동시인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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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12-08 14:33 조회 2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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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시로 등단 후, 2017년부터는 동시집 전문 1인 출판사 ‘브로콜리숲’도 꾸리고 계세요. 동시인 김성민과 책을 짓는 김성민은 얼마나 다르고, 어떻게 닮았나요?

동시를 쓸 때의 저와 책을 만들 때의 저는 분명 좀 다른 듯해요. 동시를 쓸 때는 달팽이 같다고 해야하나. 어떤 일이나 생각, 대상에 오래 머물려고 하는 편인데요. 책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느려서야 되는 일은 아닌 듯해요. 1인 출판사라 혼자서 책 주문도 받고, 편집도 하고, 교정도 하고, 그 사이 작가님들과 소통도 하고, 디자이너하고도 소통하고, 짬짬이 새 원고도 봐야 하니까. 달팽이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거죠. 동시 쓸 땐 달팽이가 됐다가, 일할 땐 날개 달린 달팽이가 되는 느낌. 그럼에도 동시를 쓰는 저와 출판사를 하는 제가 공유하는 자장이 있다면 고요함이에요. 고요라는 게 달팽이의 마음 같은 거겠죠. 이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을 많이 해요. 쉽지 않지만요. 제 동시 중에도 고요를 소재로 쓴 시가 두 편 있어요. 첫 시집 『브이를 찾습니다』의 「고요」와 이번에 낸 『달팽이 문자 받고 나갔더니』의 「고요한 밤」인데요. 제가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게 고요함인 것 같아요. 일이든 뭐든 너무 잘하려 하거나 집착하지 않으려 애써요.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좀먹게 되거든요. 그래서 동시 쓰는 김성민은 달팽이라면, 출판사 하는 김성민은 날개 달린 달팽이, 그리고 그 둘을 잇는 자장은 고요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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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집 『브이를 찾습니다』가 슬퍼서 좋았습니다. 코끼리는 무게

가 가벼운 나비를 부러워하는데(「무게」), 나비도 자기만의 무게

가 있어 “휘청휘청” 날고 있어서요(「나비 울음」). 공감으로 위안

을 얻었달까요. 슬픔으로 쓴 또 다른 시를 소개하신다면요?

저는 동시를 쓰면서 아버지를 많이 떠올렸어요. 제 경우 첫 시집이 나온 2017

년 이전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는데요.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3년이 채

안 돼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한데 아버지가 혼자 계실 때, 제가 아버지 집

에 가면 아버지가 아내를 잃은 상실을 못 견디셔서 정말 바람에 부딪힌 나무

처럼 “휘청휘청” 몸이 흔들리시더라고요. 저게 진짜 상실감이구나 싶어서 잊

히지가 않으니까 (그 모습을 시로 옮겼던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슬픔으로 쓴

또 다른 시라 하면, 첫 시집 『브이를 찾습니다』의 「물수제비」, 두 번째 시집


『고향에 계신 낙타께』의 「강가에 앉아서」가 떠오르네요. 두 시 모두 강가를 배경으로 아버지가 등장하는 시거든요. 사실상 연작시죠. 저희 집 옆에 금호강이 흐르는데, 두 시 모두 그 강가에 앉아 있다 떠올라 썼어요. 「물수제비」는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물수제비용 돌멩이를 골라 주는 내용인데, 또렷이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 (제가) 어릴 때 물수제비를 아버지한테서 배웠을 것이라는 느낌에 기인해 썼고요.「강가에 앉아서」는 「물수제비」로부터 좀더 시간이 흘러, 사춘기에 진입한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말수가 적어진 상황에서 강가에 앉은 풍경을 그린 시인데, 실제로 제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편찮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이따금 강가에 가곤 했거든요. 아버지가 집에만 계시면 답답해하실 것 같아서요. 이 시는 그때를 떠올리며 쓴 시예요.



두 번째 시집 『고향에 계신 낙타께』에선 반전(反戰)의 목소리가 담긴 시들이 등장해요. 스스로 “영원히 사라지”고 싶다는 미사일과(「미사일의 꿈」), 전쟁 대신 풀들이 “세상을 무섭게 점령할” 거라는 화자(「봄 봄」)가 나오죠. 짧은 시들이지만 긴 시간을 품고 쓰였을 듯해요.

동시에서 저는 아이들 생활상을 잘 그리지 않아요. 보통의 학교생활이나 친구와 가족 간에 있었던 일들요. 그보다는 그저 우리 세상사 이야기를 동물과 생물에 빗대어 우화적으로 많이 그려요. 특별히 어린

 이뿐만 아니라 인간 전체가 전쟁의 위기감이나 사회적 적대감으로 이어지는 혐

오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그 현실이 때때로 어느 시기와 맞

아떨어지면 저에게 동시의 소재가 돼요. 「미사일의 꿈」은 당시 한참 뉴스에서

핵무기 개발이 화두였어서 그 영향으로 썼어요. 사실 어떨 때는 동시로 욕도

하고 싶어요. 쌍욕은 말고 (세상을) 빈정대고 희화화하는 식으로요. 아마 제

동시집들을 다시 보시면 다 그렇게 보일 거예요. “머지않아 풀들은/세상을/무

섭게 점령해 갈 거야//전쟁 같은 건 우습지도 않을걸”(「봄 봄」)도 ‘인간들이 아

무리 전쟁으로 헛짓해 봤자 풀한테도 못 당한다, 자연의 힘이라는 건 무서운

거다’ 하고 비꼰 거거든요. 세상이 아무리 난리가 나도 풀은 자라고 꽃은 피

니까요. 저는 우리가 자연의 무서움과 생명의 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대부분은 자연을 잠깐 두려워하다 말죠. 그러곤 언제 두려웠냐는 듯

다시 자기 할 일 하고 소비해요. 영화 <돈 룩 업>(2021)1)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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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순히 아이들 마음이 동심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자로 풀이되기를 동심이 ‘어린이의 마음’이라지만 생명에 대한 경외감, 너와 나를 분별하지 않는 마음 그런 것들이 동심이죠. 아이들이 실제로 그렇잖아요? 강아지나 자기나 똑같은 줄 알죠. 그래서 두려움도 없고요. 그런데 자라면서 구분하게 되고, 비교하게 되고, 이기려고 하고, 빠르려고 해요. 이런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동심을 잃죠. 그래서 동시인으로서 저는 그냥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길은 동심을 견지하고 찾아가는 구도의 과정이고요.


1) 아담 맥케이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 인류 종말을 가져올 혜성이 지구로 떨어지는 와중, 두 명의 과학자를 제외하곤 인류 전체가 혜성에 무관심한 상황을 그린다. 예고된 종말에도 천하태평인 정치계와 대중을 풍자한다


『달팽이 문자 받고 나갔더니』는 세 번째 동시집이죠. 시집을 묶는 동안 “느리게 뭔가를 견뎌내는 시간들”이 있으셨다고요.

제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았는데요. 요즘 들어서는 여태까지 제가 겪어 보지 못한 세상의 시간을 겪는다고 느껴요. ‘원래 사람들이 이랬나?’ 하는 생각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전에 없던 세상이라 느껴져서 이걸 정면으로 돌파하기가 참 힘든 거예요. 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 <사람과 고기>(2025)도 그렇고,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라는 영화도 보면 은퇴한 독거노인이 주인공인데요. 이들이 바뀐 세상에 던져져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지금으로 치면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음식을 못 먹는 상황에 놓이는 거죠. 실제로 요즘 흔한 일이고요. 이런 신세계는 천천히 오지 않고 늘 느닷없이 어느 순간 닥쳐와요. 그래서 보통은 준비고 뭐고 할 수가 없어요. 물론 준비하고 대비해서 그걸로 돈을 번 사람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 때마다 이렇게 남겨져 소외되는 사람도 엄청 많아요. 그 외에도 일일이 말하긴 그렇지만 정치적으로도 이런 세상이 어디 있나 싶었어요. 이것도 신세계잖아요. 앞서가는 게 아니고 옛 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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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의 시에선 늘 달팽이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이 명랑하게 독자를 반기는 만큼, 주변 동물과 생물의 모습이 시인님께 시적으로 찾아오는 장면들이라면요?

브로콜리숲 사무실 화장실 구석에, 꼭 같은 자리에 집을 짓는 거미가 있어요.

거미줄을 걷어 내도 다음 날 또 집을 지어요. 이럴 때 ‘얘는 왜 목 좋은 데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 이 화장실 구석에 집을 지을까’ 싶거든요. 사람도 꼭 그


런 사람 있듯이요. 뭔가 잘 되지도 않는 곳에서 꼭 무언갈 부려 놓고 살려는 사람처럼. 또 어느 날은 산에서 개미의 얼굴을 보기도 했어요. 머리·가슴·배 말고, ‘얼굴’을요. 산에 갔다 비가 올 듯해 서둘러 내려오는 와중에 개미굴 입구에 서 있는 보초병 개미 몇 마리를 봤는데요. 개미는 비 오는 걸 사람보다 먼저 알잖아요? 얘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걸 딱 봤는데, 그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거예요. 큰 비가 올 것 같으니까요. 제 안에서 만들어진 상상일 수도 있지만 저는 개미의 그 걱정스러운 표정을 진짜 봤다고 믿어요.그때 개미나 사람이나 다를 게 없구나 싶었어요. EBS 자연다큐 3부작 <녹색동물>이라는 다큐가 있어요. 욕망하는 식물들 이야기인데요. 이 다큐에서 나무들이 움직이고 생존하는 걸 보면 이들이 어마무시한 존재구나 싶어요. 이들은 사람과 아무 관계 없이 자기들 나름대로 살고 죽고 또 살고 죽으며 살아가요. 사람이 지구에서 떠들든 말든 자기들만

의 메커니즘대로요. 그걸 보면 사람만 지구에서 악쓰며 사는 것 같고, 나무나 지구나 별이나 우주 모든게 아주 큰 메커니즘 속에서 그냥 움직여 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봄 봄」에서 인간들이 하는 (전쟁 따위의) 일은 자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죠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는 인사성이 참 밝아」에서 달팽이는 느린 덕분에 꽃 한 송이가 필 때와 질 때를 모두 지켜보며 “안녕”을 두 번 말할 수 있어요. ‘느리기 때문에 가능한 다정이 있다’는 말로도 읽혀요.

다정이 생기려면 느려야 하거든요. 급하면 다정이 생기기 어려워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제목 있잖아요? 전 정말 맞는 말이라 생각해요. 시도 똑같아요. 멈추지 않으면 쓸 수가 없어요. 어떤 시적 대상, 시적 순간, 시적 이미지, 시적 언어들을 만나려면 느림의 시간을 스스로 의도적으로 갖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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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 해요. 바쁘고 정신없으면 아무것도 못 느끼거든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스님처럼 촛불을 켜는 마음으로 잔잔히 있는 순간이 있어야 하죠. 저는 십수 년을 그러다 보니 나가서 노는 게 좋아도 결국은 혼자 책 보고, 글 쓰는 게 제일 좋다고 느껴요. 물론 가장 좋은 건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는 순간이지만 늘 그러진 못하니까요. 어쨌든 결국엔 그렇게 뭔가를 오래 보고, 거기에 머무르는 순간들을 일부러 가지려 노력해야 다정해질 수 있는 듯해요.



일부러 달팽이처럼 느린 배밀이로 하려 애쓰는 일이 있다면요? 

가능하면 모든 일에 그러고 싶어요. 제가 천성은 되게 급해요. 원래 모든 일을 빨리빨리 끝내 놓고 여유를 찾는 사람이에요. 동시를 쓰면서 브로콜리숲을 열기 전엔 광고회사에 다녔는데요. 심할 땐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모든 광고 기획을 다 끝내 버리고 (이런 아이디어 어떠시냐 하고) 탁 던질 때도 있었어요. 그만큼 성질이 급했어요. 빨리빨리 안 되면 화나고. 그런데 이게 동시를 쓰면서 되게 완화 됐어요. 겪어 보니까 느린 게 좋아요. 전에는 빠르게 탁 처리했을 때의 결과치가 나의 성취감이라고 여겼는데, 결국 결과보다는 내가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멈춰 있고, 생각하고, 사랑했던 시간들이 남는 거 더라고요. 이건 아는 시인 이야기인데요. 그분이 시집을 내기 전에 한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한번 봐 주십사 하고 원고를 드렸는데, 1년이 지나도 피드백이 안 왔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조르진 못하겠어서 계속 참다가 결국 피드백이 2~3년 만엔가 왔대요. 근데 그 피드백에 별 이야기가 없었다는 거예요. 근데 또 이 시인은 피드백에 별 이야기가 없었던 것 때문에 (이 원고를 이대로 내도 될까) 고민을 했대요. 그러다 결국엔 처음 원고 그대로 시집을 냈는데, 그렇게 본래보다 약 4년씩이나 늦게 나온 그 시집이 나오니까 히트를 친 거예요. 그래서 든 생각이, 책을 만들 때 고치고 다듬어서 책을 매끄럽게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것 말고, 작가가 그 원고 자체에 머물러 있으면서 오래 생각하는 일이 적어도 문학에서는 되게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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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에서 피노키오는 거짓말로 자란 코를 잘라 모닥불을 피우죠. 거짓말이 우리를 살리기도 한다고 느껴지는 시였어요.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해요.

제가 이제껏 세 번의 상을 받았어요. 첫 시집으로 권

정생문학상을, 두 번째 시집으로 천상병동심문학상

을, 마지막으로는 이번 『달팽이 문자 받고 나갔더

니』에도 실린 「아 이우에오」로 동시마중 작품상을

받았는데요. 이번에 상을 받으면서 사실 이런 생각

을 했어요. 어쩌면 상이라는 건 일종의 거짓말일 수

있겠다. 거짓말이지만 나한테는 따뜻한 거짓말.

러면서 상을 받는 이 기분 좋은 느낌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시가 나온 것 같아

요. 그리고 피노키오가 있다면 물리적으로도 코를 잘

라 불을 떼는 게 가능할 것 같고요. (웃음) 그런데 소

위 하얀 거짓말이라 부르는 말들도 생각해 볼 지점

이 있어요. ‘너 오늘 예쁘다’든지 ‘잘할 수 있어’ 하


고 툭툭 던지는 말들 많이 하잖아요. 사실 우리가 이 말들을 너무 기계적으로 하고 있진 않나? 이 말이 과연 그 사람한테 힘을 줄까? 싶거든요. 앞서 대답한 얘기들과 같은 맥락으로, 누군가를 생각할 때 그 상대에 느리게, 오래 머물러 생각한 뒤 내뱉는 말들은 기계적으로 나오는 말과는 좀 다른 것 같거든요. 하얀 거짓말로 땔감을 떼서 (관계에) 따뜻한 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불을 조금 더 오래 가게끔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구아동문학계의 참어른, 혜암 최춘해 선생님의 아동문학교실

에서 2010년 처음 아동문학을 배우셨다고요. 최 선생님께서 올

초 향년 93세로 영면에 드셨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스승님께 배

운 ‘아동문학 하는 마음’ 한 가지를 들려주신다면요?

1967년에 최춘해 선생님께서 쓰신 첫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 속 ‘시인의

말’에 들어 있는 문장인데요. “우리 어린이들이 가난 속에서도 비굴하지 말고,

권세에 눈치 살피지 말며, 좀 모자라더라도 내 것을 가꾸어 싱싱하게 자라나

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 문장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요. 우리

스승님 문장 중 제가 제일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문장이에요. 브로콜리숲에서

이 동시집을 복간할 때도 이 문구를 띠지에 넣었어요. 선생님 말마따나 어디서

든 우리 어린이들이 가난해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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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동시란 “재미있으면서 과한 꾸밈이 없이 정갈

하고, 가난한 마음이 드러나는 동시”라 하신 바 있

어요. 여기서 ‘가난한 마음’은 어떤 마음인가요?

가난의 반대말이 부유함이라면, 저는 부유한 마음에서는 시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결국 내 안에 결핍이 있고 빈 구

멍이 있어야 그곳에 시의 마음이랄 게 쌓여 축적되는데, 양껏 가

득 찬 마음 안에는 다른 마음이 들어올 틈이 없거든요. 제가 아

는 대부분의 시인도 실제로 가난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이

런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가난한 마음은 약간 비


어 있는 마음. 그러는 동시에 출렁이지 않는 마음. 잔잔한 호수 같은. (기자: 다양한 함의가 있네요.) 그렇죠. 저마다 다를 것 같아요. 오늘 얘기한 가난과 동심과 동시에 대한 생각은 크게 보면 저의 가치관이고 세계관이겠죠. 물론 이 세계관이 완성된 건 아니고, 동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저는 여전히 길 위에 있어요. 이제 제 마음이 『달팽이 문자 받고 나갔더니』 정도까지 왔다고 할 수 있겠죠? ‘다음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면, 안 갈 수도 있고요. 다음 책을 꼭 써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요. 써야 되면 쓸 것이고, 안 쓰이면 어쩔 수 없고. 우선은 집착 없이,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고요하게 제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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