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심하나 청주 오송고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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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과 세상을 잇는
하나의 아지트
심하나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분명 고등학교 도서관인데 어라, 특유의 엄숙함이 없다. 초등 도서관 이 니트 재질의 몽글한 감성이라면, 중등 도서관은 다림질한 모직 느낌 의 분위기가‘ 국룰’이건만? 이곳은 그 국룰을 뛰어넘는다. 입구에 자리 한 칠판엔 아이들 낙서가 자유분방하다. 비치된 수업 연계도서만큼 학 생 저자들이 쓴 책 코너도 늠름히 마련돼 있다! 분명 시험기간인데 아 이들과 교사들이 도서관에 와서 자꾸 녹는다. 어딘가 사랑방 같기도 하 고. 오송고에서 만난 심하나 사서교사는 교육공간이 으레 갖춰온 격식 에 반가운 빗금을 내는 사람. 협력수업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는 열정만 큼 그의 학교도서관은 즐거운 책과 이용자들로 뜨겁게 자유롭다. 학생 들이 쓴 곳곳의 서평만 봐도 힘이 들어간 법 없이 자연스럽다.“ 나쁜 도서관은 장서를 쌓고 위대한 도서관은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데이비드 랭크스의 작은 실사 버전을 본 기분이랄까. 비결이 궁금한데 선생님조차 담백하다니. 같이 있을수록 좋아지는 기분의 정체, 파헤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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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청소년, 책하다 힙하다』1) 머리말에서 어린이·청소년을 가리켜 이제 “수동적인 독자가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창조자이자 실천자”라 하셨죠.
읽기 교육을 하다 보면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안내해야 할 종착역(독서교육의 목표)이 자기 이야기를 창조하고, 향유하고,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여기게 돼요. 유튜브에 자기 생각을 올리거나 영상을 만들고 토론하는 걸 지도하다 자연스레 든 생각이에요. 과거처럼 학생들이 수동적인 독자에 머물지 않고, 공감이든 비판이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독자’가 될 거라고 내다봤죠. 서점가나 도서관계만 보더라도 전통적인 책 공간의 역할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잖아요. 예전만 해도 독립서점에서 주인장 취향대로 북큐레이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독자 요구를 수용한 북큐레이션을 메인으로 꾸리는 것처럼요.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일하면서 ‘학생들한테 지금 책을 읽으라는 게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소속 사서교사들이 만드는 책 시리즈. 인터뷰, 지역 책 공간, 어린이 청소년 독자의 목소리 등을 섹션별로 소개하고 있다.
입시 때문일 텐데요. 오히려 고등학생들이 편하게 책 읽을 시간이 더 없죠?
그렇죠. 입시 때문에 학교에서 권하는 책만 읽어야 하니까요. 사실 학생들이 배우는 각 교과와 단원에는 ‘읽어야 할 책’이 늘 제시되고 있어요. 인문계고에 와서 이게 독서교육이 맞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드는데요. 주제탐구독서를 비롯한 다양한 협력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만들곤 하는데, 그 목록들이 아이들한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싶어요. 수업하면서 영상을 유려하게 만드는 학생들은 줄곧 보지만, 다룰 줄 아는 기술을 다 내려놓고 보면 학생들이 적극적인 독자로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실제로 ‘재미있는 책 들어왔어’ 말해도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과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책 읽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놀이로 다가와야 할 텐데, 흔히 말하는 인격 형성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아직 이 친구들에게 잘 안 들리는 것 같아요. 안타까운 마음이 크죠. 그럴 만한 여유와 환경이 마련됐는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충청에서 20년간 일하셨는데, 첫 발령지였던 단양 매포중학교에서의 짜릿한 기억이 있다면요?
학생 수가 150명 정도 되는 작은 시골 학교였어요. 당시 매포중엔 정년을 앞둔 선생님이 계셨는데, ‘사서교사라는 존재’를 처음 보셨대요. 왜 사서교사를 택했는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 저를 인터뷰(?)하셨는데, 어린 마음에 ‘뭐가 이렇게 궁금하실까?’ 하며 대답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서울에서 사서교사가 있던 학교만 다녔거든요. 심지어 교생 실습 때 이덕주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고요. 사서교사가 당연히 어딘가에 다 있는 줄만 알다가 저를 신기해하는 선배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더 신기했어요.
교사가 된 후 처음 만난 제자들과 해 보고 싶었던 것도 은근히 많으셨을 것 같아요.
매포중 제자들과는 지금도 연락해요. 결혼·자녀 출산 소식 등도 나누고요. 여태 그 첫 학교 기억이 살면서 제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교사가 되면 막연하게 꼭 하고 싶었던 게 있는데, 노량진에서 한참 공부하던 무렵이었을 거예요. 힘들 때마다 한강을 보며 이렇게 다짐했죠. ‘선생님이 되면 아이들 다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서 술을 먹일 거야. 그리고 떡볶이도 해 줄 거야.’ (편집자: 하셨어요?) 예, 그래서 원이 없어요. 저희 집에서 애들이랑 재밌게 시간 보냈죠. 벌써 20년 전 이야기인데, 학부모께서 집에서 반찬도 해다 보내주셨던 기억이 선명해요.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듬뿍 느낀 시절이죠.
2020년 기준 충북 지역 학교의 약 10%만이 사서교사로 배치된 현실2)을 밝히신 바 있죠. 그럼에도 선생님의 역할을 올바르게 이해해 준 곁이 있었다면요?
후배들한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네가 낯설고 처음 본 존재라서, 궁금해서 (본의 아니게 무례하게) 말하는 거지, 그 선생님들이 하는 말을 오해하면 너만 힘들다.” 교과교사와 수업 협력이 잘 안 된다고 말하는 사서 선생님들도 많은데, 학교에서 딱 한 명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생각보다 괜찮거든요. 제가 제천여고 다닐 때 같이 수업해 보자고 수학선생님이 제안하신 적 있어요. 양청중에 있을 땐 미술선생님이 그랬고요. 지금 일하는 오송고에도 그런 분이 계세요. 학교를 옮길 때마다 그런 동료와 연을 맺어서 각자 역할을 이해하고, 협력하고, 수업을 꾸려 볼 수 있어요. 모든 교과교사를 (나를 증명하고자) 이해시키려 하기보다는 동료 한두 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마음먹는 일이 오히려 도움이 되더라고요.
2)“ 사서교사의 수업 노트 ⑧: 교과와 함께 하는 교육실습, 어떻게 진행됐을까?”(2020.8.25.) <에듀인뉴스> 기사 중에서
선생님이 관계를 돈독히 잘 쌓으신 덕분 아닐까요. 기억에 남는 제자를 떠올린다면요?
최근에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내가 정말 큰 잘못을 했구나’ 생각하게 하는 제자가 있었어요. 교실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도서관에 많이 오는데, 그 아이도 그런 편이었어요. 아이가 중3 졸업 무렵, 지속적으로 당해 온 학교폭력을 신고했어요. 학교에선 피해자였던 제자를 달랬는데, 가해자 입장에선 학교폭력 기록이 고교 생활기록부에도 기재가 되거든요. “어차피 너는 서울대 갈 테니까 (네게 폭력을 저지른 친구들은) 좀 봐줘라.” 하고 학교 측에서 타일렀는데 안 풀리니 학생부에서 제자를 만나봐 달라 연락이 왔어요. 저도 “걔네 용서하면 안 돼?” 하고 말했는데, 펑펑 울면서 말하더라고요. 선생님만은 나를 이해하고 끝까지 싸워라 할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처럼 덮으라고 하시는 거냐고 하던 모습이 생생해요. 그 제자가 아픈 손가락이에요. 수 년 전 일인데, 아이 마음을 제가 헤아리지 못한 게 가슴에 걸려요. 유일하게 마지막으로 저를 믿고 찾아온 제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한번 해 주고 싶어요(편집자 주: 당시 사건은 학교 폭력 신고 절차에 따라 정식 종결되어 가해자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았다).
지금껏 기억하는 것만으로 선생님은 역할을 다하려 애쓰신 게 아닐까 싶은 걸요. 미디어리터러시 수업을 팬데믹 초창기부터 꾸려 오셨는데, 요즘은 어떤 수업에 마음을 쏟고 계시나요?
대다수 학생이 전공으로 삼을 분야 책만 읽다 보니 잘 모르는 분야의 책 읽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목표로 수업을 해도 매번 ‘진로탐색보고서’가 되곤 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주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최근엔 2학년 독서 과목을 중심으로 협력수업을 했어요. 단원명은 ‘나의 읽기 수준에 맞는 도서 선택하기’ 수업 주제는 ‘낯선 책 읽기와 말하기’였어요. 국어쌤이랑 ‘좀 다르게 가 보자!’ 하고 나름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쉽지 않았어요. (웃음) 수업 순서는 첫째, KDC(한국십진분류법)를 먼저 보고 내가 여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주제의 책 고르기. 둘째, 해당 서가에서 책 한 권 골라오기. 셋째, 북매치 전략에 따라 내 수준에 맞는 책인지 확인하게 했죠. 책을 읽고 모르는 단어들을 살피며 중요 내용을 정리했고요. 끝으로 자신이 읽은 주제에 관해 말하게 했는데, 저는 학생들이 유전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되더라도 『워더링 하이츠』(에밀리 브론테의 장편)를 비롯한 영미문학을 좋아하는 멋진 성인으로 자라길 바라거든요. 목표한 바대로 아이들이 따라오진 않을지라도 수업으로 꾸준히 이어 볼 생각이에요. 시야를 같이 넓혀야죠.
연구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교생쌤들과 북큐레이션 영상도 쭉 업데이트해 오셨죠. 도서관 활용수업 등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기회를 마련해 오신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동안 교생 지도를 10명가량 했는데, 7명 정도가 실제 임용이 됐어요. 저는 굉장히 높은 임용 합격률을 자랑하는 임용사관학교입니다. (웃음) (편집자: 비결이 뭐예요?) 교생이 오면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제 월급 명세서를 보여 주는 일이에요. 그러면 교생들 눈빛들이 초롱초롱해지거든요. “내가 ○○년 차인데 이 정도받을 수 있어. 어떻게, 공부할 거야? 안 할 거야?” 하면 교생들이 바짝 자세를 갖춰요. 그때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 주는 거죠. 이덕주 선생님께 한 달 동안 실습을 받던 시절, 대학에서 4년 동안 배웠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배웠어요. 쌤은 무조건 아이들이랑 계속 부딪히라고 얘기하셨거든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 말이라도 한마디 걸어 주고 놀아 주라 하신 말씀을 이어서 하고 있어요. 협력수업이 제일 중요하기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고, 특히 교과교사의 수업도 들을 수 있도록 참관수업을 많이 시켜요. 20시간 꽉 채워서 참관록을 다 쓰게 만들죠. 도서부들과 행사를 할 때도 무조건 데리고 가요. 특히 아이들과 만나는 기회를 많이 줘요. 담임에게 학급 학생이 있듯이 사서교사에겐 도서부 학생들이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으니까요.

지역 연구회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충북 지역에선 교과교사와 교류가 활발하다고요.
최근엔 개념기반탐구학습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요. 교육부, 충북교육청 각각 나눠 교과교사 다섯 분과 수업도 하고 보고서에 담을 연구 자료도 만들고 있죠. 최근엔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과와 협업해 정책 제안서를 쓰는 수업도 진행했어요. 살면서 불편했던 점을 살펴본 후 어떻게 개선했으면 하는지 영어로 써보고, (정부) 관련 부서로 글을 보내는 수업을 꾸렸죠. 현재 충북사서교사협의회 소속 선생님은 68명 정도인데, 3개 연구회가 충북에서 운영되고 있어요. 충북사서교사협의회, 충북사서교사연구회, 충북사서교사 독서토론논제연구회로 나뉘어 있고, 저는 협력수업 위주로 연구해요. 충북사서교사연구회에서 만든 유튜브 채널이 활발했던 건, 당시가 팬데믹 시기라서 영상을 만드는 게 이슈였거든요. 온라인으로 독서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보자, 의견이 모아져 유튜브를 개설했어요. 그때 박인혜 선생님이 자료를 많이 만드셨고 이후 각자 바쁘다 보니 관리가 어려워졌어요(편집자 주: 2021년 업로드한 콘텐츠가 가장 최신이지만 북트레일러, 도서부 운영, 활용수업 등 학교도서관 전반에 걸친 정보원을 고르게 탑재했다). 충북은 현재 협력수업과 독서토론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를 잇고 있어요.
연구회 유튜브 영상에서 추천하신 책들을 보면 『십시일반』, 『갱상도 사투리 학습서』 등 다양해요. 마음을 키워 주는 선생님만의 북 컬렉션이 많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책을 좋아해서 사서교사가 된 사람은 아니거든요. 책을 많이 읽진 않았어요. (편집자: 영상에선 추천하시는 책들이 예사롭지 않던데…) 오송고에 와서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급하게 읽었던 것 같아요. 그 중 몇 권을 꼽아보자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이 가슴에 많이 남아요. 마침 아이들이랑 필사 동아리 만들어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옮겨 쓰고 있는데, 그 구절을 한번 읽어 볼게요. “…독서가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까닭은 그것이 한 발걸음이라 더디다는 데에 있다기보다는 ‘인식>인식>인식……’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동안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현실의 튼튼한 땅을 잃고 공중으로 공중으로 지극히 관념화해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문장 뒷부분을 보면, 책을 읽는 것보다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 나오거든요. 아이들한테도 실천하자, 말하며 함께 새길 수 있는 글귀가 이 책에 많습니다.

부여에 자리한 ‘송정그림책마을’에서 만든 어르신들 책은 어떻게 아시게 된 거예요?
송정그림책마을에 꾸준히 갔었는데, 그곳 마을 어르신들이 자기 인생을 그림책으로 만들어서 전시한 컬렉션이 있어요. 『송정마을의 여덟 가지 자랑』, 『우리 할머니』, 『야학당이 만들어진 이야기』 등 쓰고 그리신 그림책이 다양해요. 송정마을에서 나는 특산물로 만든 도시락도 별미인데, 미리 예약하면 맛볼 수 있어요! 추수하기 전에 가 보길 권하는 이유는 황금빛 논이 정말 멋있거든요. 어르신들이 연극도 해주시고요. 어른들이 그림책을 낭독할 때 종종 우는 아이들도 있는데, 아마 자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나서겠죠. 근방에 계신 선생님이라면 학생들과 함께 가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새 학기 전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NCIC)에 들어가서 교과별로 수업이 가능한 단원을 정리(본지 2021년 1+2월호)”해 둔다고 하셨죠. 학기말엔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교과서를 책 읽듯이 읽어 보세요! 협력수업을 할 만한 단어를 메모해 놓으면 도움이 돼요. 최근 삼 년간 열다섯 명의 선생님과 협력수업을 했는데, 이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내 교과를 선생 님이 어떻게 이렇게 잘 아세요?”예요. 사서교사 가 유일하게 교과를 넘나들면서 공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더라고요. 그래서 매해 전 과목 교과서 를 공부하는 편이에요. 그러다가 환경쌤이랑 밥 먹을 일이 생기면 “쌤, 수업하실 때 기후위기로 인해 지역별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그 지역 사람 들이 어떤 피해를 받고 있는지 탐색하는 단원이 있더라고요.” 인기척을 건네요. 샘이 관심이 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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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저랑 책 읽기 수업 한번 하실래요?” 하고 던져 보는 거죠. 결이 맞으면 수업으로 넓히는 편이에요. (편집자: 동료들과 쓴 『주제로 접근해 활동으로 완성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낸 후 강의도 많이 다니셨다고요.) 단행본을 낸 뒤 부산에 강의를 간 적 있어요. 강의실에서 어떤 분이 “부산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재로 쓰고 있어요.” 말씀하시더라고요. 책을 쓸 때만 해도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강의 갔을 때 그렇게 말해 주는 독자를 만나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나요. (웃음)
교과 연계를 넘어 학교도서관이 어떤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져요. 한 편의 영화가 삶이라면, 학교도서관에게 어떤 배역을 주고 싶나요?
최근에 한 고등학교에 공개 수업을 다녀왔는데, 환경선생님이 학교도서관으로 삼행시를 지어 주셨거든요. 도서관이 ‘소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소름이 쫙 돋았어요. 저 역시 학교도서관이 모두를 잇는 ‘소통’의 공간이라 여기거든요. 예전에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를 쓰신 조병영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 있어요. 학교에는 제3공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제1공간’인 삶과 ‘제2공간’인 학교를 이어주는 ‘제3공간’이 우리 교육 현실에 없다고 하셨죠. 그때 저는 손을 들고 말했어요. “교수님,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바깥 세계랑 연결하는 역할, 학교도서관이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학생들에게 학교도서관이 가정(교실)과 사회를 이어 주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배역으로 비유하자면 학교도서관이 ‘연애하는 사람’이었음 해요. 아이들이 여기에 오면 기분 좋고, 두근두근했으면 좋겠거든요. 좋아하는 사람 만나듯이, 연인을 보러 오듯이 학교도서관에 와서 세상을 보는 눈을 함께 키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