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남순이 안산 관산중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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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 총천연색
학교도서관을 위하여
남순이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김상화 기자
제조기업 공단이 밀집한 경기도 안산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유입이 가장 많은 다문화 특구. 2000년 초반 사할린 동포들이 안산에 정착하면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살던 고려인들이 원곡동에 터전을 잡았고, 이후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빠르게 유입되며 원곡동 일대엔 ‘다문화 거리’가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 위치한 학교가 바로 관산중학교. 전교생의 85%가 이주배경학생인 이곳에 7년간 눈짓, 몸짓 그리고 온 진심으로 학생들과 동고동락해 온 사서교사가 있다. 다문화 밀집교는 학생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입국한 유학생이 아닌, 부모를 따라 비자발적으로 도착한 아이들임을 꼭 인지해야 한다는 남순이 선생님. 아이들의 말문도 말문이지만, 차별과 정체성 혼란으로 잠긴 아이들 마음의 문을 책으로 열어 온 시간이 길었다. 언어가 안 통할 땐 누구나 상대의 눈을 본다. 말 대신 눈으로 시작했던 그 모든 대화가 마침내 아침마다 도서관에서 책 읽는 아이들을 만들었음을, 인터뷰 내내 맑게 빛나던 남순이 선생님의 눈동자 너머로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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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산중에서는 올해로 7년째 근무 중이시지요. 이전까지 사서가 한 번도 없었던 학교라 첫 근무 당시 막막함과 설렘이 공존하셨을 듯해요.
처음 면접을 볼 땐 학교 주변을 볼 겨를이 없었는데요. 면접을 마치고 나와 안산역까지 걸어가면서 보니까 이곳이 다 중국인 거리인 거예요. 순간 당황했어요. 이 학교가 다문화 학교인지 전혀 몰랐던 거죠. 도서관을 보고서도 놀랐어요. 말 그대로 책 창고였어요. 관리자가 없어 점심시간 30분만 도서관 문을 열었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맨 먼저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에 도서관 문부터 열어 놓고, 그해 세 번이나 서가 작업을 다시 했어요. 인수인계 과정이 없었다 보니 도서원부, 비품대장 정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부 완벽히 정리했어요. 그래서 이 도서관에 애착이 커요. 관산중에 처음 와서 느꼈던 점은 아이들이 밝고 순수해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직전에 있던 곳은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라, 공부 이외엔 무관심한 학생을 많이 봐 왔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교문에 딱 들어오자마자 학생들이 밝게 웃으면서 저에게 “사랑합니다” 하고 인사하는 거예요. 그게 참 신선하고 좋았어요. 아이들이 교장선생님께도 서슴없이 다가가는 모습이 새로우면서도 학교가 참 정답다고 느꼈어요.
현재 관산중은 전교생의 85%가 이주배경학생인 다문화 밀집학교1)죠. 작년엔 그 비율이 90%였고요. 아이들마다 배경이 다양할 텐데, 현재는 어느 나라 학생들이 얼마쯤의 비율로 모여 있나요?
현재 약 17개국의 학생들2)이 있고요. 제가 처음 왔을 땐 중국계가 훨씬 많았는데 갈수록 러시아계 아이들이 들어와서 지금은 대략 러시아계와 중앙아시아계가 총 50%, 그다음 중국계와 동남아, 아프리카까지 해서 50%로 보고 있어요. 부모 없이 혼자 와 있는 난민 학생도 있는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 숙식을 제공해요. 또 이곳엔 탈북 학생도 있고, 무국적 학생도 있어요.
1) 재학생 100명 이상 학교 중 다문화학생이 30%가 넘는 학교. 교육부에선 이를 다문화 정책학교로 지정, 다문화이해교육을 지원한다. 관산중은 현재 다문화국제혁신학교로 지정되어 한국어 수업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특별학급’이라는 한국어 학급을 무학년제로 운영 중이다.
2) 2024년도 기준 관산중 다문화학생 출신국 현황: 중국(138), 러시아(33), 우즈베키스탄(37), 카자흐스탄(13), 우크라이나(9), 타지키스탄(2), 베트남(6), 필리핀(2), 캄보디아(4), 방글라데시(1), 키르기스스탄(2), 시에라리온(1), 콩고민주공화국(1), 태국(1), 일본(1), 파키스탄(1), 몽골(1), 미얀마(2), 투르크메니스탄(1). (출처:『 2024학년도 다문화국제혁신 교육활동 이모저모』, 관산중학교)
학교 안에서 예비학교와 특수학급, 개별수업으로 나누어 한국어 수업이 진행된다고 들었어요
이주배경학생이 처음 학교에 들어오면 테스트를 해요. 2024년인 작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한국말을 전혀 못 하는 상태면 예비학교(한국어 강사가 주 15시간 전일제 한국어 및 문화 체험 수업을 하는 학급)로 들어가요. 그다음 예비학교 과정을 마치고도 한국어 공부가 더 필요하면 특별학급(수행평가와 시험은 본반인 원적반에서 보면서 한국어 강사가 주 15시간 한국어 수업을 하는 학급)으로 가고요. 예비학교 안에는 ‘학교 밖 예비학교’라고, 학생의 학적을 입력할 행정 서류가 아직 학교로 도착 안 했는데 이미 학교에 온 아이들을 위한 학급도 있어요. 올해부터는 예비학교가 없어지고 특별학급 6개 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쨌든 일반 학급으로 가려면 아이들이 이 과정들을 거쳐야 해요.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이수했다 해서 이주배경학생들이 곧바로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들을 수준이 되는 건 아니에요. 의사소통 능력과 학습 언어는 또 다르니까요. 그래서 일반 정규교육 과정의 수업이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희망에 따라 각 나라 원어민 선생님께 맞춤형 개별수업을 받아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 교실이 부족해요. 그래서 오전 2·3교시에는 도서관을 거의 개별수업 공간으로 내주고 있어요.

선생님께선 한국어로 책을 못 읽는 학생은 모국어로라도 책을 읽게 하신다고요.
중학생은 가장 방황하는 나이잖아요. 이 학생들이 그 나이에 읽어야 할 책들이 있어요. 한국어로 못 읽으면 모국어로라도 읽어서 본인의 인생에 필요한 정신적인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교사는 잠시 아이들을 스쳐가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책은 영원한 선생님이 되어 줄 수 있잖아요. (기자: 그래서 원서를 많이 들이시는 것이기도 하고요?) 네. 그런데 문제점이 있어요. 중국은 처음부터 자치주 정책을 폈기 때문에 중국 동포들이 한국말을 가르쳐서 학생들이 생활 한국어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동안 중국어를 잊어 버려 중국 원서를 잘 읽지 못해요. 반년에 고려인들은 소련 시절에 무조건 러시아어를 사용하도록 강요받다 보니 대부분 한국말을 잊어 버렸어요. 또 러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나라들(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이 자신의 민족어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아이들이 집에서는 러시아어를, 본국 학교에서는 자기 나라 민족어를, 그리고 한국에 와서는 다시 한국어를 배우게 됐는데요. 그러니 아이들 머리에서 언어들이 충돌하는 거예요. 고려인 학생들은 굉장히 힘들어 해요. 교육은 언어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며 출발하는 건데, 언어가 막히니까요.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따로 중국어, 러시아어 공부를 하신다 들었어요. 어떻게 공부하시나요?
안산은 교사들의 외국어 연수 기회가 많아요. 경기도교육청국제교육원에서 신청만 하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을 무료로 배울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이번엔 베트남어 초급 강좌를 신청해 들었어요. 러시아어는 생각보다 언어가 복잡해서 배우기 쉽지 않고 또 공부 시간이 적어 늘지가 않네요. 그 외에도 안산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연계 강좌로 러시아어 수업을 듣고 있어요. 학생들이 원서를 읽으면 사서는 그 책 내용까진 몰라도 책제목과 저자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요
학교도서관에서 펼치는 선생님만의 도서관 활동들도 궁금합니다.
저는 아이들 독서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상담이라기보다 사실상 참고 질의응답 정도라고 할까요? 학생들이 책을 읽고 반납할 때 제가 물어요. “재미있었니?” 그럼 학생들은 대개 “재미있었어요.”라고만 말해요. 그때 이어서 아이들에게 “뭐가 재밌었어? 하나만 얘기해 봐.” 하면 뜨문뜨문 대화가 이어져요. “친구(등장인물)가 죽었어요.” “왜 죽었어?” “친구가 대신 죽었어요.” “너 거기서 슬펐구나.” “네, 선생님. 슬펐어요.” 이렇게요. 제가 계속 물어봐 주고 아이들이 대답하다 보면 말이 조금씩 늘거든요. 그러다 보면 책에도 자연스레 더 관심 갖게 돼요. 저는 도서관에서 하는 일이 그런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해 온 활동은 아침 독서예요. 한 학생에게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제가 아침에 책을 읽으면 독서량도 많아지고 집중도 잘 된다 하니까 그 학생이 자기는 원룸에 이모네 가족과 살아서 아침에 불 켜고 책을 못 읽는다 하더라고요. 그때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이곳은 이주노동자 가정 학생이 많아서 부모님 출근 시간과 학생 등교 시간이 달라요.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학교 문이 열리기 전 있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거리를 방황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아침 일찍
도서관 문을 열어요. 숙제를 해도 되고 핸드폰 을 해도 되니까 도서관으로 오라고요. 아침으 로 두유도 주고요. 아이들이 길거리에 있는 것 보단 도서관에 있는 게 훨씬 안전하기도 하고, 그러다 책이 눈에 들어오면 ‘책 한 번 읽어 볼 까?’가 이뤄지니까요. 그렇게 아침마다 거의 스 무 명 이상 꾸준히 아침 독서를 하고 있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학교도서관이 활 성화되려면 관리자의 협조, 다른 교사들의 지 |
아침독서에 참여 중인 관산중 학생들 |
지, 무엇보다 학생들의 참여가 중요해요. 그간 도움 주신 교장·교감 선생님과 교과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관산중 장서 구성이 궁금합니다. 아이들 특성을 반영해 특별히 꾸리는 코너랄지 수서 방법에서 좀더 기울이는 노력이 있으실까요?
우선은 다국어 원서 코너, 그림책 코너가 따로 있어요. 그다음 신간 코너, 진로책 코 너, 만화 코너도 있어요. 만화는 학생들이 워낙 좋아해서 가장 많아요. 만화책을 보 다가도 단어 모르면 물으러 옵니다. (웃음) (기자: 원서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전체에서 그렇게 많지 않아요. 구입해 달란 요청은 많은데 여긴 한국 공립학교라 원서를 많이 |
관산중 도서관 다국어 원서 서가의 중국어 책들 |
는 못 사요. 또 러시아 책은 책값이 너무 비싸고요. 중국 책은 한국에 갓 온 중국 아이들만 열심히 보고, 온 지 오래된 아이들은 중국어를 까먹어서 원서를 못 봐요. 원서 전산화 작업은 제가 직접해요. DLS에 중국어 지원이 안 되지만 한자는 지원되거든요. 그래서 중국어를 한자로 바꾸고, 한자도 안 나오면 병음이라는 중국어 발음 기호(영문)를 써서 작업해요. 이걸 외주로 하면 거의 (X자)로 표시돼서 들어오거든요. 다국어 원서는 처음엔 한 권도 없었는데, 제가 근무하고서 학교에 있는, 등록되지 않은 원서부터 한 권 한 권 채워 넣었습니다.
지난해 ‘관산중 사제동행 책 소풍’으로 교사, 학생들과 파주 평화도서관에 다녀오신 기사를 봤어요. 이런 문학기행을 매년 직접 기획하신다고요.
평화도서관은 차별과 인권에 관한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겠다 싶었어요. 어느 날 고려인 학생이 제게 이런 말을 했거든요. “선생님 저 우즈베키스탄 살 때 사람들이 저한테 고려인이라고 놀렸어요. 그런데 한국 오니까 저한테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라고 놀려요. 선생님 저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놀리는 건 그 사람이 잘못된 거라 하면서 “우린 세계 시민이 되자. 한국 사람도, 우즈베키스탄 사람도 아닌 지구인이야.” 말해 줬어요. 한 친구는 부모님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변호사였는데 한국에선 공단 노동자로 일하고 있어요. 본국에선 지식인인 부모님이 한국 와서는 노동자니까 아이들이 ‘어차피 공부해도 노동자 될 텐데.’ 이렇게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서 학교에서 가장 많이 힘쓰는 게 아이들 자존감 살리기예요. 작은 것
하나에도 칭찬을 많이 해 줘요. 학교가 심리적 안 전지대가 되도록요. 이 학생들이 앞으로 본국과 한국 사이를 오가며 무슨 일을 할지 앞으로 아무 도 모르잖아요. 그러니 본교에 근무하시는 선생 님들 모두가 스스로 교사이자 외교관이라는 마음 으로 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고 많이 배려해 주려고 노력해요. 학교 차원에서 모두가요. 사소할지라도 교육당국에 요구하고픈 개선점이나 지역 내 시급한 문제라면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아무래도 중국 학생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DLS에서 중국어를 지원하길 원해요. 사서가 여러 나라 언어를 한다는 건 무리 가 있어요. 그래서 교육청에서 다국어 도서 전산 화를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관산중 같은 밀집학교가 반드시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
75억 명의 저마다 다른 지구인이 지구상에 함께 살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는 그림책 『당신은 셀 수 없이 소중해 요』(크리스틴 로시프테). 남순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자주 권하 는 그림책이다. |
안산 전체에서 조금씩 학생을 나눠 받으면 되거든요. 사실 이주배경학생이 입학하면 손이 많이 가요. 서류도 서류지만 학생이 결석했는데 학부모랑 통화가 안 되는 등 이런 문제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른 학교들은 (이주민 학생 입학을) 회피해요. 그래서 저희 학교가 (이주민 마을과) 가깝다는 이유로 밀집학교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주민 밀집 지역에서는 아이들 한국어가 빨리 안 늘어요. 마을에서 모국어가 통용되니까요. 오히려 이곳은 학생 수가 적은 나라 아이들이 한국어를 빨리 배워요. 소통할 데가 없어서 한국어를 빨리 안 배우면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 여러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다문화 밀집학교를 없애고 이주배경학생을 분산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에서 사실상 미래를 먼저 경험하고 계신데요. ‘다문화교육 시대,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여쭈어 봐요.
다문화 밀집학교 도서관이라면… 첫째로 문화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해요. 다문화 자료와 문화 행사를 지원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책 선정할 때 굉장히 조심해야 해요. 특정 문화와 풍습을 잘못 표현한 책을 들이면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어요. 물론 나쁜 책이라는 건
전부 독자의 판단에 달려 있지만요. 두 번째는 언어를 빨리 습득하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을 도서관이 해야 합니다. 다 국어 자료 구비는 물론, 한국어를 학습할 시설 제공도 필요 해요. 한국어를 습득해야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으 니까요. 또 부모가 모국어 교육에 따로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모국어를 모르는 학생도 많아요. 그래서 참고서 사 놓고 아 이들에게 모국어도 공부하라 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공감과 소통이에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해도 아 이들끼리는 싸우지 않고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이게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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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사서로서는 일단 다문화 감수성을 키워야 합니다. 이주민에 관한 편견을 지워 내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해요. 이주배경학생을 교육하려면 제일 먼저 진심으로 다가가야 하거든요. 그래야 라포가 형성돼요. 또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을 알고 싶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유학 온 학생이 아닌, 부모님을 따라 비자발적으로 한국에 온 아이들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낯선 언어를 배우면서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해요. 학생들은 상대가 나에게 호의적인가 아닌가 그 분위기를 굉장히 빨리 눈치채요. 언어가 안 통할수록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빨리 포착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사서쌤들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학생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게, 힘들겠지만 가장 중요해요. 교사가 스스로 다가가려는 진심이 있어야 합니다.
올해를 끝으로 사서교사 생활을 마칠 계획이라 하셨어요. 남순이 선생님의 자리를 이어갈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여쭈어요.
사서교사는 도서관을 운영할 때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해요. 저는 관산중 문향관 도서관이 ‘함께 나누고 즐기는 도서관’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책을 안 보고 조금 떠들더라도 도서관이 즐기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건 결국 제 철학에 바탕한 운영인 거죠. 교수학습지원센터, 정보 활용의 장과 같은 기본적인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어떤 사서쌤이든 다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자기만의 철학을 조금만 얹어 보자는 거죠. 내가 있는 학교 사정을 살짝 고려해서요. 모든 사서쌤이 저마다 다르듯 그렇게 각양각색의 학교도서관이 많아지면 전국의 학교도서관이 총천연색으로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우리 학교 학생들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