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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위대한 작가들의 나라, 러시아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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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4:11 조회 8,61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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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의 산실,‘러시아 국립 도서관’에 가 다
모스크바에 살면서 공공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한다는 것은 외국인으로서 그리 간단
한 일만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절차를 모두 거쳐야 이용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
분이고, 그 절차 또한 복잡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은 공공도서관을 즐겨 이용하는 편은 아니다.
나 또한 2년여간 모스크바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유네스코에도 지정이 되어
있다는 ‘러시아국립도서관’을 지나가면서는 봤지만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먼저 도서관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하고, 필자가 써 나가는 동선대로 따라
가며 함께 도서관을 둘러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하철 비블리오쩨까 이미니 레니나
(레닌도서관)역에서 내려서 나오면 바로 러시아국립도서관이다. 도서관 앞에는
『죄와 벌』로 유명한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동상이 있다.

모스크바 최초의 종합 도서관인 ‘러시아국립도서관’은 러시아의 고위 관리였던
루미얀쩨프 백작에 의해 자신이 수집해 온 러시아와 세계 각국의 서적을 바탕으로
1862년에 설립되었다. 루미얀쩨프 박물관의 일부로서 1918년 소련 정부가 상트페테
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이전한 뒤 1924년 ‘레닌국립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소
련의 중앙도서관이 되었고, 이후 1992년 1월 옐친 대통령의 포고령에 의해 ‘러시아
국립도서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참고 : [글로벌 유학기] 권’s IN 러시아(27) : 러시
아가 자랑하는 러시아국립도서관|작성자 글로벌선문). 1945년 이 도서관은 레닌 훈
장을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공공기관으로서 유일하게 기능을 유지했다.

모두 읽으려면 수만년이 걸린다는 장서수
도서관의 소장 자료는 무려 4억 권에 이르고, 도서관의 책을 모두 다 읽으려면 하루
에 한 권씩 읽어도 7만 년이 걸린다고 하니 놀랄 만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도서관 내에 한국에 관련된 서적 약 6만 권 이상을 모아 놓은 한국실이 있으
며, LG디지털 열람실이 있다. 2004년 개관 당시 특정 국가의 문헌만 모아 별실을 개
관한 것은 처음이었으며, 한국실은 문헌 보관실 외에 열람실과 최첨단 오디오, 비디
오 시설 등을 갖춘 시청각실로 꾸며졌다.

러시아국립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출입증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출
입증을 위해서는 여권과 비자(학생증), 사진 한 장이 필요하다. 이 도서관에는 3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2번 출입구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출입증을 만들 수 있는 창구가
있다. 창구 앞에서 신청카드를 작성하고 번호표를 뽑아 창구에 가면 출입증을 만들
어준다. 사진은 그곳에서 바로 찍어주며, 출입증 발급 비용은 100루블(한화 약 4,000
원)이다.

발급된 출입증을 가지고 공공 도서관 출입증 발급 비용치고는 비싸다고 투덜거
리며 1번 출입구로 들어섰다.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고 말
았다.

내 눈 앞에는 2년여간 보아온 이미 익숙해진 러시아가 아닌 또 다른 러시아가,
사람들이 보통 그려보는 신비로운 느낌의 러시아가 바로 거기 있었다. 검색대를 거
치자 흰 대리석으로 된 계단이 가운데에 펼쳐졌고, 계단을 오르자 2층 양 옆으로 흡
사 한약재를 넣어 놓는 서랍장 같은, 엄청난 규모의 책 목록장들이 서 있었다. 각각의
작은 서랍들에는 작가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그 서랍을 열자 그 작가의 책 목록이
적힌 종이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는데, 그 중에는 타자기로 친 것, 손으로 직접 쓴 것,
컴퓨터로 친 것이 섞여 있어 긴 세월이 한데 뒤섞여 보존되어 있는 것 같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옆에 이제는 검색용 컴퓨터 10여 대가 놓여 쉽게 책을 검색해보고
바로 출력까지 할 수 있지만,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보다는 목록장
앞에 가서 서랍을 열고 열심히 책 이름을 베껴 적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명이 주는 편
리함보다는 이미 오랜 세월 그렇게 해온 그들의 습관, 즉 전통을 더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멋져 보였다.

지나온 대리석 계단 정면에 있는 문을 열면 작은 홀이 나타나는데 이 홀에서 정면은
제 1 열람실, 오른쪽 복도로 가면 제 3 열람실이다. 먼저 제 1열람실로 가는 길 오른편에
는 조그마한 복사실이 있는데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다. 1831년부터 1900년까지의 출
판물은 A4 용지 기준으로 장당 25루블(한화 약 1,000원), 1901년부터 1936년 까지는 15
루블(한화 약 600원), 그리고 1937년부터 현재 까지는 6루블(한화 약 240원)이다. 복사
실 맞은편에는 책 대여소가 있다. 제 1 열람실로 향하는 문을 열면 양쪽으로 계단이 있
는 작은 복도가 나오고 바로 앞에 보이는 문 안에 제 1열람실이 있다. 도서실에 들어서
면 왼쪽에 사서가 앉아 있고, 도서관 사이트 이용에만 쓰이는 컴퓨터가 책상마다 놓여
있다. 제 1 열람실 출입문에는 교수, 박사, 학자들을 위한 열람실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
래서 그런지 따로 검사는 하지 않지만 안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았다.


제 1 열람실을 나와 양쪽에 있는 계단을 이용해 한 층 올라가면 양쪽에 2개의 제 2 열
람실이 있다. 먼저 정면의 제 2 열람실에서는 창을 통해 크렘린궁의 성벽과 LG 간판이
다리 양 옆으로 줄지어 있어 LG다리라 불리는 볼쇼이 카멘느이 모스트(암석 대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앉아 공부하는 도서관에서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창
가에 서서 5월의 모스크바 봄 경치를 감상했다. 그리고 이 열람실 정면 가운데에는 러
시아어 주석 사전을 만든 블라지미르 달의 흉상이 놓여 있다. 맞은편 제 2 열람실 정면
에는 레닌이 집무를 보는 모습을 그린 커다란 초상화가 붙어 있다. 다시 2층의 홀까지
나와서 제 3 열람실로 향했다. 제 3 열람실 문을 열자 나는 러시아가 아닌 다른 유럽에
온 듯한 느낌과 또한 사회주의의 소련 시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무언지
모를 분위기에 압도되고 말았다. 제 3 열람실은 천장이 높고 창이 많아 무척 밝으며 양
쪽 가에 발코니처럼 2층이 있는데 그곳에도 책 목록장들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정면
에 레닌의 동상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열람실이라면 시끄
럽진 않아도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들이 조금씩 나기 마련인데, 너무나 조용한 탓에 내
발소리가 민망해 몇 걸음 걸어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 나오고 말았다. 홀에 걸려 있는 직
접 손으로 쓴 주제별 분류 밑에는 몇 권의 책들이 걸려 있었다.



디지털 시대를 뛰어넘는 펜의 힘
저녁 6시쯤 도서관을 나설 때 도서관 앞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손에 맥주병을
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외국인이 보기엔 도서관 앞 거리에서 맥주를 마
시고 있는 것이 이상한 광경일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러시
아인들은 거리에서 산책을 하며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특히 요즘처럼 날이 따뜻해
지면 공원이나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 주로 바깥에서 시간을 보낸다. 춥고 길었던 겨
울을 이겨내고 짧은 여름을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이다. 웅장한 도서관 건물과 그들이 사랑하는 도스토옙스키의 동상, 맞은편으로는
크렘린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비춰지니, 러시아국립도서관은 산책 장소로도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립도서관에 걸리는 문구들을 아직도 직접 펜으로 써서 걸
어 놓는 러시아. 아직도 거의 모든 문서들을 컴퓨터로 처리하지 않고 펜으로 써서 처
리하는 러시아. 그래서 일 처리가 느리고, 불편할 때도 많지만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
로그를 쉽게 버리지 않는 러시아인들을 이해하게 되면 기꺼이 불편쯤은 감수하게
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위대한 작가를 배출한 나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책을 손에
서 놓지 않는 나라, 그런 러시아의 국립도서관에 마침내 가볼 수 있게 기회를 준 <학
교도서관저널>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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