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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가는 문화는 초롱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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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18:04 조회 9,15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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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부터 작은 도서관이 필요했다
작은 도서관이 지역 곳곳에 생겨나면서 마을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웃한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모임도 갖고.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적 요구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어린이 도서관’, ‘작은 도서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999년, 당시 충북도립도서관이 유일한 도서관이었던 청주에 초롱이네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1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편하게 오가며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또한 어린이책 공부 모임이 있어서 책을 추천하거나 행사를 기획하려 해도 주위에 책을 보거나 빌릴 수 있는 곳이 없었고, 꾸준히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도 없었어요.” 오혜자 관장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모든 엄마의 바람을 담아 도서관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살고 있는 집에서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 이듬해에 지금의 공간으로 옮겼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이웃을 향한 배려, 함께 나누며 만들어 가는 문화
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도서관의 문을 연 것이다. 초롱이네 도서관이 열어나간 길 따라 작은 도서관에 걸맞은 활동들이 펼쳐지고, 시나브로 마을 곳곳에 작은 도서관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의 눈으로 실천하다
초롱이네 도서관에는 늘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전국 곳곳의 도서관에서 꾸준히 견학을 오고 있단다. 10년이 넘은 작은 도서관이라서 찾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무언가 변치 않는 특별함이 있다는 것인데, 숨겨진 보물을 찾듯, 도서관에 머물며 찾아보기로 했다.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 한 아이가 즐겨보는 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만나는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서관으로 들어선다. 아이는 먼저 온 아이들과 어울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거워한다. 아이 뒤를 따라 들어온 어머니는 “이사를 갔지만, 아이가 계속 이곳에 오고 싶다고 졸라서 데려왔다.”라고 말했다. 이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여러 어머니 사이에서 “이사 간 아이들도, 이곳에서 지내다가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들도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온다.”라는 말이 흘렀다.

도대체 무엇이 아이들을, 어머니들을 초롱이네 도서관으로 이끄는가? 통나무로 이루어진 독특한 외관? 한 번쯤 들러 볼만 하지만 외관 때문에 꾸준히 오고갈 리 없지 않은가. 1층 열람실, 2층은 동아리방,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장식 등 내부 구조? 여느 어린이 도서관과 다를 바 없으니 이것도 아닌 듯하다. 아이들에게 들어보기로 했다. 초롱이네 도서관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누워서 태연하게 책을 읽고 있던 4학년 승민이, 다가가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 책에 빠져 있었다. 말을 건넸더니 쑥스러운 듯 얼굴을 가린다. 승민이는 날마다 엄마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으러 온다는데, “이곳은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느릿느릿 말했다.

한쪽 구석, 책장과 벽 사이의 간격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책을 읽고 있던 4학년 지영이, 3학년 민지, 1학년 인성이. 알고 보니 4남매이고 늘 함께 온다는데 오늘은 한 명이 학원에 가느라 빠졌단다. 지영이는 “재밌는 책이 많아서”, 민지는 “인형을 갖고 놀 수 있으니까”, 인성이는 머뭇거리며 웃다가 “그냥 좋아서”라고 이곳이 좋은 이유를 밝혔다. 도서관의 한쪽에서 안정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던 3학년 산하, 사서 선생님 얘기로는 날마다 도서관을 찾는 단다. 수줍어하며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차근차근 말을이었는데, “다른 도서관에 비해 재밌는 책이 많고, 책을 많이 빌려갈 수 있어서 좋아요. 또 동생들이 올 때마다 책도 읽어주고, 동생들이 책을 안 읽으면 인형을 꺼내줄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더했다.

아이들의 말과 표정에 묻어 있는 진심이 넌지시 답을 안겼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건네고, 아이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뻔한 생각, 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생각을 초롱이네 도서관은 펼쳐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에 서 어른까지 나눔과 어울림의 공간으로
아이들의 즐거움이 부모들의 미소로 번진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더 큰 기쁨을 위해 아이들을 위한 모임을 갖는다. 어른들의 보람이 아이들을 웃게 한다. 언제부턴가 모둠활동은 모두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렇게 어른과 아이, 어른과 어른, 아이와 아이의 어울림이 커간다. 지역의 공동체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간, 초롱이네 도서관의 또 다른 특별함이다.

초롱이네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모둠활동이 진행된다. 이야기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시간’, 엄마들이 그림책 읽어주고 놀이도 하는 ‘그림책과 놀아요 모임’, 나무를 깎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목공예 모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어른들도 함께 책을 읽는 ‘청주동화읽는어른모임’, 어른들이 전통놀이를 배우는 ‘전래놀이 모임’, 동화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화연구모임 시-소’, ‘어린이독서교실’, ‘작가초대’, ‘원화전시’, ‘이야기여행’, 어른과 아이가 동화 속 주인공으로 변장해 함께 즐기는 ‘가을동화잔치’ 등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라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어린이만을 위한 도서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활동을 계획하고,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참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풀바구니(자체 제작 소식지)나 인터넷 까페(cafe.daum.net/errinee)를 통해 알리면서 도서관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또한 도서관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어떤 모임이든 도서관의 공간을 이용할 수도 있단다.

“어린이에서 청소년 그리고 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소통 장소가 필요해요. 책이 서로를 연결해 주는 것처럼 마을의 작은 도서관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갈 수 있어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직접 해보는 거예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르는 건 배워가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러한 오혜자 관장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초롱이네 도서관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지역 공동체와 함께 나누는 활동
마을의 작은 도서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초롱이네 도서관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오혜자 관장은 “도서관을 시작하고 7~8년 동안은 작은 도서관이 무엇이고, 어떤 활동들을 펼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알아가고, 여러 실험을 통해 훈련해 가는 시기였어요. 이후 3~4년 전부터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이 지역에서 작은 도서관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활동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초롱이네 이야기선생님활동’과 ‘책문화활동’을 소개했다. 이야기선생님활동은 어머니선생님들이 도서관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소외층 어린이들에게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고, 책문화활동은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알맞은 책을 권해 주거나 어린이책과 관련된 문화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는 어린이 책을 매개로 지역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책문화활동가’ 모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런 활동은 꾸준히 진행된다고 하는데, 특히 책문화활동가들은 최근 몇 달 매우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5월과 6월에는 괴산 솔뫼마을 솔멩이도서관, 우암초등학교, 청주사회복지관, 증평 도담도담작은도서관 등에서 어린이들에게 공연을 했고 7월에는 초롱이네 도서관 여름 이야기캠프를 진행했다. 책문화활동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초롱이네 도서관은 아름다운 재단의 ‘2010 마을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지원받은 기금으로 시골에 있어 문화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학교나 시설, 마을을 찾아다니며 책문화활동을 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문화활동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더욱 커져 활동가들을 찾는 곳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책문화활동가들은 인기 관리가 필요하겠다.

이러한 활동을 펼쳐 가는데 있어 중요한 가치가 있다.
단기간만 하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꾸준히 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 지속성을 가져야만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널리 고르게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활동가는 되도록 오래도록 활동할 수 있는 이지역 사람 위주로 구성되었고, 활동도 도움을 주는 활동가가 부담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내용을 꾸미도록 한단다.



학교도서관을 돕다
도서관 선생님들은 항상 도서관에 상주해야 하고, 아이들에 대해서도 도서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담당 교사가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어려움, 업무의 과중 등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작은 도서관들이 학교도서관의 어려운 현실을 헤아리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작은 도서관은 학교도서관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는 오혜자 관장의 말처럼 초롱이네도서관도 학교도서관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결손 가정이 많은 학교에 찾아가 작은 극장을 열었고, 지역의 학교도서관에서 책읽어주기 활동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오 관장은 “앞으로 책문화활동가들이 학교 선생님들과 협력해서 학교 축제나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학교도서관이 지역의 자원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에요. 또한 학교도서관에서 모이는 학부모들이 서로 견학을 가거나 교류할 수 있도록 도우며, 시골학교 어머니들의 책읽기에 대한 부족함을 교류를 통해 채워가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에요.”라고 밝혔다.

작은 도서관은 아이들과 학교를 위해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데, 일부 학교의 선생님들은 규모가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에서 왔다며 이런 활동을 쉽게 생각하고 꺼리는 경우가 있어서 서운하다는 어느 학부모의 이야기는 씁쓸함을 남겼다. 하지만 처음에 시큰둥하던 선생들도 아이들의 호응이 좋은 것을 보고 고마워했다는 다음 말에서 희망을 읽었다.

작 은 도서관은 크다
초롱이네 도서관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민간 작은 도서관’이다. 운영위는 도서관 활동을 하는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고 매해 바뀐다. 스스로 그리고 함께 만들어 가는 구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는 운영비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되도록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도서관에서 필요한 것은 내부에서 마련하려고 노력해요. 스스로 필요한 것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못하는 것이에요. 뭘 하는 지도 모르면서 지원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되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야 역량도 더 커지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것이죠.”라는 오혜자 관장의 생각이 초롱이네 도서관을 크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작은 도서관의 가능성과 상상은 숨어 있는 공간이다. 공간을 채우는 건 작은 도서관의 촘촘한 발걸음이다. 날숨으로 배려를 들숨으로 보람을, 호흡에 맞춰 보폭을 일정하게 하며 꾸준히 걷는다. 걸어온 거리만큼 도서관은 넓어진다. 그래서 초롱이네 도서관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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