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 공사 현장의 사서교사가 '감리자'가 돼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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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의 사서교사가
'감리자'가 돼야 하는 이유
도면이 완성되고 공사가 시작되면, 이제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 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공사 현장은 도면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콘센트 위치가 바뀌고, 조명 밝기가 달라지고, 심지어 우리 학교 현장에서 다른 기관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서교사가 매일 현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도서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예윤 서울 사대부고 사서교사
하루라도 눈을 떼면 안 되는 이유
공사가 시작된 후 나는 방학 내내 학교에 출근했다. 텅 빈 학교에서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업체와 소통했다. 매일 찾아오는 사서교사를 시공팀이 마냥 반겼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긴장감이 중요했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이 작업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웠다. 사서교사의 눈은 감리사의 그것과는 다르다. 건축 기준이 아니라 학생들의 이용 패턴과 수업 장면을 기준으로 공간을 읽는 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방학 중에도 자율학습을 위해 학교에 나온 학생들이 있었다. 도서관 공사 소리가 시끄럽다며 불평을 하던 아이들이, 매일 출근하는 나를 마주치면 표정이 달라졌다.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선생님, 괜찮으세

요?”라고 물어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참으면 정말 멋진 도서관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이들도 함께 “화이팅!”을 외쳐 주었다. 그 짧은 응원이, 방학 내내 혼자 현장을 지키던 나에게 꽤 큰 힘이 되었다. 그러다 일주일 정도 개인 사정으로 현장을 찾지 못한 적이 있었다. 다시 출근해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 뭔가 이상했다.
우리 학교 현장에 다른 기관 작업이? 일주일 만에 찾은 도서관에는 낯선 자재와 작업 흔적이 남 아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 학교 공사와는 관계없는 물건들이었다. 업체가 우리 학교 공사 현장을 다른 기관의 작업 공간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당하고 당 혹스러웠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바로 행정실에 상황을 알렸다. 행정실이 나서서 업체에 강 하게 항의했고, 공식 사과와 함께 청소함을 서비스로 받았 다. 작은 보상이었지만, 문제를 혼자 떠안지 않고 공식 채 널을 통해 해결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중에 돌아보니, 그 일주일의 공백이 얼마나 큰 틈이 될 수 있는지를 몸으 로 배운 사건이었다. 현장에 ‘눈’이 없으면, 현장은 제멋대로 흘러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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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현장 콘센트 하나, 조명 하나가 공간을 바꾼다
현장 모니터링에서 발견한 문제들은 크고 작았다. 그중 콘센트 위치 변경은 작은 요청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었다. 창가 매트 공간에 학생들이 앉아 충전할 수 있도록, 일반 콘센트 대신 USB 포트가 함께 달린 멀티 콘센트로 변경을 요청했다. 가격이 다소 높았지만,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꽂아 두고 편안하게 책을 읽는 장면을 상상하면 충분히 값어치가 있었다. 사소해 보이는 결정 하나가 학생들이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을 바꾼다는 것을, 현장에서 거듭 확인했다. 조명 문제는 처음부터 챙기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공사 초기에 예산을 아끼기 위해 기존 조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그 조명이 주황빛 카페 분위기의 간접 조명이었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조도가 턱없이 낮았다. 학교보건법 시행 규칙상 학교 시설의 인공조명 기준은 300럭스(lux) 이상이며, 도서관 열

람실처럼 장시간 독서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그보다 높은 조도가 권장된다. 학생들도 나도 눈이 아팠고, 핵심은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의 문제였다. 결국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공사 마지막 단계에 조명 작업을 진행했다. 행정실 담당 선생님이 예산 조정과 업체 협의에 발 벗고 나서 주셨다. 그 도움이 없었다면 쉽게 해결되지 않았을 일이었다. 공사 과정에서 행정실과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 하나가 다시 한번 가르쳐 주었다.
외부 현장 외벽 철거로, 안과 밖이 동시에 바뀌다

도서관 내부 공사와 함께 외벽 철거도 진행되었다. 눈 쌓인 겨울 교정에 굴착기가 들어와 벽체를 부수는 광경은 낯설고도 장엄했다. 도서관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구나,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안에서는 새로운 공간이 형태를 갖춰 가고, 밖에서는 오래된 외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 동시성에 묘하게 설레었다. 이 모든 소란이 끝나면 어떤 공간이 나타날지, 혼자 상상하며 추운 교정을 걸어 내려온 날들이 있었다.
도면은 의도를 담고, 시공은 현실을 만들고, 감리는 그 사이의 간극을 메 운다. 전문 감리사가 있다면 더없이 좋 겠지만, 학교도서관 공사에서 도서관 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사서교사다. 콘센트 하나의 위치가 수업을 바꾸고, 조명 하나의 밝기가 공간의 쓰임을 결 정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 불편하고 번거롭 더라도, 그것이 사서교사의 자리였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킨 시간들이 쌓여, 도서관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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