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독자 투고: 우리 도서관은 지금] K-BOOK DEMON H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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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OK DEMON HUNTERS
"책 속 악마(난관)를 사냥(해결)하라!"
“오늘 우리가 사냥할 악마는‘ 집착’이에요!” 우리 학교에선 요즘 독서 열정으로 가득한‘ 헌터들’의 사냥전이 한창이다. 이 사냥전의 정식 이름은 바로‘ K-BOOK DEMON HUNTERS(케이북 데몬 헌터스: 책 속 악마를 사냥하라!)’.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관을 차용해, 책 속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악마(데몬)’로 정의하고, 이를‘ 사냥(비판적 읽기)’하는 독서활동이다.
남설화 수원 세류중 사서교사
책 속‘ 빌런’을 찾아 나선 헌터들
세류중학교에서는 12월 말,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도서부도 참여할 예정인데, 남학생 5명이 모여 ‘도서보이즈’라는 이름으로 소다 팝 무대를 꾸미자는 제안이 나와 웃음이 터 졌다.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 터스>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독서 프로그램으로 흥미롭게 연결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지난달 고전문학을 주제 로 진행한 독서 프로그램에서 『젊은 베르테 르의 슬픔』을 읽은 한 학생이 “사실 베르테 르가 빌런이에요.”하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 다. 당시 그 옆에 있던 학생은 “『어린 왕자』 에서는 장미가 어린 왕자한테 가스라이팅 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학생들의 말들이 아이디어의 씨앗이 되었다. ‘책 속에서 빌런 또는 악마를 찾아 헌터가 되어 물리치는 활 동’을 구상한 계기가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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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팀 결성 후 책 읽기
프로그램은 도서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에 운영되었다. 세류중 도서부는 매주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모이는데, 단체 대화방을 통해 활동 내용을 안내하고, 읽었던 책 중에서 미리 ‘사냥할 책’을 생각해 오도록 했다. 학생들은 개인 또는 2∼3명씩 팀을 이뤄 참여해 ‘헌터 팀’을 결성하고, 각자가 읽었던 책 한 권을 ‘사냥할 대상’으로 정했다. 학생들에게 “최근에 다 같이 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데몬(악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뭐야?” 물었더니 학생들은 “집착이요.” “광적인 사랑이요.” “욕심이요.”라고 답했다.

이야기 속 ‘난관(데몬)’ 찾아보기
학생들은 활동의 핵심을 단번에 이해했고 자신이 사냥하고 싶은 책과 ‘그 속의 데몬’을 자연스럽게 정해 나갔다. 이렇게 『어린 왕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회색 인간』,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등 고전과 현대문학이 고루 포함된 ‘헌터북’ 목록이 마련되었다. 읽은 책 속에서 등장인물의 갈등, 사회문제,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탐색한 뒤, 그것을 ‘악마(데몬)’로 명명했다.
헌터스 활동 방법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안내했다. 첫째, 최근에 읽은 책 중 인물의 말과 행동, 사건 속에서 불편하거나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악마(데몬)’로 명명하도록 지도했다. 둘 째, 발견한 데몬이 출현한 원인과 해결 방안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사고를 확장했다. 셋째, ‘이 악마를 어떻게 물리칠까?’라는 주제로 헌터 리포트를 작성하도록 했다. 리포트는 글, 그림 등 자유롭게 표현하게했다. 악마를 책 속 배경이 아닌 현실에서 물리칠 방법을 고민해 보도록 조언했다. 넷째, ‘데몬 토론전’을 열어 서로의 데몬과 사냥 방법을 발표하며 다른 팀의 관점과 전략을 공유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k-pop 세계관을 독서 교육에 접목하니 참여도가 높았다. 이야기 속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실천한 결과물 중 가장 인 상적인 헌터 리포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 픔』을 주제도서로 삼은 팀이었다. 학생들은 베르테르의 감정적이고 집착적인 면을 상담 을 통해 조언하고, 불륜을 향한 사랑은 탐욕 으로 본 뒤 “현대라면 스토킹이 될 수 있다” 며 신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독후활동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공 감의 힘을 기르는 독서 경험으로 확장되었 다. 책에서 발견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 은 “책을 읽는다는 건 세상을 다르게 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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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상상과 사유의 놀이터
이번 활동은 비판적 읽기와 공감의 교육이었다. 책 속 문제를 악마로 상징화하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문제 인식 → 원인 분석 → 해결 제안’ 과정을 거치며 사고력을 키웠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협동심과 소통 능력 또한 향상되었다. 우리 학교도서관 ‘버드내꿈터’는 매년 학생 눈높이에 맞춘 창의적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KBOOK DEMON HUNTERS’는 그중에서도 가장 활기찬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책 속 세상을 탐험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키우는 생생한 독서활동의 장이 되었다. “책 속의 악마를 사냥하라!” 구호는 이벤트 문장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이 두려움·무관심·편견을 이겨 내며 스스로 성장해 가는 여정을 상징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자기 안의 ‘작은 헌터’를 깨우는 공간으로 자리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