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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서 ON, 다시 여는 성교육] 엄마의 월경, 아이에게 숨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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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12-03 11:18 조회 1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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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월경, 

아이에게 숨길까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강연에서 듣는 고민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는 성교육을 하기가 어려워요.” 특히‘, 샤워 후 옷을 언제 입어야 하는지’와‘ 엄마의 월경’은 늘 등장하는 논쟁 주제입니다.

서현주 성교육 활동가, 작가


 

 


벗은 몸은 '야한 몸'일까?

“엄마, 같이 목욕해요.” 유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른이 책임지고 씻겨야하기 때문에, 옷을 입고 아이를 씻기다가도 금세 옷이 젖어 버려서 옷을 벗은 뒤 함께 씻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몸을 닦을 수 있게되면 그런 일은 점차 사라지죠. 이즈음 많은 양육자가 고민에 빠집니다. 가족 간에 ‘벗은 몸을 서로 공개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게다가 한국인의 특성인 이분법적 사고까지 튀어나옵니다. ‘공개한다 vs 공개하지 않는다’ 둘 중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어느 쪽을 답으로 선택하든 다른 한쪽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벗은 몸을 대놓고 보여 준다고?’ ‘굳이 욕실에서 꽁꽁 숨기고 나온다고?’ 저에게 물으신다면 둘 다 괜찮다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샤워 후 거실에 나와 다른 활동을 할 때까지 계속 나체로 있다면 그건 매너가 아닐 테지요. 반대로 자연스러운 상황에 몸을 보게 된다고 해도 큰일이 나지 않습니다. 해외에는 가족탕이나 누드 비치도 있듯이 ‘몸은 그냥 몸’입니다. 이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인 것입니다. 오히려 주변에 있는 자연스러운 몸을 전혀 보지 못한 어린이가 몸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디어에 등장한 ‘편집된 몸’만 보고 자란 어린이는 그런 몸이 정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자연스러운 상황이어도 부모 몸을 보여 주기는 꺼려져요. 저는 부끄러워서요.” 싶은 분들을 위한 책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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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생겼지?』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지음│앙케 쿨 그림│

전은경 옮김│위즈덤하우스│2024 



나는 왜 이렇게 생겼지?』는 털, 성기, 알몸, 체형, 멋진 외모 등 몸에 관한 50개 키워드에 유머러스한 그림과 설명을 곁들인 독일의 성교육책입니다. 누구나 자기 몸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양서예요. 이 책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을 꼽자면, 몸의 변화를 그려낸 장면입니다. 갓난아기부터 유아, 어린이, 청소년, 청년, 장년, 노인까지 생애주기별로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쭉 표현한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이 몸들은 모두 발가벗은 채 독자를 바라보고 있죠. 피부는 나이가 들수록 쭈글쭈글해지고 가슴과 성기 모습도 변합니다. 머리카락과 음모도 함께 늙어 가고요. 그동안 한국에서는 몸에 관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을뿐더러, 성교육을 얘기할 때도 대개 외부 성기 대신 성기의 내부 모습을 어렴풋이 보여 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모두 몸을 가지고 있어도 몸에 관해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어요. 자연스럽게 가족의 몸을 볼 기회가 없었다면 소개한 도서를 활용해 가정에서 꼭 ‘몸 교육’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벗은 몸은 야한 것’이라는 잘못된 시각을 가지기 전에 말입니다.



엄마의 월경은 왜 목격된 적 없을까?

집에서 절대 몸을 보여 줄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엄마의 월경도 꽁꽁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경이 무엇인지, 언제 하는지, 여성들은 월경을 어떻게 겪는지를요. 인구의 절반이, 몇십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며칠 동안 24시간 내내 피를 흘리는 그것. ‘마법, 그날, 매직, 대자연’ 등 다양한 별명이 있어서 제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를 그것 말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엄마의 월경을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경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지 몰랐습니다. 그나마 언니가 있는 친구들이 “여자들은 크면 생리를 해서 피가 나는데, 엄청 귀찮고 불편하대.” 하고 말해준 것이 월경 지식의 전부였죠. 그러다 보니 초경을 시작했을 때 죽을병에 걸린 줄 알고 잠 못 자고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빨간 피가 아니라 갈색 혈이 나온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거든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저희 엄마가 얼마나 철저하고 부지런한 분이셨는지 깨달았습니다. 덜렁대는 저는 자다가 생리혈을 이불에 흘릴 때가 있었고, 통에 담가 놓은 면 생리대와 사용하려고 여러 번 시도해 본 생리컵을 아이들에게 목격당한(?) 적이 종종 있었거든요. “아기가 아닌데 엄마도 기저귀를 해요?” 아이가 어릴 때는 자신이 찼던 기저귀에 생리대를 빗대어 얘기하는데, 그 순수함에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아기에게 발각된 많은 어머니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테지요. 저는 아기들의 팬티 기저귀와 크기만 다르고 기능은 흡사한 ‘입는 생리대’를 보며 말했습니다. “그렇지. 기저귀랑 비슷한 거지. 엄마는 한달에 한 번 정도 며칠 동안 피를 흘리거든.”


생리하는 여자를 왜곡해온 미디어들

몇 년 전쯤, 해외의 한 광고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생리대 광고에 처음으로 피와 비슷한 빨간색 액체가 흡수되는 장면을 삽입한 것입니다. 이전의 생리대 광고는 흡수력을 강조할 때 파란색 액체를 활용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광고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연하다고만 여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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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광고를 접했던 그 무렵 알았습니다. 한 번도 여성의 생리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남성들은 정말로 생리혈이 파란색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구나. 미디어가 성인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느낀 지점이었습니다. 국내의 생리대 광고는 아름다운 여성 연예인이 선녀 날개옷 같은 하늘하늘한 의상이나 생리 때 절대 입을 수 없는 흰색 스키니진을 입고 활짝 웃으며 마음껏 활동하는 모습이 대표 이미지였습니다. 실제 어떤가요. 생리 시작 전부터 몸이 찌뿌둥한 것이 기분이 좋지 않고 가슴에 붓기도 느껴집니다. 안 먹던 단 음식이나 자극적인 요리가 당깁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꽤 불쾌한 며칠을 보내다 드디어 생리가 ‘터지면’ 피의 나날들이 시작됩니다. 허리가 뻐근하고 아랫배도 싸르르한 것은 진통제로 해결되지만, 진짜 문제는 계속해서 흐르는 ‘피의 뒤처리’입니다. 아무리 날개 달린 생리대가 흡수력이 좋아도 피의 양이 많고 자주 화장실에 갈 수 없을 땐 참 불편하거든요. 오늘도 어떤 여성들은 하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기 힘든 ‘그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해 주는 도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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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s’ Talk 걸스 토크』 책의 부제는 ‘사춘기라면서 정작 말해 주지 않는 것들’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말합니다. “나는 가르쳐 줄 것이 있는 게 아니야. 나는 그저 말하고 싶어. 나의 몸이 왜 그런 건지 말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외로운 소녀들에겐 위로와 즐거움이 되리라 믿어.” 1장은 작가가 겪은 2차 성징 이야기로 열어 갑니다. 재미난 그림일기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내용이 모두 작가의 실제 이야기로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외모, 성기, 생리, 성, 마음까지 우리도 자라면서 떠올렸던 주제를 편하게 말

해 줍니다. 여성에게는 공감대를, 남성에게는 여성에 대한 이해를 선물해 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피 묻은 생리대가 그려진 부분입니다. 여태껏 그 어떤 교육 자료에서도 실제와 같은 모습의 생리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불결하기에 숨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배설과 월경은 다릅니다. 여성의 월경은 생명 탄생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몸은 난자를 배출시켜 번식할 준비를 하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리를 하는 과정을 ‘타고났으니’ 마냥 불결하다고 할 순 없죠. 인생에서 임신이라는 특별한 이벤트는 고작 몇 번이니까 우리와 더 가까이 있는 월경에게 더 친숙함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임신은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며 계획할 수 있다.”

-『국제 성교육 가이드』 8.1 임신, 임신 예방 학습목표 중에서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 임신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은 월경 과정 안에 임신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임신은 숭고하고 순결한 것으로 여기고, 월경은 우리가 모른 척해야 하는 더러운 것으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다 작가는 PMS(생리 전 증후군)도 언급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은 저희 아이가 말하더군요. “엄마도 PMS가 있어요? 책에서 보니까 여자들은 생리하기 전에 초콜릿이나 떡볶이가 막 먹고 싶다던데, 엄마도 그래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다음에 엄마가 먹고 싶은 떡볶이를 사줄게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스토리텔링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아이가 다 자라서 딱딱한 문장으로 PMS를 배웠다면 무심결에 지나칠 수도 있고, 실제 PMS를 말하는 여성을 만났다면 저 사람이 예민해서 저런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른이 민망해서 겁먹는 주제가 있다면 책에게 역할을 대신하게 해 보세요. 아이들이 아직 순수할 때, 세상을 배워 갈 때 좋은 성교육 책이 옆에 있다면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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