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보건X독서 골든벨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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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X독서 골든벨이 열렸다!
교과교사와의 협력형 문해력 향상 프로젝트
변진경 전북 군산고 사서교사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또 인사드립니다(편집자 주:필자는 2025년 6월호 같은 연재 꼭지에 「나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진로 문해력 수업」이라는 글을 쓴 바 있다). 그땐 따뜻한 봄이었는데, 지금은 패딩을 입고 다니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또 한 해가 가는구나, 하며 문득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고민이 듭니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떤 도서관 행사를 해야,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는 느낌이 날까?’ 작년 이맘때쯤,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서관은 여느 때보다 분주했습니다. 곧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였지만, 아이들의 열정은 여전히 여름처럼 뜨거웠거든요. 그런 아이들을 위해, 조금 색다른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도서관이 보건실과 손을 잡은 특별한 독서 행사, 바로 보건×독서 골든벨입니다. 지난 글에서 ‘진로를 접목한 문해력 수업’을 주제로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에선 ‘협업을 통한 문해력의 확장’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봄부터 여름까지의 문해력 수업이 한 사람의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이었다면, 가을부터 겨울까지의 문해력 수업은 제게 함께 읽고 생각하며 성장하는 여정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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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편 보건·독서 동아리의 의기투합
보건선생님과 저는 학생들을 위해 어떤 행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행사보다는 학생들이 읽고, 이해하고, 생각을 나누는 힘, 즉 ‘문해력’을 기르는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떠올린 것이 보건×독서 골든벨이었습니다. 문해력의 본질인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통로가 될 수 있으리라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책 내용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생각을 나누는 활동은 문해력 교육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특히 ‘골든벨’ 형식은 학생들이 경쟁 속에서도 서로의 생각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텍스트를 분석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과 비문학을 결합한 보건×독서 골든벨로 문해력을 즐겁게 쌓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문학·비문학 도서 읽고 퀴즈 만들기
행사는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3학년 학생들은 수능 준비로 바빴기에, 도서관 문은 후배들에게 활짝 열어 두었습니다. 골든벨 기획자는 바로 보건동아리와 독서동아리였습니다. 도서관과 보건실이 협업하고, 두 동아리가 주체가 되어 행사를 설계한 것이죠. 아이들은 골든벨 출제 문제에 바탕이 되는 책을 문학과 비문학 범주로 나누었습니다.
독서동아리는 문학작품(픽션)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아몬드』(손원평),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꽃님)를 맡아 감정·상징·인물 이해 중심의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보건동아리는 비문학 작품(논픽션)인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돌봄의 언어』(크리스티 왓슨), 『생명을 살리는 직업 Ⅱ』(박민규) 등을 바탕으로 정보·개념 중심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족보 배포하기
이렇게 완성된 두 개의 ‘족보’는 사전에 행사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학생들에게 일주일 전쯤 배부했습니다. 참가를 신청한 학생들은 족보를 공부하며 “꼭 골든벨을 울리겠다!”라는 각오로 준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이 족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정리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건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 부분은 다른 책에서도 본 적 있어요.” 같은 말들이 도서실에서 자주 들려왔습니다. 공부하는 아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하며, 행사 진행이 매우 기다려졌습니다.

실행편 ‘퀴즈앤(QuizN)’ 즐기기
행사 당일, 도서실은 마치 작은 방송국처럼 분주했습니다. 학생들은 각자 휴대폰으로 ‘퀴즈앤 (QuizN)’ 사이트에 접속하여 실시간으로 문제를 풀었고, 스크린에는 문제를 가장 많이 맞힌 순서대로 순위가 실시간으로 표시되었습니다. 문항을 제시할 때에는 문학과 비문학 작품이 번갈아 등장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문학 영역에서는 이런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위 문제는 『생명을 살리는 직업 Ⅱ』의 일부를 읽고 풀 수 있는 문제이지요.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제시된 문장에서 핵심 정보를 정확히 읽어 내야만 답할 수 있었습니다. 문학 영역의 문제를 만들 때에도 학생들이 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문제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 사례로 연결해야 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정답을 찾기까지 꽤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또한, 문학 작품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등장하는 매니저의 이름을 순서대로 바르게 연결한 것을 고르는 문제도 학생들이 꽤 고전했습니다.



학생들의 문해력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문해력, 함께 자라는 힘
보건×독서 골든벨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읽고, 생각하고, 문제를 풀며 웃었던 그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읽기와 이해, 추론과 표현이 연결된 ‘진짜 문해력을 향상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도서관은 이제 더 이상 ‘조용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영역과 손잡을 때, 도서관은 살아 있는 학습의 장이 되고, 문해력은 책 너머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힘이 됩니다. 보건실과 도서관의 작은 협업이 만들어 낸 큰 울림, 그것이 제가 경험한 가장 따뜻한 문해력의 현장이었습니다. 함께 읽고, 함께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힘. 그것이 우리가 길러야 할 진짜 문해력이 아닐까요? 질문을 던지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선생님들께 부디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