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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눈 맞추는 성교육 Q&A] 남학생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 자료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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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5-08 16:56 조회 6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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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학생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 자료는 뭘까요?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중 한 녀석은 세상에 나올 당시 2.5kg의 체구로 태어나 목욕을 시킬 때 등뼈가 도드라져서 어른들에게 안쓰러움을 샀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아기 띠에 넣고 아기를 키우는 지인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육아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서로의 아기를 안다가 놀랐습니다. 여자 아기를 안아 본 적은 처음이었는데, 훨씬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이었어요.

서현주 전 초등 교사, 폭력예방교육 전문 강사



 

엄마에게 팔씨름 도전장을 내민 아들

여자 아기의 엄마 반응도 그랬죠. “작은데 생각보다 단단하네. 남자 아기는 이런 느낌이구나.힘도 센 것 같아.” 이후, 무럭무럭 자라난 제 아이가 유치원에서 씨름을 배워서 제게 시합을 요구했습니다. 키도 작고 허리춤도 한 줌이라 안다리를 걸어 이불 위에 세게 눕혀 주었습니다. 지는 느낌이 분했던지 그 이후로도 손바닥 밀치기, 팔씨름 등을 하자고 졸라댔습니다. 아이는 한 번도 엄마를 이긴 적이 없기에 엄마는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 여긴 것 같았어요. 시간이 흘러 아이는 초등 고학년이 되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사춘기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날도 팔씨름 도전장을 내밀더군요. 평소에 운동을 가까이하며 살고, 팔씨름에서는 자신 있던 저는 웃으며 소매를 걷어 붙었습니다. 몇 달 만에 잡아본 손아귀 힘이 제법 세졌다는 것을 느꼈지만, 제 손등이 10초 안에 바닥에 먼저 닿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럴 수가, 우리 집 초딩에게 지다니.’ 그때 교사 선배들께 들었던 말씀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어요. ‘성인 여자라도 5학년부터는 남자애들을 힘으론 이길 수 없어. 그러니까 눈빛이나 다른 것으로 제압해야지.’ 갑작스러운 패배에 당황한 나머지 이번에는 제 쪽에서 시합을 요구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불리한 것은 저였습니다. 놀란 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 장난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힘을 주시라고요.” “최선 다한 거 맞거든. 패배가 쓰니까 말 걸지 말아 줄래.” 아이는 자신이 넘을 수 없는 산이라고 생각했던 존재를 이긴 기쁨보다 당황스러움이 더 큰 듯했습니다. 저는 그날부터 세뇌 교육에 들어갔어요. “학교에서 절대 여자 친구들에게 힘쓰지 마라, 너보다 어리거나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 함부로 하면 안 돼, 엄마는 너보다 이제 약하니까 장난으로라도 세게 밀거나 하지 말아 줘.” 집안에서는 엄마가 막강한 권위를 가지지만, 신체적 차이에서는 초등 고학년 아들이 앞서 나가기 시작하는 이때, 성교육의 중요한 방점을 찍을 시기임을 체감했습니다. 앞으로 호르몬의 변화가 급격해지고 힘도 더 세질 일만 남았으니까요.


여자아이와 논다고 '놀리는' 남자아이들
아이가 학교 일에 관해 고민을 털어놨을 때도 성교육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엄마, 사귀는 게 뭐예요? A가 자꾸 저랑 B랑 사귄다고 놀려요. 그냥 얘기만 한 건데.” 아이는 B라는 여자 아이와 책과 수업 이야기를 잘 나누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B는 친구도 많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쾌활한 친구라고 했어요. “사귄다는 거는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제일 친하게 지내기로 하는 거지.” “B와 그런 사이가 아닌데요. 저는 걔 말고도 잘 지내는 친구들이 많아요.” “생각해 보니 A가 질투해서 그럴 수도 있어. 자기가 B를 좋아하는데 말은 못 걸고 그러니까 대화를 잘하는 네가 부러운 거지.” “설마요.” 이 에피소드에 대한 어른들의 생각은 대개 저와 비슷하실 겁니다. 그 후로도 A의 놀림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A 때문에 제법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가 딱하기도 했어요. “오늘도 그랬어? 너무 괴로우면 엄마
 

 가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려 볼까?”

“아니에요. 하지 말라고 얘기했고

또 그러면 선생님께 직접 말씀 드

릴게요.” 그즈음 아이의 알림장에

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누구

랑 사귄다, 좋아한다 놀리는 말

금지. 언어 폭력이 될 수 있음.’ 그

이후로 A가 성가시게 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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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 소년들은 소녀들을 미워할까?
한편으론 A도 딱했습니다. 여자아이들과 친구로 잘 지낼 수 있을 텐데 관심을 끌기 위해 누구랑 사귄다고 소문내는 것이 최선이었을까요? A에겐 남자란 친구, 여자란 사귀거나 안 사귀는 사이로 보는 편견이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제 아이들이 좀더 크면 꼭 함께 보고 싶은 콘텐츠가 생겼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에서 에디 밀러는 영국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입니다. 아내, 딸, 13살 아들 제이미와 사는 그는 집에 들이닥친 경찰에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경찰은 제이미가 동급생 케이티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다고 주장하지만, 아들이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제이미를 믿어 보려합니다. 화목한 가정에 범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이 드라마는 4부작으로, 첫 화부터 반전은 없을 거라 쐐기를 박습니다. 제이미와 아버지가 경찰서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제이미가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심리극에 가까운 이 작품은 제이미가 어쩌다 살인을 저질렀는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 섬세하게 전개합니다. 2화에선 제이미의 학교생활을 추적하지만 별 소득이 없어 허탈한 경찰의 시선을, 3화에선 제이미의 심리상담을 맡은 여성학자와 제이미의 숨 막히는 대화를, 4화에선 집에 남겨진 가족의 그늘을 그립니다. 다양한 장소의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과도 연결되죠. 친구, 학교, 부모, SNS, 경찰, 언론 모두가 사실은 조금씩 제이미를 자극했습니다. 그중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인셀(Involuntary Celibate, 비자발적 금욕주의자의 약자로, 성적 파트너를 얻고 싶으나 얻지 못하는 남성들을 지칭)이에요. 제이미는 보수적인 남성성을 바탕으로 본인이 인셀 취급을 받은 데 분노를 드러냅니다. 이는 아버지 역할을 맡은 스티븐 그레이엄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출발점이었습니다. ‘요즘 소년들이 왜 여자아이들을 미워하는가, 칼부림 사건은 왜 일어나는가’ 하는 그의 물음을 좇으며 작품을 곱씹으면, 제이미의 범행 원인이 온라인 혐오문화에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자애들은 다 저래’식 사고에서 해방을!
<소년의 시간>을 청소년, 어른과 함께 보고 토론하고 싶습니다. 청소년의 자아는 내면에서 싹 튼 것 같지만 외부 영향도 크게 받는다는 것, 나쁜 건 더 빨리 퍼지는 현상이 현재 미디어 특성이라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진정한 남성성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비뚤어진 남성성을 가진 사람을 본 적 있는지, 제이미가 이해 가는지 제 아이들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제이미처럼 스마트폰 영향을 많이 받는 남성 청소년들에게 추

천하고 싶은 책 『성교육이 끝나면 더 궁금한 성 이야기』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어른을 찾기보다 유튜브나 AI 검색에 손이

가는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도서입니다. 머릿속을 맴도는 성

적 질문들에 대한 답변까지 세심히 건네줍니다. 사춘기 때 한 번

쯤 상상해 보는 엉뚱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도 있습니다. 실제 청

소년들이 보낸 메시지에 대한 성교육 FAQ 모음집으로 구성했

습니다. 청소년 독자들은 나와 비슷한 나잇대 친구들이 던진 질

문에 안도감과 해방감도 느낄 것입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성 궁금증은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하고 말이죠.

질문 하나당 한 쪽씩 답을 할애하기에, 긴 글을 부담스러워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안성맞춤입니다.


그림책 『3초 다이빙』도 남성 청소년과 함께 읽었으면 합니다.

텍스트가 짧아서 유아용 책이냐 할 수 있지만 찬찬히 보면 생

각이 달라질 거예요. 주인공 남자아이는 자신을 ‘부족한 존재’

인 것처럼 묘사합니다. 달리기 1등도 아니고, 수학도 못 하고, 밥

도 많이 안 먹는다고요.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즐기고 과

격하게 행동하는 것만이 진짜 남성성을 뜻하진 않죠. 체구가 크

든 작든, 느리든 빠르든 다 남자고 친구입니다. 이처럼 남성성이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책에 나오는 수영장만큼 흠

뻑 빠져드는 깊이가 이 그림책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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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라는 압력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인식하고, 그 차이에서 오는 불리함이 존재한다는 것은 말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걱정하는 일부 남성들의 폭력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개인은 무엇을 약속하고 수행할 수 있을지 고차원적 사고를 연습해 보기를 원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남자애들은다 저래’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 다짐하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남성에 속하되, 제3자의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감각, 그것을 키워 주기 위해 어른들의 노력과 좋은 책, 좋은 콘텐츠가 오늘도 우리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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