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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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2 21:29 조회 6,251회 댓글 0건본문
나에게 일어난 일을 다 말할 거예요
아너미 베르브룩스 글·그림|지명숙 옮김|뜨인돌어린이|44쪽|2012.10.15|11,000원|모든학년|벨기에|아동 성폭력
아동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어린 새의 이야기에 빗대어 풀어낸 그림책이다. 까마귀에게 당한 어린 새의 고통와 공포, 후회와 자책, 분노와 용기 등 감정의 생생한 흐름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까마귀를 비롯한 어린 새의 가족이 모두 옷을 입고 다리 부분이 사람의 형상인 것은 성폭력이라는 잔혹하고 민감한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풀어내되 일정 부분 사건의 현실감을 살리고 감정몰입을 심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아들은 성폭력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하겠지만 붉은 바탕에 검은 크레파스로 거칠게 색칠된 커다란 까마귀와 작은 새의 대조를 통해 사건의 심각함과 비극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새의 고백이 있기 전까지 내내 아우트라인만으로 제시된 엄마·아빠 새의 모습은 생계로 인해 아이를 혼자 둘 수밖에 없는 부모의 무력함과 아이의 자학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부모의 무기력을 상징한다. 어린 새의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 있는 고백, 엄마·아빠 새의 신뢰와 사랑, 그리고 까마귀에 대한 고양이의 응징이 고통스런 상황을 벗어나는 최선의 해결책이 되었다.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해묵은 질문만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박사문 대학강사. 국문학
너는 어디로 가니
맥신 트로티어 지음|이자벨 아르스노 그림|노경실 옮김|산하|50쪽|2012.10.10|11,000원|모든학년|캐나다|이주 노동자
봄에 멕시코의 집을 떠나 캐나다의 농장에서 일을 하다 가을에 다시 돌아오는 어린 안나 가족의 삶과 일상이 담긴 그림책이다. 3인칭 서술자는 안나의 생각과 감정을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싶다는 안나의 욕망이 호소되는 부분에서 서술자의 목소리는 안나의 독백으로 대치된다. 정착에 대한 안나의 간절한 소망이 서술자의 매개 없이 직접 전달될 때 감정이입의 강도는 심화될 수 있다. 고단하고 남루한 삶의 무게는 기러기, 산토끼, 벌, 아기 고양이 등의 비유를 통한 아름다운 시적 서사와 파스텔톤의 환상적인 그림으로 인해 한결 가볍고 견딜 만한 것으로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은 무표정하거나 대개는 지그시 눈을 감은 평화로운 표정이다. 힘들게 일할 때나 값싼 물건만 파는 가게 앞에서 부끄러워 할 때도 그림은 부정적 감정의 표현을 애써 거부한다. 심지어 “오빠들은 꼭 강아지들 같아요. 자면서도 서로 으르렁거리며 물고 뜯고 하거든요.” 부분에서도 그림 속의 강아지들은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모순되고 척박한 삶의 현실을 보여주되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박사문 대학강사. 국문학
누가 누구를 먹나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글・그림|이지원 옮김|보림|36쪽|2012.10.25|15,000원|낮은학년|폴란드|생태계 순환
이게 도대체 어떤 의미지?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안다. 제 꼬리를 문 채 제목을 둘러싸고 있는 긴 뱀이 먹고 먹히는 관계를 나타낸다는 것도 금세 알아차리고 한두 쪽 읽어 주면 뒤에 이어질 내용을 미리 상상하기도 한다. 강렬한 붉은 바탕에 낯선 폴란드어로 쓰인 제목의 큰 글씨 ‘KTO KOGO ZJADA’는 어린이들의 호기심 발동에 큰 역할을 하며 단순한 선으로 마치 친구가 제 멋대로 쓱쓱 그린 듯 친근하게 그려진 그림은 동식물의 먹이사슬 관계, 생태계의 순환 관계를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책 만들기 작업에 열심인 폴란드 북 디자이너 부부의 합작품인 이 책 속표지에 그려진 여러 식물과 동물 787 개체 중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으니 같은 종류, 같은 크기의 생물 찾기나 먹고 먹히는 관계를 찾아보는 놀이도 재미있겠다. 한 생명이 죽어서 또 다른 생명이 삶을 이어간다는 자연 속 삶과 죽음의 거대한 고리까지 찾아냈다면 그 사람의 독후 결과는 별 세 개! 남정미 서울 염리초 사서
시튼 동물기
고은 지음|한병호 그림|바우솔|40쪽|2012.09.24|12,000원|낮은학년|한국|시, 죽음
<현대인의 전시관람법>이라는 제목의 카툰을 보았다. 요즘 미술관에 가보면 작품에 담긴 온갖 의미와 의도를 마치 그것이 정답인 양 열심히 설명하는 어른들과 기계적으로 받아 적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를 풍자하면서 다음과 같은 명구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보기에, 이제는 모르는 만큼 보인다’ 각자 자신의 방법대로 미술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 즉 자기만의 시각의 중요성을 빗댄 말이다. 그 유명한 어린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이야기처럼 말이다. 고은 시인은 이 그림책에서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시튼동물기』를 좋아하는 차령이를 등장시킨다. 그런데 어린왕자처럼 사뭇 다른 시각을 가졌다. 시튼의 『시튼동물기』를 읽는 많은 사람들은 로보의 영웅적인 행동들을 찬양하지만, 차령이는 로보와 회색곰 와프의 당당한 죽음이 좋단다. 그래서 그 책을 읽고 또 읽는다고 말한다. 추상적이고 간결한 시와 한병호의 절제된 석판화가 안성맞춤이다.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
양철곰
이기훈 글・그림|리젬|44쪽|2012.10.09|12,000원|높은학년|한국|동화, 개발, 자연
‘인간의 더 나은 생활과 편리를 위하여 환경을 파괴하고 끝내 생명을 다한 지구를 버리고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언제고 올지 모를,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을 한 편의 만화 영화를 보는 듯 글 없이 세밀하게 펼쳐 놓은 그림책. 도시의 마지막 남은 숲을 지키고 있는 양철곰, 수없는 낮과 밤, 계절의 변화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몸에 끊임없이 물을 끼얹는다. 값비싼 이주비를 내지 못해 지구에 남게 된 한 소년이 양철곰에게 황금별 이주를 제의하지만 묵묵히 녹슨 몸에 찬물을 끼얹는 양철곰. 어느덧 산산히 부서져 내려 강가에 주저앉아 자신의 생명을 소진하고 만다. 그리고 양철곰의 몸에서 움트는 새싹들…. 양철곰은 버려진 지구와 절망으로 지구에 남았던 사람들에게 새 생명과 희망을 선물한 것이다. 글 없이 세밀하게 펼쳐진 그림들을 따라가노라면 사람들이 파괴한 자연을 한낱 쇳덩이지만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어 지키고 되살린 양철곰의 ‘위대한 희생’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삶에 진정 소중하고 가치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울림 깊은 그림책이다. 정지현 창원 안골포초 교사
양파밭 아이
박효미 지음|장경혜 그림|웅진주니어|44쪽|2012.10.25|10,000원|모든학년|한국|가족, 일하는 아이, 농촌
뭉게뭉게 흰 구름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쨍쨍한 6월의 햇살 아래 수확을 맞이한 상낭거리 언덕 민기네 양파밭 이야기.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지만 수확기를 맞이한 농부에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만큼 일손이 부족하다. 친구들과 놀기만도 바쁜데 때를 놓치면 안 되는 농사일도 모른 척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민기의 마음속 역시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오고 간다. 예전엔 바쁜 농사철이 되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아이들이 일손을 거들어야 했다고 한다. 더구나 딸인 경우 당연히 상급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집안일 했야 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화된 영농기구와 영농법으로 농촌 모습도 많이 변했고, 아이들 역시 학교로 학원으로 바쁘다. 그러나 갈수록 젊은이의 숫자가 줄고 있는 농촌은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도시에선 농촌체험을 놀이 삼아 하지만 농촌의 아이들에게 일과 노동은 삶이고 놀이가 된다. 전형적인 농촌 아이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운 요즘, 또래의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날 법한 여러 가지 심리적인 갈등을 좀 더 강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선옥 시흥 서해초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