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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시간이라는 씨줄에 욕망이라는 날줄을 엮어 만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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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4-21 22:29 조회 6,29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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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가게』
이나영 지음|윤정주 그림|문학동네|204쪽
2013.01.10|11,000원|가운데학년|한국|동화

요즘 시간을 소재로 하는 동화가 종종 눈에 띈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책 『시간 가게』뿐 아니라 『황금 깃털』(정설아, 문학과지성사)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고재현, 책읽는곰)등이 그러하다. 좀 더 개념을 넓게 보자면 『오아시스 상점의 비밀』(이서연, 비룡소)도 포함시킬 수 있겠다. 이런 책들이 우리 동화에서 익숙하게 다루지 않던 ‘시간’이란 개념을 사용하면서 불과 몇 달의 간격으로 출간된 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체기에 빠진 우리 동화의 판타지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다. 아이들의 생활이 공부만으로 단순해지는 현실에서, 판타지는 아이들에게 꿈을 돌려줄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여겨질 수 있다. 시간이란 개념은 과거–현재–미래의 연속성을 가진다는 특성 때문에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다. 수정된 과거가 현재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없다며 허둥지둥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초등학생에게도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지금 초등학생의 하루 일과가 과거 고등학교 3학년의 하루 일과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하니, 이런 현실이 동화에 드러났다고 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 책은 시간이란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런 두 가지 가능성 모두를 적절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는 시간이라는 씨줄에 욕망이라는 날줄을 엮어 이야기를 만들었다. 시간에 매여 사는 현실의 아이에게 아주 짧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긴다. 대신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현실을 피하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의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판타지가 시작된다.

주인공 윤아는 엄마의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심한 엄마를 일으킨 건, 윤아를 번듯하게 키워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시간을 스케줄대로 보내도, 윤아 앞에는 윤아보다 잘하는 아이가 있다. 매 시간이 초조하고 촉박하다.

그런 윤아 앞에 전단지 한 장이 떨어진다. <시간가게–시간이 필요하십니까? 시간이 부족한 분께 시간을 드립니다.> 이런 내용이다. ‘설마’ 하는 기분으로 시간가게에 들어서고 주인할아버지와 계약을 맺는다. 하루에 10분의 시간과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을 바꾸기로 했다. 첫 번째 거래가 시작됐다. 학원 시간에 늦은 윤아가 10분의 시간을 샀다. 주변의 모든 사물이 정지하고 윤아 혼자만 학원으로 뛰어간다. 하지만 결국 3분 지각이다. 이미 윤아에게 가장 친한 친구인 다현이와의 추억 한 조각이 사라져버렸다. 혼자만 움직일 수 있는 하루에 10분이란 시간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윤아는 그 시간을 매일 닥쳐오는 시험을 커닝하는 것에 사용한다. 덕분에 엄마가 그렇게도 바라던 1등을 한다. 매일 조금씩 행복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만, 현재의 일등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그 일등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에게 소중한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가게 할아버지는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한다. ‘네 시간을 팔아라. 네 시간 10분을 팔면, 행복한 기억 하나를 줄게.’ 거래가 성사되고, 윤아가 넋을 놓고 있는 시간에 행복한 기억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 기억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누구의 기억인지 모르는 행복한 느낌이 낯설게 윤아를 감싼다. 내가 행복한 기억이 없는 나는 누구인가? 윤아에게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은 우리 동화에서 시간 판타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작가가 그려낸 판타지 장치가 매우 성글다는 것은 인정해야한다. 등장인물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과연 시간가게 할아버지는 기억을 사다가 무엇에 쓰려고 하였는지, 윤아의 옆을 맴돌며 여러 모습을 보여준 영훈이가 가진 이야기는 무엇인지가 선명하지 않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나서도 그리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은 윤아의 모습도 독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을 단순히 소재로 사용하지 않고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욕망을 현재의 시간과 함께 생각하고 있는 묵직함이 작가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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