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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성장서사와 반反성장서사 - 청소년 문학에 내재하는 필연의 두 관련 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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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31 16:47 조회 11,4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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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 과정은 청소년문학의 중요한 테마다
그동안 동서양의 장르적, 양식적 범주 안에서 ‘청소년문학’은 언제나 일정하게 결여 형
식으로 존재해왔다. ‘아동문학’이 오랫동안 장르적, 양식적으로 통용되어온 것에 비해
볼 때, ‘청소년문학’의 역사가 일천한 것은 매우 놀라울 정도이다. 이는 우리 쪽으로 시
선을 돌려보아도 마찬가지다. 가령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학을 상정할 때, 그것은 이미
검증된 정전(正典)들을 미리 앞당겨 읽는 정도에 머물렀고, 아니면 그 역으로 이른바 ‘대
항정전’이라고 불리는 텍스트들을 대학에 들어와 읽는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적 빈곤을 넘어 최근 성행하고 있는 ‘청소년문학’ 논의는 그만큼
그 자체로 문학사적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청소년문학(Jugendliteratur)’이라는 명칭은, 청소년들이 읽게끔 씌어진 일체의 문학
텍스트를 함의한다. 이때 청소년들의 문학적 경험은 여러 방향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다른 이들의 삶이나 상상력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미답(未踏)의 영역을 들어가 미
지의 경험과 지식을 획득하거나, 인간 정신의 성숙한 자료들을 경험하고 유추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좀 더 이해할 만한 것이 되게 하거나 하는 것들이 그 사례들이다. 그 점에서
청소년문학은 부정적인 고발보다는 긍정적인 이해의 문학으로서의 속성을 일관되게 유
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어른들은 완성된 인격이 아니라 어떤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과도기적이고 진행
중인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로 ‘청소년’을 이해한다. 따라서 ‘청소년문학’ 역시 일정하게
진행 중이고 경계에 선 문학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 안에는 아직 한 사회의 성
원으로 편입되기 이전인 청소년의 생각과 경험이 담겨 있게 되고, 또 그들이 지향하여
가 닿아야 할 생각과 경험도 같이 담겨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청소년들
이 발견하고 형성해가는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정체성(identity)’이란 자
기 자신으로 귀속해 들어오는 동일자적 속성이자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격에 통합되는
자질들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이러한 정체성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서사물들이다. 가령 그것은 ‘교양소설’, ‘성장소설’,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소설’
등으로 불려왔던 것들이다.

‘교양소설’이란 주인공이 어떤 환경에서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자신
을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혹은 내면적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성장소
설’은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 과정을 시간적, 인과적으로 구성한 소설이다. ‘이니시에이
션 소설’은 성인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일련의 시련을 통해 주인공이 사회에 발을 들
여놓게 되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우리 ‘청소년문학’의 주류는 이 세 가지를 모두 통합
한 성격으로 나타나는 것이 예사인데, 그 점에서 우리는 이 모두를 ‘성장소설’이라는 개
념으로 통합하여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만큼 청소년문학을 말할 때 ‘성장소설’의
뚜렷한 범례(範例)들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훌륭한 ‘성장소
설’ 속에서 주인공이 치러내는 자기 형성, 갈등 극복과 자기 발견, 환상적 모험, 사회 비
판 과정 등을 통해 그 자체로 삶의 어떤 비의(秘義)를 추구하는 ‘청소년문학’의 성격을 이
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청소년기에 중요한 것은 ‘정체성’ 형성 과정이다. 그것이 소홀해지거나
보류될 경우, 청소년은 일종의 ‘역할 혼란’을 경험하면서, 한편으로는 영웅을 향한 맹목
적 추종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비합리적 집단행동으로 경사될 위험성에 노출된다. 그러
한 행동들이 극단적 이상주의나 냉소적 현실 부정에 이르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점
에서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 과정은 청소년문학의 중요한 테마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다
룰 ‘청소년문학’ 역시 이러한 ‘정체성’ 문제를 형상적으로 탐구한 서사들을 말하는데, 최
근 인상 깊게 제출된 작품으로 우리는 박상률의 『나는 아름답다』(2000), 이현의 『우리들
의 스캔들』(2007), 김려령의 『완득이』(2008), 이상권의 『발차기』(2009) 등을 대표적으
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여 ‘청소년문학’에 나타난 성장 서사와 반
(反)성장 서사의 속성을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목표인데, 다만 더 많은 작품들을 자료로
원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2 - 1 : 작가의 긍정적 전망을 ‘아름답다’는 술어에 담은 작품, 『나는 아름답다』
박상률은 최근 가장 왕성하게 청소년문학을 창작하고, 또 그것들이 많이 읽히고 있는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써낸 『봄바람』, 『밥이 끓는 시간』,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등은 청소년문학의 여러 가치와 속성을 두루 충족하면서 그를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청소년문학 작가로 각인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아름답다』는 청
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발표된 성장소설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작품 안에는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른 행동 방식을 가진 고등학생 주인공이 나온다. 그
는 ‘개똥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선우다. 선우는 특별히 공상(空想)과 시작(詩作)을 좋
아하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깊은 소외와 고독을 경험하면서 그러한 방황을 시작하
게 된다.

주위 사람들은 전혀 선우를 이해하지 않고, 선우는 소외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어느새 여러 가지 폭력 양상에 노출된다. 그렇게 친구들로부터 심한 거리감을 느끼던
터에 선우는 새로 부임해온 미술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다. 그것은 그분이 돌아가신 어
머니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또 통신 동아리에서 만난 수현이와의 사랑을 깊이 갈망
하지만 그것도 속절없이 수포로 돌아간다. 결국 선우는 미술 선생님이 결혼을 하고 수
현이가 죽음에 이르자 스스로 학교를 그만둘 것을 결심한다. 이 방황과 소망과 좌절과
발견의 연쇄 과정에서 선우는 비로소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을 맞고, 그때 자
신을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내가 가장 존귀하다.’라는 말은 모든 진리와 깨달음의 출발점과 종착점이 바로 ‘나’라는 말이
될 것이다. 말하자면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
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는 바로 ‘나’다…. 그래, 나는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세상없어도 아름다
워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그 아름다운 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여기서 ‘나’는 스스로의 시선으로 아름다운 존재로 발견되고 호명된다. 작가는 주인공의
방황과 발견을 통해 자신을 일종의 ‘자기 형성적 주체’로 발견해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형상화함으로써, 작품 안에서 매우 긍정적인 전망(perspective)을 보여준다. 특별히 ‘나
는 아름답다’는 제목은 ‘나’의 존재 가치 발견 과정을 함축하는데, 가령 그동안의 ‘나’가
외재적 조건에 따라 규율되었다면, 발견 이후의 ‘나’는 자신의 경험을 귀납하는 과정에
서 일종의 ‘정체성’을 발견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아름답다’는 술어에 담고 있
는 작가의 시선은 주인공이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사랑하는 탐색 과정을 독자들의 정서
에 이입하여 일종의 동일화(identification) 효과를 발생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
래서 이 작품은 탐색담(quest story)의 기능을 일정하게 가지면서, 그리고 사랑과 소외
와 고독과 발견의 과정에 대한 공감을 전하면서, 주인공이 자신을 삶의 주체로 형성해
가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할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청소년문학’의 긍정적 기능을 자기를 형성해가는 정체성 발견 과정에
두고 있다. 이러한 성장 서사를 통해 우리는 ‘청소년문학’이 어려운 현실에서도 긍정적
전망을 놓치지 않는 미학을 구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고통 극
복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담음으로써,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발견한 세계와
자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청소년문학’의 지평을 충실하게 범주화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성장 서사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다루면
서, 긍정적 전망 속에서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우리 ‘청소년문학’이 가장 중요한 미
학적 자질로 삼고 있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성장(成長)’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우는 사회적 통념이나 기
존 질서에 상대적으로 구애받지 않고, 청소년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표현하고 있다. 청
소년 주인공의 솔직한 발언에 독자들은 매우 리얼한 사회적 실상에 접하게 됨은 물론,
평등한 사회적 소통 과정에 참여하여 그가 어떻게 사회적 기준에 일정하게 부합하는 성
장을 이루어가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주인공이 학교를 자퇴하는 결말에 대해 청소년 독
자는 그러한 선택을 하면서 자아를 발견해가는 인물에 공감하거나,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학교 현실의 고통에 공감할 수도 있다. 물론 작품의 저류에는 자신을 삶의 주체로
형성해가면서도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동일화 작용에 의해 청소년 독자가 자신을 주체
로 형성하는 과정을 수반하기를 바라는 작가적 열망이 담겨 있다. 반대로 학교 현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해가는 인물의 가치관을 승인하고, 어려운 현실에서 당당
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일종의 비동일화의 시선에 의해 구축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이 ‘성장’의 패러다임은 여러 갈래이고, 그 안에는 ‘반(反)성장’이라
는 카운터 이미지도 필연적으로 내장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그 점에서 박상률 작품은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삶에 대한 자유롭고자 하는 정신의 저항”(김경연)을 매개로 한 성
장서사의 중요한 문법을 보여주는 가작이라 할 것이다. 결국 박상률 작품은 사회의 가
장 외곽에 처해 있던 반성장의 조건에 놓여 있던 주인공이 성장서사의 전형으로 상승하
고 귀환하는 구조를 취함으로써 다소 낭만적인 귀결을 보인다. 이 작품에서 제시된 이
러한 낭만적 귀결 과정은, 청소년 독자에게 현실에서 방황을 거듭하고 사랑을 갈망하는
탐색 과정을 통해, 일종의 동일화 과정과 함께 ‘나는 아름답다’는 자각을 수반하게 한다.

2 - 2 :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사회 속의 통합된 인간으로 나아간, 『완득이』
김려령의 『완득이』는 전형적 의미의 낭만적, 사회적 ‘성장소설’로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의
외관은 카바레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오일장을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난쟁이’ 아
버지, 베트남에서 결혼 이민자로 와 완득이를 낳고는 아버지와 헤어져 식당일을 하며 살
아가는 어머니, 아버지와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춤을 추는 말더듬이 민구 아저씨, 독특
한 비어(卑語)와 괴짜 속성을 풍부하게 보여주면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돌보는 일에 앞장
서는 인간적 캐릭터 담임선생님 이동주, 공부는 잘하지만 학교와 집에서 상처받고 있는
여학생 정윤하 등을 배경으로 한다. 그들과 함께 거칠고 가난한 고등학생 도완득이 펼쳐
내는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이다. 가난과 장애, 다문화 가정, 입시 문제 같은 우리 사회의
타자적 경험을 적극적 배경으로 하면서, 거기서 완득이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담임
선생님과 윤주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성장서사이다.

자연스럽게 이 작품은 주인공 완득이의 자기 성장과 세상과의 화해 과정이 서사적 뼈
대를 이루고 있지만, 실제 완득이의 성장과 화해를 돕는 중요한 조연(助演)은 담임 ‘똥
주’ 선생이 도맡는다. 이 개성적인 ‘조폭 스승’은 너스레와 폭력을 동반하여 한때 완득
이의 강한 원망을 샀으나, 외국인 노동자를 억압하는 고용주인 아버지와 마찰을 빚는다든지,
교회를 가장한 외국인 노동자 모임 장소를 운영한다든지, 완득이 아버지를 위해 댄스
교습소를 같이 운영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통해 강한 사회 의식을 보여주는 존재로 각인된다.
그를 통해 만난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윤하 등과 화해하면서 완득이는 새로운 세계에
접어들게 된다.


숨었다 걸렸으니 이제는 내가 술래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찾을 생각은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찾다 힘들면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쳐 쉬엄쉬엄 찾고 싶다. 흘려보낸 내 하루들. 대단한 거 없
는 내 인생, 그렇게 대충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작
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
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다.2)

이러한 완득이의 내적 독백은 그의 성장이 인생론적 지혜로 수렴되면서 완성되어갈 것
이라는 믿음을 표현한다. 비록 이 작품에 대해 “청소년들이 공감할 만한 언어와 감수성
으로 독자들을 따뜻하게 위무하는 ‘착한 소설’ 『완득이』는 폭력적인 현실을 막아선 작가
의 울타리 안에서 자족적인 세계”(정혜경)를 지킨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과 그들의 의지 그리고 그것들의 통합 과정
을 상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청소년문학의 미학에 ‘착한 소설’이 아니라 시쳇말로
‘나쁜 소설’의 속성이 주류로 자리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원래 ‘성장’이란 사람의 성품이나 능력이나 태도가 자연적,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는 힘
을 길러 사회 내적으로 통합 성취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청소년문학’은 그렇게 자신
을 새롭게 구성하는 인물들의 탐색담으로서의 속성과 다양한 사회적 삶에 대응하는 과
정으로서의 ‘성장’의 속성을 깊이 주목하게 되는데, 그 점에서 우리는 ‘성장’을 다양한 사
회적 관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 왜곡이 치유되
어 사회 내적으로 통합된 인간형에 가 닿게 되는 것이다. 완득이의 성장 과정은 이러한
사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당연히 성장 이야기도 담아야겠고, 무능한 아버지와의 화해도, 그리
고 우리 시대 학생들을 위해 필요한 진실한 교사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소
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놓칠 수 없다는 등 이런 식의 고려가 지나쳐 이 소설을 ‘정치적으
로 올바른 이야기 종합 선물 세트’로 몰고 간다.”(김성진)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
로 보인다. 이 작품 안에는 ‘악(惡)’이 없다. 모든 것이 현실에서 긍정적 인간형들에 의해
치유되어간다는 믿음을 주면서, 동시에 현실에서 벌어지는 역학에 대한 현저한 초점화
를 느슨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성장의 리듬에 눈떠가는 “구질한 감
상과 연민 따위 어울리지 않는”(공선옥) 완득이의 삶을 여러 문화적 환경을 극복해가는
서사로 충족함으로써 ‘성장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따뜻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2) 김려령, 『완득이』, 창비, 2008, 233~234쪽.

이처럼 우리가 청소년문학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 미학이 소수의 예외를 빼고는, 대
체로 세상에 대한 화해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 속에서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형
상화함으로써 ‘교양소설/성장소설/이니시에이션 소설’의 통합 지점에 자기 존재를 드
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우리는 ‘자기 형성적 주체’로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것을 학
교 안팎에서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청소년 독자의 올바르고 자
율적인 주체 형성이야말로 궁극적인 청소년문학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대부
분의 청소년이 교육 기간에 놓여 있으며, ‘청소년문학’이 교육적 필요성을 그 배경으로
가진다는 점은 재차 강조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작품에서 교육적 강박을 성취하려는
편향도 비판되어야 하겠지만, 그 역으로 예의 교육적 성격을 도외시하는 것은 더욱 비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소년문학은 ‘문학’이기도 하지만 더할 나위 없는 ‘교육’
의 자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성장’이란 본질적으로 가치 지향적 방향을 가진다. 그것은 교육 과정을
통해 수용자에게 어떤 속성을 경험하게 하는 가치 실현의 과정이다. 곧 다양한 문화의
장(場) 안에서 수용자가 자신의 교육적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자신의 삶의 지향을
위한 교양을 형성하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청소년이 미래의 주역이라는 표현
에서 조금 벗어나 그들이 지금의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문학은 미래를 대비하는 ‘예비문학’이 아니요, 가장
중요한 ‘현장문학’ 가운데 하나가 된다. 그것도 이른바 ‘명랑소설’이니 ‘순정소설’이니 하
는 별칭과 전혀 다른 ‘청소년문학’이라는 당당한 이름으로 말이다.

3 - 1 : 저항, 폭력, 위반을 통해 생성해가는 자아와 세계, 『우리들의 스캔들』이현의
『우리들의 스캔들』은 청소년들의 현실 세계를 만화경(萬華鏡)처럼 그려낸 일종의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학교 폭력, 미혼모 문제, 인터넷이라는
매체 환경등 청소년들에게 항상적으로 노출된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러한 세계에 대한 생태학적 보고가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러한 사실주의적
접근을 통해 청소년의 집단적 정체성을 암시하는 데 성공한다.



인터넷 카페에 이모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담임선생님의 체벌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주인공 ‘보라’의 학교가 일순 출렁거린다. 이 과정을 통해 보라는 자신이 모
르던 스스로의 모습과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발견해간다. 이러한 내용이 청소년들이 쓰
는 날것 그대로의 구어(口語)를 통해 재현되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인데, 이렇게 이
작품은 비인격적인 비속어나 습속에 대한 사실적 접근을 감행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에 일종의 일반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사회
구성원 간의 소통 문제에 대해 메타적 접근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문학’이 그들의 시선과 언어를 통해 탐구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
은 이러한 시선과 언어의 창조적 생성이 독자들의 공감을 한껏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끔 한다. 청소년들의 관심과 대화적으로 소통하면서, 미처 형성되지 못한 정체성을 만들
어가는 과정이 청소년문학의 귀착점임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자아 인
식에 함축되어 있는 사회, 문화적 담론 간의 갈등을 잘 보여주면서 학교와 사회에서 청
소년들이 가지는 집단적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나 이보라의 학교 생활 백서 1조! 튀지 않는다. 밟히지도 않는다! 전에 말했지? 중딩 생활이 만
만한 게 아니야. 좀 이해해주라, 응? 3)

이는 주인공 보라가 자신의 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온 미혼모 이모에게 자기를 모르는 채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발송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다. 자신에게 이미 당당한 이모는 그
런 보라에게 감당하기 힘든 존재이다. 여러 차원에서 비우호적인 학교 사정은 인터넷 카
페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고, 담임의 사퇴와 학교 측의 무마로 사건은 마무리되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깊은 상처를 서로 입는다. 물론 이렇게 학교를 사회의 축소판처럼 그
려 일종의 알레고리적 효과를 노리는 것은 영화 장르에서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하지
만 이는 소설에서는 드문 사례인데, 이 작품에서는 체벌을 비롯한 비인격적 상담, 편견과
비교육적 행태 등 여러 학교 폭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종의 학교 소설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알거니와 욕설이나 비속어는 규범적 가치를 숭상하는 학교 현실에 전혀 반대
되는 일종의 반(反)성장에 수반되는 언어적 형식들이다. 이는 성인들이 통용하는 기존
가치에 전혀 귀속되지 않으며, 청소년들의 억압을 부정하는 언어적 형식이기도 하다.

3) 이현, 『우리들의 스캔들』, 창비, 2007, 6쪽.

또 자신들만의 문화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 문화에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날것 그대로의 언어를 통해 소통과 저항, 폭력의 양상들을 모두 드러냄으로써
이 작품은 ‘성장’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허구적인 길들이기인지를 간접화하여 보여주려
한다. 이는 또한 청소년들이 자신의 관심들을 대화적으로 소통하며 자아와 세계를 새로
운 관점으로 생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면서 성장과 반성장의 관계를 예각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 2 : 사회적 통념에 귀속되는 ‘성장’의 방식을 정면으로 거부한, 『발차기』
이상권의 『발차기』에서는 완득이가 킥복싱에서 하는 ‘발차기’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
가 태(胎) 안에서 하는 ‘발차기’ 과정이 담겨 있다. 여고생인 경희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
을 문득 알고 나서 여러 갈등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뱃속의 태아와 대화하고 교감
하고 어느새 하나의 몸으로 생각하고 느끼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여기서 ‘문제아/모
범생’이라는 이분법은 한순간에 무너지는데, 그것은 그녀의 임신이 탈선행위가 아니라,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고, 그 사랑에 의하여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더욱 아
름다운 일”(현길언)이라는 판단과 연루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 정수의 구애에 응한 까닭에 ‘불청객’으로 경희의 뱃속에 들어온 아이는 지속적
인 발차기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비발디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경희가 ‘사계’
로 이름을 지어준 태아는 경희의 뱃속에서 대화와 느낌의 주체로 살아난다. 그 ‘불청객’
은 “스스로 하나의 우주를 담은 생명”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여기서 ‘사계’의 이
름을 지을 때 경희가 자신의 성(姓)을 따 ‘신사계’로 지은 것은 그녀 스스로 아이를 키우
게 될 것임을 예감케 하는 동시에 자신의 생애를 바꾸게 될 새로운[新] 아이라는 뜻도 함
의한다. 그야말로 새롭게 펼쳐지는 ‘사계(四季)’이다. 그 사계는 “발로 말을” 한다. “그야
말로 모든 민족을 초월하는 태아들의 공통어”로 말이다. 경희와 사계가 나누는 교감의
과정을 엿보면 다음과 같다.



꽃을 보는 경희의 느낌을 불청객도 그대로 느낀다. 불청객은 실제로 꽃을 본 적이 없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청객은 느낌만으로도 꽃을 상상한다. 직접 경희가 보는 꽃보다 더 또렷
하게 떠올린다. 꽃은 잔잔한 바람 같다. 물결 같다. 음악 같다.4)
뭐라고 딱히 꼬집어서 비유하기 힘든 움직임. 약한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봄풀들의 춤하고 비
슷할까. 만약 경희가 흙이라면 뭔가 조심스럽게 뿌리를 뻗어 오는 느낌이라고 했을 테고, 만약
경희가 물이라면 물 속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작은 송사리들의 간질임이라고 했을 테다.5)
이 작품의 서사는 무척 단순하다. 등장인물은 ‘경희’와 ‘사계’가 거의 다일 정도로 두 존
재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다. 물론 경희의 부모가 있고, 정수와
그 어머니가 있고, 미술 선생님이나 경희의 친구들이 있지만, 이들은 경희와 사계가 나
누는 교감의 시간을 둘러싸고 있는 희미한 후경(後景)일 뿐이다. 물론 보수적인 사회적
통념은 경희의 임신 결과를 두고, 부모의 이혼 사실을 들어 결손 가정의 필연적 결과라
고 타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탈선이라는 윤리적 준거가 아니라 ‘사랑’
과 ‘생명’이라는 더 본원적인 가치로 올려놓는다.

경희는 정수 어머니에게 “자신을 위해서나 사계를 위해서나 혹은 엄마를 위해서나 자신
을 아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나” 중절수술을 할 것을 종용받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무도 말릴 수 없을 만큼 강렬했던 까닭은, 마음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씨앗처럼 웅크
리고 있는 생명의 영혼이 노래하기 때문이다.”라는 느낌과 생각에 이르러, 사회적 통념
이나 손쉬운 처리 방법에 귀속되는 ‘성장’의 방식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새로운 ‘성숙’의
길로 들어선다.

원래 ‘성장’이라는 말 속에는 “기존의 가치를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주체를 정립하는 ‘동
일시 방향의 드라마’와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거부하면서 새로운 주체를 정립하려는
‘반동일시 방향의 드라마’가”(남민우) 공존한다. 여기서 경희는 반동일시의 방향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는 새로운 ‘성장’의 문법을 택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권의 작품을 통
해 “청소년문학은 대개 청소년이 종속적 존재에서 벗어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성인
이 되는 과정을 그리게 마련이다. 주인공들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싶어 한
다.”(한미화)는 청소년문학의 중요한 특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4) 이상권, 『발차기』, 시공사, 2009, 23쪽. 5) 위의 책, 73쪽.

4 : 적응과 저항, 성인과의 조화와 부조화, 수용과 창조의 양면적인 길항 관계 속에 ‘청소년기’
는 존재한다
우리는 음악이나 미술 혹은 공연 예술이나 스포츠 같은 영역에서 ‘신동’이라고 비유되는
존재들을 곧잘 만난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 기량을 드러내며 성인들을 능가하는 재능
으로 그 분야 최고 자리에 오른 이들을 뜻한다. 모차르트가 서양 쪽의 가장 뚜렷한 사례
라면, 우리 쪽에는 첼리스트 장한나나 축구 천재 박주영 같은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러
한 ‘신동’이 아쉽지만 문학에는 없다. 혹시 ‘문학의 신동’이라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는
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학은 어렸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량에 의
해 어떤 경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학습 이전의 직관이나 감각에 의해 완
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축적의 원리’에 따라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사에서 10대 천재 작가를 찾아볼 수는 없다. 그만큼 문학은 성년의 입사(initiation)
를 치러낸 이들의 몫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청소년문학’을 청소년이 창작 주체라는 관
점에서가 아니라 청소년이 수용 주체라는 관점에서 구명해야 한다.

모레티(F. Moretti)에 따르면, 본래 ‘성장’ 개념은 근대의 상징적 형식 가운데 하나이다.
미성숙한 소년에서 성숙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과 근대 세계가 변화되어가는 과정 사
이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견해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성장’은커녕 오래오래 성장을
거부하는 반(反)성장의 태도가 만연해지는 불안한 시대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성장 서
사를 이야기할 때 성년 이전의 시기만 강조하기보다는 그리고 성년 이전의 순수성과 미
숙함에 대해서만 강조하기보다는 성년 세대에 대한 순응과 거부 곧 성장과 반성장의 이
율배반 가운데 존재하는 이들의 속성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 점에서 “오늘날 ‘거리’를 떠
돌면서 생존의 법칙을 터득한 아이들은 이미 너무 늙어버려 아이의 상태에서 성장을 끝
내버렸다. 어른의 세계에 대해 어른보다 더 잘 아는 아이들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불러
야 할까. 그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을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고
봉준) 하는 탄식은 경청할 만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성장서사는 성년을 향해 가는, 그런데도 성년에 저항하고 대항하는, 또는 성년
을 순간적으로 선취하는 중층적 경험과 지혜를 담아갈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성장’
이란 사람의 성품이나 능력이 자연적,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는 힘을 길러 사회 내적으
로 통합되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곧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자아를 인식하고 이를 새
로운 정체성 형성으로 대응시키는 과정이다. 그것은 청소년기가 바로 “적응과 저항, 성
인과의 조화와 부조화, 수용과 창조의 양면적인 길항 관계 속에 존재하며, 이 시기는 청
소년들에게 기성세대의 문화 습득 및 독자적인 문화 창조의 기회를 제공”(선주원)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청소년문학이 가지는 적응과 저항의 양면성을 살
피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더 이야기를 보태자. ‘성장소설’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문학’의 전통적 논의는 최
근 들어 다양한 분기(分岐)를 맞고 있다. 가령 그것은 매우 세련된 미학적 각론에서 새로
운 정전 구성 논의까지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고, 청소년문학 논의에서 일정하게 서사
편향을 드러내는 현상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하는 형편이다. 말하자면 서정
이나 극 양식에는 아예 관심 자체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일종의 양식간의 비대칭을 어
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뒤따르고 있다. 이는 지금, 앞으로 청소년문학 담
론에서 ‘시’가 어떤 위상과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그 점에서 우
리는 이러한 양식간 균형을 위한 대한 논의가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문학은 ‘성장’이라는 시간 관련 개념 때문에, 아마도 당분간은, 다
분히 서사를 중심에 놓는 일이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 ‘성장’에 짙은 페이소스
(pathos)의 ‘반성장’의 의미가 함입되어 있다는 명료한 사실을 다채로운 청소년문학의
가편들을 통해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성장서사와 반성장서사가 외따로 존재하
는 독립 범주가 아니라, 물론 상대적 경중은 작품마다 있겠지만, 청소년문학 안에 내재
하는 필연의 관련 범주임을 말할 수 있다.

● 유성호
문학박사. 한양대 국문과 교수.
연세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하였다. 저서로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현대시 교육론』,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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