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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총론, 성장소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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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31 16:31 조회 18,3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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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장소설의 개념
성장소설이란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의 세계로 입문하는 한 인물이 겪는 내면적갈등과 정신적 성장,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성의 과정을 주로 담고 있는 작품들’1)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대개 성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추체험하고 재평가하면서 반성적으로 사유한 결과물로서 고백의 담론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경우 소설내적 시간이 유년기의 시간대임에 비해서 실제적인 창작은 성인의 세계에 진입한 이후의 시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양자가 구별되어 제시되거나 액자 소설의 구조를 갖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성장소설을 정의하고자 할때 ‘청소년 문학’과의 관련성을 염두에 두지않을 수 없다.

명시적으로 청소년을 목표 집단으로 하여 쓰인 청소년 문학(young adult literature)은 특별히 청소년을 위해, 그리고 청소년에 대해 쓴 문학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 독자를 위해 쓰인 문학적 구성, 즉 청소년들의 삶, 경험, 열망, 문제 등과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하면 청소년들이 탐구하는 당면 과제(subject matter)뿐만 아니라, 청소년 문학 텍스트들을 읽는 주요 예상 독자로서 청소년을 텍스트 속에 형상화 하고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기에 있는 작중인물들에초점을 두어, 작중인물들의 정체성 인식, 모험, 꿈(희망),그리고 사소한 일들을 탐구한다. 청소년기에 있는 작중인물들이 도전들과 난관들에 직면할 때, 그들은 성장하고 발전한다. 청소년기는 의미 있는 발전의 시기이기 때문에,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들이 경험하게 될 변화와 모험들을 적절하게 반영해야 한다. 2)

청소년 문학의 개념을 위와 같이 규정할 때,그것은 성장소설의 개념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양자가 일단 청소년들의 삶의 문제를 다룬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청소년 소설과 청소년에 관한 성인 소설로서의 성장소설 간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할수 있다. 곧, 성장소설의에서의 시점은 젊은 날(어린 날)의 경험을 반추하는 성인의 것이지만, 청소년 소설에서의 시점은 자신들의 세계를 탐구하는 청소년 작중인물의 관점을 재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장소설은 일반문학의 한 장르적 분류 개념으로서 주로 십대의 작중화자를 등장시켜 그들의 내면과 세계와의 갈등을 표출하지만, 애초부터 청소년 독자만을 염두에 두고 창작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청소년 소설과 다른점이 있다.

그런데 원론적인 측면에서 문학은 모두 ‘성장’을 다루고 있다. 작품 속에 그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건 그렇지 않든 문학이 인생을 말하고 인간을 그리고 있다면 그것은 내면의 성숙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각성’, ‘성찰’, ‘사유’ 등의 의미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이 청소년기의 주요 과업이기는 하나 그것이 인생의 한 시기에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년 소설을 곧 성장소설이라 칭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반문학, 가령 박완서의 노년을 다룬 소설에도 노년기를 겪는 인간의 또 다른 성숙의 과정이 담겨 있다.3)
반면에 청소년문학(소설)은 특정한 문학적,미학적 규범을 따로 가진 문학 장르를 지칭하기보다는 독자의 연령대로 구분된 수용미학적 측면이 강한 개념이다. 이렇게 양자는 구분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지만 서로 겹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곧,한 편의 소설이 성장소설 장르이면서 동시에 청소년 소설일 수도 있고, 성장소설 장르이되 청소년 소설로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에 특히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성장소설을 ‘청소년 성장소설’이라 지칭하기도 하거니와, 이 경우에는 양자의 개념이 서로 밀접하게 겹친다고 하겠다.

탐구하는 청소년 작중인물의 관점을 재현하는 것이다.
1) 한용환, 『소설학 사전』, 고려원, 1992, 241쪽. 2) 선주원, 『청소년 문학교육론』, 도서출판 역락, 2008, 22쪽. 3) 오세란, 「청소년문학과 청소년문학이 아닌 것」, 『창비어린이』, 2009. 봄호. 참조.

2. 성장소설의 장르 형성과 사회문화적 기반
가. 장르 형성의 과정
일반적으로 성장 소설을 정의하고자 할 때에는 소설 형식의 세 가지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즉, 교양소설, 입사소설(Initiationnovel), 그리고 성장소설이 그것들이다. 교양소설에서는 사회적 공동체에 조화되기 위한 주인공의 내적 성숙의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대표작으로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토마스 만의 『토니오그뢰그』, 『마의 산』 등의 독일 소설을 들 수 있다. 또 입사소설의 경우에는 성장과 사회화의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경험(통과제의)이 강조된다. 황순원의 『별』, 『소나기』와 김남천의 『소년행』, 김승옥의 『건』 등이 이 소설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반면에 좁은 의미의 우리 성장소설에서는 대개 아버지의 부재가 드러나고, 모순된 사회와의 대면에서 발생하는 방황과 동요의 경험이 부각된다. 작품 예로는 나도향의 『젊은 이의 시절』, 오정희의 『유년의 뜰』, 은희경의 『새의 선물』 등을 들 수 있다.4)
그런데, 성장소설에 대한 연구의 초기에는 대개 독일의 교양소설에 준하여 논의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발생 여건이나 환경, 문화가 다른 곳으로부터 그 원형을 구하는 우를 범함으로써 우리 성장소설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진전된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즉, 그러한 준거로 논의할 경우 거의 일률적으로 자격 요건 미달이나 수준 미달이라는 결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성장소설은 일대기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전대의 서사체 및 소설형식, 곧 신화와 영웅소설, 신소설 등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5)즉, 일대기 형식의 고대소설이 출생-성장-시련-부귀영화-죽음의 구조를 취하고 있고, 신소설 이후 그 구조는 단계가 축소되면서 시련과 출세라는 항목에 치중하며, 현대소설도 같은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신소설의 경우 ‘위기-극복-승리’의 영웅소설적 유형구조가 상당수 작품에 내재해 있다는 점에서 전대 소설과의 긴밀한연관성을 드러내고 있다.
성장소설의 장르상 또 하나의 특징은 회고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일인칭 화자인 ‘나’를 통하여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실제로는 이야기하는 화자가 분리되어 3인칭의 서술자와 같은 자세를 견지하는 경우가 많다.



4) 나병철, 『가족로망스와 성장소설』, 문예출판사, 2007, 290쪽. 5) 김병희, 『한국 현대성장소설의 구조와 의미망』, 한국학술정보(주), 2007, 17~21쪽.

나. 사회문화적 기반
한국 서사문학을 언급할 때 사회문화적 기반으로 두드러진 것은 ‘가족주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성장소설을 논의할 때도 그출발점은 가족 중심의 문화적 기반에 둘 수 있다. 특히 성장기를 다룸으로써 가족과 밀착된 정서를 내보이는 성장소설에서 가족구조의 변모 과정은 성장소설의 내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대의 서사체가 보여주는 일대기 형식이라는 구조와 가족중심의 문화가 서로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소설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두 측면의 관계 구도에 따라 변모되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골드만은 소설의 구조와 그 소설을 탄생시킨 사회구조 사이에는 상동성(相同性)이 있다고 했거니와, 성장소설 내에서 점진적인변화의 과정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 곧 가족중심주의의 약화와 개인주의의 보편화라는 사회구조의 변화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1990년대에 들어 성장소설은 가족이라는 혈연적 집단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져 혈연의 논리가 아닌 공공의 관계속에서 자아의 성장을 모색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곧, 한국 현대 성장소설은 가족중심주의 문화로부터 개인주의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해가는 도정에 있으며, 아울러 근대화에 따른 사회적 여건을 수렴하면서 성장소설로서의 더욱 다양한 내적 구조를 모색해 가고 있다.

3. 성장소설의 유형과 흐름 개관
가. 성장소설들의 유형
(1) 성장소설과 반(反)성장소설 : 성장소설에서 ‘성장’의 함의는 다층적이다. 그리하여성장소설은 기존의 세계에 대한 순응과 화해를 통한 새로운 인물의 편입을 유도하는 교육적 작용과 더불어 기존의 가치 체계 혹은 문화 양식에 대한 비판적 효과를 견지하는 반담론의 성격 또한 공유하고 있다. 곧 성장소설은 체제 내적인 수용과 체제 전복적인 비판이 모순적으로 수렴되어 있는 소설 유형인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성격 유형을 구분하여 성장소설과 반(反)성장소설이라 한다.『호밀밭의 파수꾼』류의 반성장소설의 모습은 예컨대 『우리들의스캔들』(창비, 2007)에서 엿볼 수 있다.



(2) 성장 담화 방식에 따른 구분 : 우화와 환상(판타지) :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첨단 디지털 시대의 다층적인 문화를 소비하는 중심세대이므로 성장 담화의 방식도 그들의 기호를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곧 SF, 역사,추리적 기법과 더불어 우화와 판타지도 도입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일 수 있을 것이다. 「토끼전」, 「장끼전」 등 우리의 고대소설의 전통을 이은 본격적인 우화 성장 소설의 예는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판타지의 속성을 지닌 작품으로는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창비), 최민경의 『나는 할머니와 산다』(현문미디어) 등이 있다.
(3) 내용별 분류 : 세 편의 박사 학위 논문을 중심으로 성장 소설들의 내용상 유형을 살펴보면 대개 유사점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미영은 성장 소설의 모티프를 ‘성에 눈뜸’, ‘죽음의 인식’, ‘환멸과의 만남’, ‘악의체험’, ‘아버지 찾기’, ‘길의 발견’ 등 여서가지 범주로 요약하였다.6) 최현주는 한국현대 성장소설의 심층구조로 ‘자아 정체성의 탐색담과 입사담’, ‘가족 붕괴와 동일성의 상실’, ‘악과 죽음의 발견과 세계에 대한 환멸’, ‘성적 정체성의 확인’ 등의 네 가지를 제시하였다.7) 김병희는 시대별·작가별로 주제를 구별하여 ‘신문명 지향의 소명의식’(이광수), ‘현실적 세계관 및 구원의 메시지’(황순원), ‘가족 공동체를 향한 염원’(김원일),‘초월적 정신 세계의 추구’(박완서) 등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8)
나. 연구 성과로 본 시대별 성장소설 작품들성장소설에 관한 관심과 연구는 1970년 이후에야 단편적으로 시도되었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 몇 편의 학위논문이 제출된 형편이라 그 개념의 확정이나 명칭의 사용 또는 범위를 확정하는 데 아직은 융통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다 하겠다.

한편, 1990년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성장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성장소설’이라 명명된 작품들이 자주 발표됨에 따라 기왕에 발표되었으나 논의되지 못했던 작품들까지도 새롭게 성장소설로서 논의하게 될 가능성을 확보하였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한국 현대소설은 이광수의 『무정』을 그 출발점으로 삼거니와 한국 현대 성장소설 또한 이 작품을 시작으로 80~90편을 그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희교가 엮은 『한국현대성장소설』에는 이광수의 『무정(無情)』을 시작으로 염상섭의『삼대(三代)』, 현진건의 『적도(赤道)』, 김남천의 『대하(大河)』, 송병수의 『쑈리 킴』, 하근찬의 『흰 종이 수염』, 백인무의 『조용한 강(江)』, 김승옥의 『건(乾)』, 김원일의 『어둠의 혼(魂)』, 윤흥길의 『장마』, 한승원의 『석유 등잔불』, 김주영의 『익는 산머루』, 오정희의 『유년(幼年)의 뜰』,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 전상국의『술래 눈 뜨다』 등 15편이 실려 있다.9)박사학위 논문의 성과를 단행본으로 간행한 연구서 2권의 경우를 보자. 최현주의 『한국 현대 성장소설의 세계』에서는 연대를 고려하여 20편을 선정하고 있다. 곧 1930년대의 『동백꽃』(김유정), 『소년행』(김남천), 『무자리』(김남천), 1940년대의 『별』(황순원),1950년대의 『쇼리 킴』(송병수), 『흰 종이 수염』(하근찬), 『소나기』(황순원), 1960년대의 『乾』(김승옥) 등이다. 그리고 1970년대의『장마』(윤흥길), 『어둠의 혼』(김원일), 『노을』(김원일), 1980년대의 『그해 겨울』(이문열),『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파랑새』(송기숙), 1990년대의 『자전거 도둑』(김소진), 『원색생물학습도감』(김소진), 여성 성장소설로 『젊은 느티나무』(강신재), 『유년의뜰』(오정희), 『중국인 거리』(오정희), 『엄마의 말뚝』 (박완서) 등이 담겨 있다.10)




또한 김병희의 『한국 현대 성장소설의 구조와 의미망』에서는 8편의 장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광수의 『무정’(1917)과 『나』(1947), 황순원의 『별과 같이 살다』(1946)와 『日月』(1964), 김원일의 『노을』(1978)과 『마당 깊은 집』(1988), 박완서의 『裸木』(1970)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 등을 언급하고 있다.

나병철은 ‘성장소설의 미학과 역사’11)에 대하여 시대별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먼저 ‘이광수의 소설과 가족로망스’로 『무정』, 『어린 희생』, 『소년의 비애』 등을 언급하고 있다. 1920년대 초반(1919년에서 1923년까지)의 작품들 중, 『표본실의 청개구리』, 『암야』 등을 대상으로 『연애시대의 성장소설과 고백체 소설』 유형을 다루고 있다.

다음으로 식민지 시대에 탈식민주의 전망을 드러난 성장소설에는 두 부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염상섭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 성장소설로서 『만세전』, 『해바라기』, 『사랑과 죄』, 『삼대』 등이며, 다른하나는 나도향(『행랑자식』), 이기영(『민촌』,『서화』), 강경애(『인간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주의와 연관된 청년 민중 성장소설이다.

그 다음은 전쟁(6.25) 체험과 관련된 성장소설들의 등장이다. 1960년대 접어들어 최인훈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다룬 환멸소설『광장』을 발표하였으며, 이제하와 김승옥은 모더니즘 형식의 성장소설을 선보였다. 이제하는 『조(朝)』 등의 작품을 통하여 어른의 세계와 결별한 소년들의 반성장적인 성장소설의 모습을 보였고, 김승옥은 『건』 등의 작품을 통하여 속악한 어른들의 세계에 편승하는 소년-청년들의 위악적인 성장소설을 제시하였다. 이 밖에 전쟁 체험 성장소설로는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처럼 소년들의 연대에 의한 놀이를 통하여 성장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고, 윤흥길의 『기억 속의 들꽃』이나 김원일의 『어둠의 혼』, 『노을』에서처럼 배고픔의 고통을 넘어선 『배고픔같은 그리움』, 곧 『사랑의 갈증』이 성장의 계기가 됨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끝으로, 1990년대 이후 후기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한 ‘욕망의 시대의 성장소설’ 로서 1980년대 ‘우리’라는 공동체적 연대에 대한 후일담 형식의 성장소설과 신세대의 성장소설이 등장하게 된다. 전자의 예가 양귀자의 『숨은 꽃』과 최윤의 『회색 눈사람』이라면,후자의 예로는 신화나 동화의 판타지를 도입한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 배수아의『프린세스 안나』 등을 들 수 있다. 이 두 부류의 작품들은 공히 ‘우리’의 연대 및 사랑의 상실에 대한 환멸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한편, 1990년 이후의 성장소설로는 서술적자아의 회상을 통해 지나간 시대를 추억하는 작품으로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임철우의 『등대 아래서 휘파람』, 송기원의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등이 있다. 이러한 중견 작가들의 작품과 앞에 말한 『신세대 성장소설’ 사이에서 과거에 대한 회상과 90년대적 감각을 버무린 작품으로는 은희경의 『새의 선물』, 신경숙의 『외딴방』,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 등이 있다.

6) 남미영, 「한국현대 성장소설연구」, 숙명여대 문학박사 학위 논문, 1991. 7) 최현주, 『한국현대 성장 소설의 세계』,박이정, 2002. 8) 김병희, 앞의 책. 10) 신희교, 『한국현대성장소설』, 신아출판사, 1998. 11) 최현주, 앞의 책.



외국의 성장소설에 대해서는 이보영 외 지은 『성장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다룬 작품들을 참고할 수 있다.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캘러의 『녹색의 하인리히』, 찰스 디킨스의 『데이빗 코퍼필드』, 톨스토이의 초기 삼부작과 『까자끄』, 헤세의 『페터 카멘친트』(예술가적 성장소설),『데미안』, 『유리알 유희’(시민적 성장소설)등이다.12) 특히 독일 청소년 문학작품의 경우, 한기에 의하면 『막스와 모리츠』, 『사춘기』, 『토니오 크뢰거』, 『수레바퀴 아래서』,『하늘을 나는 교실』, 『긴 양말의 삐삐』, 『오이대왕』, 『모모』, 『벤은 안나를 사랑해』, 『씁쓸한 초클릿』, 『구름』, 『좀머 씨 아야기』, 『블루프린트』 등을 논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13)
아울러 필자가 개인적으로 주목한 외국 성장소설을 몇 편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 작가상드의 『사랑의 요정』, 미국의 작가 쯔바이백이 쓴 『나탈리의 꿈나무』(文公社, 자아언트문고 210, 1982), 역시 미국 델라코트 청소년 도서상 수상작인 존 보어의 『호박』(고려원미디어, 1994), 그리고 바바라워스바의 『작은 하모니카의 사랑』(다섯수레, 1996) 등의 작품들도 좋은 성장소설이 아닐까 한다.



다. 최근 국내외 성장소설들 현황
성장소설이 청소년소설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고 볼 때, 성장소설의 출판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청소년문학 출판 현황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서는 청소년 문학 도서를 기획하여 간행하거나 청소년 문학상을 제정한 출판사들과 국내의 청소년문학 잡지를 살펴본 다음, 최근의 작품들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최근 많은 출판사들이 청소년 문학 도서 출간에 참여하고 있다. 사계절출판사의 ‘사계절 1318문고’ 시리즈, 창비사의 ‘창비청소년 문학’ 시리즈, 비룡소 ‘청소년문학선’ 등이 그 예이다. 아울러 출판사 중에는 청소년 문학상을 제정하여 창작 환경을 북돋우고 있기도 하다. 청소년문학(문학사상사), 사계절청소년문학상(사계절출판사),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문학동네), 창비청소년문학상(창작과비평사), 블루픽션상(비룡소), 푸른문학상(푸른책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푸른작가」(민족문학작가회의), 「풋」(문학동네), 「청소년문학」(전국국어교사모임이 주관, 나라말), 「문학 我」(문학과 경계), 「푸른글터」(부산지방), 「쌍띠에르」(광주지방)등 청소년문학 잡지들도 청소년 문학 혹은 성장소설 창작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국내외 성장소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는 본지 편집위원회에서 작성한 ‘성장소설 50선’ 목록을 참고할 수 있는바, 대개 ‘성장’보다는 ‘가족 이야기’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총론이므로 이에 대한 상론은 다른 필자들의 몫으로 넘겨 두고자 한다. 다만 이러한 목록을 유형별로, 혹은 주제별로 어떻게 체계화하여 개별 청소년의 상황에 알맞은 맞춤식 독서지도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교도서관 관계자 등이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할 몫이라 할 것인바, 이에 대해서는 마무리 부분에서 간략하게 말해두고자한다.



4. 성장소설의 교육적 의의 및 전망
가. 성장소설의 교육적 의의와 활용 방안성장소설은 미숙하고 불완전한 작중인물이 성숙하고 완전한 성인의 세계로 편입되기 위해 겪는 정서적 아픔과 정신적 성장, 현실인식 과정을 주로 다루게 된다. 이러한 성장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청소년 독자들은 작중인물의 감정이나 정서에 공감을 느끼는 등 ‘동일시’ 작용을 통해 자신의 인생 방향의 결정이나 정체성 형성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성장소설을 읽는 동안 청소년 독자들은 사춘기 청소년의 보편적인 성장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성장의 위기를 초래한 사회를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들은 작중인물이 제기하는 사회 현실의 모순과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성장소설이 청소년문학교육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장소설들을 청소년 문학교육 자료로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외의사서 담당자 등 여러 독서 교육 관련자들의 관심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교과서 외의 관련 작품들을 학습자의 수용 양태(가치의 내용, 수준, 유형 등)별로 목록화하여 개개의 사태마다 소설적 처방을 통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14)는 제안에 우리는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학교 국어교사 모임인 ‘나라말 향기’에서 성장소설을 분류하여 ‘부모와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 선생님과의 갈등, 내적갈등’ 등 고민별로 추천 도서 목록을 작성하고 처방적 독서지도를 한 사례는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소중한 것은 학력 위주 입시제도의 틀에 얽매여 인성지도나 진로지도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에게 그것은 학교 내외의 도서관이 해 줄 수 있는 대안적 서비스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성장소설 창작과 그 전망
성장소설은 모더니티의 충격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 개인 성장의 환경을 암암리에 표상한다. 연고에 따른 역할의 세습이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던 근대 이전의 정태적인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의 성장은 그리 곤란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확실한 모형이 이미 주어져 있으며, 설사 그것을 모방하는데 실패한다 하더라도 ‘어른답지 못한 철부지’라는 낙인 이상의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더니티의 성립과 더불어 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추구하는 자율적 능력이 개인에게 필연이자 당위가 되면서 ‘성장’은 비로소 문제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제 어른이 되기 위한 학습은 유혹과 기회로 충만한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일부터 시작되고, 자신의 신원과 소속을 스스로 창출해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영원히 익명적인 인간의 수치를 안게 된다는 압력아래 진행된다. 그래서 자기에게 확고한 개인적·사회적 정체성이 없다는 불안감, 끊임없이 자아 갱신과 상승을 원하는 초조감은 근절되지 않는 순환처럼 근대적 개인을 괴롭히고 있다.15)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의 자아 성장에 필요한 인간 사회의 형식과 조건을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 충족을 위해 성장소설은 계속 창작될 것이다. 독자들은 또한 그 소설들의 주인공이 타고난 연고와 신분의 속박에서 벗어난 근대적 자유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연합의 형식을 창출해 주기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 우동식(禹東植)
에세이스트. 교육평론가.
경북대 국어교육과와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92년 「월간 에세이」를 통해 등단했고, 1994년 「월간 교육평론 평론부문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14) 박인기, 「문학교육의 목표 설정에 관한 연구」, 81쪽. 15) 선주원, 앞의 책, 422~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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