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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하고 싶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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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3 23:08 조회 8,53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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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내으니에게
내은아 안녕? 이렇게 편지 쓰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더 많이 같이 있고 편지도 더 많이 써줬었는데 그치? 같은 고등학교 가려고 고등학교 원서 낼 때가 정말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제 대학교 원서를 쓰고 있어.

처음에 고등학교 들어올 때는 높은 대학교에 꼭 같이 입학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이번 년도 초중반 까지만 해도 그랬었잖아. 선생님께서도 우리 둘이 정말 같은 대학교에 입학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주시고 그런데 지금은 각자의 대학 가는 것도 힘들다는 걸느끼고 있지. 압박감도 심하게 들고 막막하지만 지금 이 시기를 같이 응원해 주면서 잘 이겨내자!

우리가 따로 연락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어디를 같이 가는 것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백 번 천 번 해주는 응원의 말보다 네가 해주는 짧은 한마디가 나한테는 가장 큰 힘이야. 정말 나한테 슬픈 일이 있을 때나 떨리는 일이 있을 때 너 한번 껴안거나 징징 거리고 네가 손 한번 잡아주면 힘이 생겨. 나한테 이런 친구가 있어서 눈물 날 정도로 기쁘다는 거 이렇게 편지 쓰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어.

생각해보면 너랑 나랑 이야기를 깊이 나누고 그러지는 않잖아. 그런데도 나는 너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너도 날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해. 가끔은 진짜 무서울 정도로 너는 날 다 파악하고 있고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어! 사실 그래서 너한테 더 내 얘기를 잘 안 꺼낸 적도 있는 것 같아. 너는 그냥 다 이해해 줄 것 같아서. 정말 친한 사람한테는 더 소홀해진다는 말이 있잖아. 내가 그랬던 것 같아.

내가 너한테 잘못을 해도 항상 내 옆에 있어줄 거라고 믿고 너한테는 조금 관심 안 갖고 있어도 어차피 내 옆에 있어줄 거니까 그냥 어떤 짓을 해도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줄 거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나봐. 그래서 미안한 적이 많았는데 자꾸 그게 반복 되서 계속 미안했었어. 이제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 안 해! 태어나서 이런 친구 만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고 고마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구!

너는 나한테 친구 그 이상으로 가족 같고 애인 같은 나의 일부야.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까지 서로를 생각하는 사이가 됐는지 정말 모르겠는데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너여서 다행인건 확실해. 다른 애들이 우리 둘이 닮았다고 하거나 정말로 친해 보인다고 해주면 뿌듯하고 더 친한 척도 하고 싶어.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네가 싫어하는 행동들을 다른 친구들이 너한테 와서 하면 불쾌하고 하지 말라고 하고 싶기도 해. 근데 네가 안 좋아하는 행동도 내가 하면 다 이해해주는 것도 속으로 엄청 뿌듯해 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한테는 약간의 내숭이나 가식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너한테는 진짜 내 모습그대로 보여주게 돼. 너랑 있으면 정말 아무 말안 해도 편하고 정말 가족 같은 느낌이야.

이제 우리 20살 되잖아. 서로 다른 대학을 가게 되더라도 우리는 멀어지지 않을 거니까,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하고 있어! 둘이서 꼭배낭여행도 떠나고 같이 살아야지? 너랑 계속 좋은 친구로 같이 해나갈 일을 생각하면 설레! 말 안 해도 서로 다 아는 사이라고 해도 앞으로 너랑 가장 고민상담도 많이 하고 너한테 내가 있었던 일 하나하나 다 털어놓아야겠어. 항상 내편에서 생각해주고 잘해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내은아
- 못생긴 혜리니가 (인천 박문여고 3학년 김혜린)

내 0번 혜린에게
안녕? 음..역시 항상 옆에 있는 너에게 말이 아닌 글은 조금 어색하다.
새삼스럽지만 너를 알게 된지가 벌써 6년이야. 아니다, 벌써가 아니고 겨우 6년. 6년 친구가 아니라 60년, 600
년 친구래도 널 표현할 말로는 부족해.

처음 만났을 땐 사실 이상하고 특이한 애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친구가 될 줄은 몰랐는데 결국 같은 고등학
교를 지원하고 이제는 같은 대학을 가려고 바둥바둥할 정도로 없으면 안 될 존재가 되었다니 참 신기하지.
같은 반이 되고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것을 함께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네가 좋아. 어쩌면 공통점이 많
아서 더 친해졌는지도 몰라. 성격은 정반대지만. 근데 사실 난 그게 더 좋다. 너까지 나처럼 애교 없고 무뚝뚝
한 성격 이였다면 둘이 만나 얘기를 해도 재미가 없었을 거야. 그리고 성격까지 같으면 너무 똑같잖아. 그러고
보니 우리 얼굴도 닮았지? 엄마, 아빠도 인정한 쌍둥이잖아, 너랑 나~

가끔은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는 거 같아서 서운할 때도 있지만, 괜찮아. 너도 내가 널 좋아하는 만
큼 나 좋아하는 거 다 아니까. 나에게 넌 가장 좋은 친구이전에 가족이고 애인이고 연예인이고, 아 그럼 나는
팬이 되나? 아무튼 너는 내가 화나고 짜증나고 힘들 때에도 웃을 수 있게 해주는 내 삶의 가장 큰 존재야. 오늘
반 친구들이 내가 널 소홀히 한다고 우리 사이가 멀어졌냐고 묻는데 웃음만 나왔어. 다른 애들의 우정을 비웃
는 건 정말 아니지만, 우리는 친하다고 더 잘해주고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노는 사이는 이미 훌쩍 넘겼으니
까. 널 만나서 참 다행이야.

편지란 게 참 웃기지. 너한테 쓰는 거니까 결국 네가 보게 될 텐데, 일단 앞에 없으니까 얼굴 보고는 절대 하지
못할 말들도 그냥 적어 내려가고 있어. 생각해보면 우린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깊은 얘기를 나눈 적이 별로 없
는 것 같아.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우린 다 아니까. 지금껏 항상 말하지 못한 진심들 먼저 알아주고 위로해준
너에게 고마워. 넌 지금도 쑥스러워 하며 이 편지를 썼을 날 알고 웃고 있겠지. 그래, 정말 창피하니까 우리 만
나도 편지 얘기는 하지 말자.

네가 없이 살 수 있을까. 쓸데없는 고민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하면 무서운 세상이야. 정말 너 없인 못 살 것 같
아. 오래오래 나랑 같이 살아야 돼. 알았지?
가끔 이런 편지도 괜찮은 거 같아. 앞으로도 서로의 진심 더 진하게 전하고 싶을 땐 편지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창피하고 이만 줄일게. 내가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친구가 너라서 고마워. 내일 보자!
- 너의 0번 내은이가 (인천 박문여고 3학년 백내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 딸 소헌에게
언젠가 너에게 유전자의 통로라는 이야기를 했었지, 어느덧 자라서 존재에 대해 물어오는 너에게, 사랑이 뭐냐는 질문에 “유전자가 영원히 지속되려고 일으키는 환상”이라고 말한 적도 있어. 진실은 너무나 간단하고 뚜렷해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지.

지금 아이들은 내가 자랄 때와 너무도 달라. 생각해보면 내가 고등학교 때 할 수 있는 것은 공부 밖에 없었던 것 같아. 고3 때 부교재 값이 6만원 정도였는데, 부교재를 다 사지 못해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빌려보아야 했지. 왜 그랬는지, 장학금을 받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대학 갈 무렵이 되니까 친정아버지는 “네가 집안 형편을 잘 알 것이다. 재수는 없다. 사범대학 말고 갈대학도 없다. 떨어지면 공장이다. 네가 공장에 가면 나는 더 좋다. 돈을 벌어올 테니까.”라고 말씀하셨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친정아버지는 한 번 더 확인을 시켜 주시더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발령을 받으니 아버지는 다시 말씀하셨지. “동생들 학비는 어떻게 할래?” 동생들 등록금이 다가 아니었다. 주택부금까지도 책임을 져야 했지.

어느덧 지쳐갈 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너희 아빠였지. 아빠가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으로 시달릴 때, 나는 가장이 되어야 했다. 너희 둘을 키우려니 어쩔 수 없었지만 생각보다 내가 약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늘 불안해. 나이가 들고 너희들이 자라니 나는 더 강해져야 했지만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능숙함보다는 주저함이 많아지는 것 같아.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도 없어. 세상에는 내가 알려고만 하면 알려주는 것들이 너무 많지만 정작 대놓고 달려드는 아이 하나, 날이면 날마다 지각을 하는 아이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참 딱한 선생님이다 보니 늘 불안했지. 이러다 스스로 무너져 사표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구나.

처음에는 해야 하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지만, 어느 순간 이게 아닌데 싶어서 난감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나에게는 다른 길이 주어지지 않았고 늘 참고 묵묵히 노력해야 하는 길만 있었지. 그렇게 살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또 열리곤 했어.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얻은 인생의 보람이 있다면 바로 이거야. 힘들어서 여기서 끝인가 싶어도 삶은 계속되었고, 그다음에 오는 삶도 나쁘지 않았어. 언제고 나는 늘 부족했고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러웠지.

유전자의 통로라는 말,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쓸쓸한지,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이 세상 진실은 너무도 뚜렷하지만, 아마도 그것이 인생은 아니기 때문일 거야. 인생은 그것을 넘어서 살아볼 만한 어떤 것이란다. 너무 따뜻해서 마음이 다친 남편, 잘못할까봐 조바심치는 나. 늘 좀 더 사람답게 살고 싶은 마음, 이것이 책에 없는, 내 자식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삶이란다.
- 엄마가 (경상사대부고 국어교사 한혜균)

사랑하는 엄마!
어느새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네요. 엄마는 몸이 약하셔서 자주 감기에 걸리시잖아요. 이번 겨울은 건강하게 보내셨으면 좋
겠어요.
다음해에는 저의 주민등록증이 나와요.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수능을 치고요.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대학생이 되지요. 저는
곧 어른이 되요. 그런데 무서워요. 무엇이 무서운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막연한 무서움이에요. 미래는 희망을 준다고 하지만
두려움도 같이 주나 봐요. 엄마는 저를 17년 넘게 보아오셨죠. 그 17년 넘는 시간동안 저를 귀하게 여기시며 돌보셨고요. 엄만제가 어른이 되어도 잘할 거라 말씀하셨지만, 제가 아직도 어리고 미숙하다는 걸 알고 계시겠죠? 이런 제가 어른이 되어요.

엄마는 저와 동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주 표현하시지요. 무뚝뚝한 아빠를 대신해 아빠가 저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표현해 주시고요. 어린 저희는 엄마의 사랑을 먹으며 자랐고, 자라고 있어요. 고등학교에 갓 진학했을 무렵, 하루의 대부분
을 학교에서 지내야 했기 때문에 저는 사랑하는 가족이 없는 곳에서 보내는, 낯설기만 한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몸
도 약해져 감기도 자주 걸렸고요. 제가 아플 때면 엄마가 이마에 물수건도 올려주시고 손발도 주물러주셨는데…… 그 렇
게 전 사랑받는 데 익숙했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선 사랑과 관심을 기대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잖아요.
그게 힘들었어요. 시간이 조금 더 흐른 지금, 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익숙해져 가고 있어요. 그러나 아직은 아이에요.
엄만 제가 아주 작았을 때, 초음파를 통해 봤을 때부터 예뻤다고 하셨지요? 제가 태어났을 땐 만지면 깨질까 어쩔 줄 몰라
하셨다고요. 또 제가 말을 배우고 처음 했던 말이 “미워!”였음에 화가 나기보다 슬펐다고 하셨어요.

아주 어렸을 적에 엄마에게 일하러 가지 말라고 종종 투정부렸던 게 기억나요. 엄마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학교에 나가야 했
으니까요. 그래서 어린 저에게 방학을 하면 많이 놀아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곤 했지요. 저는 방학이 뭔지 몰라 방학이 뭘까
생각하느라 울음을 그쳤고요. 엄마도 제가 어렸을 때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우시죠? 하지만 엄마, 저는 딸의 미래
를 위해 딸과 놀아주고 싶은 마음을 접고 일을 하셔야만 했던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아빠가 우울증에서 조금씩 벗어나셔서
아침에 가끔 학교에 데려다 주시는 것도 고마워요.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참고 견디는 과정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고달
픈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고난을 이기는 가족의 사랑이 어떤 건지도 조금은 깨닫게 된 한 해였어요. 사랑해요, 엄마.
- 딸 소헌 올림 (진주 중앙고 1학년 이소헌)

언제나 함께 하고 싶은 주희에게
주희야!
우리가 함께 한 2010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지금 넌 기말고사 때문에 한창 공부중이겠지. 선생님은
이제 잠시 숨을 고르며 우리가 함께 한 1년을 정리하고 너희들을 새 학년으로 올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어. 해
마다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에 적응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난 이 일이 서툴단다. 특히 헤어지는 일이.
혼자 상처받거나 아니면 상처를 주는 쪽이거든. 올해는 너에게 이런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되어서 이별이 덜
힘들 것 같아.

내가 담임 맡게 될 2학년 4반에 네가 있다는 걸 알고 선생님은 참 기뻤단다. 작년에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너와는 참 통하는 데가 많았거든. 너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는 아이였고, 자기 생각을 또
랑또랑한 목소리로 잘 표현할 줄도 아는 아이였어. 그리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예의바르고, 도전하기를 좋아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도 않지. 그러니 어느 선생님이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니?

그런데 너랑 1년을 함께 보내다 보니 그보다 더 멋진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어. 넌 학교 공부뿐 아니라 도서
반, 영어 말하기 대회, 연극 동아리 등 관심 있는 분야에 열정적으로 달려들 줄 알고, 그러면서도 도움이 필요
한 친구에게 선뜻 네 시간과 마음을 내 줄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더구나. 물론 그 때문에 시
간 관리를 잘 못해서 일을 많이 벌려 놓고 마무리는 잘 못하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너의 인간적인
매력이라고 해두자.

선생님 역시 의욕은 넘쳐 일은 많이 벌려 놓고 마무리를 잘 못하는 편이야.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은 공감을
잘 하지 못하는 무딘 면도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쭉 중학교에서만 생활을 해 온데다가 친한 사람들이
대부분 선생님들이라 학교 밖 사정은 잘 모르기도 해. 이런 사람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품
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잘 도와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도 많이 했었
지. 지금은 그런 고민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의 책
읽고, 여러 사람과 의견 나누면서 부족한 점을 꾸준히 보충하는 거지.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자기 스스로가
끊임없이 배워야 하거든. 선생님이 학년 초부터 너희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 일깨워 주고, 자신의 진로를 탐
색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려고 했던 것도 다 이런 맥락이었던 거지.

초대해 준 너의 연극 공연을 보러 가지 못했던 일, 비협조적인 모둠원 때문에 모둠 바꾸어 달라고 어려운 부
탁을 하러 왔을 때 오히려 내가 잘 버텨달라고 부탁을 했던 일…… 너에게 못 해 준 일들이 자꾸 기억나 미
안하구나. 그런데도 넌 내가 해 준 것들을 기억하며 고마워하고 있어 오히려 선생님이 더 고맙다. 그리고 행
복하다. 내년에 너의 담임선생님, 국어선생님이 되지 못하더라도 너의 멘토로 곁을 지킬게. 행복해라.
- 정해 샘(서울 공진중 국어교사 박정해)

나의 멘토
박정해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주희에요. 엊그제 첫 눈송이가 보슬보슬 내려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렇지만 중학
교 2학년 생활이 이렇게 빨리 지나고 있는 것이 많이 아쉬웠답니다.

제가 올 한 해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친구들과 선생님들 덕분이었어요. 새로운 학년
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던 2학년 첫 수업 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바로 선생님
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전 정말 뛸 듯이 기뻤어요. 1학년 때 저를 너무나도 귀여워 해주셨던 국어선생님이 2학
년 한 해 동안 동고동락하며 지낼 담임선생님이 되셨으니까요.

1학년 국어 수업시간 때가 생각납니다. 국어시간마다 선생님께서 맛깔나게 재밌는 책 소개를 해주셔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제가 도서부원이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도서실을 찾은 학생들이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
고 하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선생님의 책 소개 시간 덕분에 그 누구보다도 책에 대해 설명을 잘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들을 읽으며 선생님의 생각과 저의 생각을 비교해 보기도
했답니다. 선생님 덕분에 다양한 책도 접하게 되고 독서하는 즐거움이 더 커졌어요.

전 제 중학교 2학년 생활이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고민에 파묻혔던 시기라고 생각해요. 작게는 개인적이
고 사소한 가정문제들이고, 크게는 진로문제, 성적문제, 친구문제 등 머리가 굉장히 복잡했었어요. 하지만 이
상하게도 선생님과 만났던 시간은 고작해야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아주 오랫동안 봐왔던 이모처럼 그 누
구에게보다 더 많이 마음 편히 고민을 말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매번 상담하러 선생님을 찾을 때마다 같
이 고민해 주시고, 제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해결책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려요.

요즘 전 한창 제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이랍니다. 전에 선생님께도 말씀드렸듯이 전 외교관이라는 멋진 꿈을 꾸
고 있어요. 하지만 이 멋진 꿈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 지 막막해요. 처음엔 저에게 가장 잘 맞고 제가 좋아하
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제가 이 꿈을 정말 이룰 수 있을 지 의심이 생겨요. 그래도
저는 앞으로 제 꿈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 더욱 노력할 거예요. 지금 계획으로는 내년부터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시켜 주는 봉사활동을 해볼까 해요. 분명 지금의 제 나약한 마음을 꽉 잡아줄 밧줄이 될 거예요. 선생님도
많이 도와주실 거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학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과도 더 많은 추억을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항상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선생님과의 따스한 추억도 제 가슴 속에 깊게 새겨 둘게요. 선생님! 항상 감사하고
하늘만큼 사랑합니다.
- 제자 주희 올림(서울 공진중 2학년 이주희)

언제나 든든한 광세 어머님께
2010년 첫 출근하는 날, 교무실…….
저는 5학년에 배정되었고, 반을 고르기 위해서 5학년에 배정된 선생님들과 서로 의논하게 되었습니다. 5학년에는
네 명의 도움반 학생들이 있어서 5학년 여섯 개 반 중에서 네 반이 도움반 학생을 맡아야 했습니다. 그 네 명 중에
는 제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학생 두 명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광세였죠.

광세는 작년에 제가 합창부를 지도할 때, 음악실 옆에서 아이들이 부르던 노래를 듣고는 교실로 가곤 했었고,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우리 반 프린터로 대량 인쇄를 해서 잉크를 한 번에 다 날렸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
었습니다. 도움반 신수정 선생님께서 광세는 남자 선생님이 맡아주시면 좋겠다고 하여 저는 광세와 같은 반에서
지내게 되었지요.

드디어 광세와의 첫 만남, 광세는 작년에 저에게 엄청 혼이 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처음에는 약간 긴장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온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5학년 2반!”을 외치기 시작했고, 순간
‘이번 1년은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학하고 거의 일주일 동안은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뻗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반 아이들이 광
세를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었지요. 광세에 대한 어머님의 사랑이 깊다는 것, 그리고 광세가 노래를 좋아하는 사
실도요. 우리 반 노래인 <바로 그 한 사람이>라는 노래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광세를 보고 순간 ‘이거구나!’ 했습니
다. 내가 가진 재주로 광세와 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발령 후에 아이들에게 틈날 때마다 노래를 가르치기는 했지만, 올해에는 특히 더 많은 노래를 가르친 것 같습니다.
노래를 가르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광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더군요. 변해가는 광세를 보면서 저도 무척 기
분이 좋았습니다. 틈만 나면 교실을 누비고, 친구 가방을 발로 차고 하던 광세의 모습은 이제는 정말 보기 힘든 광
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여전히 사다리차를 좋아하고, 엘리베이터를 좋아하는 광세지만 올 한 해 동안은 정말 어엿
한 모습으로 자란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합니다.

요즘 저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광세와 눈을 자주 맞추는 것과 광세의 식습관을 고치는 것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광세에 대한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광세와 만나고 얼마간
은 정말 힘들었지만, 저 또한 광세를 통해서 한걸음 더 발전할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광세와의 남은 시간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광세와 오래도록 행복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김동훈 드림(진해 동부초 교사 김동훈)

광세의 느티나무, 김동훈 선생님께
“<Yesterday> 한번 불러 봐.”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편히 몸을 기댄 저에게 광세가 악보집을 건네며 하는 말입니다. “어제, 모든 근심이 사라
졌다고 생각했지.”라고 부르는 제게 영어로 불러보라면서 “Yesterday~”라고 운을 띄우며 간절히 제 눈을 바라
보며 기다립니다. 그제야 저는 영어로 부르기 시작합니다. “Yesterday~ all my trouble seemed so far
away~.” 광세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노래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노래를 다 부르자 잘 불렀다는 말도 없이 냉
큼 아빠에게로 가서 불러보라고 합니다. 아빠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저녁은 광세가 정해
놓은 규칙을 따르고서야 자유 시간이 주어집니다.

눈 맞춤이 어려운 발달장애의 특성을 <Yesterday>라는 노래 하나로 극복하게 해주신 분은 바로 비틀즈의 노래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입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우리 광세는 유독 호기심이 많고, 노래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다리차는
몇 시간이고 앉아서 조립하고, 싫어하는 과목 수업 시간에는 수시로 엉덩이를 들썩이다 급기야 자유를 찾아 교실 밖으
로 내달리는 유쾌한 아이지요. 그런 우리 아들의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수업에 잘 집중하면
쉬는 시간에 기타 쳐 줄게.”라는 선생님의 약속이었습니다. 유독 노래를 좋아하는 광세는 시계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쉬는 시간을 기다리느라 공부는 뒷전이고 교실 밖으로 돌진하는 마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겠지요.

감수성 풍부한 열두 살 사춘기 아이들이 공부 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감미로운 노래와 기타로, 때론 탁구
와 축구로 제자들의 지친 심신을 풀어주려 노력했던 선생님 덕분에 광세와 5학년 2반 아이들은 올 한 해 참 행복했습
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하고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광세에 대한 사랑으
로 몸소 보여 주신 선생님 덕분에, 광세 또한 자존감과 사회성 면에서 월등한 발전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또 광세에 대한 선생님의 긍정적인 마음과 관심은 반 아이들에게 그대로 모범이 되어 아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광세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이런 친구들, 선생님, 부모님의 마음
을 느꼈는지 학기 초에는 리코더를 거부하던 광세가 학기 말에는 멋지게 리코더 연주를 해내는 모습을 보고 사랑과 격
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김동훈 선생님!
제겐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쯤으로 남을 비틀즈의 <Yesterday>가, 수업 시간이 어렵고 불안하기만 했을 광세에겐
위안과 평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저와 광세에게 커다란 느티나무를 닮은 선생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감
사합니다, 선생님.
- 광세 엄마 씀(진해 동부초 학부모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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