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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교를 옮기는 사서샘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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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12-07 13:17 조회 9,57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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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떠나며, 학교를 맞이하며
-학교 이동에 필요한 도서관 메시지
김보란 인천만월초 사서교사



처음 근무한 학교는 군 단위에 있어서 집을 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 다음해에 관사에 들어갈 수 있었고, 관사 경험이 있는 선배 선생님께서 전해 주신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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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로운 관사에 짐을 옮기러 들어갔는데, 부엌 싱크대와 방 안의 붙박이장에 노란색 메모지가 붙어있었어. 거기에는 이 관사에 들어오신 것을 축하한다는 따뜻한 말과 함께 집 안 곳곳에 사소한 주의점이 적혀있었어. 이 관사에 먼저 살던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작은 짐들을 옮기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졌지.”


저는 선배 선생님의 말씀에 함께 마음이 따뜻해졌고, 제가 관사를 나오던 해에 다음에 이 관사를 사용하실 선생님을 위
해 작은 축하 메모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립학교 교사는 4년에서 5년마다 학교를 이동합니다. 새로운 학교로의 이동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일정 기간마다 학교를 이동해야 하는 점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저는 다시 신규의 마음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두 번의 인사이동을 통해 세 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동하는 학교에 대한 준비만 중요하게 여겼는데, 점점 내가 떠나는 학교에 새로 오실 선생님을 위한 준비도 필요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에, 사소하지만 학교를 떠날 때 그리고 새로운 학교에 갈 때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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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를 떠날 때 확인하는 것들
새로운 학교로 옮기는 나의 긴장감과 두려움에 묻혀, 종종 이 자리에 새로 오실 선생님의 긴장과 두려움을 헤아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낯선 장소와 밀려드는 업무에 당황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그 사실에 주목하며 학교를 떠날 때 준비해야 할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2월 말까지 처리해야 할 공문 및 업무 마무리하기
학교를 떠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마무리해야 할 업무를 남기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서교사는 새로운 학교에 가면 도서관의 장서관리와 공간에 대한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기에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남기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다음 선생님을 위한 기본 예의라 생각합니다. 교육청 사업 및 학교 회계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부분 2월에 마감을 합니다. 남기고 가는 업무가 없도록 꼼꼼히 검토하여 자신의 역할을 마무
리짓도록 합니다.


•인수인계는 서류와 파일로 그리고 만나서(신규라면 더)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과 함께 사서교사의 필요성이 확장되어 최근 몇 년간 신규 정원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새로운 학교로 이동할 때, 우리 학교에는 신규 사서선생님이 배정되는 경우를 많이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 학교에 새로 오시는 선생님을 위해 자료를 정리할 때, 저는 신규 선생님을 대한다는 마음으로 인수인계서를 비교적 자세히 작성합니다. 다만, 너무 세세한 내용보다는 필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대면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서류는 보기 쉽게 한 장 정도로 정리하되, 주로 개학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3월 업무를 중심으로 내용을 담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처리하던 업무를 폴더별로 정리하고, 그 안에 주요 업무의 처리 사항을 남겨 안내하면 좋습니다. 업무포털에서 이전 기안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특히 바쁜 3월에는 인수인계한 파일이 더욱 유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도서관운영계획, 도서관 수업, 도서구입 및 폐기와 같은 주요업무를 폴더별로 정리하여 남깁니다. 문서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았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남겨 두면 다음 선생님께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내 주요 계획서 및 도서관 운영 계획서
대부분의 학교 업무는 학사운영의 공통점 덕분에 경력 선생님의 경우 업무 처리에 큰 어려움은 없으실 듯합니다. 다만 학교의 특성을 반영한 주요 사항, 특히 도서관 운영과 관련된 방침은 교내의 주요 계획서를 참고해야 합니다. 이에 교내 주요 업무 계획서와 도서관운영계획서(도서관운영 계획 및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방침이 포함된)를 준비하여 전달하면 좋습니다.


•도서관 관련 업무영역 안내
사서교사는 업무분장에서 “도서관운영과 독서교육”을 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교 특성상 다른 업무를 맡게 되거나, 다른 선생님들과 해당 업무를 나누어 운영하기도 합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독서교육이 중점사업 중 하나로 학교 전반의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해 독서교육 담당자가 사서교사 외에 3명이 더 있습니다. 이 업무들은 모두 사서교사와 맞닿아 있기에, 서로 협력하여 운영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사서교사의 업무 이외에도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업무분
장을 미리 표기하고 전년도 사업을 안내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따뜻한 차
사실 업무의 인수인계는 한두 시간 만에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학교에 새로 오시는 선생님께서 신규 선생님이라면 자세한 안내와 긴 설명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수인계를 대략 마무리했더라도, 새로운 학교에 대한 긴장감과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쉽게 덜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학교를 옮길 때 도서관에 커피, 차 등이 떨어지지 않게 준비하곤 합니다. 긴장감을 풀어줄 혹은 에너지를 돋워줄 카페인으로 소박한 따뜻함을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2. 학교를 맞이할 때 확인하는 것들
경력이 쌓이면 새로운 학교로 이동할 때 긴장감이 조금 줄어들까요? 저는 아직 학교를 두 번밖에 옮기지 않아서인지 학교 이동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손에 땀이 납니다. 제가 새롭게 적응해야 할 학교와 학교도서관을 들어갈 때 확인하는 사항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수인계 꼼꼼히 받기
학교는 지역 환경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갖게 됩니다. 도서관 업무는 학교마다 공통점이 많지만, 학교 특성이 반영된 도서관 특별사업과 같이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받을 때 그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고자 합니다. 물론, 인수인계 한 번으로 새로운 학교의 분위기와 학교도서관 업무 모두를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인수인계는 주요 업무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꼼꼼히 듣고, 선생님에게 궁금한 점을 여쭤보곤 합니다.


•학교 업무분장과 담당업무 확인
학교마다 특성을 반영하여 부서를 꾸리고 업무를 진행합니다. 사서교사 역시 학교의 일원으로 불가피하게 학교도서관의 일뿐 아니라 다른 업무를 맡거나, 소속 학년 및 부서에 따라 협력해야 하는 업무들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 새로운 학교에 출근할 때 업무분장을 결정짓게 됩니다. 적응해야 할 곳은 도서관뿐 아니라, 학교라는 큰 테두리도 있음을 생각하여 업무분장과 담당 업무를 한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내가 맡은 업무의 이전 담당자의 성함이나 현 소
속을 알아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안문을 검토할 때나 조언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서점검 여부와 주요 기자재 파악
새로운 학교도서관을 들어서면 그동안의 관리와 운영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도서관 운영방침, 도서관 수업, 장서와 서가의 구성 등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이 중에서 도서 폐기는 매년 전체 장서의 7% 이내를 처리해야 하기에 장서점검에 대한 의무감과 부담감이 생기곤 합니다. 이에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을 때 장서의 관리와 점검에 대한 기존의 업무 처리방식을 여쭤보곤 합니다.


개학과 동시에 바로 필요한 주요 기자재 역시 미리 파악하면 학기 초에 구입요청 목록을 만들기에 좋습니다. 저는 대출반납대의 바코드, 검색용 컴퓨터, 수업공간과 수업 기자재(전자칠판 외)를 미리 살펴보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인수인계를 받는 것, ‘새로운 학교를 맞이하는 나’를 위한 준비와 절차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새로운 학교를 맞이할 누군가’에 대한 준비와 배려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저 역시 부족함이 많아서, 그동안 인수인계를 받으러 오시는 선생님들께 불편함 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분노를 드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쪼그라듭니다. 이 글을 작성하며 앞으로 내 자리를 정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를 앞둔 선생님
그리고 시작할 선생님께

정희영 서울상봉초 사서


햇빛이 쏟아지는 창밖 풍경에서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도서관 한쪽에 나의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12년이 흘렀다. 그동안 근무한 자리에서 정리할 것이 많았다.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의 케케묵은 먼지를 정리하는 일부터 발령 받기 전 진행했던 독서 행사 마무리까지. 긴 세월만큼 비우고 정리하는 시간도 꽤 필요했다. 두 달 가까이, 마치 내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듯 버리고 정리했던 것 같다. 이곳이 그리워지겠지. 책을 사이에 두고 많은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학생들도 그리워지겠지. 소중한 기억이 많은 학교를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워서 잠시 뒤돌아봤지만 새로운 학교의 교문을 들어서는 설렘도 좋다.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오랜만에 느껴 보는 기분 좋은 긴장감도 좋다. 내가 겪은 것처럼, 전보를 앞두고 업무 마무리를 시작할 사서선생님 그리고 새로운 학교에서 업무를 시작하실 사서선생님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그동안 인수인계를 나누며 느낀 점들을 공유한다.


후임자를 위해 업무분장 파일 마련하기
“우리 학교에 잘 왔습니다. 환영합니다!” 인수인계 때문에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 처음 간 날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교감선생님이 가장 먼저 건네주신 것은 ‘2020학년도 전입 공무직원 안내 자료’였다. 본교의 교육 목표와 학사일정, 학급 편성, 학교 주소 및 전화번호, 일과표, 시설 현황, 교실 배치도 및 내선번호, 본교 교통 안내까지 꼭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학교에 이런 자료가 준비되어 있다면 전입 직원이 새 근무지에 쉽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후임자를 위해 파일을 만들어 준비한다. 올해 업무분장(안)과 학교 계정 물품 구입 사이트와 아이디, 비밀번호 목록도 추가하여 작성해 둔다.


DLS 아이디·비밀번호 공유 시작하기
출근 첫날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학교도서관업무지원시스템(DLS)에 신규 담당자로 인증서를 등록하는 일이다. 인증서 등록이 되어야 관리자로 도서관 장서, 이용자 등 도서관 현황을 파악하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이전 학교에 등록된 DLS 관리자 계정 인증서를 끊고, 기존 담당자에게 인계받은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인증서 등록을 하면 된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이전 학교 인증서를 끊기 전 반드시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을 확인하고 후임자에게 인계해야 한
다는 점이다. 만약 그 전에 인증서를 끊게 되면 DLS센터로 학교장의 직인이 찍힌 확인 신청서를 팩스로 보내고 관리자 아이디와 임시 비밀번호가 부여된 메일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 자세한 안내 사항은 DLS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업무에 필요한 기안문서 양식 마련하기
나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새 폴더 하나를 만들었다. 발령 전에 사이가 가까운 사서들과 의견을 나눠 서로 행정적인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도서관 운영 규정, 연간 행사 계획, 내부 결재, 지출 품의 등 각종 기안문서를 저장했다. 본 업무 외에 해보지 않은 행정 업무가 있을 수 있고 학교마다 체계가 조금씩 다르기도 해서 바뀐 업무환경에서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연간 계획과 독서 프로그램 등의 자료들은 사서가 앞으로의 도서관 운영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서가 구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인수인계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서가 정리였다.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눈감고도 아는 수준이 되어 불편함이 없었지만 후임자를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한국십진분류법에 따라 청구기호대로 정확하게 서가 배열이 되어 있다면 장서 파악은 금방 끝나겠지만, 초등학교 도서관이라는 특성에 맞게 만들어진 몇 가지 서가 배열 기준을 잘 전달해야 했다.


기존에 근무했던 도서관은 초등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성인의 키보다 높은 높이의 서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대분류별 서가 내에서 위쪽에 꽂힌 저학년용 도서를 아래쪽 서가에 배열하고 그림책 서가를 별도로 구성했다. 이는 저학년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 조치였다. 또 학년별 추천도서 서가도 별도로 관리했는데, 해마다 학년별 추천도서가 바뀌어서 별치기호를 따로 부여하지 않고 추천도서 목록을 게시해 놓아 학생들이 원하는 도서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다
소 번거롭더라도 그렇게 배열한 상황을 미리 공유하고, 장서 파악을 통해서 주어진 여건에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서 후임자만의 효율적인 공간 구성을 해 나가면 될 것이다.


내가 새로 근무하는 도서관은 청구기호대로 서가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도서관 개방을 못하는 상황에서 비대면 도서 예약 대출서비스를 바로 시작해도 될 만큼 도서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하지만 글 위주의 책들과 판형이 다양한 그림책들이 섞여 있어서 저학년 학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그림책을 전부 꺼내서 그림책 서가를 별도로 마련했다. 또한 서가를 한국십진분류법 제6판으로 데이터 수정을 병행하며 정리하고 있다. 기
존의 운영 방식이나 그대로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전의 운영 사례를 참고하여 자신의 도서관 운영 철학을 반영하고 직접 도서를 정리하며 공간 구성을 다시 한다면 나의 자리가 완성되어가는 기분이 들고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


나의 학교도서관‘ 연간 계획과 중장기 계획’ 세우기
나는 전보 발령이 처음이어서 인수인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다. 후임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두서없었고, 전임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신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연간 계획과 함께 중장기 계획을 세워 보면 어떨까? 학교도서관의 질적 변화, 미래형 학교도서관 구축, 양질의 독서교육 서비스 제공 등 학교도서관진흥시행계획에 따라 5년간의 분야별, 단계별 계획을 세워서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더욱 발전하도록 다음 인수인계가 이루어지면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 학교도서관뿐만 아니라 사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서선생님들은 1지망, 2지망, 3지망에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기입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혹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 발령이 나기도 한다. 원하는 곳에 갔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기도 하고 원하지 않았던 곳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과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을 만들어 가면 된다.


“사서샘, 꼭 여기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사람 같아요!” 근무한 지 4개월이 지날 무렵, 어느 담임선생님한테 들은 얘기다. 처음에 가졌던 낯섦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은 잠시뿐, 제법 여유가 생겼다. 나는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기대와 노력으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곧 자리 이동을 앞둔 모든 분들도 새로운 변화가 가져다 주는 쾌감을 즐기게 될 것이다.







학교를 옮기는 사서를 위한
인계인수 A to Z

박혜미 수원 천천고 사서교사


연말이 다가올수록 학교 전보 대상자들은 마음이 뒤숭숭하다. 자기 책상을 정리하고 비교적 간단하게 떠나는 일반 교과교사들과 달리, 사서는 도서관 전체를 갈무리해야 하기에 분주하기 그지없다. 그 분주한 가운데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도움이 될 만한 인계인수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다.


인계인수 시 갖추어야 할 기본 문서
학교도서관에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공적인 문서들이 있다. 평소에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 이 문서들은 학교도서관 운영 점검 시 점검 대상이 된다. 이 문서들은 인계받은 사람이 도서관 업무를 한눈에 파악하여 연속적인 업무를 돕는 기본 자료이다.


인계인수서
시도 교육청 담당 부서에서 만든 공통된 양식을 활용하거나 시중의 양식을 참고하여 개별적으로 만들면 된다. 인계인수서 양식에는 도서관 현황(장서, 물품, 예산, 자료 구매 및 폐기), 월별 업무 일정, 주요 사업, 기타 업무 사항 등을 포함한다.



각종 운영 계획서
도서관 연간 운영 계획을 기본으로 하고 도서관 운영 예산서, 중장기적인 개발계획서 등을 포함한다.


각종 규정 자료
도서관 운영 규정, 업무 매뉴얼 등을 의미한다. 자료 분실 시의 처리 방법이나 자료 정리 관련 규정은 도서관 운영 규정 안에 포함하여 만들어 둔다.


각종 대장
도서 원부, 학교도서관 운영위원회 협의록 대장, 도서관 운영 일지, 폐기심의 협의록 대장, 폐기목록 대장, 정기간행물 관리 대장, 비품 대장을 연도별로 정리한다.


정리해야 할 네트워크 및 컴퓨터 점검 지침
독서교육 종합지원 시스템 업무 계정 삭제 및 등록

독후활동 지원 영역과 학교도서관 업무지원 영역의 담당자가 같은 경우에는 2개 영역의 학교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인계인수하고, 다른 경우에는 담당 업무에 해당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인계인수하여 인증서를 등록한다. 전출자가 [인증서 끊기]를 하면 권한이 없어지므로 인증서를 끊기 전에 관리자 계정을 조회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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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아이디와 비밀번호
업무용, 대출 반납용, 모둠 학습용 등 도서관 내에 있는 모든 컴퓨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리하여 전달한다. 업무용 외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당 컴퓨터에 붙여 두면 사서의 일거리가 줄 뿐 아니라 이용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즐겨찾기 메모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해 둔 즐겨찾기 목록을 핸드폰으로 촬영해 두면 새로운 곳에서 일할 때 도움이 된다.


남길 파일과 버릴 파일 구분
독서신문이나 연속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관련 자료는 이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양식을 남겨 두어야 한다. 또한 전년도에 통계 보고 자료는 후임자가 해당 연도에 통계 보고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에 전출자 개인의 자료나 정보가 담긴 것은 USB에 담아 두고 바탕화면뿐 아니라 모든 드라이버에 남아 있을 개인 정보를 삭제한다. 마지막으로 휴지통을 비움으로 써 깨끗하게 정리한다.


메신저 대화창 삭제
교육청 메신저나 PC 카카오톡 대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면 혹시 모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수업자료 지원 방법의 공유
교육과정 안내

학년도가 바뀔 때마다 학교도서관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우선 교육과정을 파악한다. 교육과정이 비슷한 동급별 이동과는 달리 초등에서 중등으로 옮기는 등 급별이 달라지면 많은 부분이 생소해진다. 학년 초에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 자체 연수가 있겠지만 그 전에 특별한 교육과정 중심으로 후임자에게 간단하게 브리핑해 주면 교육과정의 전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된다.


수업 지원 방법
그동안 진행했던 수업 지원 형태와 방법을 전달해 주어 지속적인 도서관 협력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후임 사서가 재량껏 수업 지원의 범위나 방법에 변화를 주어 운영하면 된다. 또한 수업 활용 목적으로 도서관 이외의 장소에 비치하는 자료가 있다면 해당 자료 목록과 위치를 전달한다.


독후활동 재료 처리
전출자가 기획했던 독서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고 남은 재료 중에는 후임자가 사용하기 곤란한 것들이 있다. 서로의 관심 분야나 특기가 달라서 자칫하면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되기 쉬우므로, 차라리 전임자가 챙겨가서 새 학교에서 다시 활용하길 권한다.


수업 지원 도구 현황 전달
도서관 이동수업이나 교실 수업에 지원해 주었던 각종 교육 도구를 도서관에서 관리한다면 후임자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목록을 만들어 둔다. 퀴즈 행사에 사용하는 화이트보드와 보드마커, 테블릿 PC, 다양한 색깔 용지와 사인펜, 수업용 보드게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향후 해결해야 할 점들의 공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예정한 사항이 있다면 후임자에게 빠짐없이 전달해 준다. 예를 들어, 도서관 이전을 검토 중이거나, 노후화된 서가나 컴퓨터를 교체한다든가, 석면 공사로 휴관을 예정하고 있다든가 등의 사항들은 후임자가 운영 계획 수립을 할 때 참고해야 할 유용한 정보가 된다.


기타 소소한 정보들의 공유
각종 기자재 작동법
학교도서관에 있는 빔프로젝트, DVD 플레이어, 코팅기, 복사기, 제본기, 음향기기, 책 소독기 등 여러 가지 기자재의 작동법을 알려 주면 좋다. 전자기기들의 작동법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아서 은근히 신경 쓰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히 책 소독기의 경우 램프나 필터 교체 주기가 길어서 따로 알려 주지 않으면 후임 사서가 관리를 놓치기 쉽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 기자재에 사용법을 붙여 두어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서관 잠금장치
잠금장치가 열쇠로 되어 있다면 보관 장소와 여분의 열쇠를 관리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려 준다. 디지털 형태라면 비밀번호와 작동법을 전달한다.


교내 결재선
학교마다 일반 기안, 품의, 복무, 자료집계 등의 결재선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를 미리 알려 주면 후임자의 업무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기안 상신 시 관리자가 사전 구두 승낙을 원하는지, 바로 상신하여도 무방한지와 같이 관리자 성향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면 후임자가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구매 사이트 정보
우리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도서관 전문용품과 행사 물품 구매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면 일관성 있는 구매가 가능하다.


우리 도서관 기준 작업지침서
자료 등록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경우, 작업지침서(예시자료 첨부)를 만들어 두면 업무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 도서관에서 특별하게 부여하는 청구기호, 사용하는 색깔 라벨, 라벨 붙이는위치, 겉표지가 두 개일 경우 처리 방법 등의 내용을 상세하게 정리해 둔다.



떠나는 전임자의 예의와 시작하는 후임자의 품격에 대해
전임자의 예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 「낙화」의 한 구절은 정들었던 학교에서 업무를 정리하는 이에게도 투영된다. 공무직 사서도 정기 발령제가 시행되면서 이전처럼 한 학교에서 뼈를 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희박해졌다. 발령 날 줄 모르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있으니, 해마다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간혹 폐기할 자료나 미처 등록하지 않은 자료를 구석에 쌓아 두고 가는 바람에 곤란을 겪었다
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새 학교에서 적응하기에도 바쁜 후임자에게 커다란 일 보따리를 넘겨 주고 가는 격이 되니 미리 처리해 두기를 바란다.


후임자의 품격
최선을 다해 도서관을 운영했다면 개인의 특색이 드러나기 마련인 전임자의 방식을 존중해 주자. 간혹 후임자가 전임자의 업무 스타일이 자신과 다른 것을 마치 틀린 것으로 부각하는 경우가 있다. 전임자나 후임자 모두 학교도서관을 책임지는 교내 유일한 전문가가 아닌가. 전임자에 대한 사소한 불평이나 불만은 학교 안에서 소문으로 쉽게 번져서 사서 전체에 대한 평가 절하로 이어질 수 있으니, 자제하길 권한다. 후임자도 인계인수 이후에 사소한 일까지 전임자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인계인수가 잘 마무리된 상태라면 이후에 발생하는 일은 후임자의 권한으로 정리하고 추진하면 된다.
낯선 학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에게 전임자만큼 든든한 지원군도 없을 것이다. 후임자로서 인계인수 과정에서 좋았던 점과 불편했던 점을 잘 살펴보고 훗날 인수인계를 할때 잘 반영한다면 사려 깊은 전임자의 모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0 <학교도서관저널> 11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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