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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서관 리모델링 안내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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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3-24 16:30 조회 21,55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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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행복해할 책 공간의 변신을 꿈꾸며
박영혜 서울청계초 사서교사

 
도서관의 3월은 오리의 발길질처럼 수면 아래에서 분주하다. 진급 처리로 시작된 3월 업무는 새 권장도서 구비, 대출증 재발급, 도서실 독서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다양한 물밑 작업으로 이어진다. 올해 나는 여기에 큰 작업이 하나 더 붙었다. 바로 도서관 리모델링이다. 본교 도서관은 2006년 당시 약 5000만 원의 예산으로 리모델링을 한 적 있다. 당
시 교실 한 칸에 열람석은 앉은뱅이 책상 두 개로 이뤄져 있었고 서고도 꽉 차 도서관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었다. 이 학교에 근무한 사서교사가 힘들게 리모델링을 추진했고 그 결과 지금은 교실 1.8칸에 36석의 열람석을 갖춘 작지만 아담한 학교도서관으로 변신해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형편은 지금도 좋지 않은 편이다. 서가 공간이 부족해 책은 옆으로 누워 꽂혀 있고 아이들 키에 맞지 않는 6단 서가가 즐비하다. 공간도 나누어 있지 않아 도서관에서 동시에 동아리 활동, 영화상영 등 여러 활동을 동시에 하기 어렵다.
본교 어린이들은 타 학교 학생들보다 도서관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늘 앉을 공간이 부족하고 아이들로 붐벼 북새통을 이룬다. 매번 교장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도서관의 확장과 리모델링을 고민했지만 여유 교실이 없어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학급 수가 줄면서 도서관을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되었다.
2016년 10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에 본교의 도서관 상황을 알리고 예산 확보를 요청해 올해 도서관 리모델링에 필요한 예산을 교부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작년 12월말 예산 교부 확정 소식을 듣고 도서관으로 사용할 공간부터 구상했다. 현재 도서실은 좌우로 확장할 수가 없어 불가피하게 도서관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코너 교실 하나를 포함해 교실 3칸을 확보하고 공간을 확정했다. 이후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임시 TF팀을 구성하고 1월과 2월에 리모델링한 인근 학교를 돌며 우리 학교 리모델링에 필요한 공간 등을 구상했다. 개학 후 정식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TF팀을 구성하고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추진 계획서를 작성해 내부 결제를 받았다.
이젠 본격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총회가 끝나고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고자 한다. 이 회의에서는 설계사를 만나기 전 우리가 제안해야 할 것들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제안서로 작성하고자 한다. 그 후 설계사와 만나 꼼꼼한 설계 절차를 끝내면 입찰을 통해 공사 업체를 선정하고 여름방학 즈음 청계 도서관은
변신에 들어간다.
새롭게 만들어질 청계 도서관은 아이들이 늘 오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또한 다양한 활동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교수-학습 공간, 동아리실, 영화 감상 공간, 온돌방, 혼자만의 공간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할 것이다. 생애 첫 집을 사서 이사 가는 그 마음처럼 설렌다. 우리 아이들도 벌써부터 도서관이 언제 변신하냐고 물어 본다.
청계 도서관이 겉보기에 예쁜 도서관이 아닌 효율적이고 행복한 공간으로 바뀌기를 꿈꿔 본다.
 
 
 
핵심적이고 대안적인 도서관을 위한 재단장 준비
-대구 사서샘의 강릉 지역 도서관 리모델링 탐방기
강봉숙 대구서부고 사서교사
 
이상적인 학교도서관
동아리 활동을 하는 곳, 자율활동, 점심시간, 쉬는 시간, 방과 후에 학생 스스로 즐겨 찾고 싶은 핫 플레이스. 그러면서도 새로운 수업을 꿈꾸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공간이어야 하는 곳.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학교도서관이 관공서 분위기의 딱딱한 학교 공간 가운데 한 곳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공간을 구성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필수적이다.
그러한 고민 속에 이상적인 도서관의 모습을 떠올리곤 할 때 생각나는 곳이 있다. 먼저, “절대 침묵을 강조한다면 시민들이 소통하는 장소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는 일본의 다케오 시립 도서관. 그리고 24시간 개방한다는 일본 츠타야 서점과 대만의 성품서점(誠品書店). 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에 30개의 침대가 함께 있다는 도쿄 Book and Bed 유스호스텔. 이 곳들의 공통점은 정적이고 꼿꼿한 자세로 정형화된 공간에서의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이 먼저 말을 걸어올 것 같은 공간. 편안한 마음, 그리고 편안한 자세로 책, 사람들과 소통해도 좋을 독서 공간. 그런 곳이 학생들에게 대안적 공간으로서 학교도서관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전 점검
대구 서부고는 3만 권가량의 장서가 교실 2.5칸 규모에 빼곡히 들어 있다. 더 이상 책을 꽂을 공간조차 없다고 2년간 징징거리던 어느 날, 2017학년도 학교도서관 독서 환경 개선 사업에 선정되었다. 덕분에 대구광역시 교육청으로부터 부족한 배가 공간 확보에 쓸 수 있는 예산을 2,000만 원 배정받았다.
우선은 애매하게 생긴 6단 캐비닛 속에 들어 있는 책부터 구출해야 할 것이다. 벽 쪽 서가는 맞춤형으로 제작해 천장까지 8단으로 높일 것이다. 슬라이딩 서가를 확보하여 배가에 효율성을 기해야겠다는 생각도 가득하다. 1억 원 이상 대규모 리모델링 경험을 이미 두 번이나 가지고 있지만 재단장은 여전히 두렵다. 수많은 도서를 포함해 이삿짐을 꾸
리고 다시 청구기호에 맞게 재배열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말이다. 또 잘 모르는 가구·건축 관련 용어와 입찰 관련 지식에 주눅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의욕을 가지고 야심차게 알아본 모든 사항들이 교사 의지와 의욕만큼 실행되기 힘든 학교의 전반적 환경에 부딪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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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학교도서관 공간 재단장은 위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사전에 학교도서관 공간의 특색 있는 구성을 위한 안목을 넓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학교도서관, 공공도서관 등 도서관은 물론 서점, 만화 방, 카페 등 다양한 곳을 둘러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SNS를 살펴보면 국내외 특색 있는 독서 공간이 소개된 사례가 많은데 여기서 영감을 얻는 것도 좋겠다. 이때 인상적인 공간과 참고할 만한 세세한 사항들을 사진으로 남겨 두면 좋다. 설계를 협의하고 재단장할 때 업체에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축 자재나 규격 등의 명칭을 정확히 알지 못할 때에 업체와 소통하기 위해서 사진이 주는 효율성은 매우 크다.대출대 내부와 연결된 도서관 외부의 반납함, 특색 있는 비정형 가구 등 세세한 사진 하나하나가 좋은 정보가 된다.
우리 학교의 경우 매우 협소한 공간에 한정된 예산으로 배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슬라이딩 이중 서가를 생각해 보았지만 남학생들이 슬라이딩 서가 위에 보드처럼 올라가 장난치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주저하게 되었다.
또 묵직한 느낌의 조달 기성 서가보다는 바디감이 무겁지 않지만 튼튼한 철제 서가를 고려했다. 관련 사례를 검색하던 중 강릉의 ‘북스북스’ 만화방 철제 서가를 발견했고 방문해서 사용 후기를 살펴보았다.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난 곳 역시 만화방이었다. 홍대나 대학가 인근에 성행하는 만화방은 공간만 보아도 만화책을 읽고 싶은 충동을 들게 해 준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선생님들과 함께 강릉 북스북스로 무작정 떠났다.
 
강릉 북스북스와 주변 학교 탐방
만화방으로 가는 길에 있는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강원도교육청 유일의 공립형 대안학교인 현천고등학교 도서관을 함께 둘러보았다. 민족사관고 사서교사이신 김동명 선생님과 현천고 사서교사 이현애 선생님과 행복지원부장님이신 장봉근 선생님 덕분에 두 학교 견학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두 곳은 10분 내외 거리의 인접한 학교이지만 모든 것이 180도 다르게 느껴졌다. 수월성 교육 추구 여부와 함께 도서관의 모습 역시 대비되었다. 민족사관고의 경우 고전을 영어 원서로 읽고, JSTOR 데이터 베이스를 구독해 영어 논문을 읽는다는 학생 이용자에 걸맞게 학교도서관 공간에도 고전적 기품이 묻어났다.
현천고는 개교한 지 만 2년에 불과한 신설교이고 대안 교육을 목표로 운영되기에 학교 곳곳이 대안적 공간이었다. 학교도서관뿐 아니라 음악실, 미술실, 가사실, 강당 등 모든 곳이 학교도서관 공간을 구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온돌 강마루로 도서관 바닥을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 학생들이 신발을 벗고 도서관에
들어와 어느 공간에서나 편안한 자세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다. 대구 운암고의 경우도 온돌 판넬을 설치하여 비슷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서관이 전반적으로 매우 청결했다. 예산이 허락한다면 온돌 강마루 설치를 적극 권장하고 싶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지만 해가 지고 나서야 강릉북스북스 만화방에 당도하였다. 사장님께서는 공간 견학만을 위해 대구에서 온 우리를 의아해하시면서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사장님은 경기도의 철제 가구 전문 업체에서 1,200만 원 내외로 철제 프레임에 뉴송 원목 상판이 놓인 8단 서가 10여 조를 맞추셨다고 하셨다. 원목 상판의 경우 18t 두께, 즉 18mm로 구성한 것은 내구성이 좋지 않아 24t나 30t를 권해 주셨다. 또 원자재 나무의 너비 규격이 240cm 단위로 재단되어 있기에 맞춤형 가구를 제작 의뢰할 때 80cm나 120cm 단위로 구성한다면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귀띔해 주셨다. 공간을 직접 둘러보며 복층형 벙커에서 만화책도 들춰보며 사장님의 조언을 듣다보니 가구, 인테리어 무식자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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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도서관, 현실로 만들어 보기
이후 선생님들과 광화문 교보문고의 소나무 책상,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 있는 북파크 서점의 대형 서가, 현대카드 트레블라이브러리의 컨시어지 데스크, 한글도서관 책걸상 등 천상계에 해당하는 장소들을 둘러보며 다시금 많은 힌트를 얻고 현실계의 서부고 도서관에 돌아왔다.
역시 녹록치 않다. 분주한 신학기 틈틈이 견학한 후 생각해 본 공간 구성에 대해 행정 관리자에게 포부를 밝혔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천상계에서 엿보고 현실로 벤치마킹해 보고자 치열하게 구상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떠올리니 ‘이루기 힘든 꿈이구나,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행정실 측은 S2B 학교장터(www.s2b.kr)에 등록된 조달 기성 가구를 들여오는 것을 선호한다. 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고의 대안은 맞춤형 가구라고 겨우 우겨 본다. 그러나 그 다음 관문은 입찰이라는 외계어로 된 벽이다. 물론 수의계약이 청렴을 위해서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하지만 제3자 단가 계약, 다수 공급자 물품계약(MAS), 공공구매 정보망(www.smpp.go.kr), 시방서, 견적서, 세금계산서 등의 용어가 나오면 외계어를 듣는 듯 주눅이 든다. 그냥 순하게 행정실 이야기 권유를 듣고 치열한 고민을 모두 접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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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며 퇴근하던 길에 대구 원대동 가구 골목을 지나다가 빈티지한 느낌의 리우 목공방을 발견하였다. 그런 아방가르드한 공간의 주인이라면 나의 마음을 알아줄 것만 같다는 혼자만의 믿음으로 사장님께 무턱대고 우리 학교도서관에 들러서 제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 들어달라고 부탁드렸다. 필요한 사항을 모두 말씀드리고 견적과 원하는 세부사항들을 전문 용어로 풀어주시길 함께 말씀드렸다. 그 과정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철제 프레임의 경우 25각, 30각, 40각 등의 규격이 있는데 40각, 즉 4cm 정도면 서가 프레임으로 적당하다. 서가 상판 두께로 30t 두께는 두꺼우며 24t 정도면 상판으로 적당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상판이 책 무게로 휠까 걱정이 된다면 상판 하부에 철제 받침대를 추가하면 된다. 철제 서가 측면과 뒷면에 아주 작게라도 턱을 달면 책이
옆이나 뒤로 빠지지 않게 할 수 있다. 또한 뉴송 원목은 뉴질랜드에서 온 소나무라는 뜻으로 밝은 베이지톤의 원목이며, 조금 붉은 나무로는 레드 파인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어두우면서도 트렌디하게는 직사각형 무늬가 돋보이는 멀바우 나무를 활용하여 상판을 올릴 수 있다는 점 역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천사 같은 목공방 사장님께 깡패 같은 사서교사가 얻어낸 견적서를 가지고 행정실에 들렀다. 행정실장님께도 견적서를 얻어낸 상황을 말씀드리니 어이 없다는 듯 웃으셨다. 그러나 견적서는 3곳 이상에서 받아 보는 것이 원칙이고 그에 따라 글로 풀어쓴 작업 내역인 시방서를 입찰 시에 첨부해야 한다고 한다. 그건 다 어쩌나 하고 또 덜컥 걱정이다.
설계도나 시방서 작성은 사실 원칙적으로 그 자체로 업체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목적사업비로 교육청에서 내려온 예산으로 그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따라서 설계비는 학교 자체 예산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다시 학교 자체 예산에 이런 항목이 없다면 일을 추진할 방법이 애매해진다. 목적사업비라도 이러한 예산을 포함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업무 추진이 더 효율적일 것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았다.
수많은 고민을 뒤로 하고 곧 학교도서관 독서 환경 개선 사업 추진위원회 회의를 연다. 처음으로 돌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나 역시 열린 마음으로 모든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다만 학교도서관이 온전히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뿐이다.
 
 
 
도서관을 ‘꿈을 찾아 떠나는 쉼터’로
양소라
서울금북초 사서교사
 
서울금북초등학교 ‘꿈꾸는 도서관’은 6개월의 사전 준비 절차를 거쳐 2016년 1월에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했고 2차로 5월 가구 및 비품 교체를 함으로써 도서관 리모델링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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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전
학교도서관은 기존의 지식·정보에 접근하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며, 사람을 학습공동체와 상호 연결시켜 주는 활동의 장이다.1) ‘꿈꾸는 도서관’은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이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자주적으로 생산하고, 협동학습을 할 수 있는 공동체 마련에 비전을 두고 리모델링을 기획했다.
2. 예산
성동구 교육경비 보조금을 신청하여 지원이 확정된 후, 학교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초기에는 약 6,787만 원의 예산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리모델링 협의 중에 지역교육지원청에서 바닥 공사를 지원받기로 했고, 성동구 주민참여예산으로 그 다음해에 3,600만 원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리모델링을 1차(시설 기본 공사-2016년 1월), 2차(가구 및 비품-2016년 5월)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했다.
 
1) OECD 교육위원회의「 학교도서관 정책보고서」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성동구 교육경비의 경우, 도서관 리모델링이 시급한 이유와 상황을 부각시켜 신청서를 제출했다. 성동광진교육 지원청의 경우 교육지원청에서 노후된 복도나 바닥 환경을 가진 학교를 조사하였는데 우리 학교가 선정되어 도서관 바닥 공사를 지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성동구 주민참여예산의 경우 매년 성동구청에서 10억의 예산을 가지고 주민 참여 투표를 통해 선정된 사업을 구의회에서 내년 예산에 원안을 그대로 포함하는데, 우리 학교는 낙후된 도서관 가구와 비품 교체 예산에 대한 신청서를 냈고 많은 주민들이 투표를 해주셔서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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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세부 추진 일정
가. 공사 전
‐‐설계 용역비가 지출되더라도 학교도서관 설계 경험이 많은 건축사와 함께 설계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건축사와 함께 작업한 설계도면을 가지고 시공업체 입찰 과정을 진행했다. 설계 용역을 두었을 때 장점은 첫째, 중간에 변경 없이 공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둘째, 건축사와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눠 설계 도면이 완성되기에 수요자 중심의 설계가 가능하다. 본교도 설계도면 완성까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다. 단점은 비용 부담이다. 시공업체에 설계를 맡길 경우 설계 용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도서관에 독립된 수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도서관 옆 교과실과 상담실을 확장하여 수업 공간(모둠학습 공간)인 ‘질문이 있는 교실’을 설계하기로 했다.
‐‐리모델링 설계 진행 중에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바닥 공사를 지원받게 되었다. 시공업체 입찰에는 바닥 공사를 포함하지 않고 입찰을 진행했고, 이후 시공업체와 일정을 조정하여 공사 중간에 3일 동안 교육지원청 바닥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리모델링 공사를 30일 앞두고 자료 정비와 비품 정리를 시작했다. 등록할 자료가 있는 경우 등록하고 자료 폐기 절차를 거치고 이관하여 사용할 도서를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리모델링 공사15일 전에는 휴관하여 대출을 금지하고 반납을 받는 기간(7일)을 정해 장서 점검 및 조열 작업을 했다. 또한 공사 기간 동안 도서관 담당자가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교과실)으로 이사하고 서가별로 번호(예: 별치기호-1)를 붙여 이사 준비를 했다. 이사 당일에는 불용물품 폐기 작업을 했고 도서와 소장할 물품은 도서관 바로 옆 2개의 교실에 나누어 공사 후 먼저 들어올 물품 순서대로 보관했다. 이사 후 최종적으로 설계도면을 꼼꼼히 살펴보고 공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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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공사 중
공사 시작 후, 가구나 비품 정보 조사를 하여 구입 계획에 우선순위를 두는 작업을 했다. 또한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추진위원들과 함께 여러 가지 색깔을 골라 보고 도면을 살펴보는 작업을 했다. 색깔을 선정하여 살펴본 도면과 실제 샘플을 보고 만져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색깔 선정에서 의견이 다양하여 결정이 어려웠고 아쉬운 면도 있었다.
3달 후에 가구 및 비품 예산을 별도로 교부 받을 예정이었기에, 3달 동안 사용할 가구와 사인물만 구입하는 것으로 공사를 마쳤다. 조달청 가구의 경우 설치 기간이 꽤 소요되므로 구입 시 일정을 조정하여 개관 일자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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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공사 후
공사 완료 후 도서관 옆 교실에 있는 도서와 물품을 옮겼다. 개학 전에 이사할 수 있도록 공사 중간에 일정에 차질이 없는지 확인했다. 개학을 하루 앞두고 이사했고 장서 정리 및 조열 작업과 기타 랜 공사, 가구, 비품 설치를 마무리하여 개관했다. 개관식은 독서 축제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하고 학부모도 도서관에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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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2차 공사
예산을 2차에 걸쳐 교부받아 분리 공사를 진행했다. 1차 공사 3달 후 교부받은 예산으로 가구와 비품을 교체했다. 분리 공사의 장점은 시설 기본 공사를 마치고 2달 동안 이용자의 이용 추이와 시설 상태를 고려하고 기능성, 심미성, 규격성을 고려해 가구 및 비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이사 비용을 2차에 걸쳐 지불한다는 것, 1차 공사 후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구, 사인물과 같은 비품을 구입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구는 조달청에 등록된 여러 가구 업체의 카탈로그를 받아 도서관에 1차적으로 선정했다. 이후 행정실에서 여러 업체에게 받은 견적서를 보며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10차 회의를 하여 가구를 선정했다. 우리 도서관 도면도에 여러 가구를 비치하여 3D 시안을 보여준 업체 덕분에 선정에 도움을 받았다. 가구를 선정할 때 이런 3D 시안 또한 가능하므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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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타
1) 예산 tip - 집행 우선순위 세우기
예산 집행 계획을 수립할 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여 우선 구입 순위를 3순위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내년 도서관 자체 예산에서 지출 가능한 품목을 정해놓고 이후에 지출할 수 있도록 비품마다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행정실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2) 이사 tip
행정실을 통해 여러 이사 업체의 견적과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문헌정보학과 출신 팀장이 운영하는 이사 업체로 선정했다. 이사 당일 작업 시작 전, 업체 직원 15명을 대상으로 30분 정도 간단한 연수를 실시했다. 도서의 순서와 보관 방법, 보관 순서에 대해서 설명하고 파손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도록 했다.
3) 사인물 인테리어 tip
우수 도서관 탐방을 하며 조사했던 정보를 바탕으로 사인물을 직접 제작하고 싶었으나 비용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도서관 용품 업체와 상의하니, 디자인팀 팀장이 도서관에 직접 방문하여 우리 도서관에 맞춰 디자인을 했다. 유리문 시트지, 기둥 디자인, 벽면 디자인, 천장형 사인, 부착형 사인 등 디자인의 다양한 시안을 보내줘 사인물의 종류를 보고 결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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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편안하고, 유익한가?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의 시작부터 끝까지
최은규 서울 강남중 사서
 
 
저는 서울시 동작구에 있는 강남중학교의 사서입니다. 단층이던 저희 학교도서관 글마루는 2015년에 복층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1층은 자료실과 열람실이 북카페처럼 이용되고 2층은 수업 공간과 동아리 방으로 사용됩니다.
도서관이 꿈틀대다
2011년 3월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할 당시에도 글마루는 새로 지은 건물의 새 도서관이었습니다. 책들이 자유롭게 꽂혀 있어서 약 두 달은 분류 체계에 따라 책을 서가에 정리하는 데 집중해야 했습니다. 도서관 활용수업도 하루에 5, 6교시씩 날마다 이어졌기에 ‘한 해를 잘 지냈구나!’라고 말할 수가 없는, 섭섭하고 창피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한 해였습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저희 글마루는 꿈틀꿈틀 몸을 뒤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께서 도서관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학교도서관의 흥망성쇠는 교장선생님의 두 눈과 두 손에 달렸다는 것을 사서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다음 해에는 학교도서관에 대해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계신 교감선생님까지 부임을 하십니다. 이 덕에 강남중 도서관 글마루는 재규어의 다리와 독수리의 날개를 갖게 됩니다. 뛰고 싶으면 뛰고 날고 싶으면 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겐 공간이 필요해요!
행복에 겨운 고민은 이로부터 비롯됩니다. 도서관이 너무 좁아진 것이지요. 추운 겨울에 바닥이 찬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학생들은 바닥에 앉아 만화책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이다보니 책을 조용히 읽고 싶은 학생들은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룹 과제를 하고 싶어 우르르 온 학생들은 매번 실망을 하며 돌아가고는 했
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문제였습니다. 서로 다른 독서동아리 네 팀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팀이 활동을 하면 다른 팀은 물론, 책을 읽거나 빌리거나 반납하러 오는 일반 이용자들도 도서관에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또 때마침 저희 학교 독서동아리 중 한 팀이 중 학교로는 유일하게 서울시교육청 독서동아리 대회에서 그동안의 활동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500명이나 모이는 큰 대회라 대본을 쓰고 외우고 ppt를돌려가며 거의 날마다 늦게까지 연습을 해야 했는데 도서관에서는 이게 불가능했습니다. 상담선생님이 흔쾌히 배려해 주신 덕분에 거의 한 달 가까이
상담실을 빌려 쓰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본관과 신관을 계속 뛰어다니며 이 팀 저 팀의 활동을 동시에 살펴보아야만 했습니다. 상황이 이 정도니 도서관의 리모델링은 정말 저희에게 절박한 현실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타인의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이시는 분이셨습니다. 또 자주 도서관에 들르셔서 도서관의 이런 상황을 속속들이 잘 알고 계셨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여러 번 물으시고 또 직접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셨습니다.
저의 답은 늘 한 가지였습니다. 천장을 뚫고 도서관 2층을 만드는 것이요. 글마루가 건물 한 구석에 자리를 잡다보니 동서남북 어디로도 공간을 늘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천장 위는 테라스 공간이었기 때문에 저는 내심 그곳을 욕심내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잠긴 문을 열 때마다 상상했거든요. 2층으로 올라가는 긴 계단에 학
생들이 자유롭게 앉아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 장면 말이에요.
그런데 이 일이 실제로 이뤄어질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두 분이 환한 얼굴로 도서관에 오셔서는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듣자마자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아마도 교감선생님께서 이러셨던 것 같아요. “우리 됐어! 우리 도서관 넓게 리모델링하게 됐어!” 그 순간에는 정말로 얼이 빠져서 생생하게 남은 기억은 아이 같이 웃으시던 교감선생님의 얼굴뿐입니다. 이 날이 2014년 12월 16일입니다.
리모델링의 첫발
소소한 것들을 의논하며 겨울방학을 보내고, 2015년 3월 개학을 하자마자 도서관 리모델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준비 작업으로 일단 주변의 학교도서관을 둘러봤습니다. 직접 보고 오는 것이 좋겠다는 교장선생님의 권유와 배려로 마음 편히 도서관 문을 걸어 잠그고 출장을 다녔습니다.
열정적이시던 교감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이 되셔서 다른 학교로 가시고 새로 교감선생님이 오셨는데 이분 역시 도서관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습니다. 제가 다녀온 곳은 성남고, 숭의여고, 당곡중, 그리고 관악구의 용꿈꾸는 작은도서관과 삼청동의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공간, 가구 등을 사진으로 찍고 그곳의 사서와 짧은
인터뷰를 하며 공간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사서회의 등으로 봉원중, 신림중, 장승중 등을 꽤 많은 학교도서관을 돌아본 일도 있습니다. 이곳의 사서 분들께도 공간 활용에 대한 사진을 부탁했습니다. 모두들 흔쾌히 부탁을 들어 주시고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 주기도 하셨습니다.
날마다 감사와 감동의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모아 3월 25일에 외부에서 위원들을 모시고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위원으로는 도서관이 구석구석 잘 만들어진 경수중학교의 정덕자 전 교장선생님, 독서운동을 활발히 하시며 학교도서관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송경영 선생님, 교육청에서 사서들을 끊임없이 도와주시던 정경선 사서가 위촉되었습니다.
먼저 그동안 제가 모은 자료와 글마루가 왜 리모델링이 필요한지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각 분야에서 도서관 전문가이신 세 분께서는 이러저러한 중요한 부분들을 콕콕 짚어주셨습니다. 맨땅에 헤딩을 하는 심정이던 저의 눈이 순간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날로부터 5월 21일까지 절차를 밟은 공식적인 회의만 7번입니다. 그리고 5월 22일에 드디어 강남중 도서관 리모델링 TF팀의 의견을 잘 살린 설계도가 나왔습니다. 6월 1일에는 전기 배선 담당자가 방문하여 현장 답사를 했습니다.
방학식이 지나고 7월 30일에는 중요 서류와 비품을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도서관을 좋아하시던 가정선생님께서 기꺼이 가사실 안의 준비실을 내주셔서 중요한 서류와 자료들은 모두 그 안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늘 따뜻하신 진로 상담 부장님께서는 혼자 쓰시던 교무실에 기꺼이 제가 지낼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이분들이 안
계셨다면 뭐라도 분실되지 않을까 얼마나 불안했을까요? 정해진 자리가 없이 긴 시간을 울돌목에 동동 떠 있는 표주박처럼 지내기도 했을 것입니다.
 
 
본격적인 공사 시작
며칠 뒤 8월 6일에는 책상 등을 서가가 있는 안쪽으로 쭉 몰아넣었습니다. 이 공간과, 계단을 내기 위해 천장을 뚫을 자리 사이에 비닐 벽이 쳐졌습니다. 그리고 5일간 천장이 뻥 뚫렸습니다. 방학 내내 저는 출근하여 공사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2학기부터 다른 학교로 가셔야 했기 때문에 좀 아득하다고 할까, 막막하다고 할까, 날이
갈수록 좀 멍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공사 한참 전, 소장님이 쓸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오던 날 그렇게나 아이처럼 기뻐하셨는데 이 공사가 끝나고 가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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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실장님은 개인적인 일로 꽤 오래 학교를 비우셨고, 이 공사를 담당하던 교육청의 주무관님은 과한 업무로 소통이 불가능한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례를 들자면, 공사 비용에 맞춰 설계를 변경할 때 그 내용을 꼭 알려달라고 설계사무소와 교육청으로 양쪽 모두 몇 번이나 당부의 말을 남겼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그 어떤 이야기를 듣지 못
했답니다. 학교마다 원하는 리모델링의 핵심 내용이 있는데 말이죠. 통화도 열 번이 넘게 해야 한 번 정도, 그것도 매우 짧게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자기 집을 짓는 게 아니고 학교 건물을 짓는 건데 왜 학교 측에 상의를 안 하시는 걸까요? 백 번 양보해서 변경 결과라도 통보는 해줘야 하지 않나요? 저는 이 부분은 아직도 납득이 되지를 않습니다.어쨌거나 이럴 때마다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나서 학교 측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물론 교육청 주무관님으로부터는 어떤 상의의 결과도 얻어
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지지하고 기운을 불어넣어준다는 느낌은 당혹스러운 크고 작은 문제를 만날 때마다 저를 잘 견뎌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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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찰랑거려도
며칠을 쉬고 개학식 날에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전날 엄청난 비가 쏟아졌는데 미리 막아놓지를 않아 도서관 안에 빗물이 들이쳐 있었습니다. 고인 빗물은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살랑 물결을 쳤습니다. 막힌 비닐 벽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안쪽에 있던 책상, 서가도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쓰던 컴퓨터 다섯 대도 맨 구석 바닥에 놓아두었는데 컴퓨터 역시 물에 젖었더군요. 개학식이 진행되는 동안 먼저 실장님께 보고하여 업체 대표님, 현장 소장님과 함께 침수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께서도 일일이 서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셨고요.
일단 공사는 계속 진행이 되었습니다. 외부 공간이던 테라스에 벽이 세워지고 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9월 25일에는 이 벽에 창문이 설치되었습니다. 10월 2일에는 동아리 방에 신발장이 들어오고 13일에는 동아리 방에 강화마루를 설치하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멋진 색감의 나무가 깔렸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도 수많은 회의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작성했던 공사일지를 살펴보니 2일부터 13일까지 인포메이션 데스크 디자인부터 검색대 디자인, 2층 벽면 페인트 색상, 계단 난간 페인트 색깔, 계단 아래에 놓일 계단식 서가의 색상, 2층 열람실 바닥과 동아리 방 바닥의 색깔까지 정했습니다. 색상표와 샘플, 그리고 결정을 확인하는 결재
서류를 들고 TF팀 담당 선생님들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순항과 난항의 반복
이 와중에 10월 14일에는 교감선생님과 함께 동작구의회를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리모델링을 하라고 받은 예산으로는 공간을 만들 수만 있을 뿐 가구나 커튼 등에는 1원도 지출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교감선생님의 배려로 저는 도서관 안에 무엇이 필요한지 사진과 함께 부랴부랴 표로 만든 서류를 직접 들고 가서 설명을 드릴 수 있었
습니다.
다음 날인 10월 15일부터는 청소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현장의 보완 사항을 검토하셨습니다. 제가 본다고 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제 다 끝났구나, 했는데 계단 난간 끝 날카로운 부분, 벽면 페인트의 얼룩 등 손을 보아야 할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필름이 우리가 고른 것과
다른 색깔이 와서 다시 입수하는 동안 데스크 위에 인조 대리석부터 덮기도 했습니다. 소소한 문제들이 있기는 했지만 바로바로 처리가 되며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리모델링을 했던 도서관의 사서들이 왜 그렇게 너무 힘들었다며 넌덜머리를 냈을까, 이런 질문들을 여러 번하며 신나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공사 막판에 접어들어 저도 마음 힘든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보수할 부분들이 남아 있음에도 소장님은 자꾸만 공사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한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하셔서 정말 난감했습니다. 제가 사인을 하라고 부추긴들 교장선생님께서 완료되지도 않은 일을 완료되었다고 사인을 하실리 만무합니다.
저도 좀 단순한 사람이라 일이 차례차례 하나씩 마무리되며 진행되어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완료가 되어야 된 거지, 안 된 것을 되었다고 했다가 다시 보수를 했다가 하는 복잡한 일은 없었으면 했습니다. 돌아보니 내심 교장선생님이 사인해 주지 뭐, 하실까봐 마음을 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페인트 작업 때문었습니다. 이번에 저희 리모델링 중 페인팅을 맡았던 업체는 어휴,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보통은 페인팅 전에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을 붙이거나 떼시잖아요? 그런데 이 업체는 전혀 그러시지를 않는 거예요. 결국 손가락 피부가 벗겨지도록 제가 직접 독한 약품으로 바닥을 닦아야 했답니다. 요청해도
대충하고 가시거나, 알았다고 하고는 그냥 가버리셨기 때문입니다.
작업도 어찌나 얼렁뚱땅 하시는지 2층 벽면은 전체가 온통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었습니다. 교감선생님도 교장선생님도 몇 번이나 지적을 하셔서 저도 몇 번이나 업체에 요청을 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3월에 학교도서관을 보러 다닐 때 하나 같이 “우리 말은 안 먹혀요.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실장님이 나서셔야 해요.”라고 했던 사서들의 조언이 날
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답니다. 소장님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시던데, 혹시 이 페인트 업체 분이 소장님의 친척은 아니었을까 엉뚱한 상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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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도 다시 살피는 마음으로
천 개는 족히 넘을 페인트 점과 벽면의 얼룩 때문에 저는 당시 팔딱팔딱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소장님과 교육청에 계속 전화를 하는 동안, 23일에는 1층과 2층의 랜선 공사가 이뤄졌습니다. 2층이 동아리 실과 수업 공간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1층에 있던 프로젝터와 스크린도 2층으로 옮겨 달았습니다.
학교 측에 미리 알리지 않고 교육청에서 준공 심사를 하고 가셨기에 26일에는 준공 심사가 다시 이뤄졌습니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행정실장님, 건축업체 대표님과 소장님이 시간을 맞추어 만나 심사 과정에 참석했습니다. 각자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그 자리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미흡한 부분들에 대한 보수 요청도 했습니다. 검사는 역시 여
러 눈이 필요한가 봅니다. 함께 돌아보니 그 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모기장의 쭉 찢어진 부분도 여섯 군데나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28일에는 전기 부분만 준공 심사를 따로 했습니다. 다음 날 29일에는 공장으로 떠났던 비에 젖은
서가와 책상들이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손가락이 시큰거릴 정도로 책과 비품을 다시 정리해야 했지만 올 것들이 와서 자리를 잡으니 마음이 한결 좋더군요. 솔직히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업체 대표님께서 번거롭게 만들어 미안하다며 사과도 하시고 비용을 적게 쓰려고 우기거나 하지도 않으셔서 저도 꼭 필요한 수선만 맡겼더랬습니다. 문제가 기분 좋게 해결되는 바람에 이 업체가 번창하기를 진심으로 몇 번쯤 빌기도 한 것 같습니다. 페인팅 때문에 11월 초까지는 계속 보수 요청을 했습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 쪽으로는 콘센트가 달랑 하나, 랜선도 들어와 있지 않아 따로 전기 공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12월부터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들어와 수업도 하고 대출과 반납도 할 수 있
게 되었습니다.
겨울방학 무렵 동작구의회에서 배분하는 예산을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방학과 봄방학에는 내내 롤 스크린 설치, cctv 설치, 1층 바닥 교체 등으로 거의 날마다 늦게까지 막바지 도서관 정비 작업을 했습니다. 실장님도 새로 오셨는데, 책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셔서 툭하면 야근이었어도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제가 공
들여 선택한 것들로 텅 빈 공간이 점점 더 쓸모 있고 쾌적해지는 과정도 참 기쁘더군요.
방학 전에 학생들이 사용하면서 더 보안될 부분도 알게 되었습니다. 벽면이 무광 페인트로 칠해지는 바람에 학생들 실내화 자국 같은 오염이 쉽게 된다는 점이 그 예입니다. 물티슈 등으로 오염을 닦아내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페인트가 함께 벗겨졌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투명 바니쉬를 한 통 사다가 학생들이 앉거나 걸어 다닐 때 실내
화에 오염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칠하는 작업도 세번에 걸쳐 반복했습니다. 저의 예전 취미가 가구 리폼이라 이쯤이야 쉽고 재미있었답니다.

사람들에게 즐겁고, 편안하고, 유익한가?
저희 도서관은 아주 넓지는 않습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거나 세련되고 고급진 내부 공간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요모조모로 사용하기에 참 좋습니다. 복작복작 도떼기시장 같던 1층은 2인용 원목 테이블을 죽 늘어놓아 북 카페처럼 이용합니다.
일단 이곳은 열람 공간 앞뒤로 서가가 있어 금방금방 책을 꺼내다가 읽기에 편리합니다. 이곳에서는 좀 와글와글 떠들 수도 있습니다. 옆 사람이 불편해서 짜증내지 않을 정도로만 목소리를 조절하면 됩니다. 여기서는 껌만 제외하고 음료나 간식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교실로 돌아갈 수
도 있습니다. 남한테 잘 안 보이는 자리도 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쉬다 갑니다.
1층이 너무 시끄럽다면 2층에 올라가 조용히 책을 읽으면 됩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수업 공간과 이어지거든요. 널찍한 창문 너머로 나무들이, 나무 너머로 운동장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창가 자리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벚꽃이 만발한 날에 정말 바깥 풍경을 감상하는 소중한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2층의 안쪽은 동아리
방입니다. 겨울에는 전기로 바닥 난방을 하기 때문에 만화책을 갖고 올라가 뒹굴 거리며 읽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여기엔 다섯 대의 학생용 컴퓨터가 있고, 학생들은 이곳에서 조별로 ppt를 만들고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개관식은 2016년 4월에 열렸습니다. 초대장은 도서반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도움을 주신 서울시의회, 동작구의회, 컨설팅 위원 등등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저로서는 모든 분들이 감동입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웃는 얼굴로, 정말이지 기꺼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일로 저는 좀 성장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가진 것들을 저 역시 기꺼이 나누고 싶어졌거든요.
마지막으로 개관식의 감동실화를 전해드릴까요? 개관식 때는 정말 쟁쟁한 분들이 바쁘신 와중에도 모두 와주셔서 축사를 전해주셨습니다. 윤호상 교장선생님도 와주셨지요.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도서관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모두 사서선생님 덕분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었더니 도서관을 2층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 말로부터 이 모든 일이 이뤄졌습니다.”
세상에! 누구나 꿈만 꾸었던, 이뤄질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하신 분은 바로 교장선생님이신데 말이지요. 사서로서 이런 교장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축복이고 기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서관 리모델링을 앞둔 사서선생님들 모두 이런 교장선생님을 만나시길, 그래서 혼자 힘으로 뭘 하기에 늘 고단했던 여러분이 학교에서 사서로서 마음껏 꿈을 펼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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