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특집 사람책·사람도서관 1/3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10-31 17:42 조회 6,230회 댓글 0건

본문

 
 
 

 
 
나를 읽어 주세요
휴먼북을 빌려 주는 휴먼라이브러리
 
허정숙 노원휴먼라이브러리 관장
 
유럽에서 첫 출발
휴먼라이브러리는 덴마크에서 로니 에버겔이라는 청년이 이벤트를 벌이면서 관심을 받아 세계적으로 번지게 되었다. 나를 이해받고 싶었던 청년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이뤄지는 추세다. 도서관에서는 종이책처럼 사람책의 목록을 보고 열람을 신청해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책이 되는 사람은 검은색 피부, 뚱뚱한 사람, 아랍인등 편견을 겪는 이들이다. 이렇듯 휴먼라이브러리는 사회적 편견을 겪는 사람들의 인권을 찾아 보고자 하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사람책, 의미와 가치
휴먼북이란 사람을 책처럼 빌려서 읽는 사람책을 뜻한다.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나누어 줄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될 수 있다. 휴먼북을 통해 성공담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실패했거나 좌절했던 이야기 등 다양한 생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에 큰 의미를 가진다. 휴먼북 이야기는 내가 경험한 것을 들려주는 내용이라 주관적이
기도 하고 구체적이고 유일하기도 하다. 가입한 사람을 인터뷰를 통해 책 내용을 파악하고 책 목록처럼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하면, 독자들이 휴먼북을 골라 홈페이지에서 열람을 신청한다. 그 후 사서가 일정을 조정해 신청자와 휴먼북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한다. 이것을 열람이라고 표현한다.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낯선 듯 보이지만 인류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고 지혜를 전수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책’이라면, 가장 따뜻하고 생생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해 도서관의 역할의 변화와 확대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내다본다.
특히 휴먼북 열람에는 온도가 있다. 열람할 때는 토론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는 휴먼북의 인생 경험을 존중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규칙을 지키는 것은 서로 소통하며 공감이 일어나는 열람을 만들고 휴먼라이브러리가 지속되는 힘이 되기도 하다.
열람자는 휴먼북을 만나서 소중한 이야기를 듣고 만족해 하고, 휴먼북들은 평범한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주고 고마워하는 열람자들을 보면서 뿌듯해 한다. 이런 면에서 휴먼북은 쌍방의 서비스가 될 수 있다. ‘내가 정말 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저 사람이 나를 위해 시간을 내 줄까’ 생각했던 사람들이 열람을 하고 나면 새로운 마음
을 가지는 한편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휴먼라이브러리는 휴먼책과의 만남을 통해 공동체 형성에 일조한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휴먼북 열람의 경험은 우리 동네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지역 사람들의 호의로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지역주민 간의 유대감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휴먼라이브러리는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의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의 시작
노원정보도서관 안에 있는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카페에서는 휴먼북과 독자가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사람을 만나 정보와 지혜를 나누는 사람책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현재 683명의 휴먼북이 있는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전국에서 최초로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상설화된 사람책 도서관으로 2012년 3월 노원구에서 설립하여 운영되었다.
노원구는 서울시 25개 지자체 중에서도 인구는 많지만 (2016년 약 58만) 재정 자립도가 낮고 사회 배려 대상자들이 많은 지역적 특성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나눔으로서 지역 사회의 발전과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어 보고자 휴먼라이브러리를 시작했다. 시민사회에서 함께 제안하고 추진위원회를 구성, 노원구 도서관 조례를 개정해 설립과 지원 근거를 만들었다. 지금은 노원 구립 도서관의 일부로 운영되며 추진위원회 구성원들은 운영위원회로 전환되어 동아리처럼 매달 운영위원회를 진행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주민 주도형으로 운영된다. 운영위원회가 주체가 되어 매달 동아리처럼 열린다. 휴먼북과 함께하는 휴먼북 산행동아리, 휴먼북과 함께하는 합창단, 휴먼 연극대본리딩 동아리 등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은 더 깊어진다. 그 소속감으로 서로 간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든든한 휴먼북
휴먼북 열람을 한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어른들을 통해 따뜻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엔 우리 동네가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나도 다시 누군가에게 좋은 선배나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낮은 도시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
을 가지게 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2012년부터 열람을 하고 진학하거나 취업한 청년들이 다시 휴먼북으로 가입하는, 경험의 나눔이 순환하여 이어지는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아버지와 아들 휴먼북, 어머니와 딸, 아들 휴먼북도 생겨나고 있다.
정○○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진로에 대한 막연함 속에 회계사 유영구 휴먼북을 두 번 열람하고 진로를 회계학과로 결정했다. 그 후 대학에 진학하고 친구와 다시 회계사 휴먼북을 세 번째 열람했다. 휴먼북 열람은 멘토와 같이 지속성을 추구하지 않지만, 3회의 연속 열람을 허용한다. 한 학생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가 되면 휴먼북
이 되기로 약속했다.
의사가 되겠다고 한 공○○ 학생은 의료 분야 최수전 휴먼북을 두 번 열람하고 휴먼라이브러리에서 진행하는 공감북 토크 인문학 여행토크등 인문학 프로그램을 수차례 들었다. ‘사람 살리는 것이 인문학’이라는 최수전 휴먼북의 열람을 통해 인문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공○○ 학생은 의과대학에 진학했고 그 후 휴먼북이 되었다. 그는
‘찾아가는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해 인문학에 대한 소감과 의과대학을 진학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열람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지금도 수시 열람이 가능하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연간 2회 정도 노원구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대규모 열람을 진행한다. 휴먼북 50명 정도와 청소년 500여 명이 참여하기도 한다. 멘토와 다르게 현장의 열람으로만 끝나는 휴먼북은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도록 해 휴먼북을 보호하고 휴먼북의 부담을 줄여 주려 한다. 청소년 열람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연령
과 조건에서 한하여 열람을 허용한다.
휴먼라이브러리는 휴먼북들의 경험을 무료로 나누는 봉사를 통해 이뤄진다. 편견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신으로부터 출발한 의미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경쟁 교육에 기여하거나 경쟁 사회를 부추기는 데 일조하지 않으려 경계한다. 세월의 흔적을 통해 쌓여가는 사람의 지혜만큼 사람책은 따뜻함을 더해 갈 것이다. “겉표지를 보고 판단하지 말아
주세요. 사람책을 소중하게 대해 주세요.”
 
 
 
마음의 무기를 만들어 드립니다
박성익 사람도서관 아울러 대표
 
사람도서관이란?
사람도서관은 덴마크의 로니 에버겔이라는 사회활동가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유럽에서 시작하여 현재 70여 개국으로 확장한 프로그램이다. 한 사람이 직접 책이 되어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인데, 4~5명의 소수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함께 대화를 나누며 한 사람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책과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구독
자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 많은 소수자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들은 그들을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 끝에 그들을 직접 만나게 해 주고 함께 대화를 나누게 하자는 결론에 이르게 돼 사람도서관이 시작되었다. 채식주의자, 성소수자, 여자 소방관, 우울증·정신분열증 환자 등 우리가 평소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셈이다. 참여자들은 삶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오해가 풀려 나갔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국회도서관에서 최초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고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라는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아울러의 시작과 고민
아울러의 경우 2011년 4월 1일 처음으로 사람도서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약 200여 권의 사람책이 출판되었고 60명 정도의 사람책이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울러의 경우도 다른 일반 사람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사람책을 초대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운영이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주로 대표 지인들이 참여하는 형태였는데, 점점 더 많은 구독자와 사람책들이 참가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초로 알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기존의 대표 지인들은 그간의 활동을 보며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지만 새로 유입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람책으로 참여하기 전 사전 인터뷰 과정이 생기게 되었다. 이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를 사전에 들은 뒤 그 내용을 책 제목, 머리말, 목차로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힐링을 너머 힐러로
아울러의 지향 가치는 바로 회복탄력성, 즉 고난이나 역경으로부터 ‘점프업’하는 힘이다. 아울러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핵심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도서관은 기본이 플랫폼 사업이라 더 많은 사람책을 확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목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때 고민이 생겼다. 과연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길 들으러 오고, 또 다시 사람책들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려 하는 단골들이 생기는 것이 과연 아울러가 지향하는 회복탄력성에 적합한 방향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중요한 건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감동받을 수 있고 당당해지는 것이 회복탄력성에 더 가까운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즉 ‘힐링을 너머 힐러로’ ‘구독자를 너머 사람책으로’ ‘단골을 너머 동료를 지향’하는 방향성을 세우게 되었다.
아울러의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도서관’과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사람책 워크숍’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유명한 명사의 삶에 감명을 받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본인의 삶에 본인이 감동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아
울러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많은 다수가 강의를 듣고 나면 “우와! 나도 저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반면, 아울러 사람도서관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 ‘어떤 삶의 순간이 의미가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즉 구독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람
책으로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책 구독자 주요 사례
아울러가 처음으로 중학교에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였다. 첫날 학생들을 만나서 던진 질문이 “학생들 요즘 관심사가 뭐에요?”였는데 다들 “오토바이 타는 거요”라고 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이 중2 학생들이라 충격적이었다. 당시 찾아갔던 학교가 대구에서도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학교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 여대생도 사람책으로 참가했다가 나중엔 “대표님, 너무 힘들어요. 못하겠어요”라는 말을 종종 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내내 고민도 탈도 많았다. 과연 이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프로그램 8개월째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은 유독 학생 한 명이 사람책을 붙잡고 자기 이야길 계속하고 있었다. 당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단 한 번도 우리 앞에선 자기 이야길 하지 않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후 그 아이에게 다가가 오늘 어떻게 자기 이야길 해줄 수 있었냐고 물으니, “이 선생님이라면 제가 어떤
이야길 하더라도 다 들어주고 이해해 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다시 선생님께 여쭤 보게 되었고 아이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집 3남매 중 둘째 여자아이인데 아버지께서 기분이 안 좋거나 술 한 잔 들어가면 그 아이만 손을 댔다고 했다. 학교에 다닐 때 늘 모자를 쓰고 왔었는데 스트레스로 탈모가 진행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사실 그날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책은 칼럼리스트 지망생었다. 그가 들려준 삶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자신은 굉장히 아들이 태어나길 바랐던 집안에서 딸로 태어났다고 했다. 하루는 명절날 다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해서 할머니랑 대판 싸우기도 했다고 한다. 아버지를 따라 직
장에 찾아갔는데 아버지의 동료께 “아저씨 이거 뭐에요?”라고 물으니 “여자아이가 그거 알아서 뭐하게?”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등 어릴 적부터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 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칼럼리스트가 되고 싶은 이유도 약자들을위해 글을 통한 대변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취지였다.
이야기를 들었던 구독자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책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 아이가 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누구에게나 아무리 좋은 심리적 해결책이 있더라도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공감할 수 있는 대화,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사전
에 필요하겠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 준 아이였다.
새로운 목표, 마음생협
어떻게 하면 회복탄력성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방향성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현재 사람책을 만드는 일은 (개별 인터뷰 진행) 아울러 대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확장성과 관련한 부분도 약할 뿐더러 사람책들 사이에서 대표에게 더 많은 문제들을 의존하고자 하는 상황들이 늘어가고 있는 단계라서 대표
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서로 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마음생협’이다. 좀 생소할 수 있는 이름이지만 말이다. 의료생협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 의료생협의 경우 기존 병원은 병이 생긴 다음에 찾아가는 곳이지만 의료생협은 너무 많은 약 처방 또는 항생제 사용을 지양하며, 병이 생기기 전 예방의 의미로 조합원들이 모여 서 의사를 고용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마음생협도 유사한 프로세스이다. 마음의 건강을 예방하기 위해서 기존의 사람책 구독자들이 주요 조합원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2016년 아울러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마주하길
아울러가 사용하는 슬로건은 바로 ‘마음의 무기를 만들어 드립니다.’이다.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고 최근엔 헬조선이라 불리며 점점 살기 힘들어져가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삶을 되돌아본다는 것이 어찌 보면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를 돌리려 하는 것이 아닌가? 또는 메슬로의 욕구 지도 최상위층에 해당하는 럭셔리한 사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의 수용소』를 쓴 로고테라피 창시자 빅터프랭클의 이야기처럼,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삶의 의미, 마음의 무기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사람도서관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이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길 바란다.
 
 
 
휴먼라이브러리,
3년간의 성과 그리고 과제
이민영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2016-10-31 17;25;01.PNG
 
 
2014년 2월 15일, 18일 양일 간 희망제작소, 국회도서관, 수원시평생학습관 공동주관으로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 로니 애버겔 초청 강연 및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컨퍼런스는 2013년 6월 희망제작소가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최고지도자들과 함께 덴마크의 평생학습 사례를 탐방하기 위해 코펜하겐을 방문했다가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 로니
애버겔(이하 ‘로니’)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로니는 한국에 휴먼라이브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흥미로워했으며, 초기 휴먼라이브러리의 구상과 취지가 정확하게 전달되길 바라고 있었다.
 
편견의 대상인 사람책이 핵심
휴먼라이브러리는 희망제작소가 국내에 처음 소개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 초청 강연을 포함한 이 컨퍼런스를 기점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영문명 그대로 사람도서관이다. 일반 도서관과 운영 방법은 유사하다. 독자가 방문해 정해진 시간 동안 책을 빌리고, 반납하고 또 다른 책을 빌리는 과정이 거의 동일하다. 한 가지 차이점은 휴먼라이브러리의 책은 사람이라서 독자와 사람책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다. 물론 휴먼라이브러리는 지역별, 기관별로 운영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상대출 외에 일회성, 이벤트 형식으로도 많이 진행된다.
도서관의 핵심이 책이듯 휴먼라이브러리가 타 프로그램과 갖는 분명한 차이점은 사람책이다. 사람책은 휴먼라이브러리에서 대여되는 사람을 뜻하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책은 우리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 중에서 선정된다.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차별 받는 당사자 중 해당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누구나 사람책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편견 및 고정관념과 맞닥뜨려 얘기하고 싶은 사람 역시 누구나 ‘독자’가 될 수 있고, 약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휴먼라이브러리의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덴마크의 최대 뮤직 페스티벌인 로스킬레 페스티벌(Roskilde Festival)의 부대행사로 덴마크 청년NGO인 ‘스탑 더 바이얼런스(Stop The Violence, 폭력을 멈춰라)’가 주관하여 2000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스탑 더 바이얼런스
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폭력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청년 단체다. 스탑 더 바이얼런스는 5명의 코펜하겐 젊은이들이 폭력 방지를 위해 1993년에 자발적으로 구성한 운동 조직인데, 이 운동은 그들의 한 친구가 다툼 중 무자비하게 칼에 찔린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휴먼라이브러리의
창립자인 로니도 스탑 더 바이얼런스의 5명의 창립자 중 한 명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휴먼라이브러리가 편견이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지않게 하기 위한 대화로 출발했다는 점은 휴먼라이브러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단순함, 양날의 검
휴먼라이브러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무형식, 다양성, 저예산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무형식성 : 주제에 제약을 두지 않고, 참가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 독자와 사람책 사이에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대화로 진행된다.
다양성 : 휴먼라이브러리는 주제, 공간, 참여자 모든 것이 열려 있다. 장소도 공공도서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커뮤니티센터, 대학 캠퍼스, 쇼핑센터, 직장 공간 등 언제 어디서나 열 수 있다.
저예산 : 휴먼라이브러리의 모든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사람책도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각 지역에서 행사나 이벤트를 추진할 때는 스스로 기획해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모든 것은 가능한 단순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좀 더 단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해야 한다.” 단순함의 힘을 강조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휴먼라이브러리의 저력은 바로 ‘단순함’에 있다.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주제는 물론이고 시공간도 다채롭게 꾸밀 수 있는 데다 비용까지 거의 들지 않는 프로그램이라니, 교육이나 행사 기획
자라면 누구나 이 단순한 프로그램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창립자인 로니 또한, 휴먼라이브러리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론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라는 강점이 다른 한편으로 로니가 주로 사용하는 표현에 따르면 ‘괴물’을 양산하는 주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상의 민주주의 교육을 권함
처음 희망제작소가 휴먼라이브러리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휴먼라이브러리가 일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사람책과 독자가 직접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며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거두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존에 한국에서 알고 있던 휴먼라이브러리는 명사 중심의 작은 강연회, 이웃 간의 재능
나눔,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에 초점을 맞춘 일회성 프로그램이거나 이벤트에 가까웠다. 하지만 창립자를 직접 만나 그의 입을 통해 들은 휴먼라이브러리는 우리가 알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자체가 이미 단순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혁신적 방법론을 넘어 사회 통합과 갈등을 다루는 일종의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었다. 이는 희망제작소가 항상
궁리하고 있던 ‘일상의 민주주의, 시민 민주주의 교육’과 연결되어,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한 탐색을 계속 이어가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희망제작소는 다양한 형태의 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하여 운영 주체나 주제에 따라 활용 가능한 여러 형태의 역할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휴먼라이브러리 기획자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
하고 운영 매뉴얼을 제작·배포하는 등 기획자들을 지원하는 일에 애써 왔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와는 별개로 여전히 각기 다른 성격과 형태와 목적의 프로그램들이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모든 것에 열려 있다는 단순함이 본래의 취지를 곡해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휴먼라이브러리의 목적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휴먼라이브러리 자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기
도 한다. 휴먼라이브러리라는 낯선 개념을 소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설계가 잘 된 휴먼라이브러리에 참여하는 것인데,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휴먼라이브러리 중 참여를 권할 만한 사례가 마땅치 않은 것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도서관에서의 휴먼라이브러리는
학교나 학교도서관에서도 위와 같은 오류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저자와의 만남을 이름만 휴먼라이브러리로 바꾸어 진행한다든가, 과학 수업에 하얀 가운을 입고 비커를 흔들 것 같은 연구자를 모셔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휴먼라이브러리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휴먼라이브러리는 편
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일례로 한 학교에서는 진로수업의 일환으로 의사, 교사 등 학생들이 주로 알고 있는 직업군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로교육에 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했던 한 교사는, 학생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을 만큼 접해본 직업 자체가 평소 많지 않기 때문에 사람책 목록을 구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들에게는 긍정적
이든 부정적이든 가족, 지인이나 대중매체 등을 통해 단면만 알고 있던 각각의 직업에 대해 두루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한다.
캐나다 밴쿠버 글래드스톤 고등학교의 휴먼라이브러리는 기획·운영의 대부분을 학교도서관 사서가 맡아 하는데, 평소 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애(전맹) 여교사였는데, 그는 결혼해서 자식도 있고 동정을 질색하는 굉장히 독립적인 인물이었다. 시각장애인에 대해 막연한 편견을 가졌던 학생들은 그를 접해 보고는 많이 놀랐다. 휴먼라이브러리에 학생들을 데려왔던 교사는 “학생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고 한다. (<한겨레21> 995호 “안철수 의원 빌려주세요” 참조)
서울숲 청소년 휴먼라이브러리도 참고해볼 만한 사례다. 서울숲 청소년 인턴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청소년 멘토와 서울숲사랑모임 코디네이터와 한양대학교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TEEN’Seoul 동아리 소속 구성원들이 함께 활동한다. 2011년부터 매년 휴먼라이브러리를 개최했는데, 이곳의 특징은 기획·섭외부터 운영까지 모두 청소년들이 직접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참여한 청소년 중 한 명은 가장 인상적인 사람책으로 함께 동아리로 활동한 친구들의 부모님을 꼽았다. 평소 알고 지내는 분을 사람책으로 만나는 경험을 통해 주변에 늘 있었던 사람들을 다른 각도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휴먼라이브러리는 고정화된 역할과 정체성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이 개발되고 지속되며 확산되는 것이 앞으로 학교도서관에서의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을 좀 더 수월하게 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다양한 이야기가 숨 쉬는 사람책
성심여고 도서관 아카데미 활동 이야기
 
강경화 서울 성심여고 사서교사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작가를 만나다
올해로 4회째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 아카데미는 매년 5월에 시작하여 4명의 작가를 모시고 책과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우리 학교 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4회를 맞이하는 동안 총 14명의 작가를 모셨고, ‘진로특강 : 나의 꿈을 찾는 여행’, ‘생활 속의 과학’, ‘역사, 과거와 현재의 소통’, ‘인문학 콘서트’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어
왔다.
2016년의 주제는 인문학 콘서트로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의 박홍순 작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무의식에 비친 나를 찾아서』의 김서영 교수,『청소년을 위한 행복 철학』의 조정옥 교수, 『10대와 통하는 사회 이야기』의 손석춘 작가 이렇게 4명을 만났다. 주제도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곁들인 알찬 강의로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책 안팎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강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제 도서를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자유롭게 질문을 한다. 작가는 답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청중에게 전달한다. 이 공간 안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교감하고 나누는 점이 특강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 아카데미는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들, 작가와 대화를 해 보고 싶었던 내용들이 있다면 그 작가를 직접 만나 질문하고 답을 들으면서 궁금했던 점을 해소하고 생각지 못했던 것들까지 알게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 매회 100명 가까이 되는 청중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살아있는 책,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도서관에서는 매년 유명한 작가를 모시고 ‘저자와의 만남’ 혹은 ‘작가와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저자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책이 주는 지혜를 넘어 글쓴이의 경험과 생각까지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책’의 개념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책’ 또는 ‘휴먼라이브러리’란 결국 ‘경험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경험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쇄물 속 텍스트로 전달할 수 없는 그 사람의 감정과 동작, 그것을 전달 받는 사람이 느낄 감정까지… 사람책은 혼자 읽는 책은 전해 줄 수 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이용자들 사이의 소통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 기획 요령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특정 주제를 정하고 그와 관련된 강사를 섭외하여 특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은 참 어렵다. 4명 강사의 스케줄을 우리 학교 특강 일정과 맞춰 진행하는 것이 제일 힘들고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일이다.
보통 도서관 아카데미 주제는 그 전년도에 정해진다. 전년도 참여자 대상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다음에 듣고 싶은 강의 주제는?”라는 설문 결과를 반영하여 주제와 관련된 도서부터 찾아보는 것이 도서관 아카데미 진행 순서 중 제일 먼저 시작되는 일이다.
주제와 관련된 도서를 다시 사회과학, 문학, 철학 분야 등으로 나눠, 고등학생에게 적합한 책과 저자를 선별한다. 선별된 도서를 미리 읽어본 후 최종적으로 선정된 저자에게 강의를 요청하게 되는데, 이 작업이 도서관 아카데미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도서관이라면 도서관의 ‘타이틀’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교도서관보다는 저자에게 접근이 수월하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이 저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출판사를 통하거나 인터넷에 공개된 저자의 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는 게 전부다. 도서관 아카데미를 진행하면서 저자에게 강의 부탁 메일 쓰는 법도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무
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었다. 여러 번 메일을 보내면서 나름의 섭외 메일의 작성 요령이 생겼다.
우선, 화려한 미사여구나 형식적인 인사치레는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학교에서 어떤 취지로 강의를 진행하고자 하는지, 왜 이 강의가 열리는지, 주제가 선정된 과정이 어떠한지에 대해 담담하고 진솔하게 적는 것이다. 또, 그동안 우리 학교에서 강의해 주셨던 분들을 미리 알리고 본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도
함께 알리면 강의를 할 저자 입장에서 강의의 방향과 내용을 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강의를 듣는 대상에 대한 정보, 예를 들어 성별과 학년, 책은 미리 읽어 오는지 등의 정보를 미리 알리는 것이 좋다. 특히 책을 미리 읽어 오는지에 대한 여부는 강의 내용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전에 꼭 협의하길 바란다.
또한 강의료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알리고 시작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특강을 많이 해 본 강사라면 학교의 강사료 지침 정도는 알고 있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괜히 먼저 민망해할 필요가 없다.
강사 섭외와 참여자 신청까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면 강의 참석자용 감상문을 작성하도록 학생들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 1회때 도서관 아카데미 참석자는 150명이 훌쩍 넘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강의는 보통 2시간이 넘는데, 초반에 집중하던 학생들의 태도가 점점 흐트러지고 옆 친구와 수다 떠는 등 점점 많은 학생
들이 자의반 타의반 강의 내용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2회부터는 강의 참석자용 감상문을 적어서 강의가 끝남과 동시에 제출하도록 했다. 확실히 학생들의 집중도가 강의 끝날 때까지 유지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모든 강의가 종료된 후에는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강의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과 다음에 듣고 싶은 강의 주제에 대한 자료를 모아 두면 다음 강의 프로그램 기획에 큰 도움이 된다.
학교와 사람책
사실 학교 현장은 이미 ‘교사’라는 ‘사람책’이 있는 곳이나 다름없다. 교사는 자신이 가진 교과 정보와 지식을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이때 단순히 지식과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교과에 대한 교사의 해석과 경험들도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전해진다. 즉 교사의 경험과 생각을 학생들과 수업을 통해 나누고 있는 것이다. 수
업이 진행되는 교실은 소통의 공간이 되고, 교사는 사람책이 되어 살아있는 이야기를 주고받기 때문에 ‘휴먼라이브러리’의 형태를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해진 일과와 시간 안에 정해진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실컷 대화하거나 토론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이러한 한계에 제한을 받지 않는 시간,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한 휴먼라이브러리
일과를 마친 학생들은 학원에 가거나 학교에 남아 보충수업을 듣는다. 또는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자율학습을 하곤 한다. 비교적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학교 내 휴먼라이브러리의 공간을 마련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활발한 소통과 다양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소
통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학생 간의 정보 교류와 소통,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사이의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면서 이미 주어진 정보와 지식을 넘어, 더 나아가 새로운 정보를 재생산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도서관 아카데미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
“요즈음 이슈화되는 사건들 이야기도 하시고, 알기 쉽게 얘기해 주셨다. 다른 강의들도 모두 다 좋았지만 이 강의를 듣고 나서는 무언가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았다. 그동안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나랑은 상관없다 생각하고 있어 행동으로 실천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1센치씩이라도 더 노력하면 사회가 더 빨리 살기 좋게 바뀐다는 말씀에 내 태도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강의를 들은 사람들 몇 명이라도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 남○○ 2학년
“저는‘ 마음에게 말 걸기’라는 심리학 이야기에 관련한 강의가 제게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 대학에서 과를 선정 할 때‘ 심리학을 꼭 전공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심리학에 관련한 책을 즐겨 읽었기 때문에 다른 강의들보다도 더 집중해서 들었고, 제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 1학년

“역사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역사책에 소개된 내용만큼만 알고 있던 인물의 다른 모습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서○○ 1학년
“‘ 10대를 위한 유쾌한 한국사 콘서트’가 제일 머리에 속 들어오는 강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올곧은 인물들이 아니고, 미화되었다는 점과 올바른 행동을 했던 인물보다도 잘못된 행동을 한 인물이 현재에 와서 까지도 그의 후손들이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는 부조리함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송○○ 1학년
“저는 마지막 강의였던‘ 청년 반크, 세계를 품다’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강의를 듣는 내내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났
고 강의를 듣고 난 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강의를 통해 이런 감동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도 저렇게 작은 힘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 2학년
“세 번째 강의‘ 이야기 인문학’이 가장 유익했습니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항상 그냥 단어의 철자, 뜻만 생각하면서 외웠었는데 단어 하나로 역사, 미술, 과학, 언어 등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평소 지겨웠던 공부가 새롭게 다가왔고, 더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 2학년
도서관 아카데미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소감에서, 그저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도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곁들여 전해 들었을 때 훨씬 오래 기억되고 감동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이야기의 힘은 텍스트의 정보를 단순히 말로 전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학교 현장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잘 정착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생기 있는 교실과 학교가 되지 않을까?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