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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교사 독서모임, 작지만 가장 큰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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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9-15 19:00 조회 7,74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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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옥 전북 정읍남초 교사
 
“학생들의 분노와 학교폭력/침묵의 공간, 교무실/성장 대신 무기력만 남은 학교”
이 글은 엄기호 교수가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 현장의 이야기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차례 중 일부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현장이 얼마나 반교육적이며 교육이 불가능한 파국적 상태에 와 있는지를, 그리고 교육에 대해, 학생들을 만나는 것에대해 열정을 가지고 교육현장에 뛰어든 교사들이 어떻게 소진되며 고립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는 오늘날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수업 붕괴나 학교 폭력이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학교가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단위가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으로 본다. 교사들은 이러한 학교에서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교직 경력이 쌓이면 조금씩 여유로워질 법도 한데 해가 갈수록 더 힘들고 점점 더 각박해진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게을러서? 자질이 모자라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더구나 우리가 이렇게 망설이고 갈등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결코 기다려 주지 않고 우리의 변화 속도를 뛰어넘어 무섭게 변하고 있다. 감당하고 받아들이기에 버거운 아이들이 밉다가, 그런 자신이 초라하고 측은해지기까지 한다. 교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감정의 롤러코스터 타며 학교생활을 견디고 있다.’ –이재호 전주솔빛중 교사
 
교사들이 독서모임을 만드는 이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의 모습은 일상이 되었으며 교사의 지적에 학생들이 욕으로 대응하고,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으로 자신의 분노를 약한 친구들에게 표출한다. 이런 아이들을 매일 대면하면서 교사들의 삶 또한 황폐해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병들어가는 아이들을 답답하게 지켜보던 교사들이, 아직도 가슴이 뜨거운 교사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독서모임’을 만든다.
 
처음에는 ‘독서’보다는 ‘모임’에 비중이 있었다. 교사들은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사실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철저하게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그래서 일단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누는 것, 동료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학교에 대한 넋두리, 푸념을 넘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를 다룬 책을 찾아 읽는 독서모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김억동 익산 원광중 교사
 
많은 학교에서 교사들은 업무에 시달리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학부모,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소통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낙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동아리를 통해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교사들끼리 소통하고,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줄여가면서 조금씩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홍은영 전주전라초 교사
 
이 교사들이 독서모임을 만드는 이유는 학교 안에 교사들이 둘러앉아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교무회의가 민주적인 의사결정기구라는 말은 대다수 학교에서 먼 나라 이야기이며, 불합한 관행과 명령에도 대부분의 교사들이 입을 다물고, 소위 벌떡 교사로 불리던 교사들조차 동료교사의 침묵과 비난에 밀려 점점 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재 교무실의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교사들이 뜻이 맞는 동료교사들과 소통을 위해 독서모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책이라는 매개체가 없어도 동료 교사들과 학교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자칫하면 논의가 분명한 문제 인식이나 구심점 없이 답답한 상황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반면에 독서와 토론을 포괄하는 독서모임은 일단 책을 읽는 것만으로 교사들에게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 장을 읽으면서 ‘이거, 이거…. 어라, 어라….’ 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 가다, 다시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겉표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두근두근 금서를 읽는 기분으로 조심조심 다시 책장을 펼쳤다. 마지막 책표지에 적혀 있는 ‘책장을 덮고, 내 세계는 변했다’라는 기대감으로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했던 독서는 무엇이었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자기반성과 자책으로 읽어 갔다. 너무도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통쾌감을,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서는 답답함과 내 생활방법을 점검하며 나는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이희경 전주솔빛중 교사
 
 
어린이 책을 읽는 교사 독서모임의 필요성
독서모임은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사회적 인식을 넓히는 인문학 읽기 모임과 어린이 책 읽기 모임으로 나눌 수 있다. 인문학을 읽는 모임은 교사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동료들 간 소통의 목적이 강하며 대부분의 독서모임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어린이 책을 읽는 모임은 학생들의 독서교육과 학생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목적이 강하며 주로 초등학교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문학을 읽는 모임은 앞에 말한 내용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어린이 책을 읽는 모임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교사들은 수업을 위해 어린이 책을 공부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교직 경력이 10년 정도만 되면 거의 모든 교사가 어린이책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영국의 독서교육』 김은하, 대교출판).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대학교에서조차 아동문학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초등 교사들이 어린이 책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은 채 대학을 졸업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의 독서교육이 학생들의 독서단계나 정서적 상황에 맞춘 독서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 보여주기 식의 독후활동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사가 좋은 어린이 책 500권 정도의 내용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학생의 독서단계와 정서 상황에 맞게 책을 권해 줄 수 있으며 독서토론, 교과연계수업 등 책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초등 교사들이 최소한 3년 정도는 어린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독서모임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다시 가르침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교사들이 둥그렇게 둘러앉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사들이 각자의 교실에서 학생을 어떻게 만날
것인지를 넘어서서 학생들이 놓인 상황, 교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학교가 아이들을 어떻게 배제하고 있는지를 함께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동화책・그림책을 읽는 교사 독서모임
어린이 책을 읽는 대표적인 독서모임으로 경남의 ‘학생사모’를 예로 들 수 있다. ‘학생사모’는 김해, 창원, 거제, 진해, 마산 등에서 390여 명에 가까운 교사들이 매주 10년째 모임을 지속하며 주변교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사모’보다 규모가 약하지만 전북의 ‘동화홀씨’도 9년째 활동을 이어가며 현재 6기수, 56명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곳곳에서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어린이 책을 읽는 모임은 동화책을 읽는 모임과 그림책모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동화책을 읽을 경우에는 일반적인 독서모임과 같은 형태로 진행하면 되지만그림책을 읽을 경우는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 보완하며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그림이 중심이 되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볼 줄 알아야 하지만 이미 그림보다는 글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습관화된 어른의 경우에는 그림을 보되, 보지 못한다. 그래서 글이 아닌 그림에서 먼저 정보를 찾는 어린 시절 아이의 눈으로 돌아가 그림을 보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림책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최소한 3회 정도는 ‘어린이도서연구회’, ‘학생사모’, ‘동화홀씨’ 등과 같이 그림책을 공부해 온 모임으로부터 공부 방식에 대해 안내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림책을 읽는 모임은 봐야 할 책도 많고 다뤄야 할 작가도 많기 때문에 3년까지는 집중도가 높지만 3년이 넘어가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책놀이,북아트, 도서관 활용 수업, 교과연계수업 등 더 깊이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동화책을 읽거나 그림책을 읽는 독서모임을 진행할 때 경계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어린이 책을 읽는 독서모임은 다양한 독서교육을 가능하게 하고 수업의 내용이나 방법을 풍부하게 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고 모임이 쉽게 활성화되지만 어린이 책 읽기만을 고집할 경우 불합리한 사회의 구조와 제도의 문제를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과 이를 바꾸려는 실천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에 ‘동화홀씨’의 경우 모임을 시작하고 3년까지는 어린이 책을 중심으로, 4년째부터는 인문학 책을 읽는 방식을 택하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교사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위하여
교사 독서모임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전개해야 할까? 독서모임은 만드는 것도 쉽지 않지만 모임을 지속하는 일 또한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 ‘독서는 자전거 타기’와 같아 스스로 힘 있게 페달을 밟지 않으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함께여서 힘이 덜 들것 같지만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모임이 무산되기 쉽다. 그래서 모임의 원칙을 세우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모두의 의견을 모아 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도란도란 책모임』(백화현, 학교도서관저널, 2013)은 학생, 학부모, 교사 독서모임에 대한 길잡이와 같은 책으로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 읽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당장 학교 안에서 혹은 같은 지역의 교사들끼리 독서모임을 만들자. 우리가 언제까지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 앞에 침묵하며 북유럽의 교육방법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수업 붕괴나 학교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학교는 생활의 공간이지만, 그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위는 되지 못하는 것이 위기의 실체이다.”(『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엄기호, 따비) 학교가 다시 가르침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교사들이 둥그렇게 둘러앉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사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각자의 교실에서 학생을 어떻게 만날 것인지를 넘어서서 학생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으며, 교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 지를, 학교가 대다수의 아이들을 어떻게 배제하고 있는지를 함께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독서모임을 만드는 일은 그래서 지금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작지만, 가장 큰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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