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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른 질문의 통로,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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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8 20:47 조회 6,66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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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지 않은 인문학, 평가가 궁금한 아이들
지난해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서 몇몇 지역 어린이도서관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 했다. 필자는 ‘시민인문강좌’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 프로젝트의 일원이었는데 과학, 예술, 동양철학, 논리학, 문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적 배경을 가진 강사들이 공동 연구를 거쳐 하나의 팀을 이루고 전국 각지의 도서관에 모인 어린이들 과 함께 소규모의 철학과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해, 청주, 울산, 순천, 제 천 등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시 단위 도서관과 연계하여 진행한 팀도 있고 정읍, 금산 등 더 작은 단위의 지역과 함께한 팀도 있었다. 방문한 팀마다 준비한 프로그램의 내 용이나 구성이 조금씩 달랐던 것처럼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받아들이는 지역의 분위기도 약간 차이가 있었다. 사교육 경쟁이 과열된 지역의 어린이도서관은 원치 않아도 비교가 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이른바 교육 특구의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은 학습 연계 기 능이 강조될 수밖에 없어서 어린이들은 대부분 방학 보충학습을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같은 어린이 과학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과학철학’적인 접근이나 ‘과학사’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보다는 직접 다음 학기 과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생물학, 물리학, 화학에 관한 이야기를, 이왕이면 영어와 병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직 접적으로 강사에게 요청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지금 그런 전통적인 강의 말고요. 우 리 아이도 장차 대입 논술에서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런 수업을 원해요.”라고 짚어서 말하는 경우에는 초등학교 3, 4학년을 대상으로 어떻게 의미 있고 활기찬 프로 그램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인문학은 오래된 질문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 발했다. ‘전통적인 강의 말고요’에서 말하는 ‘전통적’은 무슨 뜻일까. 프로젝트팀은 애초부터 그러한 교육 특구들을 활동 범위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대 도시 교육 특구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인문학적 경험에 참여하기도 쉬운 환경이다. 입시와 논술을 향해 움직이며 선행독서를 시키는 학원도 있을 터였다. 그보다는 인문학 에 노출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도서관을 조사하여 그곳의 어린이를 만나보 기로 했다. 그래야만 ‘인문학에 대한 동기와 궁금증’도 더 높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연 구팀의 목표는 분명했다. 아이들이 인문학적 질문을 더욱 즐거워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더 궁금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해 겨울의 ‘어린이 인문학 프로그램’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그 성과 중에는 ‘인문학’에 대한 학부모의 편견을 바꾸어놓은 것도 포함된다.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학부모들이 ‘인문학논술대비’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아이와 좀 더 풍부한 대화를 나누어 보리라 다짐하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흥미로 운 것은 ‘어린이’보다는 ‘인문학’이라는 말에 끌려서 찾아온 성인 참관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데려온 학부모가 수업에 동참한 것은 물론, 수업 참여 어린이와 직접 연관이 없는 지역 사회의 일원들, 예를 들면 시의원이라거나 성인 요양 기관의 봉 사자들이 함께 참관한 경우도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찾아온 경우도 있었지만 ‘인 문학’이라는 영역에 대한 관심 때문에 온 참가자가 적지 않았다. 어른들은 ‘인문학’에 대해서 일종의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성인 도서관 이용자들이 ‘인문학’을 통해서 사 회적 스트레스의 반환점을 찾고 개인적 고민을 풀어나가고자 했던 것은 충분히 이해 가 된다. 어떤 경우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은 ‘어른을 위한 인문학’의 효과적인 대체물 이 되기도 한다. 동화가 그렇듯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질문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어린이 철학 교육’의 특색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엇갈렸다. 모집 단위가 적고 도서관 이 아이들 생활과 밀착된 지역일수록 상호작용이 왕성했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기획과 진행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열정에 빛나는 눈빛을 만났다. 하지만 적지 않은 어린이들이 ‘인문학’과 ‘자기 계발’을 혼동하고 있었다. 대화를 나눠 보니 집과 학교 에서 그렇게 유도한 측면이 있었다. ‘질문의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하면서 ‘답변의 효 용’부터 걱정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자신을 비롯한 세계를 두려움 없이 궁금해 하는 것은 어린이의 특성이다. 아이들이 “그런 것까지 질문해도 돼요”라고 묻는 것은 그들 에게 ‘질문의 두려움’을 먼저 가르치는 분위기가 사회에 엄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 공’이라거나 ‘확신’, ‘패배자(루저)’ 같은 철학적 사유와 거리가 있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스스럼없이 공책에 적어내려 갔던 ‘책을 많이 읽고 나중 에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답변의 혼란스러운 함의를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 까. 자신들의 삶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고민은 종종 ‘경제적 성공’으로 귀결 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종종 철학의 필요성을 ‘리더십’이라고 답했다. 여기 에는 최근 급증한 ‘어린이 자기 계발 서적’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리더’를 강조하는 인문학의 위험
작년에 출간된 어린이용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김병만 지음, 실크로드) 는 한 호텔에서 대대적인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꿈과 끼’를 강조하는 현행 교 육 방침과 제목에 들어간 ‘꿈’과 ‘거북이’라는 단어의 매력, 김병만이라는 ‘수행형 생활인’의 다채로운 경험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상당한 흥미를 끌 수 있는 책임에 틀림없었다. ‘완벽한 정글 생활’을 위해서 노력했다는 저자의 체험담을 담은 이 책은 동네 서 점에서 ‘리더가 되고 싶은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 코너에 진열되어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들의 삶과 그 삶을 만나려고 노력했던 저자 김병만 씨의 노력은 충 분히 인문학적인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를 어린이용으로 낸 이 책에 ‘리더십’이라 는 말을 붙이게 되면 자칫하면 개인 비전을 만들고 성취도를 체크하는 것을 그가 정글 에서 힘들게 찾아온 ‘꿈’의 전부로 오인하기 쉽다. ‘달인 김병만’은 이미 ‘개그 콘서트를 통해 본 리더십’의 상징적 존재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가 쓴 글 한 줄 한 줄은 어린이 에게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마케팅 단계에서 보다 강조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리더십’이라는 단어는 그 영향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 어른이 되려면 천 번, 수천 번을 흔들려야 한다는 이 세상에서 ‘꿈’과 ‘거북이’의 의미보다는 ‘지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만이 남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어린이들에게 리더십 붐이 일어나게 된 것에는 ‘독서 인문학’을 표방하는 책들의 힘 이 컸다고 본다. 어린이 인문학 모임에서 만난 아이들 중에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 책 을 많이 읽어야 하고 ‘리더십’은 ‘남들에게 인정받는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 또는 ‘남 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관련 도서의 유행이 상당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책을 찾아보았더니 ‘어린이 인문학 리더십’을 표방하는 다양한 서적 이 출간되어 있었다. ‘리더가 되는 독서법’을 널리 주창했던 인기 저자 이지성 씨는 지난해 어린이들의 꿈과 사회적 성공을 연결시킨 만화책을 집필, 출간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꿈 실현 멘토링 만화’라는 부제가 붙은 『꿈꾸는 다락방』 어린이판은 만화책으로 되어 있으며 ‘공부, 친구, 부자, 건강’의 네 권이 시리즈로 나와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서 선박왕 오나시스를 만나고 호텔왕 콘래드를 만나는 이 책의 구성에 대해서 출판한 쪽에서는 ‘스스로 꿈을 꿀 수 있는 힘’을 안겨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책에 등장하는 표현은 위험해 보인다. “꿈이라고 모두 같은 꿈이 아니다. 작은 차이로 망상이 되기도 하고 꿈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 어린이 독자의 생각 속에서 권력, 성공 지향적 인 꿈으로만 해석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책 읽기라든가 질문하기의 힘은 남의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수평적으로 바라보고 마음을 나누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 얘기 또 한 일방적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서 조심스러웠다. 리더십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가 참가 동기란에 ‘남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서 남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라고 적었던 것을 두고 그 어린이를 탓하기는 어렵다. 많은 어린이 인문학 리더십 서적이 강조하는 ‘스스로 꿈을 꿀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인가부터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의 본질이 담겨 있을 것이다. 개리 스나이더는 「꼬마 철학자」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은 바 있다. ‘마흔여덟 개의 보름달을 먹고 훌훌 공기를 마신 꼬마 철학자, 새벽에 일어나 내 베개 머리맡에서 중얼거리는 말이 피아노 건반 위를 달린다.’ 꼬마 철학자의 생각은 이러한 자유로운 질주에서 시작한다. 성공을 향한 계발 계획과 연동되는 수많은 미사여구들은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이나 ‘철학’을 표방할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의 생존 전략’을 어린이에게 전수하는 것임을 정확히 기입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한 인문학
누군가는 어른이 된다는 것을 ‘경이로움’이 사라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비하면 어 린이의 하루하루는 경이로움의 역사다. 어린이들에게는 보는 것, 듣는 것, 만나는 것 이 모두 새롭고 놀랍다. 그런 점에서 철학할 수 있는 씨앗을 가장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사람은 어린이들이다. 물음을 엮어내는 것도 어린이의 특기이다. 정말 마흔여덟 개의 보름달이라도 삶아 먹은 것인지 기운찬 질문을 잘도 쏟아낸다. 세상 모든 것에 대 해 ‘나는 궁금하다’라는 딱지를 붙인다. 궁금함이 그들에게는 존재의 이유다. 간혹 스스로 친절하다고 여기는 어른 중에는 쏟아지는 어린이의 질문에 모두 대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질문이란 궁극적으로 질문을 던 진 사람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철학적 물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어린이는 말과 생각을 배우면서 스스로 물음을 즐기는 법을 배운다. 여기에 끼어들어 완벽하게 답변을 들려주겠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어리석은 것이다. 부모나 교사가 질문대장 어린이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답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닮 는 것이다. 어린이에게서 새로운 질문의 태도를 배우고 그들처럼 질문을 통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른은 어린이들의 철학함에 길잡이가 된다기보다는 동료가 된다고 보는 것이 더 알맞다. 어떤 점에서 그들은 우리 보다 훨씬 ‘선수’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 서적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로 시작하는 어린이 인문학』(샤를로트 그로스테트, 뱅상 빌미노 지음. 한울림어린이) 은 그러한 취지를 잘 살린 인문학 서적이다. 어린이들이 실제로 궁금해 할 수 있는 질 문 76가지를 제시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은 어린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정보의 문만 열어 두었다. 어린이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질 경우 그 관심 안에서 철학적으로 좀 더 의미 있는 질문을 ‘이끌어내 주고 싶다’는 부모나 교사들이 많다. 그러나 이럴 때는 섣부르게 대답을 자청하거나 질문을 유도하기보다는 생각의 단서가 숨겨져 있을 법한 정보나 서사를 슬쩍 밀어놓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흥미로운 질문의 여행을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어떤 지식이나 정보 교육보다도 동화책을 읽고 어린이와 토론하는 교육이 살아있는 교육현장을 이루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실험학교를 세워 자신이 생각한 교육적 이상을 실제로 구현해 보기도 했다. 듀이의 실험학교는 아주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2층으로 된 이 실험학교의 1층은 부엌, 목공작업실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여기서 어린이들은 요리를 하고 톱질을 하며 삶 속의 의문을 찾아낸다. 그리고 올라간 2층에는 어린이가 아래층에서 얻은 의문을 풀 어볼 수 있는 토론 수업 교실이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의문을 지식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실험학교의 문은 대학과 지역 사회로 열려 있으며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언제든 어린이들의 방문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업이나 사회단체도 마찬가지다. 어른과 사회는 언제든 어린이들의 성장을 도와 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설계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의미 있는 경험을 위한 실천과 사회 공동체의 협력’은 오늘날 중요한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린이 인문학 서적들 중에 도 이러한 지침을 기억하는 책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책 속에 서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으면 어린이는 그 믿음을 바탕으로 다른 동화책 과 세상으로 나아간다. 자신이 궁금해 했던 것을, 궁금해 했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이다. 듀이는 ‘경험’이야말로 어린이가 ‘생각하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라고 말한다. 듀이는 경험을 ‘능동적 경험’과 ‘수동적 경험’으로 나눈다. 능동적 경험 은 ‘해보는 것trying’을 말한다면 수동적 경험은 ‘겪는 것undergoing’이다. 백지 상태에 서 무엇인가를 수동적으로 듣고 주입받는 것이 진정한 경험이 될 수 없는 것은 거기에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책이 거기에 생각을 채워준다고 여기는 것은 어린이의 인문학적 경험을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경험에 제한하는 것이다. 어 떤 책을 읽으면서 경험을 얻은 어린이 독자들은 결국 이 경험이 ‘누구의 것’인지를 확 인하고자 한다.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경험이 아니었을 때, 그 경험은 초점 없이 흩어 져버린다. 가정에서부터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철학적 인문학적 활동은 역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일 것이다.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최기숙 지음, 열린어린이)은 이미 우리 의 선조들이 이러한 인문학적인 문화를 어린이와 함께 실천해 왔음을 잘 보여 준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바는 ‘질문은 이미 독자 스스로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은 ‘어린이 청소년 인문학’의 방향을 고민하는 교사나 학부모가 될 것이다. 특히 선조들이 강조했던 것은 평생 지속되는 일상의 학습태도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평생 질문을 놓치지 않는 자세’를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인문학의 기본자세다.
 

아이들의 성장점,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문학
서적을 기다리며 ‘들판(pol)의 땅(land)’이라는 뜻을 지닌 폴란드는 겨울이 무척 긴 나라이다. 일 년에 다섯 달가량은 줄곧 차가운 겨울 날씨다. 끝없는 들판은 짙은 안개 때문에 10월부터 어둑어둑할 때가 많다. 폴란드 사람들은 외롭고 긴 겨울밤 내내 무얼 하며 지냈을까. 너도 나도 포도주병을 들고 이웃을 찾았다고 한다. 화덕에 불을 피우고 예술과 삶을 이야기했다. 폴란드는 이미 네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문학의 나라이기도 하고 수만 명의 성직자를 가진 신앙의 나라이기도 하다. 쇼팽과 코페르니쿠스와 퀴리 부인을 낳은 폴란드의 풍요로운 문화는 긴 겨울 동안 살롱에서 오간 끝없는 이야기 속 에서 꽃 피었는지도 모른다. 겨울의 길이와 상상력의 크기는 비례하는 것일까. 철학자들은 상상력을 “과거의 경험으로 얻어진 심상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정신작용”이라고 한다. 칸트는 상상력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누었다. ‘재생적 상상력’과 ‘생산적, 미학적 상상력’이 그것이다. 그는 단지 마음 바깥의 사물을 비추기만 하는 거울은 ‘재생적 상상력’, 반면 거울이 아주 잘 닦여져서 세상에 비추어지지 않는 것이 없는 경우를 ‘생산적, 미학적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칸트에 따르면 천재는 생산적, 미학 적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상상력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리 풍부한 경험을 하더라도 결코 깊은 사유의 세계에 이를 수 없다.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의 벽을 자유롭게 뛰쳐나올 수 있는 이른바 기존 의미에 대한 ‘걷어차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제도 교육을 받고 어른이 되어 가면서 ‘걷어차는 법’을 잊어 간다. 옛말에 “생명은 타고 나지만, 그 생명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상상력에서 나온다.”라고 하였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상상력은 멀리 있지 않다. 현재에 대한 입체적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예를 들면 ‘나와 같은 시 간에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 말이다. 나는 같은 시간에 다른 삶을 살아갈 수는 없지만 같은 시간을 사는 다른 삶을 상상할 수는 있다.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이 없는 사회는 생명을 잃은 사회다. 남이야 뭐라 하던 시계만 보고 달려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부활절 토끼처럼 경쟁은 있고 맥박은 없는 세상 에서 살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적들에서 ‘성공’보 다는 ‘상상력’의 요소를 찾아내어 그들과 함께 우리들만의 인문학을 누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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