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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는 책사랑 아이사랑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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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09 20:39 조회 6,3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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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부산 수안초 학부모 명예사서


작년 어느 날, 아이는 학교도서관에서 ‘책사랑 아이사랑 명예사서’를 모집한다는 가정통신문을 가지고 왔다. 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책 정리 자원활동을 하고 싶다고 표기해서 아이 편에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명예사서들의 첫 만남의 자리에 가게 되었다. 엄마들은 조금은 수줍어하면서 학교도서관에 모였고 모임 대표의 설명을 듣고 책 정리를 도와줄 엄마들과 책 읽어 주기를 할 엄마들을 구분하게 되었다. 책 읽어 주기를 하겠다는 엄마는 두 사람뿐이었다.
두 엄마는 서로 당황하면서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역시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은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 정리를 신청했던 나도 엉겁결에 책 읽어 주기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첫 행사를 준비하면서 ‘책사랑 아이사랑’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일 년이 흘러갔다. 올해는 책 읽어 주는 엄마들도 많이 모였고 책 정리와 책 읽어 주기를 함께하고 있다. 부쩍 책 읽어 주기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첫 책 읽어 주기, 그 떨림의 시간
큰아이를 학교로 보낸 뒤, 종종거리면서 작은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학교도서관에 도착하니 아이들과 함께 등교한 엄마들이 있다. 같이 책상을 정리하고 행사 준비물을 챙겨본다. 책을 읽어 줄 엄마도, 준비를 도와줄 엄마도 다들 얼굴이 상기되어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 있다. 잘할 수 있다고 연습한대로만 읽으라고 격려해주는 엄마, 긴장되는지 연신 물컵을 만지면서 목을 축이는 엄마…. 서로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서로 맡은 부분을 챙겨 보고 나니 1교시 시작종이 울린다. 저기 멀리서 아이들이 담임선생님과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속으로 ‘나 어떻게 해….’를 외치면서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는 엄마의 손을 잡아주면서 다들 서로 격려해 주기 바쁘다. 도서관 문이 열리자 엄마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아가 아이들을 맞이하고 자리에 앉도록 한다.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담임선생님께서 오늘 수업에 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시고선 우리를 위해 자리를 피해 주신다. 혹시나 엄마들이 너무 긴장하지 않을까 배려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 이제 우리 차례다. 우린 할 수 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책을 읽고 활동을 해보기 위해서 온 ‘책사랑 아이사랑’의 선생님입니다. 한 번 더 인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1교시 수업을 맡은 엄마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우리도 아이들 눈에 띄지 않을 자리로 가서 저마다 귀를 쫑긋 세워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다. 간혹 목소리가 떨리기도 하고 한 번씩은 사투리가 나오기도 하는 엄마들의 책 읽기에 서로 마주보며 소리죽여 웃기도 하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목소리의 높낮음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연습하고 준비하느라 벌써 몇 번은 들었을 이야기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독후활동시간
다음 시간에 책을 읽어야 하는 엄마는 계속 그림책을 보면서 자신의 수업을 한 번 더 준비한다.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자 엄마들은 조용히 일어나서 독후활동을 위한 준비물을 챙긴다.



여태까지 독후활동으로는 종이접기로 선물상자 만들기, 뒷 이야기를 상상해서 써보기, 스크래치 종이에 표현하기, 지점토로 공룡화석 만들기, 송편 만들기, 곡식으로 가을 표현해 보기 등이 진행되었다. 이번 활동도 아이들의 호응을 많이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준비하는 엄마들의 얼굴에 가득하다.
책 읽기가 끝나고 준비한 독후활동을 해본다. 한 번의 설명만 듣고 혼자서 척척 활동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고 몸을 웅크린 채 다른 아이들 것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눈치만 보는 아이도 있다. 지금이 책사랑 엄마가 나서야 할 때이다. 엄마들의 조심스런 눈짓에 한 엄마가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 꿇고 앉아서는 쭈뼛거리는 아이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둘이서 뭔가로 바쁘다. 그러더니 엄마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아이는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엄마들은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선가 “저 다했어요.”라고 외치면서 자리를 이탈하는 아이도 나온다. 근처에 있던 엄마들은 다시 자리에 앉도록 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정리해 준다. 그렇게 두근거리던 시간이 벌써 다 지나갔다. 드디어 1교시 마치는 수업종이 울리자 나타나신 담임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간다. 뒤돌아보면서 “재미있었어요.”, “또 해주세요.”를 외치는 아이들 덕분에 이번 활동도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벌써 엄마들은 2교시 준비로 분주하다. 1교시 활동을 끝낸 엄마는 자신이 하면서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을 다른 엄마들에게 알려주면서 시간 조절을 하기도 하고, 준비를 맡았던 엄마는 아이들의 독후활동을 도와주기 위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그렇게 2교시, 3교시 수업이 모두 지나갔다.



마지막 수업 시간이 지나면 엄마들은 또 분주하다. 다음 시간부터 도서관을 이용할 아이들을 위해 정리정돈을 해야 함은 물론이고 대출과 반납 업무를 돕고, 또 오늘 활동에서 나온 아이들의 작품을 보기 좋게 전시하기 위한 의견도 교환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오늘은 저학년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들과 가운데 학년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자는 의견이 나와 자리배치를 두고 열심히 고민 중이기도 하다.


진정한 명예사서의 역할
수안초등학교 명예사서인 책사랑 아이사랑 엄마들이 하는 일은 여러 가지이다. 도서 대출・반납 업무의 보조, 도서관 환경 꾸미기, 구입할 도서에 대한 의견 교환, 정기 구입된 도서의 배치 정리, 정기적으로 행하고 있는 책 읽어 주기 행사 등. 명예사서 엄마들은 이 모든 것을 같이 해내고 또 자신의 일처럼 적극적이기까지 한다.
어떤 사람들은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면 자신의 아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을 이유로 하기에 이 일은 상당히 번거롭다. 나조차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내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는, 밖으로 드러내기 조금은 망설여지는 마음이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 아이에게 읽힐 좋은 책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마음, 선배 엄마들로부터 알게 되는 여러 학원 정보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몇 년씩 계속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시간이 지나고 활동이 거듭될수록 우린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도서관에 자주 오게 될까, 어떻게 배치하면 책이 더 잘 보일까 등등.
우리의 고민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올해는 교장선생님의 지대한 관심과 더불어 엄마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처음에는 책 정리만 도와주겠다던 엄마들도 책 읽어 주기에 같이 동참하게 되었고, 그렇게 모인 엄마들은 도서관에 있는 책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오래된 전집, 많이 파손된 책 등 바꾸어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엄마들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책을 제자리에 정리하던 모습에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책들을 찾아내서 아이들 눈에 잘 보이도록 정리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듯이 하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시작했던 봉사는 나를, 우리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활동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엄마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교장선생님과 학교의 도움이 있기에 우리는 또 그만큼 커 가는 듯하다.
우리는 또 책을 읽어 주러 간다. 아니 책 읽어 주는 연습을 하러 간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오롯이 아이들의 눈빛에 집중해 주는 책사랑 아이사랑 엄마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고, 우리를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빛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내가 들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목을 빼고 집중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그 아이들을 만날 수 있기에 우리는 책사랑 아이사랑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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