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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책 읽어 주기’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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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10 03:03 조회 8,60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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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동화동무씨동무 운영지원팀장



학교에 독서교육의 바람이 분다
‘창의’, ‘인성’이 교육정책의 주요 지표로 등장하고 독서가 공교육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독서 담당 교사나 학교도서관 전담인력만이 아니라 교과교사, 담임교사 대상의 독서교육 연수도 진행된다. 학교도서관들은 무척 바쁘다. 교육청에서 받은 예산을 어디에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어느 학교에서 어떤 독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지 정보를 교류하고, 우리 학교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봐 불안해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듯 같다. 필독도서목록 배부, 독서감상화 그리기, 독서 기록장 쓰기, 독서인증제, 작가 초청, 독서골든벨, 영화 상영, 북아트 따위를 한다.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하기도 하고, 도우미 어머니들이 하기도 한다. 예산을 많이 받은 곳은 외부 강사 초청 행사를 많이 한다. 사서들은 일상적인 업무(도서 대출 반납, 서고 정리 등) 외에도 과중한 업특집무에 시달리고 있다.

독서인증 시험이 발표되고 필독도서목록이 안내장으로 나오면 발 빠른 학부모들은 부지런히 공공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린다. 빌리지도 사지도 못한 아이들은 시험 당일에 반 친구들 책을 잠시 빌려 대충 훑어보거나 어떤 내용인지 급하게 물어본다. 그리고 시험은 대충 찍는다. 결과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늘 상을 받는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관심 없다. 시험이 책에 관심을 갖게 만들지는 못한다.

또, 많이 하는 독후활동은 어떤가. 나는 1994년도에 처음 독후활동을 소개하는 책을 집필하여 출간한 일이 있는데, 그때는 다양하게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여러 활동을 하면 책을 즐겁게 읽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결과는 생각 같지 않았다. 지금 대다수 사람들이 독후활동을 필수로 여긴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종이접기를 한다. 책을 읽고 요리를 한다. 이런 것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종이접기를 하고, 요리를 하는 것 자체로 즐겁다. 책은 그런 활동에 소재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건성으로 읽어도 그만이다. 활동의 재미만 눈에 들어오니 활동이 없으면 책을 읽게 만들기 어렵다고들 생각한다. 독서를 가르친다는 사람들이 책만으론 아이들이 즐거울 수 없다고 믿는다.

최근 유행은 토론인 듯하다. ‘독서토론’이 독서 관련 교사연수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토론은 독서에 으레 뒤따르는 활동인데 요즘 유행하는 것은 특별하다. 찬반을 나눠 입론, 주장, 반대토론이니 하는 형식이 강조된다. 아이들 사이에도 ‘디베이트’란 말이 퍼져 있을 정도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토론’을 하는데, 반대를 맡았다고 울상인 5학년 아이가 있었다.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나무에게 반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 어느 교사는 아이들이 아무도 반대를 안 하겠다고 하여 그럼 자기가 반대를 할 테니 아이들 모두 찬성이 되어 얘기하라고 했단다. 오직 판단과 논리만 강조하는 토론에 어떤 감상을 담을 수 있을까, 그런 활동에 맞춤한 책은 어떤 책일까 싶다.

물으나마나 한 소리 같지만, 이런 활동으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좋아하게 될까. 가만 보면 앞의 활동들에서는 책도, 아이들도 주인공이 아니다. 알맹이는 없이 행사만 있다. 2007년에 27,485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태도 검사를 했는데, 읽기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서 영역에서 평균점수가 1학년 때부터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 학년이 올라갈수록 읽기를 싫어하게 된다고 한다.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까.

◆1 정혜승, 서수현(2011), 초등학생의 읽기 태도에 대한 연구, 『국어교육』 134호, 371쪽


책 읽어 주기에 대한 오해
책과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독서를 즐겁게 경험하는 것에 목표를 두는 활동이 책 읽어 주기이다. 나는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본격적으로 ‘책 읽어 주기 운동’을 펼쳤던 2003년에 학교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책 읽어 주는 엄마 모임’을 함께 만들어 활동하였다. 방과 후에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 20~30분 동안 2~3권의 책을 읽어 주었다. 특정한 아이들이 아니라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무작위로 불러 모아 읽어 주었는데 반응이 놀랄 만큼 좋았다. 나는 지금까지 책을 읽어 주면서 책 읽어 주기가 최선의 독서교육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책 읽어 주기 운동을 전국적인 사업으로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많은 회원들이 도서관과 학교, 지역아동센터에 찾아다니며 읽어 주었고, 노인요양원에도 찾아갔다. 장애인 복지관에도 가고, 청소년들에게도 찾아가 읽어 주었다. 책 읽어 주기는 민간의 작은도서관들에서 기본 활동으로 자리를 잡았고, 공공도서관들로도 퍼져갔다.

학교 교실에서 책 읽어 주기도 확산되었다. 그전에는 학교에 찾아가 책을 읽어 주고 싶다고 간곡하게 부탁해야 했는데, 요즘은 학부모를 모아서 ‘위에서부터’ 운영하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올해 내가 사는 광명시에서는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도서 도우미 어머니들이 1, 2학년 교실에서 책 읽어 주기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방식으로도 관심을 갖는 듯하다.

책 읽어 주기가 확산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책 읽어 주기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책 읽어 주기라 해도 여느 독후활동 프로그램과 똑같이 하는 수도 있고, 책 내용을 각색해 구연을 하거나 아이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놀이에 더 열중하는 경우도 있다. 책 읽어 주기는 기본적으로 어린이 책을 평소에 많이 읽고 읽어 줄 아이들한테 알맞은 책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는 일에서 시작하는데, 이런 준비가 소홀한 채 대충 고른 책을 몇 번 읽어 보고서 아이들한테 읽어 주기도 한다. 이래서는 책 읽어 주기라 할 수가 없게 된다.

책 읽어 주기를 처음 시작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회의적이었고 하찮게 여겼다. 지금도 시시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학부모들은, 책 읽어 주는 거야 집에서도 하는 건데 뭐 특별한 거 없느냐고 묻는다. 눈에 보이는 활동결과물이 없다고 효과를 의심하기도 한다. 읽어 주면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읽어 주기만 한다고 독서력을 기를 수 있느냐고 한다. 1, 2학년한테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위의 학년 아이들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 학습과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이나 논술 활동 같은 걸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책 읽어 주기는 사실 특별할 것이 없는 가장 기본이 되는 독서교육이 맞다. 집에서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이들이 책 읽기를 배우는 최선의 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독서가 사교육 부문이 되면서 돈을 주고 배우는 특별한 방법만 좇게 되었고, 기본을 아주 시시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니 학교와 도서관에서도 눈에 보이는 실적에 집착하는 관성까지 더해져서, 독서를 특별하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에 치중하여 학부모와 이용자의 마음을 끌려고 한다. 책 읽어 주기가 하나의 운동으로 일어난 것도 우리 사회의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 읽어 주기를 할 때 책읽기에 대해 스스로 깊이 생각해보고 다른 독서 프로그램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독서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책 읽는 것이 재미있고 좋기 때문이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다시 책을 찾는 이유이다. 그러니 독서의 즐거움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이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책 읽어 주기를 결코 시시하게 여길 수 없을 테다. 책 읽어 주기는 당연히 독서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 아이들이 책 읽어 주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책을 읽어 주는 동안 그 책을 즐긴다는 뜻이다.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즐길 수 있는가. 유창하게 읽어 주는 것을 들으면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책을 즐길 수 있다.


책 읽어 주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책을 읽어 줄 때 어떤 책을 읽어 주느냐가 중요하다. 호기심을 일으키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 계속 읽고 싶어지는 책을 찾는 것이 첫 번째이다. 읽어 주기 시작할 때 분위기가 소란스러워도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아이들은 금방 귀를 기울이며 집중한다. 그러다가도 교훈적이며 설명이 길거나 지루한 부분이 나오면 잡담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자리를 뜨는 아이도 생긴다. 자기가 재미있게 들은 책을 아이들은 꼭 다시 찾는다. 자기가 재미있게 들은 대목을 눈으로 확인하고, 학교도서관에서 빌려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책이 중요하다.

또한 읽어 주기가 귀로 읽는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세심하게 느끼고 적절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책 읽어 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호작용은 ‘읽어 주기가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되고 있는지 아닌지’에서 특별히 유의할 측면이다. 왜냐하면 잘못된 상호작용이 읽어 주기의 장점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태도로 대하면 아이들은 수동적인 참여자가 돼버린다. 미리 준비한 발문을 건넬 때, 의도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정답을 찾기 위한 사고에 갇히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이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토론을 잘 못하기 때문에 발문을 준비하고 질문이 적힌 활동지를 나눠 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르치는 쪽의 욕심이 앞서서 조급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다. 책이 재미있었다면 분명 말하고 싶어 할 것이므로, 아이들이 자유로이 말문을 열 수 있는 분위기인지 본다. 말문이 열리면, 책 읽는 목소리를 향해 아이들의 귀가 더 열리고, 아이들의 감상도 풍부해진다. 친구들의 말이 힌트가 되기 때문이다. 좋은 분위기에서는 책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아이들 사이에서 격식 없는 대화와 토론이 펼쳐진다. 독자로서 느끼는 것이 스스럼없이 표출되어, 읽어 주는 사람과 아이들, 또 아이들 서로 간에 소통과 공감, 이해가 커져간다. 읽어 주는 사람의 태도가 결정적이므로 아이들과 같은 독자로서 함께 책에 빠져 감상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하려면 어떤 태도를 유지할지 일반적인 유의사항을 소개한다.


<읽어 줄 때> ◆2
• 읽는 중에 읽어 주는 이의 느낌과 해석을 설명하여 어린이들의 반응을 유도하지 않는다.
•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은 삼간다.
• 아이들이 모르는 말이 나와도 설명하느라 이야기 흐름을 끊지 않는다. 말뜻을 몰라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아이들이 먼저 묻는다. 처음 들어보는 말도 문맥에서 추측하고 상상해서 알아갈 수 있다.
• 읽는 중에 아이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면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했거나 의문이 생겼을 때이다.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눈을 마주치고 가볍게 응대하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격려하자. 해답을 주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질문을 갖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중요한 경험이다.
• 책과 무관한 엉뚱한 질문처럼 보여도, 어떤 식으로든지 책과 관계가 있거나 그 아이의 생활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핀잔을 주어서는 안 되고 아이들이 그 질문을 소중하게 여기고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격려한다.

◆2 어린이도서연구회 누리집 책 읽어 주기 질문과 대답 참고.
http://www.childbook.org/new3/book.html?html=book3.html

한편 외부 강사의 초빙에 의한 프로그램식 책 읽어 주기 운영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때는 일회성이라는 한계가 있다. 적어도 교사나 사서가 직접 참여하여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경험이 일상에서 연속되고 확장되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책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서가에 좋은 책이 구비되도록 관리하고,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도서관을 찾는 아이가 관심 갖는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책을 권해 주기도 하고, 소개해 주기도 한다면 책을 좋아하고 잘 읽고 즐기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초등 중학년에 주목하자


초등 중학년은 독립심이 커가는 시기이고 읽을 줄 아는 단계에서 유창하게 읽는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이때 사교육 시간이 늘고 학습을 위한 독서 비중이 높아지면서 독서에서 멀어지는 아이들이 많다. ◆3 집에서는 10살이 넘어가면 부모들 스스로가 ‘내 아이가 이 정도 나이인데 아직도 책을 혼자 읽으려 하지 않고, 읽어 줘야 좋아해서 앞으로도 혼자 책을 읽지 않을까봐’ 불안해한다. 그래서 혼자 읽으라고 강요하는 때가 이 나이이다. 학교도서관에 가도 느긋이 앉아 동화책을 읽는 아이는 별로 없고, 만화책에 잠깐 동안 코를 박고 있다 돌아가는 아이를 쉽게 볼 수 있다. 공공도서관의 서비스도 유아, 저학년 대상의 책 읽어 주기가 주를 이룬다. 어디서든 중학년 이상의 독서는 어려운 숙제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2012 동화동무씨동무’ 사업으로 전국에서 초등 3, 4학년을 대상으로 24개 독서모임(246명 참가)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이 사업의 목적은 첫째,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즐겁게 책 읽는 모임을 운영하며 어린이 독서모임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읽기 중심의 활동으로 어린이가 기본적인 독서 태도와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하며, 어린이들이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평가하여 적극적인 감상능력을 계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4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추천한 14종을 후보도서로 삼아 참가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아이들 스스로가 읽고 싶은 책 5종을 골랐다. 운영자가 책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이들이 책을 선택하는 데 흥미를 유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책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3 정혜승, 서수현(2011), 앞의 글, 371쪽.
◆4 어린이도서연구회, <2012동화동무씨동무 사업 운영보고서>, 6쪽. 이 보고서는 어린이도서연구회 누리집 ‘자료나눔’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첫 모임을 하면서 나타난 아이들의 반응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많은 줄 몰랐어요.”였다. 읽어 주는 사람은 텍스트에 충실하여 읽어 주었고, 아이들은 들으면서 중간 중간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였다. 읽고 나서는 일체의 독후 기록이나 그리기, 만들기와 같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100쪽이 넘는 동화를 읽어 주기만 해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였다. 문학에 대한 아이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문학을 이해하고 즐기며, 예리하게 느끼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문학과 삶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며 소통하는, 아이들 그대로의 진솔한 마음이었다.

내가 활동했던 도덕초의 경우 일부러 그렇게 모집한 것은 아니었는데, 남자 어린이 한 모둠, 여자 어린이 한 모둠 이렇게 두 모둠이었다. 남자 아이들의 경우 처음에는 동화책 밑에 만화책을 깔아놓고 만화책에 더 관심을 가지며 살짝살짝 보고는 했다. 그런데 4, 5회부터는 만화책이 사라지고 책에 집중하며, 10회 동안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다.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작은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자유로이 모임을 갖고 있다.

책모임을 진행할 때의 기본 원칙은 억지로 질문을 하여 아이들의 생각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것, 문제처럼 질문을 하여 답을 끌어내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읽어 주는 사람이 책을 미리 읽어 잘 이해하고 유창하게 읽을 수 있도록(동화구연이 아님) 준비하는 것, 아이들이 중간에 어떤 말을 해도 들어주고, 질문에 즉답을 피해 질문을 계기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아이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전국에서 수많은 회원들이 10년 동안 책 읽어 주기를 하면서 얻은 바람직한 읽어 주기 원칙이다.



동화동무씨동무 모임 운영을 응용하여 2013년 6월에 경기도에 있는 두 학교에서 진행을 해보았다. 몇 권의 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고르게 한 다음, 아이들이 고른 책을 읽어 주고 가장 재미있는 책을 뽑았다. 한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1, 2학년 어린이들에게 그림책 8종을 가지고 했고, 다른 한 학교에서는 4, 5, 6학년 어린이들에게 10종의 책으로 진행했다.

초등 1, 2학년 어린이들에게 제목과 표지 그림, 지은이, 출판사 등을 소개하며 북토크로 간단하게 책 소개를 하였다. 그런데 한 아이가 대뜸 “활동지 없어요?”라고 물었다. 없다고 하니 거짓말 말라고 한다. 진짜 없다고 하니까 몇 번을 확인하더니 책 고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아이들은 운영자가 소개한 책을 꼼꼼히 살펴보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 3종을 골라 스티커를 붙였다. 그 과정에서 “책이 너무 재밌어요.”, “다 읽고 싶어요.”, “도서실에서 빌릴 수 있어요?”, “읽어 주세요.”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 학급씩 1, 2학년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모든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읽고 싶어 하며, 적극적으로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1교시를 하였고, 2교시에는 아이들이 고른 3종의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읽은 책도 있고, 처음 보는 책도 있었지만, 모두 재미있게 이야기에 집중하며 들었다. 다 읽어 주고 나서 어느 책이 가장 재미있었는지 뽑아보았다.

4, 5, 6학년은 학급당 한 시간씩 진행하였다. 학년에 맞춰 운영자가 뽑은 10종의 책을 칠판 앞에 세워 놓았고, 준비해 간 북토크는 칠판에 붙였다. 운영자가 책을 소개하며 읽고 싶은 책 5종에 스티커를 붙이게 하였다. 고학년들도 마찬가지로 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 10종의 제목을 모두 수첩에 적으며 도서관에서 빌리겠다는 아이, 부모님께 사달라고 해야겠다는 아이, 자신이 읽은 책을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아이 등 교실이 시끌벅적하면서 활기찼다. 역시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많은 줄 몰랐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쉬는 시간에 도서실에 앉아 있으니 먼저 진행했던 반의 아이들이 도서실에 와서 책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도우미 어머니들의 “이 책 찾는 애들이 많네.”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활동이 끝나고 방학 시작하기 전에 도서 담당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대출이 상당히 많아졌다, 10월에 또 했으면 좋겠다는 문의였다.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꿈꾸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지만 아이들을 만나서 책 소개를 해주고 읽어주면 모두 좋아했다. 동화동무씨동무를 하면서 중학년, 고학년 아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책을 고르고, 책에 관심을 갖는지 알았다. 고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그 책을 찾아 읽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독서교육과 독서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다. 많은 학자들도 연구에서 밝히고 있고, 선진국의 도서관 운영들을 보아도 결과 중심, 학습 중심 독서교육을 바꿔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도서관은 정성껏 책을 골라 꽂고, 아이들이 책을 고를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한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별 서가를 만들고, 아이들이 검색하기에 알맞은 키워드를 개발한다. 사서는 책의 대출, 반납과 서고 정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전문가로서 아이와 이야기 나누며 그 아이가 읽으면 좋겠다 싶은 책을 알려준다. 도서관마다 아이들 책모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나이를 떠나서 책 읽어 주는 문화를 정착시킨다. 이것이 아이들이 책을 가깝게 사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다.

기본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라 하찮게 여겨 평가절하 되는 경우가 있다. ‘책 읽어 주기’의 시작도 그랬다. 그러나 기본이 흔들리면 존재가 무너질 수 있다. 독서교육의 기본, 독서의 본질적 의미를 되새겨 지금이라도 바람작한 독서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 해답은 매우 쉽다.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을 권리를 보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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