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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소년도 그림책을! 그림책은 어린이 것만이 아니다]그림책, 어떻게 읽을까? 어떻게 읽힐까? - 함께 실컷 수다 떨고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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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04 22:32 조회 8,07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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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에서 멀리 떨어져 나간 아이들
그림책은 어린 독자들에게 글자를 배우고 읽는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돕는 역할이 있다. 기능적으로 보자면 이 시기 그림책은 학습과 놀이 체험에 효과적인 도구다. 그림책과 함께, 그림책으로 노는 것이 유아기 아이들 일이다. 그러나 읽기 능력이 늘수록 (공부를 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한 부모들의 구매 성향에 맞춰) 그들이 만날 수 있는 책 속 그림은 점점 줄어든다. 요즘은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급해졌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아이들은 글을 능숙하게 읽고 쓰게 되었고,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초등학생이라면 유치한(?)그림책은 보지 않는 걸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출판사들 역시 그런 분위기에 발맞춘 책들을 펴내고 있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엄마들이 어떤 책을 사면 좋을지 물어 오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노는 존재다. 실컷 지치도록 놀고 난 후에야 무엇이건 배우려는 자세가 나온다. 그러니 일단 놀고, 책을 꼭 사주고 싶거든 그림책을 한두 권씩 사서 질릴 때까지 읽어주고 난 뒤 다른 책으로 옮겨가라. 양껏 사다 날랐다가는 책은 짐이 되고, 아이들은 진짜 책을 읽어야 할 때 철저히 책을 외면하게 될 수 있다.” 뭐 그런 얘길 듣는 내내 고개는 끄덕이지만 그들의 눈빛이 의혹과 불신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을 뭐라 할 수도 없다. 문학으로 사고가 확장되고, 호기심을 충족하며, 꿈을 조직해서 미래를 설계해보기도 하고, 삶을 즐기는 방법도 간접적으로 배워야 할 나이에 다들 갇힌 채로 공부에 매진하도록 만든 게 우리 현실이니까.

그림이 많은 책들로 문자를 해독하고 습득하도록 훈련받은 아이들은 그림이 없어진 상황에서 몹시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심지어 다 아는 쉬운 글인데도 이해를 못 한다. 당연하다. 글자는 알지만 연결된 문장이 뜻하는 바는 그림으로 읽었으니까. 그렇게 아직 실컷 놀아보지도 못한 아이들이 불안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얼굴로 ‘공부하러’ 학교에 나온다. 그들의 하루는 학교 수업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시작된다. 컴퓨터, 한자, 주산, 논술, 영어가 급수를 따야 하는 과제로 기다리고 학교 과제도 해야 한다. 방송댄스, 요리, 과학실험, 중국어, 관악, 줄넘기, 로봇과학, 발명과학, 축구, 미술 등등 방과 후 수업이 줄줄이 이어지고 집에 가면 태권도, 피아노를 해야 하고 학습지도 풀어야 한다.

방과 후 논술 수업은 대개 역사와 관련한 책으로 하니 역사책은 읽는다. 다른 책을 볼 시간은 없다. 게임하는 것이 최고지만 굳이 보라고 한다면 책은 그냥 만화만 보고 싶을 뿐이다. 아, 물론 독서록을 쓰기 위해 책도 읽어야 한다. 독서록을 쓰기 위한 책은 아침 독서시간에 읽으면 된다. 낮은학년은 그림책 중 한 권을 골라 줄거리를 다섯 줄 쓰고 재미있었다, 주인공이 용감하다, 슬펐다 등 간단한 소감을 쓴다. 높은학년 아이들은 글줄이 꽤 되는 책들을 앞뒤 책 소개나 광고문을 보며 대충 짜깁기를 한다. 다독상을 받으려고 읽지도 않을 책들을 아침에 대출했다가 오후에 반납하기도 한다. 도서관에는 만화책을 보러 간다.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카톡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바로 도서관이다. 아이들은 이미 책 읽는 것과는 한참 멀리 떨어져 나가 있고, 집이나 도서관 책장에는 먼지만 쌓인다. 해결하지 못한 ‘불안’에도 먼지가 켜켜이 앉는다.

청소년에게 어떤 그림책이 좋을까요?
어떤 책을 읽어야 그림책을 바로 볼 수 있을까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림책 읽는 모임을 하자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책을 늘 곁에 두고 지내는 사람이라 여기고 감히 말한다. 여러분은 그저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책들을 묵묵히 읽으시라고. 문학을 중심으로 인문학 일반이나 역사책으로 옮겨가며 스스로 먼저 책읽는 재미를 충분히 즐기시라고.

아니, ‘그림책 보는 법’을 배우기에 도움되는 책은 없나요?
없다. 그런 질문은 기본적으로 그림책을 ‘문학’이라는 장르와 별개의 것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이 가진 형식을 곡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아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형식을 갖춘 그림책은 정말 쉽게 읽히는 책이 맞다. 하지만 쉽게 읽히고 빤히 보인다고 그것이 문학이 아니라고 하는 건 문학을 향유할 주체에 대한 차별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본다. 이런저런 색안경은 벗고 보자.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문학을 만난다. 그러니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문학이 되기 위해 그림책은 얼마나 호된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되는지!

그림책 작가들은 길고 긴 시간 동안 말할 수 없이 짧지만 엄청나게 함축된 의미를 담은 문장을 벼려내려 애쓴다. 또 그 함축된 의미를 전달하기에 가장 적절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아름다운 이미지에 대해 고민한다. 책 속에서 그 둘이 어떻게 하면 서로 부딪히고 보완하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완성해낼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낸 결과물이 그림책이다. 그렇게 그림책은 문학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책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멀지 않은 과거에 소설을 읽고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자신들을 기억해보라. 그림책도 마찬가지다.

그림책 자체가 어린이 책 중 한 분야로 나뉘어져 있지만 장르 개념을 도입한다면 그림책 안에서만 봐도 수많은 갈래의 장르가 나올 수 있다. 순수 문학만 있는 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정보성이 강한 그림책이야말로 청소년들이 즐기기엔 너무 단순하고 협소할 것이다. 있다고 해도 일단 열외로 한다. 아이들은 너무 지쳐 있다. 문학을 즐기며 쉬는 시간을 갖자는 게 더 맞을 듯싶다.

그게 아니라 지도를 해야 한다고요!
지도는 접어두고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책 한 권을 읽고 그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 다음에는 이런 책을 읽고 싶다, 혹은 이 책에 나오는 장소에 한번 가볼까? 또 책 속 주인공이 먹는 건 뭐지? 진짜 맛있어 보이는데… 얘(주인공)가 읽는 책은 뭘까? 성격이 독특해. 이 장면이 좋아! 하필 이 단어, 이 색깔을 썼지? 어떻게 그린거야? 작가의 다른 책은? 나와 비슷한 걸… 그렇게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 책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소중하고 귀하다. 뭐, 질문과 생각 들이 꼬리를 물고 실컷 수다를 떨다 보면 그 다음엔 무엇을 하면 좋을지 결정하기도 쉬워진다. 아니, 뭘 하지 않고 책으로 풀어낸 수다만으로도 이미 뭔가 한 것이다.

그래도 뭔가 얻어가는 것이 있으려면…
그 정도 했으면 아이들 표정과 눈빛이 달라진 것이 보일텐데, 안 보이면 수다를 좀 더 떨고. 아이들은 충분히 많은 것을 얻어갈 것이다.
그림책이니까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은데…

그림책은 이야기가 있지만 글보다는 그림이 많은 책이다. 그림 보는 눈은 정말 천차만별이며 지극히 개인적이다. 취향이 한껏 개입된다는 말이다.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림책에도 같은 잣대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책의 그림은 순수 회화도 디자인도 아니다. 글에 맞추어 책이라는 형식에 담은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이야기 속 한 순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표현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이다. 간혹 그림책이니까 그림이 주가 되어야 한다, 혹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림책이니 당연히 그림이 많이 보이는 건 맞다. 하지만 글 한 자 없는 그림책일지라도 시작은 텍스트다. 그림책을 만들 때, ‘이런 그림을 그릴거야’라고 시작하는 작가는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로 시작한다. 그런데 형식이 그림책인 거다.

여기에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림책을 이야기할 때 글(작가)과 그림(작가)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렉터’가 지워지는 지점이다. ‘책’은 어디로 갔나? 그림책은 ‘책’이다. 순간과 순간을 이어주거나 끊어내는 것은 ‘책장’을 넘기는 ‘책’만이 가진 특성이다. 그래서 그 어떤 책보다 디렉터의 역할이 소중한 것이다. 글은 읽는 동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져 나갈까 기대하게 만든다. 그 긴장을 즐기며 결말에 도달했을 때는 이야기를 따라 일정한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림책 속 그림은 대개 이야기를 따라 흘러가는 시간 속 한 순간을 포착하여 표현한 것이다. 당연히 정지된 그림은 흐르는 이야기를 멈추게 할 수도 있다. 글은 그런 그림을 무시하고 마구 달려갈 수도 있다. 영리한 그림책 작가들이 극복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림에 시간성을 부여하고 글은 그림에게 자신의 역할을 양보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확장시킨다. 그 모든 계산을 (훌륭한) 디렉터와 함께 했을 때라야 이제껏 ‘글’과 ‘그림’이기만 하던 것이 ‘그림책’으로 태어날 수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휴~ 마지막으로 뭐라도 추천해 주실 건 없나요?
다른 이들이 지도하거나 토론했던 사례를 책으로 펴낸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시종일관 교육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그림책 이론서나 소개서들도 제외한다. 그저 책 자체를 다룬 책들을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고 나름의 방식을 찾아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림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그림책 역사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오래된 만큼 그림책에 대한 논의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관련된 책들도 더 많다.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는 1996년에 번역되어 나왔는데 정말 쉽게 정리되어 있다. 그림책의 가치를 기능적인 면에서 친절하고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아이들에게 책을 문화로서 읽고 즐기게 하자는 뜻으로 기술하고 있는 와키 아키코의 『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도 볼 만하다.

2001년에 나온 최윤정의 평론집 『그림책』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전까지 우리 비평가가 쓴 그림책에 관한 평론집은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그림책의 특징과 중요성 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림책』 서문에 나온 “그렇게, 아이와 함께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는 구절을 따서 제목을 붙인 책이 있다. 춘천교대 아동문학연구소에서 펴낸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인데, 아동문학을 공부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우리 그림책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핀 후 써낸 결과물이다. 우리 그림책을 볼 때 도움이 될 듯싶다.

그림책을 고르기 힘들거나 책을 왜 읽는 건가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때 찾아보는 책으로는 『그림책의 힘』과 『읽기의 힘, 듣기의 힘』이다.(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왠지 여러 모로 유약해 보일 수 있는 ‘그림책’에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랄까? 더불어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를 읽으면 주먹을 불끈 쥐고 ‘그래, 역시 그림책이야!’ 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게 된다.
그림책 작가들이나 작품에 관한 정보가 필요할 때는 『네버랜드 그림책을 빛낸 거장들』과 『그림책의 모든 것』이 도움을 준다. 표현 기법으로 접근한 『그림책은 재미있다』는 그림책이 주는 재미가 어떤 형식으로 구현된 것인지 조근조근 들려준다. 그림책이 가진 형식이나 구조에 대한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면 다른 어떤 책들 보다 페리 노들먼이 쓴 『그림책론』. 1988년에 펴낸 책이며 2011년에 번역서가 나왔다.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시 지음 ̄이상금 엮음 ̄한림출판사
1996.07.20
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 와키 아키코 지음 ̄홍성민 옮김 ̄현문미디어
2006.12.20
그림책 최윤정 지음 ̄비룡소 ̄2001.03.25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 김상욱 ̄춘천교대 아동문학교육연구소 지음
상상의힘 ̄2011.12.20
그림책의 힘 가와이 하야오 ̄야나기다 구니오・마쓰이 다다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마고북스 ̄2003.11.20
읽기의 힘, 듣기의 힘 가와이 하야오 ̄다치바나 다카시・다니카와 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 ̄열대림 ̄2007.07.09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도로시 버틀러 지음 ̄김중철 옮김 ̄보림 ̄2003.03.25
네버랜드 그림책을 빛낸 거장들 시공주니어 편집부 엮음 ̄시공주니어
2009.12.20
그림책의 모든 것 마틴 솔즈베리 ̄모랙 스타일스 지음 ̄서남희 옮김 ̄시공아트
2012.05.02
그림책은 재미있다 다케우치 오사무 지음 ̄양미화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2008.10.20
그림책론–어린이 그림책의 서사 방법 페리 노들먼 지음 ̄김상욱 옮김 ̄보림
2011.09.02

나는 그림책이 청소년들에게 그저 휴식이고 위로이기를 바란다. 책을 읽게 만들려는 의도를 드러내며 부담스러운 설득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문학으로 돌아올, 문학을 즐기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란 큰 기대도 접는다. 그저 아이들이 그림책으로 즐겁게 놀다가 그림이 맘에 들면 그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그림 작가가 그린 다른 동화나 청소년 소설도 찾아 읽었으면 좋겠다. 그중 맘에 드는 책의 글 작가가 쓴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보려는 맘이 들었으면 좋겠다. 주제가 비슷하거나, 그림 분위기가 비슷하거나,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다른 책이나 배경이 비슷한 책들을 찾아 읽기 위해 기꺼이 서점과 도서관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그저 지켜보고 지지하며 도움 주는 어른으로, 거기 늘 그 자리에 ‘책’이 있었다는 걸 어느 날 알아챈 아이들에게 그저 웃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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