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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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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2:48 조회 8,35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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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가 된 지도 어느새 6년차에 접어든다. 쏜살같이 지나간 것 같지만 그동안 이 작은 도서관에서 만든 추억은 풍성하다.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책,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빌려가며 기뻐할 때다. 모든 피로를 날려주는 이 모습을 보는 일은 이용자와 소통하는 수서를 해야지만 가능하다.

나는 소장 자료의 내용에 도서관 운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처음에는 무조건 추천도서목록, 서평집, 인터넷 서점,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을 종횡무진하며 좋은 자료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곧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은 내가 시도해보고 효과가 있었던 수서의 팁을 담고 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을 보태고자 몇 가지 소개한다.

작은 수첩의 비밀
학생이 원하는 자료를 수서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내 딴에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인 것 같아 도서관에 비치했지만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이 필요한지, 어떤 책을 즐겨 읽는지 학생들의 성향이나 요구를 잘 파악하고 수렴해야지만 좋은 수서가 이루어진다. 학교도서관과 나를 친근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은 내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직접 이야기하거나 도서신청서를 활용하여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문제는 그 외 다수의 학생들이다. 수줍어서 혹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껄끄러워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그저 귀찮아서 도서를 신청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 때문에 나는 수첩 하나를 마련했다. 언제든 지닐 수 있도록 작은 것을 준비하고 귀를 항상 열어두었다. 학생들의 수다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책에 관련된 것이 많다. 어느 날, 조용히 책만 빌려가던 2학년 세영이가 서가를 돌아다니다 친구에게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왜 우리 학교는 오스카 와일드 책이 하나도 없는 거지?”
우리 도서관은 고전문학 분야는 이미 많이 갖추고 있어서 수서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는 유명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권의 책도 없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행복한 왕자』는 나도 학창 시절에 감명 깊게 본 작품인데 말이다. 세영이의 말을 듣지 못했더라면 우리 도서관에서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오래도록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나는 몇 년 전부터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간에 도서관 곳곳을 찬찬히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관심사와 이런 책도 있으면 좋겠다는 둥, 이 책은 왜 없냐는 둥 들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 적어 둔다(그 시간 동안에는 대출과 반납을 도서부 아이들에게 맡긴다). 그 수다 속에 아이들의 바람이 다 들어 있다.
나의 취재는 수업시간, 도서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도 계속된다. 수업시간이나 동아리 활동 시간에는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요즘 배우고 있는 수업 내용이라든지 , 유행하는 것, 관심 분야, 꿈… 들리는 대로 모두 적는다. 이렇게 적은 내용을 기존 장서와 비교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식으로 신규 도서를 선정한다.

영상 매체는 중간 다리
화려함과 생생함으로 가득한 3D, 이제 4D까지 등장한 시대. 영상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서 알아서 챙겨 보는 아이들은 괜찮지만 책과는 영 거리가 먼 학생들은 도통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이 일 년에 몇 번 도서관에 와서 스스로 책을 찾는 일이 생기는데, 바로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최근에 흥행몰이를 한 영화와 인기 드라마의 원작은 열성적으로 대출해가는데, 예를 들면 『도가니』, 『뿌리 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등이 있다. 물론 딱 이 책만 보고는 더 이상 도서관에 오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책에도 서서히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 학생들이 많다. 자신이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었다는 자부심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보다 원작이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고 시작하기도 한다. 때문에 나는 영상 매체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다.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를 통해 개봉하는 영화 소개, TV 프로그램 리뷰를 챙겨보고 수서에 반영한다. 영상 매체가 학생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영상은 책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한 중간 다리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이슈가 되는 인물에 대해서도 열심히 찾아보고 알아둔다. 최근에 관심이 집중된 인물을 다룬 전기나 평전, 인터뷰집이 책에 빠져드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 마음 읽기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보통 입시 중심으로 흘러가다보니 교과교사들이 도서관의 책을 활용해 수업연구를 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물론 내가 교과에 맞는 자료 추천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탓도 있다. 이 부분은 반성해야 될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교사들이 주로 찾는 책은 베스트셀러 등 요즘 주목받는 책 혹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에 관련된 책이다. 교사는 이미 책 제목을 파악하고 도서관에 오는 경우가 많고, 늘 가던 서가에서 책을 고른다. 원하면 추천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두는 편이다. 자유로운 독서 속에서도 얻어갈 것이 충분히 많고, 교사의 경우는 개인이 추구하는 독서 방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교사로서 필요한 소양들에 관련된 도서와 신청도서도 구입하지만, 교사를 위한 수서에서는 각 교사들의 대출기록을 보면서 독서 성향을 파악해 반영한다. 베스트셀러도 반드시 구입하는 편이다.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교사들이 만족스러운 이용을 할 수 있도록 늘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교사들의 동호회 활동, 교외 활동 등을 알아둔다. 관련된 도서를 구비하고 알리면 많은 분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우리 학교는 테니스 동호회가 활성화되어 있기에 테니스 관련 책은 늘 마련한다. 사서교사는 단독으로 하는 업무가 많다보니 다른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다. 도서관에 자주 오지 않는 교사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점심시간이 최고인 것 같다.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학교 일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고민과 관심 분야가 숨어 있다. 이것도 수서에 반영한다면 교사들에게 인기 만점 도서관이 될 수 있다.
수서에서 중요한 것은 관심과 소통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든 대상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소통한다면 수서, 결코 어렵지 않다.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모든 분들, 학생과 교사 모두가 만족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성공적인 도서관을 꾸려가길 바란다.

허지은 서울 강동고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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