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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행! 세상은 열린 도서관이 되다] 여행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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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25 13:39 조회 5,8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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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포 제주 곶자왈 작은학교 대표교사


길에서 만난 세상,
세상은 가장 너른 배움터

어릴 때 나는 어렴풋하게 세계 여행을 꿈꾸었다. 하지만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 나는 다른 나라 여행은커녕 우리나라 여행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물며 내가 나고 자란 제주 땅 여행도 제대로 못했으니 세계 여행에 대한 어릴 적 꿈은 헛된 꿈이 될 수도 있을 거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제주 땅과 우리나라 땅을, 더 나아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서 나는 다른 풍경을 만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사회를 만나고 있다. 그 여행을 통해 나는 겪고 배우고 깨닫고 있다. 여행을 통해 자극 받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나를 볼 수 있어서 기쁘다.

내게 좋은 약이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약이 될 수 없을까. 내가 여행을 통해 배우고 성장했듯이 우리 아이들도 여행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면 참 좋지 않을까. 여행에서 만난 스승들을 통해 더 큰 꿈을 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는 건물이라는 특정한 공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배움과 가르침 역시 그럴 터이다. 세상이야말로 가장 너른 학교이고, 가장 너른 배움터가 될 수 있다는 걸 지혜로운 이들은 이미 알고 있고 행동하고 있다. 너른 배움터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나 역시 2006년 ‘틈새 대안학교’인 곶자왈 작은학교를 만든 뒤 여행에서 놀고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곶자왈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에게 배우고 있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고 있다. 마을 곳곳, 제주도 곳곳, 나라 곳곳, 아시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여행에서 진실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고, 꿈을 키우고 있다.


배려를 배우는 공정여행


공정여행이란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여행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을 말한다.

곶자왈 아이들 역시 늘 공정여행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공정여행이 무엇인지, 공정여행은 어떻게 하는지 토론한다. 공정여행에 걸맞게 아이들 스스로 여행에서 지켜야 할 가치, 기준, 규칙들을 마련한다. 그리고 여행 현장에서는 저녁마다 모임을 갖고 그에 걸맞게 여행을 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은 저마다 공정여행자가 된다.


인내와 책임을 익히는 여행


곶자왈 아이들의 여행은 불편하다. 어쩌면 여행을 할 때마다 일부러 ‘불편한’ 여행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숙소는 씻고 자기에 불편하다. 아침, 저녁은 아이들 스스로 해먹는다. 한여름 푹푹 찌는 날씨에도 승합차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는다. 많이 걷는다. 날마다 기록을 빼먹지 않도록 한다.

아이들은 처음엔 그런 불편함을 못 견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당연히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다. 아니 오히려 불편함을 견디는 게 아니라 당당히 즐기기도 한다. 왜 그럴까? 편리함을 쫓는 여행은 마음 속 감동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불편함 속에서 아이들은 인내와 배려 그리고 책임을 배운다. 불편함이 자극을 줘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자기를 변화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편리함을 쫓아 한정된 지구자원을 펑펑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땅, 우리 동네를 이해하는 여행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국내의 이곳저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지리산 둘레길을 찾아, 서해안의 갯벌을 찾아, 섬과 강을 찾아 그리고 제주의 올레를 찾아 떠난다. 게다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참 많다.하지만 자기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땅을 아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우리 둘레에서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늘 걷던 길, 늘 만나던 사람, 즐겨 찾던 시장과 식당, 가게도 다른 시선을 갖고 접한다면 전혀 새롭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곶자왈 아이들도 걷고 달리며 마을을 만나고 마을 지도를 그린다. 마을 어른들을 만나 마을의 역사를 듣고, 삶의 지혜를 얻는다. 마을을 넘어 제주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섬 속의 섬 걷기 여행, 제주도 일주 자전거 여행, 제주도 걷기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그 여행을 통해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를 알고 느끼고 배운다. 희망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제주의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연대하고 실천하는 여행


곶자왈 아이들은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여행,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머무르면서 관계를 맺는 여행을 한다. 뭔가에 쫓기듯 여기에서 저기로 숨이 가쁘게 움직이는 여행이 아니라 설렁설렁 여유로운 여행을 한다. 풍경을 쫓는 여행이 아니라 자연・역사・문화・사람을 만나는 여행, 즐거우면서도 배우고 깨닫는 여행을 한다.

강원도, 경기도, 서울, 부산, 광주, 강화도, 백두대간, 지리산, 설악산, 섬진강, 낙동강, 순천만……. 산과 들, 강과 갯벌을 찾아 자연의 소중함을 배운다. 비무장지대를 찾아 분단과 통일, 평화를 이야기한다. 환경, 나눔, 인권, 평화,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는 그들의 삶과 실천을 듣고 배운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미래세대의 실천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지구시민으로서 평화와 소통을 경험하는 여행


2007년부터 시작한 ‘분쟁지역 평화도서관 프로젝트’. 해마다 두 차례 열리는 어린이 평화장터와 모금 활동을 했다. 그리고 모금한 돈을 동티모르, 티베트, 필리핀 민다나오, 인도 다람살라,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의 평화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보탰다. 분쟁지역 평화도서관 프로젝트에 이어 곶자왈 작은학교가 2010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아시아 평화여행 프로젝트’이다. 우리가 아시아 평화여행에 나선 까닭은 제주의 아이들이 아시아의 또래 세대와 함께 여행을 하며 더 친해지고 더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아시아의 미래세대끼리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깊은 관계를 맺는 것. 그게 바로 아시아의 평화를 이루는 밑거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의 미래세대들은 세계로 열린 눈과 마음을 키우고 있다. 자신이 세계의 일원으로서 존재하고, 살아가고, 나누고, 소통하고, 연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세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 세계인과의 만남을 통해 지구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한다


곶자왈 아이들은 여행할 때 날마다 여행 이야기를 시로, 글로, 그림으로 담아낸다. 아무리 피곤해도 밤늦게까지 하루 소감을 나누고, 하루 여행을 정리하는 글을 쓴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을 듣고, 쓴 글들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무얼 배우고 느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마다 나는 여행이 학교이고, 세상이 너른 배움터라는 걸 거듭 확인한다. 한 아이가 쓴 이야기를 여기에 옮기며 내 이야기를 마친다.

“저는 1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은 걸 느끼고 배웠습니다. 추자도 여행, 낙동강 여행, 서울 공정여행, 오키나와 여행. 오돌또기가 하는 여행은 다른 여행보다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배낭에 무거운 짐을 메고 다니고, 많이 걸어 다니고, 밥은 남김없이 다 먹고, 잠자리도 편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오돌또기가 하는 여행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배우고, 인연을 쌓는 여행입니다. 여행지의 빛만 보며 웃기만 하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며 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모두가 활기찼었기에 에너지가 넘치는 여행이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의, 대한민국의, 세계의 빛만 보고, 어두운 곳은 전혀 몰랐던 저는 여행을 통해 제가 살고 있던 곳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보게 되었고, 감사하게 되었고, 제 생활을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고다영, 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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