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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잡이 길잡이 [교사의 책]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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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4-13 21:43 조회 4,61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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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효제초 사서교사
 
가끔 학교를 보며 생각한다. 모두들 몸부림을 치는구나. 어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이들은 지겨워서, 또 어떤 이들은 꽉 막힌 답답함에 말이다. 배움과 성장을 이끄는 공간이란 수식어 따위는 이미 아름답지 않아진 지 오래다. 유치원을 안 보내면 초등학교 1학년 때 뒤쳐진다는 동네 엄마들의 수다도, 지방에서 어찌 해야 서울대를 보낼 수 있는지 자랑스럽게 말하는 동료 교사도… 이 모든 것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열등생의 몸부림, 사랑을 기다립니다
학교를 둘러싼 이 슬픔은, 외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가 보다. 놀랍게도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프랑스에서조차 말이다. 저자는 본인의 학창시절과 교사로서 재직하며 만나온 아이들의 이야기를 에세이집으로 묶어 냈다. ‘다니엘 페낙’ 저자 이름이 낯익다고? 그래, 맞다. ‘독자의 권리’로 한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소설처럼』의 저자이다. “건너뛰며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등을 비롯해 심지어 “책을 읽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시켜 우리를 폭소하게 했던 바로 그 주인공 말이다. 그가 소설이 아닌 에세이집으로 돌아왔다. 저자가 공교육에서 20년 넘게 교사로 재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을 끄는데, 거기에 그가 전교 꼴지 열등생에, 퇴학까지 당한 문제아였다니, 당장 책장을 넘기고 싶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풀어 놓을 것인가? 학교생활 극복기도 아니고, 왜 하필 ‘슬픔’을 이야기하는가? 묘한 긴장감을 안고 본문으로 들어선다. “대문자로 시작되는 모든 단어들은 즉시 망각의 운명을 맞이했”으며, “교실에 침투하는 건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서일 뿐”이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믿기지가 않는다. 게다가 전교 꼴찌에, 금고를 털고, 교사를 우롱한 죄(?)로 퇴학까지 당했다고? 『늑대의 눈』과 ‘말로센 시리즈’의 저자가?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프랑스어 선생이? 뒤이은 유년 시절 고백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자녀를 믿고 사랑하는 부모님, 교양과 독서로 꾸려진 가정환경, 그 속에서 참으로 반듯하게 자란 형제들 속에서 저자는 난독증까지 있는 열등생이었단다. 믿겨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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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슬픔』
다니엘 페낙 지음|윤정임 옮김 l 문학동네|2014
 
동시에 그는 냉담한 목소리로 학창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채점한 시험지를 나누어 주고 한 명 한 명의 점수를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발표하던 교사의 모습, 20점 만점에 3.5점을 받은 열등반 아이들을 비하하던 또 다른 교사의 발언들. 그는 말한다. “증오로 가득하던 그 교실의 침묵!”(171쪽)이라고. 가슴이 서늘하다. 우리가 겪었던 그 일들을 그도 겪었구나……. 그리고 슬프게도 “일상적인 분노를 키워가던 시절의 더러운 추억!”(328쪽)이라는 표현은 그의 분노가 진행형임을 알려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학교 선생으로, 작가로 우뚝 섰다는 이야기는 이 모든 슬픔을 초월했다는 이야기일 터. 더욱이 저자는 학생들에게 지금 네가 신고 있는 건 “뉴발”이 아니라 “신발”임을 일깨워주고, 3월이면 전화통을 붙잡고 전국의 친분 있는 교사들에게 퇴학당하는 자신의 학생을 받아 달라고 간곡히 요청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이런 이는 쉽게 만날 수 없다. 분명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매의 눈이 되어 본다.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내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잊게 하는 데는 한 분- 단 한 분!–의 선생님이면 충분하다.”(318쪽)
해답은 생각보다 멋쩍게 웃으며 등장했다. 그래, 역시나 저자를 건져 낸 이들은, 우연히 만난 선생님 몇 분이었다. 그들은 열등생의 “원인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고” 그저 “절박한 상황”에 빠진 청소년을 구하기 위해 “매일같이 다시 몸을 던지고 또 던질” 줄 아는 어른이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말한다.
“선생들의 가장 커다란 장애는 자기들은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상태를 상상하지 못하는 그 무능에서 기인할 것이다.”(360쪽)
그러니, 열등생에 대해 “충분한 훈련을 받지 않았거나”, “그건 우리 일이 아니다.” 따위의 변명을 하지 말고, 그냥 “열등생을 건져내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그게 당신들 일이야!”(364쪽)라고 외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동시에 마지막 장, “교육을 말하면서 이 말을 내뱉었다간 넌 린치당할 거야.”(367쪽)라며 쩔쩔매다가 결국 그 답을 “사랑”이란 한 단어로 제시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맘 편한 웃음이 나온다. 그래. 사랑, 이거 빼면 우리는 시체다. 그렇지 않은가?
 
학부모의 몸부림, 사교육 벗어나기
열등생만이 그놈의 성적 때문에 학교 안팎에서 몸부림치는 건 아니다.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며, 함께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이가 또 있으니, 바로 ‘학부모’다. 이 이름표는 참으로 신기해서,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축복의 말을 건네던 탄생의 순간까지 싹 지워 준다. 특히 요즘 학부모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실체가 있으니, 바로 수학.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는 방침이 나와서인지, ‘대치동 엄마’가 아니라도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는 수학이 관건이란 말이 진리로 통한다. 심지어 교사들 사이에서도 수학만큼은 초3, 4학년부터 선행시켜야 한다는 말이 먹히니, 아직 우리 아이가 4살이지만 어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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