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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만화 발바닥에 새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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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1-08-20 16:39 조회 6,9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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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러져가는 사립문 앞에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렸습니다. 할머니가 보리쌀 한 바가지를 들고 나와 스님께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인사하던 스님이 마당에서 놀고 있던 그 집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습니다. 할머니 눈앞에 아이 발바닥에 찍힌 크고 시커먼 점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한 말씀을 남기고 훌쩍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바로 이 발바닥 점 때문에 아이는 큰 사람이 될 거요.”

스님의 말은 금세 뒷집에도 전해졌습니다. 가난하지만 앞뒷집은 형제처럼 지내왔고, 신기하게 아이들도 쌍둥이처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습니다. 뒷집 사람들은 발바닥 점을 타고난 앞집 아이가 부러웠습니다. 자기 아이 발바닥에 작은 점이라도 없을까 찾아보다가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실망이 큰 사람은 철없게만 보이던 뒷집 아이였습니다.

십년이 흘러 나라에 작은 시험이 있었습니다. 사이좋게 시험을 보러간 두 아이 중에 뒷집 아이만 합격을 했습니다. 발바닥에 큰 점이 찍힌 앞집 아이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스님이 들려준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십년이 흘러 나라에서 가장 큰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이번에도 뒷집 아이만 합격을 하고 그 가운데서도 일등을 했습니다. 임금님을 만나서 높은 벼슬도 얻게 되었습니다.

낙방을 하고 돌아온 앞집 아이는 스님이 들려준 얘기를 떠올리면서 자기 발바닥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크고 시커멓던 점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발바닥을 들여다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했습니다. 으레 발바닥 점만 믿고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시커먼 점은 점점 희미해져 마침내 사라져버렸던 것입니다.

금의환향한 뒷집 아이는 조용히 자기 발바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거기에 크고 시커먼 점이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앞집 아이의 발바닥 점을 부러워하면서 날마다 먹을 갈아 그 자리에 점을 그렸습니다. 지워지면 그려 넣고 또 그려 넣고. 글을 읽고 또 읽고. 그러면서 가짜 점은 점점 진해져서 진짜가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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