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최희주 충남 논산여고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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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것,
한 인생을 안아 주는 일
최희주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안식처가 되고 싶다는 말, 얼핏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그 다정함을 이 루기 위해 들여야 할 시간을 우리는 안다‘. 들여다보기’. 보살핌 받는다 는 인식이 있을 때, 학생은 교사의 말 걸기에 응답한다.“ 어디 아프냐” 는 말 이전, 관심과 응시의 포옹이 전제돼야 관계는 쌓인다. 최희주 사 서교사는 그 포옹을 오래 연습한 사람. 이성의 언어로 설계해야 할 교 육정책과 관계의 언어로 쌓아야 할 학교도서관 현장을 20년 넘게 동 분서주했다. 그 중심엔 사람됨의 교육을 녹이기 위한 마음 씀씀이가 자 리했다. 아이들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안식처를 꿈꾼다는 교사의 언 어는 얼핏 유창하고, 온화해 보인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눈물과 상처를 통과한 무엇임을 그를 만나고 느꼈다. 교육행정 너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를 갖는다는 것(『사람, 장소, 환대』)”의 무게를 실감해 온 한 사서교사의 세월을 헤아려 볼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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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 22년 차신데, 그새 강산이 두 번 바뀌었네요. 학교도서관에서 나름 찐하게 느낀 강산의 변화는요?
2005년, 경기 오산에 있는 성호고로 첫 발령을 받았어요. 지금은 와이파이만 되면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지만, 당시만 해도 아이들이 시청각 공간에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봤어요. 뚱뚱이 텔레비전으로 대출한 뒤 보고 반납하던 시절이었죠. (웃음) 컴퓨터 본체도 모니터도 엄청 컸는데,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이 행복해했어요. 밖에선 영화를 비싼 돈 주고 봐야 하는데, 도서관에선 그냥 볼 수 있으니까요. 문학기행도 엄청 다녔어요. 첫 학교에서 근무한 5년 동안 제주도 빼고 전국을 다 다녀본 것 같아요. 함께 여행 떠나는 문화를 그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코로나를 기점으로 학교 밖 활동이 확 줄어들었어요. 제겐 작은 꿈이 하나 있는데요. 해마다 하는 저자와의 만남 이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프로젝트를 저자와 함께 거닐며 해 보는 거예요. 안전 문제가 예민해진 지금은 쉽지 않아요. 집에 있기 좋아하는 아이도 많아졌고요. 유튜브, OTT 채널 등 누릴 있는 게 넘치니까요. 자연스레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졌는데, 활동량이 줄어든 건 안타까워요.
두 번째 근무하신 학교가 충남 서천중인데, 전북 익산과 바로 맞닿아 있네요.
저는 대전 사람인데, 충남에 살면서도 ‘서천’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대천해수욕장까진 알아도 서천까지 가본 사람은 드물 거예요. 일해 보니 아이들이 학교 외에는 갈 곳이 없더라고요. 담임을 맡았는데, 학급 아이들 가정 방문을 간 적 있어요. 한 아이의 집은 서천에서도 승용차로 30분 넘게 걸리더라고요. 아이가 지각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알 것 같았어요. 사정을 몰랐을 땐 혼도 냈는데, 가정방문을 다녀오면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으시는 양육자가 많았고 가정방문 후 대부분은 울고 나오게 돼요. 그래도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기억에 남아요(편집자 주: 충남은 학교도서관 인력을 모두 사서교사로 뽑으며 부장교사, 기숙사 사감, 담임교사 등 일반 교사의 업무 또한 똑같이 주어지는 실정이다. 따라서 교무·연구 기획,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 수업 연구도 두루 접하며 협력하고 있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연구사(2015)로도 근무하셨죠. 학교도서관 정책을 세우면서 갈증과 보람도 크셨을 것 같아요.
처음 발령받았을 땐 ‘교육과정운영과’가 부서 이 름이었어요. 직제가 여러 번 바뀌었죠. 교육과정 정 책국이었기에 교육과정을 특히 많이 익혔는데, 당 시가 2015 개정 교육과정 무렵이었어요. 창체, 생 기부, 기초학력 등등 다양한 업무를 비롯해 ‘독 서’와 ‘학교도서관’ 업무도 있었고요. 2016년, 오 랜 조율 끝에 2017년, 사서교사 수당1)을 신설한 게 큰 보람이었어요. (편집자: 그전까진 수당이 없었어 요?) 수당은 고사하고, 보건교사와 영양교사는 수 당 3만 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죠. 역사를 거슬 러 올라가면 문교부에서 사서교사 첫 발령을 낸 게 1968년이에요. 제가 박사 논문을 쓰면서 학교도서관 발전사를 연구해 왔거든요. 1968년, 33명 사서교사가 발령받고, 2004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1·2급 자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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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사서교사 수당 (특수업무수당) 월 2만 원이 신설되고, 2025년 월 3만 원으로 인상됐다. (출처: 교육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 특수업무수당 지급
구분표).
구분이 이뤄졌어요. 즉, 사서교사는 이미 배치되었지만, 자격 제도가 안착하는 데엔 36년이 걸린 셈이죠.
배치된 연도에 비해서 자격과 권리는 늦게 주어졌네요. 그런데 왜 ‘눈물의 수당’인가요?
사서교사 수당을 통과시키던 무렵, 제가 퇴근길 타고 가던 차 뒷좌석이 다 찌그러질 정도로 큰 교통사고가 나 입원을 했었거든요. 낮에는 링거를 꽂고 병원에 있었는데, 기재부나 인사혁신처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연락이 왔어요. 어떻게든 통과를 시켜야 하니까 링거 빼고 밤에 울면서 자료를 제출하러 갔어요. (웃음) 그렇게 통과시켰기에 제겐 ‘피와 눈물의 수당’이에요. 수당을 통과시키기 위해 6개월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2018년 2월 말, 학교도서관진흥법 제12조 제2항이 바뀌었죠.
“사서교사, 실기교사, 사서를 둘 수 있다”에서 “둔다”로 바꾸었던 전환의 시기였죠.
그 역사적 순간에 있었어요. 그다음 해부터 그전 해까지 두 자릿수도 제대로 안 나던 사서교사 티오가 2018년부터 세 자릿수로 늘어가기 시작했어요. 수당과 정원을 늘리고, 법령을 통과시킨 순간마다 보람을 느꼈어요. 교육부에 사서교사 정규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실제로 몇 개월간 작업하고 보고를 했는데, 막판에 성사되진 못했어요. 보통의 연구사들은 1~2개 업무에 대해 시도의 업무 담당자 17~34명을 담당했는데 제 경우에는 학교도서관,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독서교육, 인문소양교육 4개의 업무에 대해 관련된 시도 업무 담당자가 60명 가까이 되었어요. 이런 상황이었음에도 사서교사 연구사를 파견 자리로 한정하는 현실에 갈증을 느꼈어요. 저희는 법령에 근거한 기본계획인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도 5년마다 세워야 해요. 지속적으로 연구사가 있어야 하는 구조인데, 정책의 논리로 결정이 이뤄지는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고 봐요.
황왕용 선생님, 중마고·논산여고 학생들과 AI ‘투닝(Tooning)’ 을 활용해 『학교 사람 도감』을 내셨는데요. 서로 근무 지 역도 먼데, 어떻게 ‘찰떡 호흡’을 맞추셨어요? 왕용 샘이 기본 틀을 갖고 계셨는데요. 이 친구는 아이디어가 참 좋은 사람입 니다. (웃음) 같은 대학 3학년일 때 왕용 샘이 1학년이었어요. ‘뻔 선배, 뻔 후 배(학번 뒷자리가 같은 선후배)’여서 친해졌고, 성향도 워낙 잘 맞아요. 저는 인 간적인 사람을 좋아하는데, 왕용 샘이 그렇거든요. 2025년, 유난히 혐오 문 화가 짙어 학교 생활이 힘들었는데 왕용 샘이 전화 와서 그러더라고요. “누 나, 『좋은 사람 도감』이라는 책이 있는데, 학교 안에 숨은 ‘좋은 사람 찾는 이야기’, 우리도 에듀테크 활용해서 해 보자.” 듣고, ‘이거다!’ 싶었죠. 마침 학기말이었고, 저도 학급과 동아리별로 학교에서 좋은 사람 찾기 프로젝트 를 시작했어요. 학급별로 협의해서 아이들이 표현한 학교 속 좋은 사람 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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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츠를 3개 이상 제출하라 했고요. 반장이 “우리 학교에서 좋은 모습이란 뭐가 있을까?” 물어보면 아이들이 브레인 스토밍식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우수한 결과물을 뽑아 투닝 작업을 했어요. 멘트를 쓰는 사람, 투닝으로 그리는 사람 등 특기를 살려 역할도 분담했고요. 학급에서도 할 수 있는 양질의 인성교육 소통 프로젝트였죠.
『학교 사람 도감』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요?
‘하루의 시작과 끝’ 챕터에 속하는 26쪽과 27쪽을 펼치면 청소하시는 주무관님,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의 다정한 모습이 나와요. 아이들이 친구나 선생님뿐 아니라 학교를 이루는 사람들의 노고도 살피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밥 혼자 먹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함께 나누는 게 좋거든요. (웃음) 동료들과 급식 먹으면 본인 밥 먹고 가시는 분도 있고, 따로 먹는 샘도 꽤 계세요. 그래선지 제가 꼽은 베스트 장면은 88쪽이에요. (편집자: 읽어 볼게요. “여러 명이랑 밥 먹을 때, 혼자 너무 빨리 먹는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춘다.”)


꾸준히 문학작가주간을 마련해 작가와의 만남을 꾸리셨죠. 공황 증세가 심했던 A학생이 행사 장비를 능숙하게 다뤘다고요. 어떻게 이끄셨어요?
우선, 대상 도서와 작가를 정해 알린 뒤 참가 학생들은 책을 읽고 공감 나눔 카드를 써요. 인상 깊었던 문장과 이유, 작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기록하는 카드예요. 그다음 독서토론을 나누며 작품을 해석하고, 그 기록을 작가에게 미리 전해요. 그럼 작가님이 강연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방향도 명확히 잡을 수 있어요. 이후 학생 운영단이 행사 기획과 홍보, 사회, 행사장 준비와 정리를 맡아요. 교사는 큰 틀과 안전망을 마련하고 현장을 움직이는 건 학생들이죠. 대신, 자신이 맡은 바를 다하는 책임감을 익힐 수 있도록 길잡이해요. A학생이 고2던 시절,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힘들어했어요. 종일 잠만 잤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친구들과 관계 맺고 싶지 않았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자는 척하기였기 때문이었어요.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당시 근무하던 학교도서관이 교실 10칸 규모였거든요. 작가주간을 하며 방송 장비도 커서 다루기 힘들었는데, A학생이 지나가다가 절 보고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쌤, 제가 도와드릴까요?”
천지가 개벽할 사건이었겠는데요. 그 친구의 마음을 움직인 게 뭔지 궁금해요.
교회서 방송 장비를 꽤 다뤘대요. 저는 그 친구에게 선입견이 없었어요. 수업 시간에 자서 미움 덩어리가 된 이야기는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어요. 저한텐 고마운 학생이었거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자주 칭찬했더니 도서관에 춤추듯 자주 오더라고요. 그때 교장선생님도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 불러 주시면서 칭찬하셨던 분인데, 그렇게 아이가 조금씩 달라졌어요. 안 자기 시작했고, 제가 바쁠 때 대출·반납도 도와줬어요. 지금은 22살이 되었는데요. 이제 A는 적극적이고, 잘 돕는 친구예요. 저는 이 친구를 통해 모든 아이에겐 자신만의 강점이 있고, 교사의 역할은 그것을 먼저 발견해 믿어 주는 일이라는 걸 배웠어요.
올해 학도넷 사례공모 시상식 당시, 김동식 작가님과 강연에 참여한 학생들의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경험을 말씀하셨죠. 게릴라로 제안하신 거예요?
그 학생들은 도서부였는데, 문예창작과에 진학하고 싶어 했어요. 저는 김동식 작가님과의 인연이 세 번째에 접어든 무렵이었고요. 왠지 부탁하면 남아 주실 것 같더라고요.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강연 후 시간을 내주셨는데, 서울(용산) 가는 기차 노선이 애매해 저녁 드시고 가면 밤 9시행 KTX를 타셔야 했거든요. 어떤 작가도 남고 싶지 않았을 텐데, 서울 도착하면 밤 11시가 넘을 테니까요. 작가님께선 기꺼이 애들이랑 밥 먹으면서 글을 어떻게 써왔는지 들려주셨어요. 마침 작가님이 『초단편 소설 쓰기』를 쓰셔서 이후 아이들이 읽고 소설을 써 보며 입시에도 활용했던 것 같아요. 둘다 문창과에 진학했어요. 기뻤죠. 작가와의 만남이 두 아이의 진로를 이어 줬으니까요. (편집자: 선생님도 밥 먹는 자리를 특별하게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작가님을 또 언제 뵙겠어요! 이어 줘야죠. (웃음) 사람은 업무적으로는 그렇게 친해질 수 없다고 봐요. 비공식 조직이 사이를 더 끈끈하게 하는데, 건강한 비공식 모임 운영은 얼마든지 사서교사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충남 사서교사 배치율은 약 21% 수준인데, 그럼에도 전문적학습공동체가 발달돼 있다고요.
충남에 학교만 720여 곳 있고, 사서교사는 대략 140여 명이니 인력이 부족하죠. 그래도 충남교육청에서 전문적학습공동체(이하 ‘전학공’)를 사서교사 대상으로 열어 예산 투자를 해 줘요. 대표 전학공을 꼽자면, 융합독서연구회가 있어요. 한 권 독서로 끝내지 않고, 그물독서처럼 관련 주제도서를 연결해 여러 해석이 가능한 질문을 개발하고 수업으로 옮겨요. 도교육청에서 경력 있는 선배와 멘토를 맺어 줘서 멘토 멘티 활동도 하는데요. 도서관 공간 구성, 중장기 운영 계획 등 함께 살피며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요. 책으로 온생각 공동체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다섯 기관의 추천도서 약 5천 권을 추려 수준별 독서교육 자료의 토대를 마련했어요. IB 탐구기반학습, 2022 개정 교육과정과 SDGs(UN이 채택한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지속가능발전목표)까지 연구 주제를 넓히고 있어요. 올해는 교과 성취기준, 핵심어, 도서, 서평, 디지털 도구를 잇는 자료를 만드는 중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