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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우리가 주목한 작가]『고기 장수 박세죽』 김해원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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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9-09 10:15 조회 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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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한복판, 

삶을 지켜준 엄마들에게

『고기 장수 박세죽』 김해원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김해원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2003년에『 거미마을 까치여관』으로 MBC 창작동화 대상을, 2008년에 『열일곱 살의 털』로 사계절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오월의 달리기』,『 고래 벽화』,『나는 무늬』 등이 있다.

1923년 진주, 백정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독립운동이 활발했지만 우리 안의 차별은 극심했고, 백정은 허가된 곳에서만 모여 살 수 있었다. 씨앗골에서 나고 자란 백정 ‘세죽’은 그 완강한 차별의 철문을 부순, 어리고 당찬 철의 여인. 김해원 작가는 저울처럼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 송곳이 된 ‘형평사’ 사람들과 세죽의 이야기로 독자 곁을 찾아왔다. 이번 동화는 ‘걸 크러시’ 넘치는 인물들이 히든카드. 칼을 들고 거침없이 독립 만세를 부르고, 순사와 대적하고, 억울하게 목숨 잃은 백정 삼촌의 죽음을 낱낱이 고발한다. 훗날 야학을 세우고, 조혼을 없애고, 백정이란 말이 쓰이지 않도록 꼿꼿이 허리를 세운이 언니들 뚝심이 낯설지 않다. 기세로 역사의 한복판을 살며, 집안을 일으킨 여자들 기백은 엄마와 엄마를 낳고 기른 내 할머니의 투지와 닿아 있으므로. 그 꿈틀거리는 힘의 근원을 들어볼 차례.


11살 때 재밌는 동화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작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하셨다고요.

그 무렵 저희 엄마가 괴도 루팡 시리즈 한 질을 사셔서 집에 두셨어요. 그걸 읽어서인지 꿈이 ‘괴도’였어요. 홍길동 같은 존재를 꿈꿨죠. 부자들이 갈취한 재물을 뺏어서 가난한 사람들한테 나눠주는 게 진짜 꿈이었거든요. (웃음)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쯤, 마해송 작가님의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읽고, 나도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작가’라 부른다는 걸 크면서 알았어요. 좋은 글을 유심히 보는 습관도 생겨났고요. 그나마 잘하는 일이 글 쓰는 일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여기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직장생활 무렵에 쓰신 소설과 동화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를 쓰셨나요?

결혼하고 임신한 무렵, 회사 생활이 힘들었어요. 드라마 <모래시계>가 어마한 인기를 누릴 때였는데, 마침 그 드라마의 극본을 썼던 송지나 작가가 드라마를 가르친다고 해서 퇴근 후에 수업을 들었어요. 그때 숙제로 썼던 드라마가 제 첫 창작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무모했죠. 이십 대였고 인천에 살았는데, 수업 장소인 여의도까지 동분서주했으니까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지금 제가 쓰는 동화와 청소년소설과는 다른 장르였지만 창작에 흥미가 더 생길 수 있었거든요. 그 무렵, 잡지사 프리랜서를 하면서 줄곧 인터뷰 기사를 썼어요. 어느 날, 한 유명 배우 인터뷰를 해 보라는 요청이 왔는데 그 배우가 내원하는 산부인과까지 찾아가 간호사한테 멘트를 따 그럴싸한 이야기를 쓰길 바라더라고요. 그 뒤에 프리랜서 일을 그만뒀어요. 밥벌이로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후 내신 장편소설 『열일곱 살의 털』에는 두발 규제에 맞서는 ‘일호’가 주인공으로 나와요. 이발소를 꾸리며 살아가는 가족을 친근하게 그리셨는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역사책을 읽다가 고종의 머리를 처음 깎은 이발사 이야기를 접했어요. 이후 서울 종로에 이발소를 차렸다고 하더라고요. 1895년 내려진 단발령은 한국의 유교문화 500년 세월을 단박에 꺾는 일이었는데, 일제의 계략이 다분했다고 해요.1) 그 무렵, 머리를 자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글로 써 보고 싶어졌죠. 서울·경기 인근에 오래된 이발소는 거의 다 돌아다니며 취재했어요. 소설 속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서울역 뒤편 만리동에 있던 ‘국내 1호 이발사’ 아들이 하는 곳을 모티브로 해요. 그분과 그 아버지, 안국동에 2호 이발사로 일하는 분까지 고루 만났는데, 지인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머리를 자른 다음 이발사 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곤했어요. 그러다 알게 된 게 두발 규제가 이천년대 초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2005년은 두발 규제에 반대하는 고등학생들 운동이 전국으로 일어났던 터라, 제가 취재한 이발소 이야기와 연결해 쓰고 싶더라고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이발사와 이후 세대의 이야기를 포개 보자 싶어 완성한 소설이 『열일곱 살의 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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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1895년 10월부터 고종에게 단발할 것을 재촉하고 있었다. 고종이 왕비의 장례를 치른 후에 머리를 자르겠다고 저항하자, 일본은 궁 주변에 군대를 배치하고 남산에는 포대를 설치하여 금방이라도 포를 쏠 듯한 공포감을 조성하였다. 출처: 우리역사넷.

민주주의 동화책을 꼽을 때마다 『오월의 달리기』가 단골로 등장해요. 광주 골목길을 다니며 1980년 봄날, 마라톤 대회 준비를 하는 명수와 그 친구들 이야기를 그리게 되셨다고요.

1980년 6월, 춘천에서 소년체전이 열렸다는 기사를 본 적 있어요. 남쪽에서 수백 명 시민을 죽이고 그해 광주에서 훈련했던 아이들까지 데려가 소년체전을 치른 일은 말도 안 되는 국가폭력이잖아요. 애들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전 국민한테 거짓말을 하고 잔치판을 벌였다는 게 화가 났어요. 이 문제를 다뤄야겠다 마음먹고 소년체전 자료를 찾아보니, 신문 빼곤 남아 있는 게 없었고 동화로 쓰려면 전남 대표 선수 중 참가했던 이를 찾아야겠다 싶었어요. 몇 달에 걸친 수소문 끝에 당시 여성 육상 선수이자 훗날 국가대표가 된 한 분이 인터뷰를 허락하셔서 증언을 들을 수 있었어요. 『오월의 달리기』는 그분의 증언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었죠. 인터뷰 끝난 뒤 그분이 자신의 기록을 세상이 알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극중 선수를 남자 청소년으로 바꿨어요. 명수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훈련하며 겪은 일과 합숙소 풍경도 그분 이야기를 듣고 쓸 수 있었어요.



극중 명수의 아버지가 나주에서 광주로 아들을 보러 왔다가 돌아가신 설정은 픽션인가요?

『오월의 달리기』를 쓰면서 가장 유의했던 게 역사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었어요. 나주에서 광주로 들어오시다가 총을 맞고 돌아가신 분이 실제로 계셨고요. 동화 속 명수의 고향이 나주가 된 것도, 명수의 아버지를 소아마비로 설정한 이유도 5·18 당시 첫 희생자가 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들을 은유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설정 하나하나를 광주민주화운동 때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과 매칭해 완성했어요. 공부하고, 취재하는데만 2년이 걸렸죠.



청소년소설 『나는 무늬』에서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죽음을 엄중히 밝히셨죠. “이 행성에서추모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향한 것”이라고 힘주어 쓰신 이유는요?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아이들 죽음은 특히 청소년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어요. 이후 이태원 참사(2022)가 벌어졌고요. 『나는 무늬』는 그 죽음의 또 다른 갈래이자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소설에 나오는 10대의 죽음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데, 제주에서 청소년이 배달 일을 하다가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적 있어요. <뉴스타파>에도 기사가 실렸었죠(편집자 주: 2018년, 음식점 사장의 지시로 무면허 배달을 나갔다가 사망한 고 김은범 군 사고를 말한다). 사장은 알바생이 멋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그럴 리 없다고 여긴 희생자 친구들이 언론에 제보해 증거를 찾아내면서 진실이 바로잡혔어요. 소설에선 그 진실을 문희와 친구들이 추적하고요. 제가 아이들 죽음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러니까 우리가 이 추모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이 죽음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희생은 반복돼요. 그러니, 우리가 어린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하는 건 지금 살아있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이 추모의 목적은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기억하기 위해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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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당시 조선을 지탱해 왔던 천민, 양반 모든 계급층이 광장에 나

와서 “우리나라 독립 만세”를 외쳤던 경험이 시민들의 인권의식을

고양시켰으니까요. 진주에서는 만세운동 당시 칼을 들고 나섰던 이

들이 세상과 싸우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형평운동까지 갈 수 있

겠구나, 제 나름대로 해석했어요. 그러면서 세죽의 엄마, 가실이 탄

생했어요.



인물들이 구사하는 사투리가 생생한데요. 경남 지역

사투리를 공부하신 걸까요?

진주 사투리를 써야겠다고 처음부터 맘먹고 썼어요. 경남에서 MZ

세대들이 쓰는 사투리와 어른 세대가 썼던 사투리가 달라서 요즘

에도 쓰이는 낱말들을 찾아내면서도 그 시대 느낌을 잘 살리려고

했어요. 저는 사투리를 공부할 때 그 지역 언어의 특성을 우선 알

고, 어순을 공부한 다음 갈래별로 낱말을 정리해요. (편집자: 인물들

이 쓰는 일종의 ‘낱말 주머니’를 준비하시는 거군요.) 맞아요. 주인공의

행동반경, 겪을 사건을 구성해서 얼개가 나오면 그 낱말을 찾아 나

름의 사전을 만들어요. 등장인물이 썼을 법한 입말, 그 시대 의식

주 용어, 일상 도구 언어, 속담 따위를 모두 정리하는 거죠. 마침 작

업 중일 때 『진주사투리사전』이 발간되었는데, 편집자가 구해다 줘

서 큰 도움이 되었죠. 원고를 마친 뒤에는 진주 토박이분이 감수를

봐주셨어요.

신작 『고기 장수 박세죽』은 진주에서 벌어진 백정들의 인권운동

형평사2)에 뛰어든 평범하고 위대한 시민들 이야기예요. 마을 ‘씨

앗골’을 형상화하고자 어떤 사료를 탐독하셨나요?

1920~1930년대 사이 조상들의 생활을 담은 수많은 역사책을 봤어요. 『이이화

의 한국사 이야기』에는 형평사 이야기가 짧게 언급돼요. 거기서 형평운동을 처

음 접했는데, 관심 갖고 틈틈이 관련 책과 자료를 더 찾아봤어요. 그 무렵의 한

국 역사, 정치, 사회 문화를 다양하게 공부했고 도서관에선 보기 힘든 자료만

30권 넘게 구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특히 재밌게 본 건 1920년, 경남 진주에서

자란 분의 자서전이었는데 국립중앙도서관에 찾아가 자료를 받아 탐독했죠. 당

시 어린이들이 어떤 놀이를 즐겨 했는지, 1920년~1930년생들의 어록도 살필 수 있었어요. (편집자: 백정 운동사를 언급한 기록이 많진 않았을 것 같아요.) 형평운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계시기에 그분들이 남긴 기록을 볼 수 있었어요. 형평사에서 잡지도 발간했기에, 일부 자료를 찾을 수 있었죠(편집자 주: 형평운동기념사업회에서 2025년

4월, 창립 102주년을 맞이해 기관지 <형평>을 낸 바 있다. 잡지 <정진>에도 형평여성회 활동 기록이 남아 있다).



형평운동이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하셨죠. 동화에서도 기세 좋은 소녀 ‘세죽’과 엄마 ‘가실’의 행보가 시원시원한데, 쓰시면서 쾌감을 느낀 장면이 있나요

가실의 이야기를 쓸 때가 특히 그랬죠. (웃음) 세죽의 엄마는 실존하는 사람이에요.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에서도 언급하길, 1922년, 경남 진주에서 학교를 세우기로 했는데 평민들이 백정에게 공사 일을 해 주면 당신 자녀들도 학교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러나 손바닥 뒤집듯 일당만 주고 약속을 어겼고, 화가 난 백정들이 형평운동을 일으켰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뿐더러 진주에선 놀랍게도 3·1운동이 일어났을 적에 백정들의 부인들이 칼을 들고 운동에 동참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형평운동 전에 일어났던 3·1운동(1919년)은 독립운동일 뿐만 아니라, 인권운동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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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23년 4월 25일 진주에 사는 백정들과 사회 운동가들은 백정 차별을 없애고‘ 저울처럼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형평사’를 만들어 세상에 알렸다. 형평사는 진주에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야학교를 세웠다. (중략) 1928년 4월 24일 서울 천도교기념관에서 개최된 형평전국대회에는 여성 대의원‘ 박세죽 (1928년 <동아일보> 기사)’도 있었다. (출처:『 고기 장수 박세죽』 본문 208쪽)

세죽이 만주로 가지 않고, 동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대목이 명장면인데요. 동화엔 쓰이지 않은 미래, 세죽은 어떤 청년 시절을 보냈을까요?
세죽은 형평운동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을 거예요. 동무로 나오는 미영이도 시집가서 살게 된 지역에서 활발히 형평운동을 하다가 세죽과 만났을 거고요. 실제로 형평사에서 여성들 역할이 컸어요. 일 년에 한 번 형평사총회를 여는데, 16살 박세죽이 있었다는 기사 한 줄이 눈에 띄었거든요. (편집자: 멀리 시집간 미영이 아프지 않게 그려진 점도 좋았어요.) 일부 소설에서 일찍 시집가는 여성들이 너무 슬프게만 그려지는 게 못마땅했거든요. 저희 할머니가 13살에 시집을 가셨는데, 굳건히 잘 살아내셨어요. 온갖 시집살이, 풍파를 겪어 낸 분인데 저희 할머니만 해도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거든요. 그분들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단단한 의지와 삶의 목적이 있는데, 우리 역사에서 지나치게 여성을 피해자로만 그려온 건 아닌가 싶어요. 저는 형평운동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을 지켜내고자 했던 수많은 여성을 떠올렸어요.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애들 학교도 보내고 밥도 먹이면서 독립운동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놀라운 건 나중에 아이들 학교 보내려고 독립자금뿐 아니라 학교 세울 돈도 모아놓았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그런 분들이 지금의 우리를 지켜냈다고 생각해요.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애들 학교도 보내고 밥도 먹이면서

독립운동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놀라운 건 나중에 아이들 학교 보내려고 독립자금뿐 아니라

학교 세울 돈도 모아놓았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그런 분들이 지금의 우리를 지켜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 이야기는 삶의 고통이 진득하지만, ‘희망’의 체력을 쌓는 보통 사람들이 나와서 늘 공감이 가요. “희망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야 거짓말 안 하고 동화를 쓸 수 있지 않겠나”3) 하신 바, 가장 만들고픈 ‘희망의 모양’은요?

제가 꿈꾸는 희망은 저마다 다르게, 자기답게 살아가는 겁니다. 각자가 다른 개성을 품고 살기를 바라거든요. 그래서 제 글 속에서 어떤 희망을 보여 준다면, 그건 그 아이만의 얘기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건 아니에요.『나는 무늬』에서 문희가 자기만의 무늬를 가지는 것처럼, 『고기 장수 박세죽』의 세죽이 올곧게 자신만의 무늬를 가지는 것처럼요. 저는 저마다 다른 무늬를 가진 이들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는 세상을 희망합니다.



요즘 만들고 계시는 희망의 모양은 무엇인지 궁금해져요. 차기작을 살짝 귀띔해 주세요.

제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협지 같은 느낌인데요. (웃음) 싸우고 다투고 박진감 있게 움직이는 걸 워낙 좋아하거든요. 정의를 위해 싸우는데, 과연 그것이 또 정의일지 아리송한, 몸을 움직이는 희망의 모양을 그려내려고 해요. 힌트를 드린다면… ‘기억하는 것에 관한 희망’이 될 것 같네요. 인류는 기억으로 존재하니까요. 물론 기억은 왜곡되고 지워지기도 하지만, 인류가 이전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라고 여겨요. 그러기에 반성할 수 있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문학이란 끊임없이 기억을 알맹이로 하는 장르예요. 앞으로도 여전히 왜 기억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품고 쓰겠지요.


3)“ 더 나은 세상 꿈꾸는 동화작가의 시국선언” <시사IN>, 김은남 기자, 2009. 김해원 작가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작가 모임’의 일원으로, 일제고

사에 반대하다 해임된 교사들과 함께 학교 앞에서 교문 투쟁 등을 함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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