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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어느 장씨와 어느 이씨가 만나』 장서윤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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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21 12:01 조회 1,74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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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덕후,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기까지


중2 때까지 만화방 사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고요. 줄곧 만화책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만화방에 자주 갔었어요. 부모님께서 저희 형제더러 보고 싶은 건 다 보라며 도서 대여비를 가불하셔서 주 구장창 만화책을 볼 수 있었죠. 들락날락하다 보니 ‘내가 만화방 사장이라면 여기 있는 만화책을 다 볼 수 있겠구나.’ 싶어졌어요. 『괴짜가족』, 『아기와 나』는 제가 애정하던 만화책이었고요. (웃음) 만화를 보다 보 니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주변으로부터 잘 그린다는 칭찬을 받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그림 그리기만큼은 유치원 시절부터 쭉 좋아했어요. 그 뒤 저의 재능을 먼저 알아봐 주신 부모님 덕분에 방황하지 않고 예 고를 진학했고 대학에서도 그림을 전공했어요. 저는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 보겠다고 마음먹을 줄 아는 어린이는 아니었어요. 다만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죠. 커서는 운동도 해볼 걸, 잘하던 태권도를 더 해볼 걸 싶어질 때도 생기더라고요. 서른 무렵엔 스턴트 배우에 관심이 생겨서 파주에 있는 서울액션스쿨에 등록 할까, 진심으로 고민하기도 했어요.


한국화를 전공한 뒤 두 권의 그림책을 작업했는데, 일러스트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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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했어요. ‘글자 동그랗게 쓰는 법’이나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색깔 채우는 방법’을 유튜브로 검색해 서 일러스트 기초부터 익혔고, 관련 단축키를 적어 놓고 외우다 보니 제 나름의 스킬이 쌓였어요. 짧게나 마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학원도 다녔고요.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그림을 그렸기에 당연히 작가가 될 줄 알 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걸 점차 깨달았어요. 그럼에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계속해 보자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앤서니 브라운을 비롯해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그린 모리스 샌 닥, 『먼지아이』의 정유미 작가의 책을 접하면서 그림책 세계에 빠 져들었죠. 회화 작품은 마음에 들어도 쉽게 살 수 없지만, 그림책 은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이 끌리기도 했어요. 최근엔 조원희 작가 가 쓰고 그린 『이빨 사냥꾼』을 읽고 감탄했어요. 저는 제 그림 작 업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그림책을 읽거나 그려요. 제 옆에서 좋은 바람을 넣어 주는, 낯설고 귀한 타인으로 그림책을 마주하려고 하 죠. 가끔 좋은 그림책을 만날 때마다 ‘재밌어 보이지 않아? 너도 그리고 싶지?’라고 그림책이 제게 말하는 것 같아요.


첫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에는 김포시 감정동에 사는 이웃의 일상이 나와요. 감정동을 가리켜 “긴장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출판은 어떤 경로로 하셨나요?
무모했어요.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제 그림들(더미북)을 묶어서 열 권정도 출판사에 보내자고 생각하던 시절이었거든요. 그전에 제 그림의 완성도를 테스트하고 싶었는데, 마침 김포에 있는 보름산미 술관의 소장님이 출판사에서 오래 일하신 분이라는 이야기를 친언니에게 들었어요. 그 분께 제 작업물을 보여 주면 조언을 들을 수 있겠다 싶어서 무작정 미술관을 찾아갔어요. 소장님께서 제 그림을 보시곤, 보름산미술관에서 제 책을 출간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하셔서 덜컥 출간을 마음먹었어요. 그 뒤 여러 편집을 거쳐 『감정동 사람들』이 탄생했죠. 이 책에는 미자네 꽃집, 선우 날씬 요가, 영웅 말끔 세탁소, 부부 국밥 등의 가게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그려져 있어요. 실제 제가 살고 있는 감정동에는 꽃집과 병 원 모두 있지만 책에 나오는 공간과 똑같지는 않아요. 일하는 분들을 가상의 인물로 그렸고, 실제 감정동 의 모습이 조금씩 섞여 있어요. 사람의 감정을 뜻하면서 현존하는 주소지이기도 한 ‘감정동’ 사람들 이야 기를 쓰고 그리면서, 누군가는 감정동이 자신이 사는 동네와 닮았다며 반가워하기를 바랐어요. 


목수책방과의 인연이 각별하신 것 같아요. 24절기에 따른 생태놀이를 담은 『놀자 놀자 해랑 놀자』는 여러 저자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삽화를 그리며 배운 점도 많을 것 같아요. 

보름산미술관의 소장님 소개로 목수책방 대표님을 만났어요. 『우포늪, 걸어서』 책표지와 내지, 엽서 작업 을 시작으로 목수책방(편집자 주: 2016년 첫 책을 출간했으며 자연, 생태, 환경, 유기농업에 관한 책을 펴내는 출판 사)과 책 작업을 쭉 같이하고 있어요. 책 읽기를 주제로 쓴 글을 모아 엮은 『살아 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 은 열린 결말입니다』의 책표지를 그리기도 했고요. 음악 산문집 『낭만과 노래 사이』 본문에 들어가는 그 림 작업도 했어요. 시인이 쓴 나무 에세이 『나무, 이야기로 피어』에도 그림을 그렸고요. 그중 『놀자 놀자 해 랑 놀자』 삽화 그리기는 고난이도의 작업이었어요. 저자들이 쓴 절기에 따른 놀이 방법을 제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었기에, 각각의 놀이 방법을 재차 물어 가며 삽화를 그렸어요. 제가 그린 그림이 잘못되었으면 몇 번이고 다시 그렸고요. 삽화를 그릴 때 놀이 방법을 정확히 전달하고자 주력했고, 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표정을 각기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딴짓 하는 아이, 키가 커서 맨 뒤에 선 아 이, 놀다가 머리카락이 다 풀어진 친구 등 저마다 다른 어린이들의 개성을 드러내려고 했죠. 이 책이 출간 되고서는 동지, 소한, 대한 등 절기가 올 때마다 그 절기를 찾아보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새롭고도 뿌듯 한 작업이었죠. 앞으로도 다양한 어린이책 삽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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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완성한 우리 여섯 식구를 소개합니다


브런치에서 『어느 장씨와 어느 이씨가 만나』를 “내가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시절만 담 은” 책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 책을 작업할 당시 작가님 ‘마음의 온도’가 문득 궁금해지 더라고요.
가족과 불편한 사이였고, 지쳐 있었어요. 그 시기에 유독 동생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부모 님과도 멀어지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심했고 살이 10킬로그램 가량 빠졌었는데, 저도 모르게 옛날 사진첩 을 펼쳐 보게 됐어요. 그러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 모습, 저희 삼남매의 아기 때 모습, 함께 여행한 사진들 을 그림으로 그려야겠다, 우리 가족의 역사를 남겨야겠다 싶어졌어요. 그야말로 토해내듯이 그림 작업을 했죠. 그렇게 그리고 글을 쓰다 보니, 제 마음도 조금씩 풀렸어요. 결과물을 브런치로 연재했는데, 목수책 방 대표께서 보시고 ‘그리는 사람’ 에세이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며 제 책을 시리즈의 한 권으로 내자고 제안하셔서 책 작업을 시작했어요. 책에도 나오듯이 “1980년대 말, 한 가족이 탄생하고 성장한 이야기”를 쓰고 그리면서 우리 가족의 지난 모습을 돌이켜봤어요. “어떤 날은 특별했고, 어떤 날은 가혹했으며, 또 어 떤 날은 사무치게 슬펐던” 기억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죠. 


책에는 부모님을 비롯해 곱슬머리 장(언니), 고슴도치 장(작가), 티라노 장(동생)의 성장과 정이 담겨 있어요. 가족 서사를 밀도 있게 담기 위한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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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예전 가족사진을 보면서 주고받았던 대화들이 제가 글을 쓸 때 힌트가 되어 줬어요. “이때는 엄마 혼자서 꽃무늬 스커트를 입 었네.” 하고 엄마 ‘이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대해 운을 띄우 면, 엄마가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엄마가 아이스크 림, 햄 크림빵을 좋아하고 꽃무늬 스커트와 구두를 고수해 왔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요. (웃음) “아빠, 이때 나이키 운 동화 신고 왜 이렇게 멋부렸어?” 하고 물어보면 아빠 ‘장씨’ 도 그 시절 자기가 무얼 좋아했는지 들려주셨어요. 아빠는 해장국, 돼지부속, 회를 좋아하시는데 식성이 반대인 어머 니와 어떻게 연애하고 데이트를 하셨는지 신기하더라고요. 취향과 식성이 달랐음에도 꾸준히 만나신 걸 보면 인연이 라는 건 따로 있구나 싶어요. ‘이씨’와 ‘장씨’가 소녀소년이 었을 때 어떤 장래희망을 가졌는지도 새롭게 알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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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의 돌 기념사진부터 학교 졸업사진, 취업하고 군대 간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제 가족사진을 보는 듯해서 공감이 갔어요. 그중 작가님을 가장 오래 붙들었던 가족의 모습 은 무엇인가요? 

가장 신나게 그렸던 그림은 저희 삼남매가 어린 시절에 패션쇼를 선보였던 한 장면인데요. 똑똑하고 제게 많은 배움을 주는 언니이자 권력자(?) ‘곱슬머리 장’은 패션쇼의 음악을 틀어 줬었어요. 먹는 걸 좋아하던 동생 ‘티라노 장’은 예쁘게 치장하고, 항상 유별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저는 셋의 메이크업과 룩을 완성 했었죠. 놀고, 사고치고, 입시 때 부모님 고생시키고, 사춘기를 지나는 일은 누구나 겪는 일이어서 형제자 매가 있는 분들이라면 삼남매의 어린 시절을 그린 그림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저를 오래 붙들게 했던 장면은 책 말미, 언니가 자립을 선언했던 이야기가 담긴 ‘혼저옵서예 장’이에요. 당시 아버지께서 “이 럴 거면 (중략) 다 내보낼 걸 그랬어, 너무 정들어서 못 내보내겠잖아.”라고 오열하셨는데, 그때만 해도 부모 님이 자식을 떠나보내면 어떤 심정이실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부모가 되어 본 적 없어서 조심스럽 지만, 십 대 친구들도 이 챕터를 유심히 보고, 우리 부모님이라면 어떤 마음이실까 한 번쯤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림의 표현 방식이 눈에 띄었는데요. 즐거운 시절의 분위기는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인 물의 눈을 몹시 작게, 익살스럽게 표현한 점이 독특했어요. 

가족들의 눈을 평면적으로, 마치 점을 찍은 것처럼 그렸는데 저는 그런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우 리가 으레 가질 법한 가족사진 이미지에 관해 낯설게 하기를 유도하고 싶었고, 약간의 그로테스크함도 더 하고 싶었죠. 독자들 사이에서 제가 그린 그림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다는 예감도 들었지만, ‘나의 그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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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작업했어요. 저는 그림을 계획적으로 정밀하게 그리는 편은 아니에요. 제 그림을 보고 원근법이 틀렸다거나 그림 구도가 어색하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표현한 인물의 얼굴이 일 그러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온전히 저를 위한 그림을 그리겠다는 마음으로 그리 고 싶은 대로, 정성을 쏟았어요. 물론 가족들은 ‘다리를 왜 이렇게 짧게 그렸어.’, ‘눈을 왜 못생기게 그렸 어.’ 하며 핀잔을 줬지만요. (웃음) 저는 매번 똑같은 그림체를 밀고 갈 생각은 없어요. 그림책이든 회화든 저만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을 찾아서 그림을 완성하고 싶어요.




시작하는 또 다른 장씨와 이씨를 위하여 


창작하는 일이란 ‘불행을 잘 표현하는 일’이라고도 하죠. “저는 (중략) 남들은 쉽게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일에 불행을 표현하는 재주가 있습니다.”라고 언급한 바도 있는데, 앞으 로 어떤 불행을 포착하고 싶나요? 

제가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불행에 주목하고 싶어요. 즉 소소한 불행들을 잘 포착하고 싶어요. 브런치에서 연재 중인 시리즈 “모든 불행이 나를 중심으로 돌 때”처럼, 일상에서 느낀 제 경험과 감정을 제가 그릴 수 있는 크기로 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새 신발을 신고 나갔다가 껌을 밟은 정도의 작은 불행들을 표현하는 일은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하지만 큰 불행에 관해 다루는 건 조금 부담스러워요. (웃음) 관찰자 입장에서 다룬 그림도 다양하게 그려 보고 싶어요. 자세한 건 제게 다시 소소한 불행이 다가왔을 때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에필로그에 티라노 장에게 사과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출간 후 동생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책을 쓰고 마무리하는 내내 동생이 제가 낸 책을 보고 좋아할까 싫어할까 궁금해서 두근거렸어요. 제주에 서 식당을 하는 동생이 부디 제 책을 늦게 보기를(얼른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부쳤는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왔어요. “누나, 정말 고생 많았어.” 서로 긴 말을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짧은 통화 한 통으로 가족 간의 공백, 긴긴 아픔이 마침내 정리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 간의 아픔으로 시작 한 『어느 장씨와 어느 이씨가 만나』를 동생과의 이번 통화를 끝으로 완성한 느낌이었어요. 2021년 겨울은 어느 장씨와 어느 이씨가 만나는 계절로 기억될 것 같아요. 


“넌, 우리 부부의 가장 완벽한 작품이야.”라고 하신 장씨와 이씨 덕에 작가님이 좋은 그 림책을 낸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가족들에게 한마디씩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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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작품’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은 저도 살면서 처음 들은 이야기 예요. (웃음) 제가 집에서 꼼지락대는 걸 보시며 무얼 하는 걸까 싶으 셨을 텐데, 묵묵히 지켜봐 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요. 덧붙여, 장씨와 이씨는 지금도 저에게 크나큰 존재예요. 제 자존감을 높여 주는 일 등공신 곱슬머리 장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막내 티라노 장 은 조씨(동생의 아내)와 신혼부부가 되어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데요. 조씨와 결혼해서 정말 잘했다는 말을 티라노 장에게 꼭 전하고 싶어 요. 반려견 막내와 토르도 빼놓을 수 없군요. 이 친구들은 건강한 게 최고이니 이렇게 전해 봅니다. “계속 튼튼하게 잘 지내길 바라, 우리 가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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