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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박정훈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20년 12월호> 21-01-08 16:38
조회 : 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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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아래서 폭염수당을 외친 라이더,
도로 위의 안전을 공론화하기까지

코로나19로 배달이 늘어서 숨 돌릴 틈이 없으셨을 텐데요. 퇴근까지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시나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배달 물량이 늘어난 시기는 지나갔고요. 날씨가 좋을 때는 배달 물량이 줄고 추워지면 주문이 많아지기 때문에 라이더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특히 서울과 수도권 중에서도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이나 야근이 많은 도시에서는 배달이 항상 많죠. 저는 주말 아침 여덟 시부터 밤 열 시까지 라이더 일을 해요. 아침에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는데, 주문이 많은 열한 시부터 두 시까지는 피크 타임이어서배달 양이 많아요. 오후 두 시부터는 영업점의 자영업자들이나 그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주문이 이어져요. 보통 가게들의 브레이크 타임인 세 시부터 다섯 시까지는 라이더들의 휴식 시간이에요. 그때 짬 내서 식사를 하는 편이죠. 오후 다섯 시부턴 저녁 식사 주문과 야식 주문이 더해져서 밤까지 계속 바빠요. 근로기준법상 맥도날드에서 저는 근로자이기에, 네 시간을 일하면 삼십 분 휴게 시간을 받아요.

그 삼십 분 동안 밥을 먹고 퇴근한 뒤엔 쿠팡이츠, 배민커넥트에서 플랫폼 노동자로서 또 다른 배달 일을 해요.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2018년에 라이더들에게 폭염수당 100원을 줄 것을 요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했다고 밝혔는데, 시위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재작년 여름은 백 년만의 폭염이 퍼붓던 해였어요. 그때 같이 배달하던 동료가 일을 다녀와선 어지럽다고 호소하더라고요. 그래서 피켓이라도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날 밤에 제 시위가 인터넷 기사로 보도되어 포털 메인에 떴고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죠. 기자들이 1인 시위 하는지 계속 묻더라고요. 안 한다고 할 수 없어서 맥도날드 지점마다 돌아다니면서 시위를 했어요. 그러다가 언론 보도 열기가 식을 줄 알았는데, 지구가 식지 않더라고요. 시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뜨거워져서 운동을 멈출 수 없었어요. 그때 라이더들의 노동 환경 이슈가 묻히는 게 아쉬워서 라이더들의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이후 준비 위원회를 개소하고 노조를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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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동절에 라이더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출범식을 여셨는데, 현재 노조가 중점적으로 살피는 쟁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최근에 문제가 많았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할 경우 산재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라이더가 안전으로부터 벗어나는 문제가 발생해요. 그리고 동네 배달 대행사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 산재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창업을 할 수 있어요. 그러면 무면허, ‘무판(산재보험 미 가입을 일컫는말)’상태로 일하는 청소년도 생겨요. 저희는 아무나 배달 대행 창업을 못하도록 하고, 최소한 일하는 사람들에게 산재는 가입시키게 해야 한다는 걸 목표로 해요. 최근엔 수도권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통한 알고리즘(인공지능 자동배차시스템)에 대한 지시 감독의 노동 형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요. 소비자가 앱을 통해 라이더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서 현실성이 없는 배차 간격에 시달리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알고리즘 단체협약 요구를 담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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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다쳐도 음식의 안위부터 묻는
배달 플랫폼의 착취자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를 쓰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폭염수당 요구 시위부터 노조 출범까지 배달 산업에 대한 질문을 시도 때도 없이 받았어요. 기자와 박사, 연구자로부터 같은 질문을 몇 년간 들으니 계속 스트레스가 쌓였어요. 질문에 일일이 대답할 수 없으니까 그 사람들에게 전하는 답을 책으로 써서 제 책을 그냥 읽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오니까 “이 책을 보세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못하겠더라고요. (웃음) 요새 플랫폼이 혁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잖아요. 실상은 혁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등 플랫폼 노동자는 상품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다룬 해외 서적이 번역되어 국내에서 출간됐지만, 국내의 사정을 다룬 책이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책을 빨리 써야겠다 싶었죠.


국내의 배달 산업은 ‘주문 중개 플랫폼’과 ‘배달 대행 플랫폼’으로 나뉘어 있다고 하셨는데, 이 구조에 대해 자세히 짚어 본다면요?
오로지 소비자와 음식점을 앱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등장하기 전에 동네 배달 대행사가 있었어요. 한 가지 가정을 해볼게요. 자영업자 열 명이 각각 배달원들을 한 명씩 고용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모두 모였어요. 한 사람이 “우리 사업장들을 합치면 배달 전화가 하루당 500건 정도인데, 배달원을 다섯 명으로 줄여서 사업장에서 공용으로 사용합시다.”라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들은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배달에 필요한 오토바이를 배달원들에게 사게 하고, 급여를 건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라이더를 고용해서 사업을 확장했어요. 그런 방식으로 탄생한 게 국내의 동네 배달 대행사예요.


배민과 같은 배달 플랫폼이 생기기 전에 책임을 회피하는 산업을 벌인 사람들이 먼저 있었던 거죠. 한국의 플랫폼 산업은 주문 중개 플랫폼과 배달 대행 플랫폼을 기반으로, ‘손님-음식점-동네 배달 대행사-라이더’ 4자 중개 형식으로 이뤄져 왔어요. 배달 대행 플랫폼은 동네 배달 대행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동네 배달 대행사는 라이더와 일선 계약을 맺어요. 하지만 편의점 알바생이 편의점 본사의 직원이 아니더라도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처럼, 플랫폼 회사는 라이더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라이더는 그 회사의 로 고가 쓰인 배달통을 싣고 조끼를 입고 일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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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배달하다가 다쳤는데 음식의 안부부터 물었던 쿠팡이츠, 최소 배달료를 수시로 바꾼 배민라이더스 등 책에 소개된 대형 플랫폼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낮다고 느꼈어요.
배민라이더스나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에게 ‘세련된 착취’를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대형 배달 플랫폼들은 비가 와서 일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라이더들에게 프로모션을 제공해서 일을 하게끔 유도해요. 배달 양이 적으면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배달료를 확 올리고, 배달 양이 많아지면 배달료를 낮춰요.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만든 최소한의 소득 보장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형태예요. 최저 임금 기준도 없지요. 예전엔 몇 달 단위로 배달료가 바뀌었는데, 근래에는 하루 단위, 이젠 시간 단위로 배달료가 변동되고 있어요. 쿠팡이츠는 분 단위로 배달료를 바꿔요. 근로기준법상 라이더들은 근로자가 아니기에, 배달 플랫폼 회사들이 이를 악용해서 라이더의 임금을 높이거나 줄이는 일에 제한이 없게 된 셈이에요.




배달 대행사의 횡포를 견디는
라이더 가운데 청소년이 있다

산재 가입 없이 무등록 차량으로 일했던 만 19세 라이더의 사망 사건을 언급하셨는데, 실제로 청소년 라이더를 고용하는 업주들이 많은 편인가요?
청소년 라이더 문제는 서울 외의 지역에서 발생해요. 사회적 자원과 정보가 부족해서 감시망이 없는 상황에선 수시로 문제가 일어나거든요. 대개 청소년들한테 산업 사고가 일어나면, 사장들은 “얘네들, 놀다가 다쳤어요.”라고 말해요. 십 대가 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의식 불명, 사망에 이르면 업주가 그 상황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흔히 오토바이를 타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인 혐오가 있어서 사람들도 사장의 말에 쉽게 납득해요. 업주가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난 청소년 라이더에게 오토바이 수리비를 청구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부당한 상황에 놓인 걸 모르는 청소년들은 업주의 횡포에 메일 가능성이 커요.


18살~24살 청년의 산재 사망 원인 1위가 배달이고, 3년간 배달 중에 목숨을 잃은 27명의 청년 가운데서 3명이 출근 첫날에, 6명은 보름 안에 사망했다는 통계가 충격적이었어요. 안전교육이 절실해 보여요.
사실 라이더를 위한 교육이란 게 없어요. 업주는 면허증만 보여 주면 라이더들에게 곧바로 배달을 시키니까요. 쉬운 면허 취득이 문제라 면허 취득을 어렵게 만들어야 해요. 일정 시간의 운전 실습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하고요. 운전에 대한 정기적인 재교육도 필수로 해야 해요. 라이더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 배달료 기준도 마련해야 하는데, 라이더유니온은 현재 건당 4천 원을 요구하고 있어요. 라이더가 세 건 이상 묶음배송을 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일을 할 때는 반드시 산재보험를 비롯하여 영업용 오토바이에 대한 보험도 들도록 조치해야 해요. 라이더에게 안전을 위한 기본 근무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하는 게 바람직해요.


교육현장에서 일터에서 알아야 할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도 문제일 텐데, 노동인권교육을 실질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젊은 세대는 일하다가 부당한 상황에 처하면 빠르게 검색해서 해결방안을 찾아내요. 단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 인권교육은 효용성이 부족해요. 따라서 감수성을 키우는 인권교육이 우선되어야 해요. 교육청의 위탁을 받아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했었는데, 저 같은 사람이 한두 시간 강의하러 온 강사인 걸 청소년들도 금방 알아서 그들과 계속 신뢰를 쌓으며 교육을 하는 일이 어려워요. 그래서 학교에서 나의 임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수학 시간에서 가르쳐야 해요. 역사, 미술 시간에 인권과 연관 지어 수업할 수 있을 테고요. 저는 청소년들이 일찍부터 소통하여 얻어낸 작은 승리 경험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자기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부조리를 바꾸는 경험 혹은 못 바꾸더라도 스스로 말하는 경험이 중요하거든요. 특히, 청소년의 욕구가 무엇인지 듣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인권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자신이 느끼는 부조리를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주입하는 일이에요. 청소년들이 말하는 경험부터 마련해 주는 게 근로기준법 하나를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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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도착하는 음식,
라이더들의 무사 귀가를 위하여

배달 플랫폼을 매일 소비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요?
최근 들어 소비자가 라이더의 위치나 배달료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어요. 소비자가 라이더의 노동을 감시하게 된 셈인데요.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고 “왜 길을 돌아서 왔느냐.”라고 심문하는 소비자도 생겨났어요. 배달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사용자로 변화된 독특한 자신의 위치 변화에 대해서 자각해야 해요. 자신이 구입한 서비스로 노동자의 인격까지 산 건 아니기에, 구매의 한계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해야 해요. 예를 들어 소비자가 배달 노동자의 웃음까지 산 건 아니니까요.


빠른 배달 압박에 쫓기는 라이더들의 운전이 위험해 보일 때도 있어요.
사실 라이더들이 반성해야 하는 것도 맞아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서니까요. 하지만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을 욕하는 건 대안이 아니에요. 누구나 그 욕망 속에서 사니까요. 그 욕망을 사회가 적절히 규제하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배달 플랫폼은 중개업자일 뿐이라고 말하고, 배달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라고 하면서 기업이 책임에서 벗어나고 있어요. 플랫폼 노동을 통해서 발생하는 신호 위반, 각종 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라이더들에게 쏠리고 있어요. 저는 그 비난의 대상에 라이더가 포함되는 건 감수해야 한다고 봐요. 이에 맞춰 배달 산업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사업자에 대한 국민의 비판도 동등하게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거든요. 하지만 구조적인 이야기를 암만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라이더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에도 훨씬 좋고, 효용성이 따른다고 계속 말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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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괜찮으니 안전하게 배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님께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조합원들 가운데서 차기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나올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리고 마흔 살 무렵이 되면 귀촌을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자산을 모아야 하는데, 살면서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웃음)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려면 어쨌든 땅이 있어야겠더라고요. 마흔 살까지 제가 계획한 돈을 모아 보려고 해요. 시골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시골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다음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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