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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강경수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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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1-18 15:03 조회 6,95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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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에서 그림책 작가로
처음엔 소년 만화 작업을 하셨는데, 그림책 분야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걸 느끼고 만화를 그만뒀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배운 게 그림밖에 없어서 아동용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아동용 책에 관심을 가졌는데, 주문 제작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이 저와 잘 맞지 않았고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림책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림책이 단순히 아이들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어른이 자기 철학을 에둘러서 이야기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깊이 있는 장르라고 여겼어요.

그림책을 독학하셨는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혼자서 저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만화 작업할 때에는 양경일 작가님 아래서 배웠는데, 그 분도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진 않았어요. 그렇게 혼자 창작하던 버릇이 있으니 그림책의 세계에 넘어와서도 혼자 작업하는 게 잘 맞았어요. 실은 제일 길게 그림책 교습을 받은 기간도 고작 3개월이에요. 교육기관에서 뭔가를 배우는 게 잘 안 맞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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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만들면서 가졌던 생각들, 책을 완성하고 난 후 마주한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미루나무라는 일러스트 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당시 정기적으로 함께 열던 전시 주제가 ‘거짓말’이었어요. 저는 거짓말을 주제로 역발상적인 이야기를 생각했어요. 아동 인권에 관한 리얼한 이야기를 다루어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어?” “거짓말 아니야?” 하고 물어볼 정도의 독자들의 반응을 떠올렸죠. 이야기를 다 만들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고요, 유니세프에 찾아가 제 인세를 기부하겠다고 제안을 할 정도로 포부가 컸어요. 전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했고,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던 거죠. 하지만 출판사로부터 “저희와 맞지 않는다.” “어린이 책 같지 않다.” “CF 같다.” 등 거절을 많이 당했어요. 그럼 저는 “그림책이 CF 같으면안 되냐?” 하고 발끈해 대답하기도 했지요.

책을 살펴보면 지하 탄광 갱도, 카펫 공장에서 종일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영감은 어디서 얻으셨나요?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라는 내전 지역에는 로켓탄에 다리를 잃은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난민으로 보이는 아이가 목발을 짚고 서 있고, 그 앞에 축구공 하나가 놓인 사진을 본 적 있어요. 현실적이면서 참 잔인하다는 느낌이 가슴을 울렸지요. 잔영이 남아 관련 이슈를 많이 찾아봤고, 내전 지역에 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르푸르 현지와 한국 사이에 있는 간극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보여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책에 나오는 참혹한 아이들의 현실이 우리와 밀접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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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통해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으셨는데, 차기작에 대한 부담도 크셨을 것 같아요.
상을 받고 난 뒤 겁이 없어졌어요. 첫 책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 에너지가 쌓여 있었거든요. 그 뒤 두 달 간격으로 책을 냈어요.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때 당시에는 억눌렸던 것들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그만큼 첫 책 내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첫 책을 내는 사람들이 대부분 두 번째 책에 대한 부담이나 징크스를 갖기도 하지만 저는 책을 많이 내면서 오히려 두 번째 책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림책 작업을 하시면서 철칙이 있나요?
제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지, 감동을 전하고자 한 부분이 읽는 이에게 잘 닿았는지를 핵심적으로 살펴봐요. 제 기준에선 그 부분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책으로 만들기 힘들어요. 또 내가 만든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비주얼이 잘 조합이 되었는가도 중요해요. 저는 전달하려는 내용과 잘 어울리는 최적의 표현 수단을 늘 찾으려 해요. 제일 중요한 건 메시지이지만, 그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비주얼을 찾는 일이 더 힘든 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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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담은 삶의 조각들
『우당탕』을 비롯해 초기작 가운데 몇 작품을 살펴보면 본문에 칸을 삽입하는 등 만화체 형식을 띤 경우가 많은데『 춤을 출 거예요』,『 나의 엄마』 등 최근작들을 보면 간결해지고 화풍이 변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은 계속 진화하잖아요. 제가 진화해 나가는 과정을 보신 것 같아요. 저는 작가들이 시대와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가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탁 내놓아도 되겠지만, 저는 시대와 발맞춰 함께 발전해 나가는 방식을 원해요. 트렌드도 분석해야 하고요. 저는 제가 종착역에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바뀌는 과정 중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에 따라 거기에 맞는 최선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해 나가는 거죠. 앞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배워서 쓸 수도 있고, 다시 만화로 돌아갈 수도 있겠죠. 계속 변화해 나가고 싶어요.

동시대의 독자들이 무얼 좋아하는지 고민해 나가는 방식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커요. 실크스크린을 하거나 판화를 하는 등 비주얼의 변화 방식을 계속 고민하는 것이죠. 언젠가는 그런 작업들을 정리하는 때가 오겠죠. 강경수라는 사람은 이런 작가구나 하고 말예요. 나이가 더 들고, 기운도 빠지고, 욕심도 좀 내려놓아도 된다면 그땐 정리가 되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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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는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도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 같아요. 책을 만드실 때 독자의 연령대를 어떻게 정하시나요?
크게 두 분류로 나눠요. 첫 번째로는 아이들이 재미있는책 이어야 해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두번째로는 아예 연령대를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유아용 그림책을 만들 때에는 ‘이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하고 만들지만,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와 같은 책들은 제가 만족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책은 다른 사람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만약 이런 믿음이 없으면 작가로서 작업을 진행해 나갈때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어린이 책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저는 이미 어른이거든요. 어린이 시절은 이미 지났으니, 제가 어린이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제 나이에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를 만드실 때 아이에게도 읽혔나요?
아이가 제 책을 별로 안 좋아해요. (웃음) 재미있는 책을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제 책 말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혀요. 언젠가는 제 책을 좋아할날이 오겠죠?

두 책의 구성 방식이 서로 다른데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나의 아버지』를 먼저 만들었어요. 2~3년 전에 만든 이야기인데, 출간이 잘 안되다가 그림책공작소 민찬기 대표를 만나 『나의 아버지』를 보여줬어요. 그 분과 통하는 게 있어요. 모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지요. 그림책의
틀을 넘어선 책을 좋아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 반겨 주셨고, 작업을 하다보니 엄마 이야기도 생각났어요. 그러다가 ‘엄마라는 존재를 그냥 단어 하나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톤에 따라서 ‘엄마’라는 말이 많이 달라지곤 하는데 그 부분에 착안해 장면마다 단어와 톤이 달라지게끔 구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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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에는 네 명의 아이와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여러 명의 이야기로 구성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 책은 호리병 구조예요. 조여졌다가 다시 퍼졌다가 하는 식으로 말예요. 처음에는 일대일로 진행되다가 이후에는 확 퍼지죠. 대사는 다 똑같지만, 그 안에 담긴 상황이 아이들마다 다르잖아요. 전부 다른 상황들이 하나의 대사 안에 다 담길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는 누구에게나 같은 경험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디에 대입하든 자신의 유년 시절이 떠오를 수 있게끔 구성했어요. 한 아이에게 대표성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아버지 안에 소년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찡하게 다가왔어요.
아빠는 한 번의 변태 과정을 거쳐요. (웃음) ‘아빠’에서 ‘아버지’라고 달리 부르는 순간이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아요. 고치에서 나방으로 변하는 순간 같은 거죠. 저는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 순간에 의미를 두었지요.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요?
“엄마, 아빠 어깨라도 주물려 드려라~” 하고 넌지시 건네는 거죠. (웃음) 그림책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축약해 보여 주는 장치예요. 인생에서의 엄마와 딸의 관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축약해 놓은 게 이 책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이라는 긴 흐름에서 한 관계를 뚝 떼어내 이곳에 펼쳐 놓은 거지요. 그림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들에 대해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변하기 마련이니 이야기도 변하지요. 그림책은 그러한 인생의 여러 찰나를 담는 작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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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자란다
작가님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들이 궁금해요.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제일 좋아해요. 고양이가 100만 번을 살고 나서 정말 사랑하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랑 때문에 영생을 포기하는 이야기예요. 굉장히 멋진 메시지를 담은 책이에요. 아동용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쯤에 읽었는데, 그림책이 소설이나 영화 못지않게 작가주의적인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 해 준 책이에요. 그 외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도 문법적인 면이나 연출적인 면에서 훌륭한 책이에요.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아이가 없었을 때와 생기고 난 뒤의 책 작업이 미묘하게 다를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 위에 육아의 세계가 덧붙여진 것 같아요. 엄마와 자식 간의 관계를 옆에서 관찰하기도 하고, 내가 아빠니까 놀아 주면서 예전 생각을하기도 하고요. 집에서 같이 팽이놀이하고, 딱지치기 하고, 책도 읽어 주고요. 『나의 엄마』와 『나의 아버지』가 나온 것도 그런 경험에서 비롯된 거예요. 내가 아버지로서, 이 아이를 바라보고 뭔가를 가르쳐 주고,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된 거죠. 이젠 그 세계를 배우면서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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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요?
‘관계’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떻게 지식을 쌓아가는지, 이 아이가 어떤 지점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지, 언제 소통하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어느 날 아이가 저한테 농담을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놀라웠어요. 농담을 한다는 건,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이 사람이 웃을 거라는 걸 인지하고 하는 거거든요. 그럴 때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라는 걸 느끼면서 신기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똥 싸고 트림하던 생명체가 자라서 나한테 농담을 하는 거잖아요.

아이가 그림책 작업에 도움이 되기도 할 것 같아요.
아이가 성장하면서 맞닥뜨리는 고민이 있을 테니 그때마다 배우고, 해결법을 체득하게 될 것 같아요. 갈등하고 화해하는 방법도 더 배울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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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이 궁금해요.
판타지 첩보물을 만들었어요. 3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고요, 주인공의 엄마가 주인공 나이 또래 시기에 세계적인 첩보원이었는데, 주인공의 실수로 그 시대로 돌아가면서 어린 엄마와 친구가 되어 나쁜 용의자들과 맞서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예요. 저로서는 새로운 도전을 해 보는 건데, 책을 만들면서도 무진장 재밌더라고요. 아이들도 재밌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기대해 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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