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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학부모 명예사서]학부모 명예사서와 함께 학교도서관 한 뼘 더 풍성해지기 - 아이와 엄마가 함께 꿈꾸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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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5:47 조회 5,97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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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되어 두 번째 맞는 3월 어느 날, 아이가 가져온 안내장 중에서 ‘명예사서’에 관한 안내장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도서관 책 정리, 책 읽어주기, 독서토론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학교일이라는 조금은 조심스러운 상대 앞에 왠지 겁도 나고 어려울 것 같은 생각에 망설이고 있는데, 아이가 “엄마가 우리 교실에서 책 읽어 주면 참 좋겠다.”라고 하는 말에 용기를 냈다. 명예사서가 되어 도서관에 처음으로 간 날, 선배 어머니들은 새로운 어머니들을 환영하면서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아 주었고, 서먹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었다. 도서관 모임의 분위기는 상상했던 것보다 친근했다.

처음하게 된 ‘도서관 책 정리 활동’은 선배 어머니와 신입 어머니가 한 조가 되어 하는 것이었는데, 신입들은 활동에 앞서 사서선생님으로부터 십진분류표와 도서정리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선배 어머니들이 책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능숙하게 저 많은 책들을 정리할까 했는데 아마도 이런 사전의 교육과 오랜 경험 덕분인 것 같았다. 요즘 큰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인 이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 엄마가 책을 정리하는 동안 도서관 한편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골라 보고, 친구들과 책에 대해 소곤대기도 하면서 마냥 즐거워한다. 그런 아이를 보며 아이 몰래 흐뭇한 미소를 짓곤 한다.

‘책 읽어주기 활동’은 금요일마다 아침 8시40분에 자신이 맡은 저학년 교실에 들어가 20여 분간 1~2권의 책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도 되고, 아이들에게 잘 읽어 주어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많이 떨리고 긴장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의 따스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독서토론 활동’은 기존의 명예사서 어머니들이 이미 수준 높은 토론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 엄마들이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관해 공부도 하고 토론도 하는 구나’ 하며 뜻이 통한 신입 어머니들끼리 3기 토론 모임을 만들었다.

사서선생님이 토론 책을 『우리 아이, 책날개를 달아주자』로 정했다. 모든 부모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가 자녀에게 “책 좀 읽어라. 읽어라.” 하면서도 선뜻 양서를 골라 줄 수 없다는 것일 텐데, 이 책을 통해 언급된 책들을 직접 찾아 읽어도 보고 책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적 상황, 사건들을 조사해보면서 미흡하나마 책에 대한 나름의 잣대를 갖게 되었다. 토론 시간은 지식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고 도전의 시간이기도 했다.

한 번은 어머니들 각자에게 책을 정해주고 정리,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에게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정해졌다. 책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굳이 짬 내서 읽지도 않는 성격인지라 방대한 분량에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첫 장부터 쉽지 않았다. 별 내용도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오랜만에 보는 자기계발 서적이라 그런지 도대체 몰입이 안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것이 나에게는 고역이었다. 그래서 다들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하는 것일까? 다 늙어 이게 무슨 사서 하는 고생이람. 잠도 오지 않고 자도 새벽같이 깼다. 숙제를 마칠 때까지. 2주일 후 간신히 그럭저럭 발표를 마쳤다. 그날에 느꼈던 시원함이란 어찌 표현해야 할지…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고, 아쉬운 점이 더 많았던 과제 수행이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토론 수업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즐거움도 느끼고, 식견도 넓히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한번 시작하면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계속 하게 된다’는 선배 어머니들의 말에 공감도 되고, 한편으로 이렇게 좋은 도서관의 활동들을 잘 알려서 많은 부모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더욱 내실 있는 프로그램들로 아이들에게 도서관에 친근하게 다가서도록 하는 것이 현재 어머니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아이를 위한 봉사를 하겠답시고 참여했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자신이 얻어가는 것이 더 많은 시간들이 되어 가고 있다.

사실, 여고시절 난 국어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인생이 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지라, 그럭저럭 상황에 적응하며 아이 하나, 둘 낳고 키우며 살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잊힌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문제가 아닌 내 주변의 문제들만을 걱정하고 고민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명예사서 어머니들과 소통하고 주제가 있는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하면서 잊혔던 내가, 내 안의 꿈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나는 도서관에 오면 나를 만나게 되어 즐겁다. 오롯이 내 꿈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 아이의 꿈이 커가고 생각이 커가는 도서관에서 엄마도 함께 꿈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런 멋진 일을 이룰 수 있는 도서관이 나와 아이 앞에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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