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진짜 공룡을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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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7 20:33 조회 7,232회 댓글 0건본문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제목이 ‘공룡’이 들어간 책을 검색해보면, 이 글을 쓰는 2012년 3월 2일 현재 무려 1,439종이 검색된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생물 가운데 공룡만큼 관련 책이 많은 생물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점에서는 심지어 인류의 오랜 친구인 개와 고양이마저 아득히 먼 옛날인 중생대의 끝자락에 멸종했다고 (잘못) 알려진 공룡에 뒤진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호이~ 호이~” 주문을 외우는 “초능력 내 친구” 둘리, 전 세계를 강타한 영화 <쥬라기 공원>, 그리고 EBS에서 방영된 <한반도의 공룡>의 타르보사우루스 점박이를 보며 웃고 떠들고 때로는 마음을 졸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룡은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상상 속에서나 매력적이기 때문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다들 공룡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시들해지는 듯하다. 그 증거로 앞서 말한 1,439종 가운데 성인이 읽을 만한 공룡책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커다란 공룡 삽화가 두 페이지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한쪽 구석에 설명이 몇 줄 적힌 어린이용 공룡책이 절대다수다. 한국만 이런 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어린이와 전문가를 위한 공룡책만 잔뜩 있을 뿐, 일반 성인 독자를 위한 공룡책은 ‘희귀 아이템’이다.
그러니 미국에서 이 책 『공룡 오디세이』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찌 아니 반가웠겠는가? 그동안 나는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에서 펴내는, 진화사의 굵직한 주제들을 다루는 ‘오파비니아’ 시리즈에 넣을 마땅한 공룡책을 찾아온 터였다. 명색이 진화사 시리즈에 무려 1억 5,000만 년(!)이나 번성한(참고로 인간은 ‘겨우’ 20만 년 존속해 오고 있다) 공룡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저자가 공룡고생물학의 권위자인 스콧 샘슨이었다. 당장 외국 저작권사에 판권을 문의하고 몇 차례 줄다리기를 해서 한국어 판권을 따냈다.
그렇다면 “여섯 살짜리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전 세계에 100명밖에 없는 공룡고생물학자가 쓴 이 성인용 공룡책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티라노사우르스가 갑자기 굉음을 내지르며 육중한 몸으로 땅을 쿵쿵 울리며 달려와 트리케라톱스의 목에 무시무시한 톱니 모양의 이빨을 쑤셔 박는 장면, 낫 모양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무장한 벨로키랍토르 무리(<쥬라기 공원>에서 놀라운 속도로 인간을 추격하는 바로 그 공룡)가 힘을 합해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큰 먹잇감을 사냥하는 장면을 기대할 독자가 많을 것이다. 공룡은 잡아먹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한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장면을 기대하고 책을 펼친다면, 단언컨대 실망할 것이다. 저자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많은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에서 거듭 재연된 이 편협한 ‘포식자-먹이’ 시나리오를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공룡은 생물학적 진공 속에서 살지 않았다. 공룡들은 자신이 살던 세계에 몸을 푹 담그고, 다른 생물들과의 광범위한 관계그물에 참여했다. 다시 말해 공룡은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로 이루어진 중생대 생태계의 순환과 태양에너지의 흐름에서 중요한 참여자였다. 더구나 공룡은 중생대 1억 6,000만 년 거의 전 기간에 걸쳐 진화를 거듭했다. 그러므로 공룡과 공룡의 관계에 주목하는 묘사는 공룡의 일면밖에, 아니 실은 일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공룡에 대한 더 깊은, 총체적인 이해를 위해 저자가 던지고 답하는 질문들은 이런 것이다. “중생대 생태계에서 공룡은 무슨 역할을 했을까? 표류하는 대륙들과 바뀌는 기후는 공룡의 다양성과 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왜 공룡은 그렇게 거대한 몸집으로 진화했을까? 공룡은 오늘날 우리 인간이 참여하고 있는 생명의 그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리고 과연 공룡은 정말 멸종했을까?” 저자는 이 묵직한 질문들에 친절하게 답하면서 공룡과 중생대 생태계를 손에 잡힐 듯 되살려 낸다.
마지막으로 대놓고 자랑 좀 하겠다. 이 책은 공룡고생물학 동네에서 일반 대중을 위한 공룡책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1년 하반기 교육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2011년 ‘올해의 과학도서’에 선정되었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관장님은 ‘오파비니아’ 시리즈 8권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하셨다. 한 고생물학 마니아는 “어우~ 이건 그냥 물건”이라 했다. 그리고 공룡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의 철저한 고증을 거친 (눈물 나도록 값비싼) 일러스트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게다가 이 저자, 은근히 웃긴다. 그러므로 상상 속의 공룡이 아닌 진짜 공룡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당신을 위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이재만 뿌리와이파리 출판사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