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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잘못을 저지르며 배우는 자녀 잘못을 용서하며 배우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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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7 20:26 조회 6,33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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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10대를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고 말한다.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큰 물결. 그렇다. 10대들의 마음자리는 모르긴 몰라도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도 넘게 빠른 바람과 큰 물결이 부딪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10대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사춘기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10대들의 삶을 손쉽게 재단해 버리기 일쑤다.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은 마음 한가운데서 빠른 바람이 휘몰아치고 큰 물결이 일렁이는 10대들의 삶에 한 발짝 다가선 책이다. 10대를 지나지 않은 어른 없고,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시절이 힘들지 않았던 사람 없다. 오죽하면 “10대 시기만 싹둑 도려내면 안 되는 건가”라고 푸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10대 시절을 도려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오직 대학만을 목표로 10대를 바친 요즘 우리네 20대들이 다시금 사춘기 아닌 사춘기를 겪고 있지 않은가. 결국 아픔을 동반한 10대 시절, 그것은 질풍노도를 통해 삶이 무엇인지 깨닫고 성숙해 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질풍노도의 10대를 거치지 않으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는 것이다.

‘네가 잘되기 위해’라는 말
10대들은 쿨한 척하지만 사실 너무나 여린 존재들이다. 독하게 마음먹고 가출을 하지만 가정이라는 살가운 울타리가 그립고, 여러 가지 이유로 친구나 동생들에게 ‘삥’을 뜯지만 그것은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 방식으로 다중 성격 장애를 앓고 있는 10대들도 많다. 부모의 기준이나 처지에 따라서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매를 들기 때문에 자녀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결국 10대들은 상황에 따라 다중적인 모습으로 돌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10대와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가 이질적이라는 데 있다. 어떤 부모가 자녀에게 ‘일부러 상처주기 위한’ 말을 할까만 자녀들, 특히 10대들에게는 모든 말이 꼬여 있다. 부모들의 흔한 말, 즉 ‘네가 잘되기 위해’라는 말을 10대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아울러 ‘네가 잘되기 위해’라는 말에는, 진정 자녀를 위한 것보다는 부모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부모의 언어 표현과 습관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10대들도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려는 나쁜 습관이 있다. 뒤엉킨 실타래를 푸는 길은 오직 하나, 10대 자녀의 삶을 조금 인정해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이가 태어날 때 엄마와 아빠도 태어난다. 생명 탄생, 그 환희의 순간을 기억한다면 10대 자녀들의 삶을 인정하는 것,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어렵지 않아요” 이 대목에서 저자는 또 하나 강조한다. “아이들은 잘못을 저지르며 배우고, 부모는 그 잘못을 용서하며 배운다.”





책임감, 믿음, 그리고 대화
10대들의 삶에서 부모들이 인정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사랑이다. 대학에 목맨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대학 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주문 아닌 주문을 건다. 하지만 사춘기 10대들의 사랑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것이 좋아하는 감정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감정일 수도 있다. 표현 수위의 차이일 뿐, 10대들에게 ‘사랑’이라는 열병은 지극히 정상적인 통과의례다. 물론 부모들의 조바심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부모들을 설득한다.
“마치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형제애, 우정 외에 남녀 간의 사랑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나중에 그 벽을 잘못된 수위로 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걸 아는지.”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연애와 성에 관해 받아들여야 하는 수위 자체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건전한 사랑과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그 마음속에 ‘책임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누군가의 눈에 들킬세라 숨어서 하는 사랑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보기에 떳떳한 사랑을 키워가도록 도울 책임은 결국 부모들에게 있다. 10대 자녀들의 사랑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 저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믿는 것’인데, 그조차도 잘 되지 않을 때는 역시 솔직한 대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처방전을 제시한다.

말은 쉬워도 실천은 어려운 법이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들의 문제를 다루는 말은 때때로 ‘공자 왈 맹자 왈’처럼 멀리 들린다. 이런 부모들에게 저자는 한마디 말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바로 “지금이라도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우리 자녀들에게 말해 보라”는 것이다. 10개월 동안 품고 있던 핏덩이가 처음 세상에 나와 우리와 마주하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런 고백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정’의 의미를 이미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집’을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부모의 몫이다. 나쁜 엄마, 미운 엄마, 무능력한 아빠, 날 무시하는 아빠가 있는 집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더불어 사랑을 나누는 엄마와 아빠가 있는 가정. 10대들의 삶은 그곳에서 오롯이 자란다.

장동석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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