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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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7 20:02 조회 5,694회 댓글 0건본문
“학교도서관은 지식정보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 기초가 되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이 평생학습능력을 습득하고, 상상력을 개발하며, 책임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UNESCO 학교도서관 선언에 담긴 이 글은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방향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전문가인 사서의 책임과 역할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많은 학교도서관의 사서들은 아이들이 좋은 책을 통하여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소망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하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사서들의 경험담을 듣고 있노라면 문득 다른 이들은 사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심심하지 않느냐? 여유로워 좋겠다?
학교도서관 사서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가 “한가해서 좋겠어요.”,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이다. 한 사서는 업무에 필요한 책을 보던 중 어떤 교사로부터 “책도 많이 읽고 여유로워서 좋겠네요.”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많은 사서들이 한결같이 허탈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실제 학교도서관의 사서들은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계획 수립과 도서 업무를 비롯하여 독서교육에 관련된 전반적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교의 관리자와 이용자들은 학교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을 도서 대출 반납이란 업무에 한정 지어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사서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일화는 많다. 어떤 학교는 사서가 도서관 행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관리자에게 의사를 전달하자 예산이 소모되는 일은 만들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도서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장서 폐기도 소장 도서가 적어지면 평가에 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몇 년째 폐기나 제적 처리를 반대하는 관리자가 있는가 하면, 사서의 자질 향상과 정보 교환을 위한 연수와 출장을 도서관이 비면 안 된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며칠 전에 본 어느 학교의 사서 채용 공고에는 ‘오전에는 교무실’ 일을, ‘오후에는 도서관’ 일을 봐야 한다는 내용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소신껏 맘껏 일할 수 없는 슬픔
2011년 경기도교육청 보고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187곳 가운데 도서관이 설치된 학교는 99.1%인 2,167곳에 달하지만, 이 중 30.5%인 659곳은 사서교사나 사서 없이 운영되고 있다. 또 학교도서관에 배치된 전담인력도 정규직은 6.7%인 96명에 불과하고, 93.3%인 1,346명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이라고 한다(“경기도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 확보 시급” <아시아경제> 2011.07.13). 비정규직 사서는 재계약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해 자기 소신이나 전문성을 맘껏 펼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점은 비정규직 인력 중에는 도서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마인드가 없는 사람들에게 ‘사서’라 호칭하며 도서관 일을 맡기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사서로서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이 사서교사를 대신할 경우 학생들은 정보활용 방안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은 단순히 책 읽기의 장소 제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과와 연계한 독서교육 및 자원기반 학습을 위한 ‘교수학습지원센터’로서의 역할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 설치율 99.1%는 분명 진일보한 것이겠으나 실상은 학교도서관의 핵심 인력인 사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함에 따라 장기적인 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투자한 시설과 자료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낡고 사라지지만 유능한 인적자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경험으로 그 가치를 더하는 법이다. 2001 OECD 교육위원회의 학교도서관 정책 보고서에도 21세기 학교도서관에는 물리적 재정 지원보다 인적자원이 중요함을 명시하고 있다.
고민하는 이유, 한숨짓는 까닭
많은 관리자와 이용자들이 독서와 도서관의 활성화와 발전을 바라고 있으면서도 효과적인 결과를 맞이하지 못함에는 우수하고 의욕적인 사서의 필요성을 간과하는 탓에 있다.
책임만 주어질 뿐 권리라고는 없는 학교도서관의 사서 자리는 유능한 인재들이 학교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대학 졸업 후 나는 사서로서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학교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하는 동안 열심 어린 나의 땀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들로 인해 학교를 떠나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특히 교원의 업무 경감을 외치는 요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교사들과는 반대로 업무량은 증가함에도 변화하지 않는 환경과 대우를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오곤 한다.
현재의 학교도서관은 물리적 환경 구축과 이에 따른 행정업무에 치중함에 따라 교수학습 지원이라는 본래의 교육적 역할과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다. 학교도서관이 정말 교수학습지원센터로서 아이들의 교육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럼 학교도서관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궁극적인 요소를 왜 해결하려 하지 않는가? 왜 관심 두지 않는가? 학교도서관 사서가 학교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교수활동 파트너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무직원으로서의 사서가 아닌 교사로서의 사서, 즉 사서교사가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이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고 참모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서들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나아가 사서교사의 채용과 처우 개선 등 현실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수연 수원 서호초 사서
심심하지 않느냐? 여유로워 좋겠다?
학교도서관 사서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가 “한가해서 좋겠어요.”,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이다. 한 사서는 업무에 필요한 책을 보던 중 어떤 교사로부터 “책도 많이 읽고 여유로워서 좋겠네요.”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많은 사서들이 한결같이 허탈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실제 학교도서관의 사서들은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계획 수립과 도서 업무를 비롯하여 독서교육에 관련된 전반적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교의 관리자와 이용자들은 학교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을 도서 대출 반납이란 업무에 한정 지어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사서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일화는 많다. 어떤 학교는 사서가 도서관 행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관리자에게 의사를 전달하자 예산이 소모되는 일은 만들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도서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장서 폐기도 소장 도서가 적어지면 평가에 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몇 년째 폐기나 제적 처리를 반대하는 관리자가 있는가 하면, 사서의 자질 향상과 정보 교환을 위한 연수와 출장을 도서관이 비면 안 된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며칠 전에 본 어느 학교의 사서 채용 공고에는 ‘오전에는 교무실’ 일을, ‘오후에는 도서관’ 일을 봐야 한다는 내용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소신껏 맘껏 일할 수 없는 슬픔
2011년 경기도교육청 보고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187곳 가운데 도서관이 설치된 학교는 99.1%인 2,167곳에 달하지만, 이 중 30.5%인 659곳은 사서교사나 사서 없이 운영되고 있다. 또 학교도서관에 배치된 전담인력도 정규직은 6.7%인 96명에 불과하고, 93.3%인 1,346명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이라고 한다(“경기도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 확보 시급” <아시아경제> 2011.07.13). 비정규직 사서는 재계약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해 자기 소신이나 전문성을 맘껏 펼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점은 비정규직 인력 중에는 도서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마인드가 없는 사람들에게 ‘사서’라 호칭하며 도서관 일을 맡기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사서로서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이 사서교사를 대신할 경우 학생들은 정보활용 방안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은 단순히 책 읽기의 장소 제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과와 연계한 독서교육 및 자원기반 학습을 위한 ‘교수학습지원센터’로서의 역할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 설치율 99.1%는 분명 진일보한 것이겠으나 실상은 학교도서관의 핵심 인력인 사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함에 따라 장기적인 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투자한 시설과 자료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낡고 사라지지만 유능한 인적자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경험으로 그 가치를 더하는 법이다. 2001 OECD 교육위원회의 학교도서관 정책 보고서에도 21세기 학교도서관에는 물리적 재정 지원보다 인적자원이 중요함을 명시하고 있다.
고민하는 이유, 한숨짓는 까닭
많은 관리자와 이용자들이 독서와 도서관의 활성화와 발전을 바라고 있으면서도 효과적인 결과를 맞이하지 못함에는 우수하고 의욕적인 사서의 필요성을 간과하는 탓에 있다.
책임만 주어질 뿐 권리라고는 없는 학교도서관의 사서 자리는 유능한 인재들이 학교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대학 졸업 후 나는 사서로서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학교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하는 동안 열심 어린 나의 땀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들로 인해 학교를 떠나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특히 교원의 업무 경감을 외치는 요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교사들과는 반대로 업무량은 증가함에도 변화하지 않는 환경과 대우를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오곤 한다.
현재의 학교도서관은 물리적 환경 구축과 이에 따른 행정업무에 치중함에 따라 교수학습 지원이라는 본래의 교육적 역할과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다. 학교도서관이 정말 교수학습지원센터로서 아이들의 교육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럼 학교도서관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궁극적인 요소를 왜 해결하려 하지 않는가? 왜 관심 두지 않는가? 학교도서관 사서가 학교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교수활동 파트너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무직원으로서의 사서가 아닌 교사로서의 사서, 즉 사서교사가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이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고 참모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서들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나아가 사서교사의 채용과 처우 개선 등 현실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수연 수원 서호초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