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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책 도서관 이야기]친구랑 책 읽는 건 즐거운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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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9-05 15:50 조회 3,8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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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실패하다
강원진로교육원 진로 체험은 2시간 30분 동안 진행한다. 도서관 프로그램(꿈책 파티)1)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가하는데, 다중지능검사에 의해 도서관 프로그램에 강제 배정된 학생들이기에 흥미와 의욕을 일으키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나는 청소년의 정서와 독서가 만나는 지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3월에 꿈책 파티 프로그램을 별 고민 없이 쓱쓱 만들었다. 그림책 『점』, 『축구 선수 윌리』를 이용한 비경쟁 독서토론을 프로그램 중심에 뒀는데, 예측과 달리 난관에 부딪혔고 고작 두 번의 파티를 하고 바꾸기로 결정했다.
갑작스레 바꿀 수밖에 없던 이유로 첫째, 평소 친분 없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만난 상황에서 독서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색했다. 독서토론이 이뤄지려면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동안 형성되어온 관계가 있거나, 참가하고 싶은 의지가 있거나! 관계도 의지도 없는 중학생들에게 독서토론을 중심에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둘째, 그림책을 이용한 독서토론이 잘 안 되었다. 그림책 고유의 상징성 때문에 아이들이 입을 잘 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처럼 서로 관계가 형성된 상태였다면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었으리라. 『점』을 읽은 학생들은 ‘우리는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까?’와 같은 자기 삶과 관련된 문제를 설정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축구 선수 윌리』를 읽은 학생들의 대화 내용과 주제는 당황스러웠다. 이야기의 의미나 숨겨진 배치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예 입을 열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의 구원자들
조언을 구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독서교육을 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일회적으로 중학생들과 만나서 책 읽기를 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김성란 관장님(춘천 담작은도서관), 김은하 선생님(독서교육전문가), 오원배 선생님(일산 책다방 북앤드)과 전화 상담을 한 결과, 공통된 내용은 ‘중학생 독서 프로그램 운영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분들이 중학생의 독서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은 다음과 같다. “중학생들은 초등학생, 고등학생과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인다,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말이 대체로 짧다, 가르치려 들면 도망간다, 상징성이 있는 그림책을 만나면 입을 다문다.” 한 번이라도 만났던 인연으로 들려준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조언들을
뒤집어 봤다. 말하기를 강요하지 않고, 길지 않은 말로도 가능한 활동으로 구성하고, 가르치려 들지 말고 즐겁게 놀다 가지만 사실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갈 수 있는 교묘한(?) 배치를 하고, 상징성이 강한 그림책을 내세우지 않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1) 강원진로교욱원의 다른 체험실에서는 구체적인 진로 분야의 체험을 하지만, 도서관 프로그램은 함께 읽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새로운 프로그램에는 독서토론 주제 선정하기를 여러 개의 미션 가운데 한 가지로 넣었다. 아이들이 자신과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활동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토론 주제를 정하기 위해 말을 나누다 보면, 그 과정이 간단한 독서토론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하는 마음이었다.
이것은 언젠가 풀어야할 과제로 남았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의 독서토론은 학급 친구라는 관계, 같은 책을 읽었다는 공감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자율 독서동아리의 독서토론 역시 친구 또는 공통의 관심사, 학교 독서토론 카페는 참가 의지에 의해 이뤄졌다. 어떻게 하면 참가 의지도 공통의 관심사도 없는 중학생들이 즐겁게 책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스마일맨, 너야!
꿈책 파티 성공의 관건은 작품 선정에 달려 있다. 다양한 독서 수준, 취향, 흥미를 가진 중학생들이 의미 있으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사전 독서를 해올 수 없는 특성을 고려하여 20분 정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작품이어야 한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 시리즈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에 실린 「스마일맨」을 주제 작품으로 선택했다. 회색인간 시리즈는 연령을 초월해서 잘 읽힌다. 작품마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있는 데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 국가 권력의 존재 의미, 공동체의 의미를 콕콕 찌른다. 「스마일맨」은 악마가 인간들이 공짜로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달 첫째 날 아침 8시에가장 먼저 웃는 100명의 목숨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개인, 사회, 언론, 정부가 대응하는 이야기이다.
꿈책 도서관에서는 일회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텍스트에 대한 학생 반응을 봐가며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나는 주위의 중학교와 공업고등학교 선생님에게 학생들의 읽기와 반응을 부탁했다. 중학생들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평을 남겨 주었고, 공업고 1학년 남학생들도 한 학급에서 대체로 흥미롭게 읽고 생각할 주제를 잘 뽑아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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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꿈책 파티 가는 날
꿈책 파티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도서관 셀프 투어’를 하면서 도서관과 친해지고 도서관의 특정 장소에 대한 애칭인 목욕탕, 동굴, 땅콩 책상, 만화 카페 등을 찾는다. ‘책 카드 대장 뽑기2)’ 놀이를 하면서 친구와 서로 인사를 한다. 우선 모둠을 나누고, 역할(파티지기, 촬영감독, 스타일리스트, 바람잡이, 작가, 스탬프주인장)을 나눈다.
‘파티지기’는 모둠장으로 전체 활동을 이끈다. ‘촬영감독’은 태블릿으로 모둠의 활동 과정을 사진으로 찍는다. 끝날 무렵에 슬라이드 쇼도 하고, 추억으로 간직할 사진을 출력해서 리플릿에 붙인다. ‘스타일리스트’는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드레스코드 용품을 골라 주는 역할이다. ‘바람잡이’는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고, ‘작가’는 뒷이야기 추리와 캐스팅 작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스탬프 주인장’은 친구들이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스탬프를 잊지 않고 찍도록 챙겨 주는 역할이다. 이는 누구도 구경꾼이 되지 않는 파티를 위한 장치이다.
파티는 7개의 미션을 모둠별로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리플릿에 스탬프를 찍도록 했다. 스탬프는 중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단어를 14개 뽑아서 만들었다. 아이들은 미션을 마칠 때마다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서 스탬프를 찍는다.
 
 
2) '카드 대장 뽑기' 책놀이는 오은미 인천남고 사서선생님께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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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미션 함께 풀기
첫째, 특별 미션
꿈책 파티는 매주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것이 특성이어서 아이들이 다음주에 올 친구들이 수행할 특별 미션을 만들어 놓고 간다. 얼굴을 본 적은 없는 사이지만, 지난 주 친구들이 내주고 간 귀여운 숙제를 열심히 하면서 무언가 끈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다음 주 친구들을 위해 낸 사랑스러운 숙제는 ‘꿈책 도서관’으로 5행시 짓기, 모둠원이 모두 읽은 책 찾아서 오기, 동물 이름이 들어간 책 세 권 찾아서 오기 등이다.

둘째, 기념사진 찰칵!
도서관에 준비된 드레스코드 용품을 골라서 착용하고, 모둠 사진을 찍는다. 촬영 감독은 태블릿으로 촬영하고, 스타일리스트는 친구에게 어울리는 드레스코드 용품을 골라준다. 사진은 출력해서 리플릿에 붙인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사르르 풀어진다. 무지개 선글라스도 끼고, 개구리 모자도 써 보고, 왕 리본 머리띠도 서로 골라 주면서 웃음이 연달아 터지고, 사진 찍기도 즐겁게 한다.
 
셋째, 함께 읽기
학생들은 친구와 함께 한 페이지씩 번갈아가며 소리 내어 「스마일맨」을 읽는다. 대체로 15분 정도 걸린다. 읽는 장소는 정해져 있지 않다. 도서관 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는데, 함께 읽기의 최고 인기 장소는 도서관 계단 아래 동굴이다. 동굴에 두 명씩 들어가서 함께 읽으면 감탄이 나올 만큼 예쁜 장면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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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뒷이야기 어떻게 되는 걸까?
학생들이 읽어 나갈 소설의 결말 부분은 공개하지 않는다. 모둠별로 결말을 상상하고, ‘도서관 목욕탕’에 모여 서로 상상한 결말을 발표하고, 소설의 원래 결말을 듣는다. 서로 다른 상상을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 원래의 결말에 충격 받는 모습을 보면 모든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맞다. 흥미로운 사실은 70% 이상의 아이들이 행복한 결말을 만든다. 아이들의 마음이 맑아서 행복한 결말을 만드는 것이리라.
 
다섯째, 질문을 던져라!
‘생각거리 만들기’는 토론 주제 만들기의 완곡한 표현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토론이라는 용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친근한 표현으로 바꿨다. 학생들은 인간의 이기심, 웃음의 의미, 국가 권력의 역할에 대한 주제를 많이 만들었다. ‘인간에게 웃음이란 어떤 의미일까?, 정부는 왜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았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내놓았다. 관계와 의지가 있다면 더 깊은 이야기도 할 수 있겠지만, 꿈책 파티에서는 토론 주제를 만들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간단한 토론이 되는 것도 괜찮다. 오늘의 경험이 ‘함께 읽기’의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여섯째, 캐스팅 디렉터가 되어 볼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세 사람을 골라 성격을 분석하고 역할에 적절한 배우를 선정하는 캐스팅 작업을 하게 했다. 도서관 컴퓨터 앞에 3∼4명이 옹기종기 모여 배우 사진도 찾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에 환호성이 터지기도 한다.

일곱째, 번외 미션
마지막은 진로교육원에 있는 2박 3일 동안 도서관에 와서 책을 조금 보거나, 보드게임을 하는 무거운(?) 미션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마지막 미션을 하러 오는 학생들에게 작은 간식 선물을 주었다. 도서관에 한 번이라도 더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미션이다. 참고로 교육원에는 매점이 없다. 사탕도 귀해지는 2박 3일.^^ 나는 아이들과 「스마일맨」으로 열세 번의 꿈책 파티를 했다. 할 때마다 미션이 구체화되었다. ‘꿈책 파티 참가’가 처음 미션이었다면, 나중에는 ‘파티 입장-함께 읽기-뒷이야기 추리-캐스팅’ 이렇게 세부적으로 미션을 나눴다. 미션을 뭉뚱그려 놓으니 스탬
프 찍는 재미가 없고, 끝날 무렵 몰아서 찍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스탬프 찍기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데 말이다. 손거울 제작기로 손거울(또는 버튼이나 자석)을 만들고 파티 참가 소감을 쓰면, 지구의 어느 모퉁이에서 함께했던 귀엽고 발랄한 열세 번의 책 파티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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