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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청소년에게 도서관을]위기 청소년을 위해 도서관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_ 앤젤라 크레이그와 션텔 L. 맥도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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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2-24 12:13 조회 8,90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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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작가·강사·연구자·기획자
 
지난 봄 메르스로 연기되었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국제심포지엄이 9월8일~9일 부여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해의 주제는 “청소년의 미래와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도서관”으로, 초청 연사는 대부분 도서관의 청소년 서비스 경험이 있는 사서와 학자, 교사였습니다. 그중 기조연설을 맡은 앤젤라 크레이그와 사례 발표를 맡은 션텔 L. 맥도웰은 특히 눈에 띄는 발표자였습니다. 그들은 10여 년간 십대 사서로 일하면서,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실천가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꼽힙니다. 2013년에는 자신들의 경험과 현장의 다양한 인터뷰를 모아 미국도서관협회(ALA) 출판부에서 『Serving At-Risk Teens: Proven Strategies and Programs for Bridging the Gap』이라는 책을 함께 썼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작년 『위기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 격차 해소 전략과 프로그램』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이트에서 청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윤정옥 교수의 번역본을 읽을 수 있습니다.(http://nlcy.go.kr/publish/translation.jsp)

벌써 20년도 넘은 일입니다. 대학 때 수업을 월・수・금으로 몰아 버리고, 화・목・토는 철거 직전의 빈민 지역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열성을 갖고 가르쳤지만 대학에서 배우는 교육학과 내가 만난 현장의 부조화에 혼돈스러웠지요. 한국의 청소년 문제에서 ‘입시’가 초점이 될 때, 내가 만난 아이들은 언제나 그 문제의 밖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범주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공고 진학은 당연하고, 당장 벌이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방 하나에 여섯 식구가 살며 공동 화장실을 써야 했던 아이, 철거 직전의 빈집에서 동거를 시작한 아이, 가정통신문을 못 읽는 엄마들도 있었습니다. 중산층 동네의 주일학교 청소년에게는 잘 통했던 교육학의 방법들이 그곳에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경험 없이 열정만 많은 대학생 선생은 아이들이 겪는 가난과 가정의 불화와 폭력, 따돌림, 부적응, 낮은 자존감, 빈약한 문화자본 앞에서 때때로 무기력했습니다. 그들의 언어코드와 행동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아이들의 변화와 애정이 읽혔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 누군가에 대한 배움 없이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 대한 배움은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잘 듣는 것, 잘 관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도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앤젤라 크레이그와 션텔 L. 맥도웰의 책을 나오자마자 읽어 내려갔습니다. 위기 청소년에 대한 도서관의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풍부한 사례와 양식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특히 위기 청소년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다수의 사서들 인터뷰와 아이들의 변화 사례가 담겨 있어 글이 매우 생생했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다음은 그들의 숙소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와 추후에 이메일로 나눈 질의와 응답, 책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앤젤라 크레이그 & 션텔 L. 맥도웰 인터뷰
우선, 미국 공공 도서관의 십대 서비스 전반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십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은 얼마나 되나요?
 
앤젤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80% 정도의 공공도서관이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습니다. 도서관 전문가들에 따르면, 별도의 청소년실을 가지고 있는 공공도서관은 약 60%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비도시 지역의 격차가 큰데, 십대 인구 비율이 높은 대도시의 큰 도서관은 대부분 십대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도서관의 약 40%는 청소년을 위해서만 일하는 청소년 전문사서를 가지고 있는 걸로 추정합니다.
션텔 과거에는 어린이·청소년 사서들이 십대까지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십대 전문사서를 별도로 두는 도서관이 많아졌습니다. 어린이 사서가 4명이라면, 십대 사서는 1명 정도로 여전히 사서 비중이 낮지요. 그래서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수서, 서비스, 프로그램, 아웃리치 모두 혼자서요.
 
미국에서 십대를 위한 전용 공간이 생겨나고 본격화된 건 1990년대부터인데, 최근 20년간 급격하게 확장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앤젤라 마가렛 A. 에드워즈(Margaret A. Edwards)라고 50~60년대부터 청소년 독자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실천한 사서가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어린이 책은 막 출간되기 시작했고, 성인 책은 많았지만, 청소년을 위한 도서는 전무했을 때거든요. 마가렛은 십대들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따로 모아 서가를 구성하기 시작했지요. 십대들이 매력적으로 느끼고 책을 고를 수 있도록이요. 그녀의 업적을 기려, 매년 출간된 성인도서 중 12~18세까지의 청소년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을 10권 골라 알렉스(Alex) 어워드를 수여하고 있어요. 지금 제가 알렉스 어워드 위원회의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마가렛 A. 에드워즈는 볼티모어의 Enoch Pratt Free Library에서 30여 년간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를 담당했습니다. 그녀는 어린이와 다르고 성인과도 다른, 청소년의 성장과 기호에 맞는 장서와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널리 주창한 인물입니다. 도서관에 오는 십대뿐 아니라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도서관 밖 십대를 위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했고, 십대를 위한 서비스에 대한 사서 재교육 과정의 기본을 마련했습니다. ‘Alex Awards’라는 상의 명칭은 친구들이 이름인 Edwards를 줄여 Alex라고 부른 데서 기원합니다. http://www.ala.org/yalsa/booklistsawards/bookawards/alexawards/alexawardpolicies)
70~80년대에 들어와서는 많은 공공도서관이 청소년을 위한 장서를 구성한다거나 청소년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별도의 청소년실을 만드는 본격적인 움직임은 90년대에 시작되어, 특히 90년대 말부터 대중화되었고, 2000년대에는 거의 일반화되었지요.
 
션텔 관찰 결과, 십대들은 점점 더 도서관을 책을 구하고 읽는 공간이라기보다,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식하고 이용한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온 십대들은 어디에서도 속하지 못하는 무리였지요. 그들은 어린이실에 있기도 성인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원하지 않았거든요. 그들끼리 편하게 머물고 어울릴 십대의 공간이 필요했어요.
 
앤젤라 미국 도서관협회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십대가 되면 이용률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걸 문제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과정에서 많은 이용자들을 잃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십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성인 독자로 이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어린이실에 ‘책 읽어 주기’ 시간이 있으면 어린이가 오는 것처럼, 십대를 도서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들을 위한 공간과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청년(New adult population)을 대상으로 한 거예요. 공식적인 정의는 없지만 만 18~24세 정도의 새내기 어른들이 대상이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거나 준비하거나, 첫 직장을 가진 청년들이 도서관에 오고 있어요. 어린이 서비스, 청소년 서비스의 발달과정과 같이 이들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년들만의 특수한 요구 혹은 새로운 요구는 어떤 건가요?
션텔 성인기에 막 접어든 청년은 구직 활동, 대학 진학, 부모로부터의 독립, 결혼이나 동거 등 새로운 가족의 형성, 재정 자립 등 새로운 과업들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죠. 이러한 과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관련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도서관은 정보를 다루는 전문기관이니까요.
앤젤라 한국에서도 도서관이 즐겁고도 유용한 공간이도록, 머물고 싶고 드나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보든, 영화를 보든, 직업 정보를 구하든이요.
 
청소년을 넘어 청년까지도 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참 먼 길처럼 느껴지네요.
한국에서는 아직 공공도서관에 제대로 된 청소년실도 갖추지 못한 상태니까요.
 
션텔 개인적으로 노스캐롤라이나의 노스 카운티 지역 도서관의 청소년실을 디자인하는 데 참여했어요. 아이들은 색감이 중요해요. 아이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색과 디자인으로 생동감 있게 공간을 꾸몄어요. 75인치 평면 텔레비전을 놓아,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지요. 그리고 편안한 소파와 빈 백을 놓았어요. 공간마다 러그도 깔고요. 십대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십대의 공간을 그렇게 만들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비디오 게임만 하고 갈 거라는 우려는 없나요?
 
션텔 그 점이 바로 어른들이 가진 편견일 수 있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있어야 아이들이 와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어떤 아이는 숙제나 수행평가 자료를 찾고 싶고, 어떤 아이는 조용히 공부하고 싶고, 어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고, 어떤 아이는 쉬고 싶어 해요. 어른 이용자나 어린이 이용자가 그렇듯이요. 어떤 아이들은 지겨운데 할 거 없냐고 묻기도 해요. 이용자가 원하는 요구에 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서의 몫이지요. 우선 아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지요.
 
사서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할 때나 사서 재교육 과정에, 십대의 서비스를 위한 과목이 있었나요?
 
앤젤라 사서가 되기 위한 대학원 과정에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의 수서’, ‘문학 탐구’, ‘읽기 발달’, ‘디지털 테크놀로지’, ‘프로그램 개발’, ‘평가’ 등 관련 과목이 많았어요. 어린이 청소년 사서가 되거나 학교 미디어센터(학교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런 과목들을 주로 선택해서 듣습니다.
션텔 일단 현장에 들어가서 배우게 되는 것이 더 많지요. 미국의 도서관에서는 사서가 서비스를 하고 싶은 부문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줘요. 어린이실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린이 사서로 계속 일할 수 있지요. 제 경우는 십대 아이들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계속 십대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서비스를 하고,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아요.
앤젤라 성격과도 관련이 많은 듯해요. 성인 이용자가 더 적합한 성격의 사서들은 성인실 서비스를 선택하더라고요. 십대 서비스를 어려워하는 사서들도 있어요. 사실 어린이실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때문에, 아이들을 관리하기가 쉽거든요. 하지만 십대들은 거의 부모 없이 오지요. 또 어린이들은 친해지고 마음을 여는 데 시간과 노력이 덜 드는 데 비해, 십대는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건, 어린이들이 기대하는 사서의 이미지와 청소년들이 기대하는 사서의 이미지 그리고 성인 이용자가 기대하는 사서의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에요. 대도시의 청소년 사서들은 패션에 굉장히 신경을 써요. 마치 십대처럼 보이기도 해요. 책의 표지를 보면, 이게 어린이 책인지 청소년 책인지 알 수 있듯이, 참고 데스크에 있는 사서의 모습을 보면, 어린이 사서인지 청소년 사서인지 알 수 있어요. 도서관에 딱 들어가면 누구랑 편하게 이야기해야 할지가 보이지요. 저도 어린이 서비스할 때와 청소년 서비스할 때 옷을 다르게 입어요. 어린이들은 사서로부터 ‘엄마 같은’ 이미지를 원하고, 청소년들은 그와 정반대로 ‘엄마 같은 데가 한군데도 없는’ 이미지를 원해요. 어린이, 청소년 서비스를 한 명이 담당하는 게 적절하지 않지요.
사서가 제일 중요해요. 장서보다도 건물보다도 프로그램보다도요. 어떤 사서가 있느냐가 이 모든 걸 결정하거든요. 이 모든 걸 이용자들과 이어주는 매개가 사서거든요.
 
도서관계의 상황 안에서 우리는 위기 청소년을 발달적, 지적, 감정적, 교육적 및 정보적 요구들이 충족되지 않아, 잠재적으로 자기 또래들보다 뒤처지게 되며, 성인기로 성공적으로 옮겨가는 것을 방해받는 12살부터 18살까지의 청소년이라고 정의할 것이다. (16쪽, 앤젤라 크레이그, 션텔 L. 맥도웰 (2014) 위기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 격차 해소 전략과 프로그램, 윤정옥 역, 어린이청소년서비스 번역 자료집에서 인용)

청소년의 위기 요인은 괴롭힘, 디지털 격차, 장애, 학교 중퇴, 위탁 양육, 갱 가입, 주거부정, 성적 지향, 정신
건강, 이민, 빈곤, 청소년 임신이나 십대육아, 가출, 가정에서 퇴거, 약물 남용 등이 있다.(73쪽)
 
 
이제 본격적으로 위기 청소년에 대한 질문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들을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의 재정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션텔 지역에 따라 다른데요, 도서관이 카운티의 재정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시의 예산으로 운영되기도 하거든요. 상황에 따라 지방의회에 가서 예산을 마련하도록 설득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서관 담당 기관에 위기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재정 지원을 별도로 요청하기도 합니다. 별도의 예산이 없으면 도서관 내에서는 어린이·청소년 서비스로 할당된 예산에서 어린이, 청소년 서비스에 필요한 예산을 나누어 씁니다. 청소년 서비스 예산에서 다시 위기 청소년 예산을 마련합니다.
또한 협력 사업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파트너 기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YMCA라든가 로터리 클럽, 미국 소년소녀 클럽 등 청소년 관련 사회단체 중에 이미 위기 청소년을 위한 예산을 마련한 경우가 있거든요. 도서관의 재정이 부족하더라도 이런 단체와 파트너가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요.
 
책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협업 사례가 소개되어 있더군요. 미혼모 시설, 소년원, 보호관찰소, 노숙자 단체, 대안학교 등이요.(지역사회단체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39~42쪽, 103쪽~120쪽, 사례에 대해서는 211~235쪽을 참고 바랍니다.)
 
앤젤라 대도시의 도서관들은 교도소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소년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인데요, 그들은 비교적 범죄의 질이 가볍고, 전과 기록이 남지 않아서 갱생하면 사회 복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어떤 아이들은 읽고 쓸 줄 모르기도 하고, 컴퓨터를 쓰는 법을 모르거나, 도서관을 이용한 적이 없기도 해요.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는 데 어른들의 도움을 못 받은 아이들이 많아요.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접근하는 기회를 못 가져본 아이들도 있고요. 그래서 도서관에서는 그들의 읽고 쓰기 능력, 삶의 개선을 위해 컴퓨터 등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법, 도서관의 정보를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21세기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휴대전화, 게임 시스템 및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능숙하다. 그러나 편의도구로서 기술을 사용하는 청소년들과 그것을 자기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청소년들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 비록 엄청난 수의 청소년들이 소셜 네크워킹 사이트에 의견을 남기는 방법을 알지만, 대부분은 학교 과제를 위해 정보를 조사하는 방법, 혹은 심지어는 온라인 구직 지원서를 기입하는 방법조차 모른다.”(57쪽)
 
얼마나 많은 미국의 공공도서관이 위기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통계가 있나요?
 
앤젤라 정확한 통계를 구하기가 어렵지만, 보수적으로 추정하자면 약 20~25% 정도의 공공도서관은 위기 청소년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준으로는 미국이 위기 청소년에 대한 서비스에서 가장 앞서가지만, 좀 더 많은 도서관에서 시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와 션텔이 이 책을 썼고 강연도 하고 다닙니다. 어릴 때부터 사실 도서관에 올 수 있는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거든요. 이미 부모의 문화적인 지원이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이런 아이들은 또래들 중에서도 도서관 이용을 많이 합니다. 친구들간의 지원도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대학에 갈 때 원서나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는지, 장학금에 어떻게 신청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자원이 많아요. 이에 반해 위기 청소년들의 사정은 달라요. 직업학교에 가려고 해도, 당장 직업을 구하려 해도 주변에 자신의 진로에 대해 의논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어른이 없어요. 도서관은 이들이 접근할 수 없었을 유용한 정보, 어쩌면 삶을 바꿀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지요.
 
위기 청소년을 위한 사서교육과정이 있나요?
션텔 네, 저희도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좀 더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이나 일반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은 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또래와의 사회적 관계에서는 고립되기 쉽지요. 도서관은 이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게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참 다양하니까요.

“모든 위기 청소년은 고유한 관점과 문제를 갖는다. 따라서 도서관은 그들의 성장발달 요구를 이해하지만, 그들을 단순히 한 인구집단의 부분으로가 아니라 개인으로 다루는 것이 유익하다.”(65쪽)
 
어떻게 위기 청소년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션텔 저는 뉴욕의 브룩클린에서 위기 청소년으로 자랐어요. 싱글맘인 엄마는 항상 일을 나가셨고, 저는 집에 혼자 있어야 했죠. 방과 후에 도서관만이 유일하게 안전한 곳이었고, 사서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어른이었죠. 도서관은 거리의 범죄나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제가 받은 걸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다시 되돌려주고 싶었어요. 위기 청소년에게 도서관은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 있는 곳, 추우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따뜻한 곳이거든요. 배가 고프면 도서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도서관이 그런 아이들을 돕는 데 제 열정을 바치고 싶었어요. 제가 도움을 받았듯이요.
앤젤라 저는 평범한 중산층 자녀로 자랐고, 항상 아이들, 특히 십대들을 좋아했어요. 굉장히 우연한 계기로 사서가 되었어요. 사서가 되어서 시작한 일이 카운티 교도소로 나가는 아웃리치 서비스였어요. 사서가 소년원으로 가서 그곳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같은 부서 직원들이 아무도 지원을 안 하더라구요. 그렇게 좋지도 않았지만, 너무 싫지도 않아서 제가 가겠다고 했죠.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제가 바뀌게 되었어요. 소년원에서 일하는 건 정말 보람돼서 좋아하게 되었죠. 굉장히 많은 소년범들이 그 전에 한 번도 도서관 서비스나 교육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이 참 재미있으니 읽어 보는 건 어떠냐고, 읽고 있는 책이 어떠냐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얘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걸요. 그 아이들이 출소하고 나서 도서관에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정말 보람된 일이었죠.
션텔 누군가를 도와주고 그가 좋은 쪽으로 변하는 걸 몇 번 반복하고 나면, 그 일을 멈출 수가 없어요. 점점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죠.
 
“위기 청소년은 어른들 그리고 심지어는 자기 또래들에게조차 무시되거나 오해되어 왔다. 그들은 자주 개인적, 경제적, 혹은 사회적 환경에 의하여 판단된다. 청소년들은 만약 도서관 직원들이 자기를 판단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 위기집단 내에서 가장 성공하였던 프로그램들에는 청소년들과 상호작용하고, 그들이 도서관에서 환영 받는다고 느끼게 만들었던 직원들이 있었다.”(64쪽)
 
저도 개인적으로 위기 청소년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교사로서 도움을 주는 걸 구분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개인적인 관계가 더 만들어질수록 아이들이 점점 나에게 의존하지만, 내가 아이들의 삶을 책임질 수는 없잖아요. 어디까지가 그 도움의 한계일까를 구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런 한계짓기에 대한 도움말이 책에 나와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어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션텔 저도 그런 한계 짓기가 항상 제일 어려워요. 아이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요.
앤젤라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아이들이 가진 어떤 심각한 문제에 대해, 사서는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도와줄 수 있는 전문적인 경험과 능력이 없잖아요. 그럴 때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가장 적절한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것이 최선이에요. 위기 청소년에게 더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 기관의 연락처를 언제나 구비하고 있어야 해요. 예전에 성폭력과 학대를 당한 아이가 있었는데, 제가 중간에 나서서 진단하고 해결을 하기보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에게 연결하는 편이 더 결과가 좋았어요. 제가 몇 번 개입한 사례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 아니었어요. 잘못된 판단과 정보로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션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관계를 만드는 건, 위기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야 아이들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거든요. 그런 단계가 있어야 아이들이 입을 열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사서의 전문적 능력으로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그 한계를 인정하고 해당 문제의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가장 도움이 돼요.
 
한국건강증진재단이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10~19세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지난 2001년 3.19명에서 지난 2011년 5.58명으로 57.2% 증가했답니다. 2013년에 들어서면 9~24세 어린이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것이 고의적 자해와 자살입니다. 그 전 해까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던 교통사고를 앞지릅니다. 아이들의 삶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세월호에 탄 아이들의 수만큼 아이들이 매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 할 수 없는 지경에 왔습니다. 위기의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들의 글을 권합니다. 제 책은 밑줄과 메모로 가득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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