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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공감의 교과 협력 독서토론] 마음의 귀를 펼치는 독서토론 (feat. 음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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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12-01 15:43 조회 1,3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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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귀를 펼치는

독서토론 (feat. 음악교사) 


김보란 인천남중 사서교사




아침 등교 시간, 점심시간에 방송부원들이 틀어 주는 음악에는 학교 구성원의 신청곡이 일부 반영된다. 힙합, 인기 아이돌의 신곡이 주를 이루지만 간혹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나올 때도 있다. 다양한 장르의 신청곡들을 들으며 새삼 다양한 취향이 공존한다는 생각이 든다. 남학생들은 으레 체육을 좋아하겠거니 생각하고 말을 건네다 보면, 아차 싶은 순간들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학생들이 품은 마음속 깊은 감정은 색과 단단함이 모두 다르다. 깊이깊이 품어도 더 깊이 들어오는 공격에 상처가 나기도 하고, 어른이 될 때까지 아물지 못한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치유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는 예술이 주는 감동을 느껴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체험활동으로 미술관에 함께 간 한 아이가 커다란 미술작품 앞에서 몇십 분을 꿈쩍 하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한참이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그 아이의 발자국이 음악처럼 들리는 순간이었다.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에 투영된 나의 모습을 어루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독서토론의 기회를 만들고자, 음악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책 이야기, 음악으로 들어 보면 어떨까?



첫째, 음악선생님께 도움 요청하기

복도를 오가며 창문 너머로 음악수업을 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악기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음악수업은 나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용기를 내어 간략한 계획서를 든 채로 무작정 음악선생님을 찾아가서 수업 협력을 요청했다. 


둘째, 수업 대상과 운영 방식 정하기

처음에는 대면 수업으로 음악을 함께 들으며 진행하는 방식을 고려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했다. 다만,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만큼 안전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을 살려 1, 2학년으로 수업 대상의 범위를 넓혔다. 



셋째, 책 선정하기


음악가의 일생을 다룬 책, 음악의 역사 및 장르를 소개하는 책처럼 음악을 주제로 한 책들은 무수히 많다. 토론 방향에 맞추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는 책을 찾던 중 전년도 초등학교 독서 토론 동아리와 함께 읽었던 『밤의 교실』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그림과 동화 같은 내용, 상처를 치유하는 음악 이야기가 담겨 있어 토론 주제도서로 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온라인 토론에 앞서 학생들에게 미리 토론 활동지와 간식을 나누어 주었다. 책에 중요한 주제로 나오는 조지 거슈윈의 음악 <Rhapsody in Blue>를 토론 전에 미리 듣고 올 수 있도록 링크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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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김규아 지음│샘터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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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역할 나누기 

음악선생님은 책에 나오는 재즈 음악의 장르적 특성, 삶의 상처를 음악으로 승화한 음악가 이야기, 상황에 어울리는 음악 추천과 같은 교과 전문적인 내용을 맡아 토론 주제를 만들고, 설명을 더하기로 했다. 책의 내용과 관련한 토론 문항 제작과 전반적인 토론 진행은 사서교사가 맡았다. 토론에 활용한 주제 문항은 오른쪽 표와 같다.




음악교사의 역할 : 깊이 있는 음악 지식 전달


『밤의 교실』에서 가족과 흩어져 살고 있는 주인공 정우는 시력이 급격하게 나빠져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평생 눈이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정우는 앞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늑대 선생님을 만나서 그가 틀어 주는 재즈를 듣는다. 정우는 늑대 선생님의 조력으로 차츰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타인과 교감하며 세상 속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우리가 마주하는 인생의 고난을 어떤 자세로 극복할 것인지, 음악으로 위안 받는다는 것은 어떤 경험일지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토론을 하며 아이들은 음악을 감상하고 느낀점을 말하고, 음악선생님은 음악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경험 등 주제 문항을 통해 음악 이야기를 고르게 들려주셨다.

기본 문항 2번에 대해 다룰 때는 <Rhapsody in Blue>라는 음악이 상처난 주인공의 마음을 위로하는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시련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다양한 마음의 자세를 주인공에게 알려 주고 싶은 늑대 선생님의 의도를 읽어 낼 수 있다. 음악선생님께서 재즈 음악의 특징, 역사에 관한 설명까지 더하여 수업의 질이 더욱 높아졌다.

심화 2번 문항에서는 청력을 잃고서도 음악에 매진했던 베토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음악가로서 큰 절망일 수 있는 청력 손실을 딛고 일어선 그의 이야기는 앞이 보이지 않게 된 주인공 정우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뒤이어 음악선생님의 칼림바 연주-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이어지자, 온라인 화면 너머의 아이들이 모두 눈을 감고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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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항인 심화 3번은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추천하고 싶은 치유의 음악이 주제였다. 밝고 경쾌한 가사가 장점인 아이돌 음악을 추천하는 아이부터, 힘 있는 선율이 특징인 클래식 음악으로 정우를 응원하고 싶다는 아이까지 학생들은 다양한 음악을 추천해 주었다. 음악선생님은 주인공 정우의 상황에 몰입한 학생들에게 시선을 조금 돌려 정우의 엄마, 아빠가 안게 될 무거운 마음을 달래 줄 음악을 추천해 주셨다. 책 끄트머리 바다에 놀러 간 정우 가족의 장면과 어울리는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이혼 가정에 대한 책임과 정우에게 미안함을 가진 엄마에게 추천하는 유키 구라모토의 <romance>의 선율은 정우 가족의 애틋한 사랑을 응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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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의 역할 : 책 내용 이해+공감 더하기


사서교사는 책 내용을 수업과 연결지어 학생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더욱 집중했다. 늑대선생님은 주인공 정우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마주하고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인물이다. 필자는 늑대 선생님의 역할과 책에 실린 대화 속에서 언급되는 특정 음악의 관련성을 아이들이 추론할 수 있도록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정리하여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심화 1번 문항에서는 ‘물아일체’의 개념을 더하여,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한 토론을 이어 갔다. 아이들은 내면 깊숙이 자리한 자신의 이상향, 좋아하는 것을 깊게 고민하고 발표했다. 자유로운 새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는 아이부터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바라는 아이, 서가 한편에 책 한 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아이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오갈 수 있도록 토론을 이끌었다.

사서교사는 책의 내용과 음악교사의 설명을 잇는 다리 역할과 아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생각을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칼림바 연주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책표지를 보면, 그 날 토론에서 함께 들었던 음악이 떠오른다는 아이도 있었다. 


“저는 지고이네르 바이젠의 <집시의 노래>를 정우에게 추천해 주고 싶어요. 이 음악은 잔잔하고 느리게 시작되는 도입부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줘요. 하지만 중간부터 점차 경쾌하고 힘 있는 선율이 이어지는 게 특징이에요.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정우에게 처음에는 마음의 위로를, 그 이후에는 힘 있는 격려를 보낼 수 있는 음악이에요.”


때때로 지치고 아픈 마음에 음악이라는 위로가 필요한 순간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찾아온다. 음악선생님과 함께한 교과 연계 독서토론은 음악으로 다 함께 위로를 받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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