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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서관 사서의 소리]대구 학교도서관 사서, 6일간의 천막농성과 결과 발표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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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4-21 21:22 조회 8,26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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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시작
2012년 3월 27일, 올해를 마지막으로 인건비 지원을 종료한다는 공문을 받으면서 도서관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시작되었다. 5월 9일 제1차 집회를 시작으로 천막농성 발대식까지 제26차에 걸친 집회와 3번의 서울상경집회, 또 3번의 기자회견을 하였다. 6월에는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7월에는 교과부 총액인건비제에 사서가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9월부터 사서 해고 사태를 알리는 현수막을 대구 시내 곳곳에 게시하여 시민들에게 알리고, 10월에는 대구노동청 국정감사, 11월에는 대구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사서 문제가 논의되었다. 파업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갖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사서들은 11월 9일과, 12월 14일 2번의 파업에 동참하였으며, <TBC 피디저널팩트>라는 TV프로그램에서 사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렇게 대구 사서들이 모여 모든 노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11월 16일 교육감과 면담을 할 수 있었다. 교육감 면담을 앞둔 11월부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던 사서 집회도 일단 보류하고 대화를 해나가기로 하였다. 교육감과의 면담에서는 12월 19일 대선 이후 발표한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여 기다렸으나 대선 이후에도 발표는 나지 않았으며, 12월 31일 대부분의 사서들이 계약이 종료되는 날까지도 발표를 하지 않았다. 기다리면 잘될 것이라 하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이 없었기에 사서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12월 31일 사서 해고철회・대책발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2013년 1월 1일부터 우리는 실직 상태가 되었다.

1월 8일에는 대구경북 4개 대학 문헌정보학과 학과장 협의회에서 학교도서관 사서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입장 발표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교수들도 침묵하지 않았으며 학교도서관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는 점점 크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계약 종료 이후 교육청 관계자와의 대화로부터 각 학교에서 채용공고를 낼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하고 긴급히 대책회의를 하게 되었다. 채용공고를 낸다는 것은 그 동안 학교도서관을 지키지 위해 함께한 사서들끼리 서로 경쟁자로서 피를 흘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계약형태로 학교회계직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매년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아 다녀야만 했던 우리들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학교도서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용불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는 현재 학교에서의 재고용, 즉 고용승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었다.



천막농성 시작, 그리고…
1월 11일 오후 2시, 대구 사서들은 전회련(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 대구지부의 도움을 받으며 대구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 발대식을 가지고 사서 고용 보장 대책을 발표할 때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발대식에 80여 명의 사서들이 모였으며, 대책 회의를 하고 천막 당번을 정하였다. 천막 당번은 오전, 오후, 저녁, 취침조로 나누어 낮에는 10명 정도가 천막을 지키고 밤에는 4명 정도가 취침을 하며 천막을 지키기로 하였다. 한파가 계속되는 겨울날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 천막에서 잠을 자며 사서들의 동지애는 더욱 깊어져 갔다.

농성 2일차부터는 아침 출근시간, 점심시간, 저녁 퇴근시간 집중 피케팅을 하였으며,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30분씩 교대로 교육청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도 병행하였다. 주말 밤에는 가족들까지 동참해주셨다. 또한 전회련 대구지부 임원들과 민주노총 등에서 지지방문을 와서 투쟁에 힘을 보태주었다.

농성 3일차, 일요일에도 천막농성은 계속되었으며 농성 4일차에는 교육청 근처에 사는 사서가 밤에 어묵탕을 만들어 배달해 오기도 하였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대구 사서들의 동지애는 깊어졌고 학교도서관을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열망은 더욱 불타올랐다.

농성 5일차, 대구시의회 김규학 의원과 전회련 이태의 본부장도 지지방문을 왔다. 발표나기 전날 저녁 집회에서 모든 사서들이 마이크에 대고 한마디씩 소리쳤다. 서럽고 힘들어 그냥 울먹이고, 울분에 젖어서 소리치고, 우린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절규하고, 계속 집을 비우다시피해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자녀가 피부병까지 걸려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농성 6일차, 기자로부터 교육청에서 오후 2시에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연락이 왔다. 매일 아침 교육청 담당자가 나와서 천막을 걷으라고 했는데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대구교육청의 발표 미루기에 이골이 난 사서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1인 시위와 피케팅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오후 2시경 교육청이 학교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였다.

당초 일자리 창출 사업에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사서를 무기계약 직종으로 고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자격증 소지자는 평가 후 무기계약 또는 재계약으로 우리가 간절히 바랐던 고용보장도 이루어냈다. 그동안 힘들었던 사서들은 대구교육청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의 승리가 믿기지 않아서 서로 부둥켜안으며 함성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아직 세부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천막농성 의의와 앞으로의 숙제
도서관을 이루는 요소는 장서와 건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적 자원인 사서다. 2009년부터 4년여 동안 시설만 겨우 갖춘 학교도서관에 온기를 불어넣고 자료를 정비하고 이용자를 대상으로 참고봉사를 해온 비정규직 사서들의 노력은 학교 현장에 지속적인 사서배치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하였고, 이용 주체인 학생들의 자유롭고 효율적인 도서관 이용을 위해서는 도서관이 상시 개방되어야 함을 지역사회에 공론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대구교육청의 사서 무기계약 전환 계획은 학교현장과 지역사회의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자 대구교육의 사령탑인 시교육청의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녹아든 것으로 보고 적극 환영한다. 이에 대구 학교도서관 사서들은 이러한 현장의 요구와 대구교육청의 도서관 활성화 의지에 부응하고자 유관단체들과도 긴밀하게 연계하여 앞으로 사서의 직무능력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이번 무기계약 전환 계획에 따라 그동안 고용이 불안정했던 사서들이 각 학교에서 무기계약 및 재계약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어 사서의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며칠 전 아직까지 남아있던 사서 해고 철회 현수막을 제거하였다. 이 현수막이 마치 대구 사서들처럼 느껴졌다. 대부분의 현수막이 철거되었는데 지금까지 버틴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면서도 그 동안 우리가 마음 졸이며 보낸 것처럼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현수막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글썽였다.

어느 사서선생님은 이야기한다. 대구 사서들이 이렇게 뭉쳐 싸우도록 해준 대구교육감에게 감사하다고. 나 역시 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을 하면서 사서들과 사계절을 함께 보내고 또 도서관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사서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준 전회련 대구지부, 대구 문제에 발 벗고 나서주신 한국사서협회와 대구경북 문헌정보학교수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함께 연대해 준 지역의 동지여러분, 언론 관계자들, 함께 지지해 준 학부모와 대구 시민 여러분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새학기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 사서들은 개별학교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교육청의 무기전환직종이라는 발표 후 후속 조치가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현장에서 무기전환과 재계약을 회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일 년여 동안 줄기차게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며 교육청을 상대로 싸워온 대구 사서들에겐 이런 현장의 낡은 관행들도 맞서 넘어설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청이 발표문의 취지에 맞게 세부지침을 내려준다면 각 학교의 이런 움직임도 잠재울 수 있다고 본다. 이제 더 이상 사람을 고용하는 일을 가볍게 여기고 사서의 전문성을 간과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교육청도 학교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대구 사서들은 일신의 고용 안정만을 위하여 싸워온 것이 아니라 학교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사서로서의 직업의식을 공유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우리는 그 어떠한 부당함 앞에서도 당당히 맞설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원도 도서관실무사 문제, 경북 학교도서관 사서 공백 사태 등 학교도서관에는 아직까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너무나 많다. 이러한 문제들도 잘 해결되기를 바라며 사서로서 함께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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