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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육 진로를 묻다]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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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4-21 18:15 조회 7,36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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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고 싶은 음악가
“소장님, 저희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음악으로 유명한 집이에요. 저와 하연이 아빠도 음악과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구요. 그래서인지 어릴 때 하연이도 음악에 소질이 많았어요. 소리도 참 좋았고 악기를 다룰 때는 천부적인 재능도 보였구요.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음악에 싫증을 느끼는지 점점 하기 싫다고 하더라구요. 하연이 아빠나 저나 그 심정을 잘 알고 있어요. 음악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지겨워질 때가 있거든요.

처음에는 하연이가 처음 경험하는 슬럼프인 줄 알고 기다렸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오래가더라구요. 중학교 2학년까지 3년 정도 악기를 손에서 놓고 노래도 부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하연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을 하는 거예요.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엄마 아빠에게 혼날까봐 말을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하연이가 그림에 소질이 썩 없다는 거예요. 미술 선생님과 의논을 해봐도 좋아는 하지만 미술을 전공하는 예고에 진학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시더라구요.

하연이가 할아버지를 무척 잘 따르는데요, 아버님이 이제 곧 돌아가실 때가 돼서 병원에서 집으로 모셨어요. 아버님께서 하연이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싶다고 하셔서 저희는 당황했어요. 하도 오래 연주를 하지 않아서 하연이가 연주하기 어려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하연이가 할아버지 앞에서 연주를 했어요. 물론 발전한 솜씨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때 연주 실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더라구요. 하연이가 연주를 마치고 울면서 할아버지 귀에 대고 뭐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아버님이 웃으시면서 하연이에게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 방을 나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어보니까 하연이가 할아버지 귀에 대고 ‘할아버지 나 그림 그려도 돼?’하고 물어보았대요.

아버님은 ‘너 하고 싶은 걸 해라’ 그러셨대요. 그러면서 몹시 속상하다고 말을 하더라구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참 좋은데 자기가 생각해도 실력이 형편없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싫지는 않은데 그 길로만 걸어갈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힌다고 하더라구요.
소장님. 하연이의 진로를 어떻게 함께 가주면 좋을까요?”

“하연이가 음악을 선택하건 미술을 선택하건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두 가지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일 듯싶어요. 하연이가 음악을 선택해서 악기 연주를 계속한다 하더라도 그림은 계속 배울 수 있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 느꼈던 기쁨, 그리고 그림을 잘 못 그렸을 때 안타까움이 솔직하게 하연이의 연주에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림과 음악이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연이가 그림을 선택해도 음악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것 역시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하연이는 음악과 관련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림의 기술이 비록 떨어지고 재능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음악인들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하연이가 잘 알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런 음악의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화가들 모임에서 연주를 하기도 하고, 때론 그림 전시회를 할 때 전시회장을 울리는 음악을 선곡하는 역할을 담당해도 괜찮을 것 같구요. 최고의 화가가 되지 못하고 아주 비싼 그림을 그려내는 화가가 되지 못해도, 늘 그림과 함께 음악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다른 어느 화가보다 행복한 길을 가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다만 그런 길을 갈 때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는 하연이와는 이제 그만 이별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할아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부모님께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렴’하고 하연이에게 속삭여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야 하연이가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하고 고민하는데 에너지를 쏟지 않고 자신의 앞날에 대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지 않겠어요?”

해외 특파원이 되고 싶은 이과 고등학생
“선생님. 제가 다음 달이면 고2가 되잖아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문과를 가지 않고 이과를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자꾸 마음이 흔들리는 거예요. 선생님께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 저는 신문기자가 돼서 해외특파원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그 마음이 49%이고 이과에 가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싶은 마음이 51%여서 이과를 선택했거든요. 생명공학을 전공해서 과학자가 되는 것과 신문기자가 되어서 해외특파원으로 나가는 것을 모두 하고 싶다는 것은 욕심이겠죠?”

“우선 고맙다. 선생님이 지난번에 알려준 방법을 사용해서 계열을 선택해줘서 참 고맙다. 그래 앞으로도 어떤 두 가지 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는 어느 방향을 선택했을 때 좋은 점을 생각하기에 앞서서 그 일을 선택했을 때 만날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쪽을 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고마운 것은 이렇게 어려울 때마다 나름대로 고민의 시간을 가진 뒤 나에게 와서 상담을 요청한 것이야. 물론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가라는 말은 아니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이거든. 그 두 가지만으로도 나는 네가 꽤 괜찮은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다.

그리고 생명공학자와 신문기자를 모두 하겠다는 것은 그리 큰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현실 가능한 일이야. 우리들이 살아왔던 시대와는 달리 너희들이 살아갈 세대는 어떤 것은 하나로 합쳐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전문분야로 세분화되기도 하는 현상들이 많이 일어난단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신문기자도 각자 자기 전문분야가 있단다. 그러므로 너는 네가 선택한 이과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꼭 원하는 생명공학과에 진학하길 바랄게. 그리고 나중에 신문기자의 꿈이 계속 남아 있다면 생명공학과 관련된 전문기자의 길을 가면 되겠지.

조금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얼마나 더 즐거운 시간을 오래 누릴까 하는 생각을 하면 시간이 걸리는 것을 미리 걱정은 하지 말길 바란다. 어차피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흘러오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있단다. 생명 공학을 하건 신문기자가 되어 해외특파원으로 나가건 변함없이 네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늘 일정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줬으면 좋겠다.

우선 첫 번째로는 건강이겠지. 건강을 잘 돌보고 잘 관리해야 할 거야. 네가 좋아하는 농구와 요가를 계속 하길 바랄게.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어학을 꾸준히 해야 할 거야. 네가 어학이 약해서 이과를 선택했다고 난 기억해. 그런데 말이야. 사람이 자신이 못한다고 인정한 것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있는 거야. 그러니까 서두르지 말고 어학을 계속해 나가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네가 걸어갈 길에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렴. 그리고 세 번째는 다양한 사람들과 많이 만나길 바랄게. 네가 선택한 두 가지 길은 결국 사람과 깊게 관련된 일들이잖아.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에게로 가는 같은 길일 수도 있어. 가끔 쉬었다 가는 것도 잊지 말고 말이야.”

통섭(consilience)
그런 질문을 가끔 받을 때가 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어느 것을 해야 할까요?’
사실 그 질문을 살짝 걷어서 다시 이야기하면 이런 말이 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둘 다 할 수 없나요?”

이쯤 되면 한 가지 속담이 떠오른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이 속담은 한 가지 일에 충실하게 하지 않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생존이 너무나 절실했던 과거에는 한 길로 곧장 달려가는 외길 인생의 삶이 무척 소중했고, 절실하게 필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꾸 이 속담을 비틀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한 마리 토끼를 잡은 뒤 다음 토끼를 잡으면 된다.’ 현대는 한 가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길을 선택해서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통섭(consilience)’이란 말이 있다. 에드워드 윌슨이란 사람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알려져 있는 이 말을 쉽게 해석하면 ‘큰 줄기를 잡다, 모든 것을 다스린다, 총괄하여 관할하다’라는 뜻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식의 통일은 서로 다른 학문 분과들을 넘나들며 인과 설명들을 아우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물리학과 화학, 화학과 생물학, 그리고 보다 어렵겠지만 생물학,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다.’
-『통섭(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북스, 2005, p26

모두 학문은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이 있다는 의미인 통섭을 진로를 위해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상담을 할 때 나는 종종 적용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 원하는 미래가 다른 경우에 그것이 한 방향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도 탐색하게 한다. 신기하게도 그리 다르지 않은 방향의 미래를 놓고 부모와 자녀가 갈등을 빚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상담자로서 통섭의 원리를 적용하면서 진로 상담을 이끌어갈 때 내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는 통섭이 서로 다른 것을 반으로 분할해서 해석하는 작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줄 알았던 영역끼리 만나서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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