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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학교도서관저널 , 2014년 10월호> 14-12-31 11:33
조회 : 5,636  


 
뺑덕
배유안 지음|창비|212쪽|2014.06.27|9,500원|중학생|소설
작가는 고전과 역사적 사실에 기대어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맛깔나게 만들어 냈다. 흡인력을 가진 문장으로 매끄럽게 닦아 놓은 페이지 사이에 청소년들이 한 번쯤 고민해 보고 겪고 있을 법한 생각과 문제의식을 녹여낸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어미에 대한 사랑이 절실히 필요했던 ‘병덕(뺑덕)’은 가족에 대한 상실감으로 늘 자신의 삶 언저리에서 겉돌며 산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생모인 ‘뺑덕 어멈’은 어미라 여기기 싫을 정도로 모진 성격의 주막집 아낙네였다. 신분을 숨기고 뺑덕 어멈의 곁에 머물며 그녀와 지내는 사이 병덕은 자신을 버린 어미를 이해하고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게 된다. 병덕이 자신의 어머니와 생활하며 느끼는 심리 변화를 따라가며 뺑덕어미의 이면,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고, 부모와 벽이 있는 자녀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과정이라는 성장적 측면은 감동적이다.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은근히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발견하거나 몸을 던져 아비 눈을 뜨게 하는 심청의 ‘효’와 뺑덕의 모습을 비교해 보며 이야기 나누기 좋다.
양일규 서울 단대부중 국어교사
 
이방인을 보았다
구경미 지음|북멘토|208쪽|2014.07.28|12,000원|중・고등학생|소설
한 사회의 구성원과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이방인은 외롭고 힘들다. 이 책에는 이방인두 명이 등장한다. 월남전 때 한 가족을 비이성적인 상태로 사살한 경험이 있는 ‘장문규’와 학창 시절 이른바 왕따였던 장문규의 비서 ‘김승우’가 그들이다. 인호네가 새로 산 빌라에 누수 현상이 생기면서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하자 책임이 있는 장문규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며칠을 찾아다녀도 인기척이 없자 고교생인 인호, 달이, 만하, 한음은 장문규의 집에 침입해 음반을 훔쳐 달아난다. 그러나 그날 장문규의 고독사 소식이 방송에 나온다. 이들은 김승우의 인터뷰와 방송 내용이 미심쩍어 그들만의 수사대를 만들어 고독사를 의문사로 규정한다. 그리고 네 명의 고교생이 벌이는 수사는 경찰의 재수사를 이끌어 내고 결국 죽음의 진실을 밝혀낸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 사건이 전개될수록 흥미진진하다. 고교생의 발칙한 행동들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그들의 정의로운 몸부림이 안타깝기도 하다. 덧붙여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 잠시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관계의 온도
김리리 외 지음|문학동네|204쪽|2014.08.05|11,000원|중학생|소설
‘관계’가 주는 무거움에서 벗어나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길 기대한다.
가슴이 먹먹해져 책에서 눈을 떼고 잠시 생각해야 할 대목이 있는 글을 만나는 건 행운이다. 이런 책이라면 선정해서 소개하는데 망설임이 적다. 생각거리에 교육적 효과까지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관계, 미래, 콤플렉스 등을 다루고 있는 청소년 테마소설 세트 중 하나로, 주제가 너무 선명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루는 고민의 내용이 새삼스럽지 않음에도 7편의 단편은 각각 독특한 색깔을 갖고 감동을 준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살면서 매번 만나는 과제이다. 준비나 경험 없이 날것으로 부딪치는 청소년기는 그 어려움이 더더욱 크게 느껴져 삶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그럴 때 세심하게 나를 돌봐 줄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모든 부모나 친구가 이런 경우에 답을 주긴 힘들다. 친구도 어른도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속에 있을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할 만큼 스스로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학작품을 통해 위로를 얻고 마음을 다잡는 건 어떨까. 이 책의 편집자는 문학작품이 정답을 알려 주진 않지만 스스로에게 고민할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그런 기회를 주고자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생각하게 하는 글들을 모아 엮었다는 것이다.
매번 다루는 청소년 자살이지만 이금이 작가의 「1705호」는 단편이 주는 긴장감을 잘 살려 뉴스 속 자살 소식이 내 주변의 이야기임을 느끼게 한다. 미래의 남편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재미난 설정의 「미래의 남편」(이제미) 역시 어른들의 불안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투영이 되는지 보여 준다. 특히 왕따를 그린 은이정 작가의 「철용」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따뜻한 시선으로 처리해, 고민과 맞닿아 있는 글을 읽고 이야기 속에서 위안을 얻고, 마음을 풀고, 감정을 다스리기를 기대하게 한다.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기 어려워 덮어 두었던 감정,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을 문학에서 만난다면 앙금을 풀고, 묻어 두었던 감정들을 알아차리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과의 관계가 나한테만 버거운 과제가 아님을 알고, ‘관계’가 주는 무거움에서 벗어나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길 기대한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팀 보울러 지음|양혜진 옮김|놀|284쪽|2014.08.07|12,800원|중학생|소설
달리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참을 만큼 참았다. 아빠가 허리띠로 후려치지 않으면 좀처럼 때리지 않던 엄마가 따귀를 때린다. 아니면 학교에서 힘센 녀석들이 들러붙는다. 그것도 아니면 교장이 (중략) 심지어 집주인까지 (중략) 네 부모는 월세도 제때 못 내면서 어떻게 너한테 새 운동화를 사 줬느냐고 캐묻는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길에서 웬 남자가 내 방 창문을 주시하고 있다.(9쪽)
이야기는 시작부터 전력 질주하는 속도로 진행된다. 어떤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 지니를 따라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을 뚝딱 읽게 될 것이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입력 있는 문체는 『리버 보이』를 쓴 청소년 문학의 대표 작가답다.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아끼지 않는 작가는 이번엔 친구도 가족도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이 철저히 고립된 외톨이 소년 지니가 끔찍한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를 추리소설 형식으로 다뤘다.
갑자기 잠입한 거구의 남자가 무엇을 찾는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지니를 위협하며 밤마다 심부름을 시킨다. 가족 관계는 최악이다. 날마다 술에 찌든 아빠를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어느 날 엄마는 괴한에게 총상을 입는다. 괴한들의 우두머리인 ‘플래시 코트(지니가 부르는 별명)’의 심부름을 하느라 밤마다 꾸러미를 들고 전력 질주해야 하는 지니는 엄마와 아빠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한다. 폭발 직전의 청소년인 지니가 범죄에 휘말리며 가족의 무게를 홀로 감당해 내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니는 용감하다. 도망치고 싶을 텐데 사건을 주시하는 지니의 태도는 안도감을 준다.
지니를 괴롭히던 또래 스핑크도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숨 가쁘게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사건은 어느 순간 해결된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급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이 아쉬움을 주지만 지니와 비슷하게 부모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지니는 분명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소통이 안 돼서 관계가 안 좋은 가족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지니를 비롯해 엄마, 아빠 모두 사랑이 필요했음을 알게 해 준다. 중요한 순간에 지니 주변을 지키는 레이섬 교장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른들의 생각보다 청소년들은 용기 있으며 혼자서도 알아서 자기 일들을 해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기에 관심과 사랑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소설이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수상한 가족의 조건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김선희 옮김|라임|264쪽|2014.07.18|9,800원|중학생|소설
“이것도 다 사전에 계획한 일이다. 레오는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꾸 손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레오가 계획한 일은 역 승무원에게 런던에 간다는 흔적을 남기고 변장을 한 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 글래스고에 가는 것이다. 그분들과 함께 살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정보는 하나도 없다. 예전에 아빠가 들려준 토막 이야기가 전부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레오의 상황은 최악이다.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시자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된 레오는 사촌들을 대하는 건 참을 만하지만, 이모부의 엉큼한 눈길은 참을 수가 없었다. 눈길만 불량하니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어 계획한 일이 가출이었다. 이때 레오는 열여섯 살이었다. 글래스고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찾지 못하고 돈도 떨어져 도넛까지 훔칠 형편에 놓였을 때 메리 할머니와 핀레이를 만나는 행운이 찾아온다.
이모부의 추적은 맹렬해지고 메리 할머니의 집에서조차 더는 살 수 없을 무렵에 레오는 친척을 만난다. 모두 핀레이 덕분이었다. 일찌감치 메리 할머니가 핀레이에게 지어준 ‘셜록 홈스’라는 별명 값을 제대로 했다. 열네 살 핀레이는 전자 기타를 사고 싶어 아르바이트하느라 지각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레오를 도와주느라 결석과 외박까지 하게 되지만, 사정을 알게 된 어른들은 두 사람을 이해하고 울타리가 되어 준다.
레오는 할아버지도 만났지만, 눈물의 상봉은 아니었다. 중국인 할아버지 역시 레오의 존재를 몰랐고 말도 통하지 않았다. 왜 일찍 화해하지 않았느냐고 아빠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레오와 핀레이는 용감하다. 핑계나 변명도 없이, 어른이 되면 잃어버리는 ‘아이다운’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양한 인물들과 구성 덕분에 레오의 가족 찾기는 유쾌하다. 옥에 티는 독자의 느낌을 제한할 수 있는 ‘제목’이다. 원제목은 “Running on the Cracks!”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열아홉, 자살 일기
마리트 칼홀 지음|전은경 옮김|풀빛|164쪽|2014.07.22|10,000원|중학생|소설
3부로 구성된 얇은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열아홉 미셰가 죽기 직전까지 약 3개월 간 쓴 일기다. 2부부터 미셰가 떠난 뒤 남겨진 엄마가 쓴 글과 미셰 주변 인물이 보내는 편지가 이어진다. 전형적인 구성이다. 그럼에도 그냥 넘겨보아서는 안 되는 지점이 있다.
미셰의 일기를 보면 어떤 감정 과잉이나 죽음에 대한 예고가 없다. 특이할 것 없는 평온한 일상, 새 아빠는 잘해 주고 성적도 나쁘지 않다. 여자 친구도 있고 형제가 아닌데도 장애를 앓는 친구도 돌본다. 일기를 보면 한창 새벽이다. 그런 한밤중에 TV에서 본 바다거북이나 눈 먼 물고기, 창 밖 풍경을 묘사한다. 너무 건조하고 담담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짐작이 안 된다. 그러다 드문드문 친아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철저히 고립된 꿈을 꾼다. 그리고 가끔 외롭다고 탄식한다. 정말 별 일이 없다. 겨우 그런 일로 죽는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 학교 폭력을 당하거나, 부모님이 이혼하거나, 성적이라도 크게 떨어지면, 쟤는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쉽게 원인과 결과를 연결한다. 그런데 미셰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 준다. 물론 친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영향을 미칠 순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결국 상대가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계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은 청소년을 달리 보게 한다.
미셰를 떠올리는 엄마의 기억은 참 애달프다. 기차가 몸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것처럼 가슴속 구멍엔 황량한 바람이 분다. 목 안에는 말을 찾지 못한 눈 먼 새들이 방황하고 배는 무거운 돌덩이가 내내 짓누르는 것 같아 겨우 걷는다. 엄마는 미셰가 쓰던 방, 침대보, 베개를 보며 아들의 냄새와 사소한 일화를 떠올리며 눈물짓는다. 그러다 기억은 더 거슬러 올라 남편과의 사랑을 회상한다. 한 사람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한때가 왜 이런 오늘을 낳는 걸까.
청소년의 외로움을 눈치채고 대화를 시도하고 잘해 주면 이런 일이 없을까. 그러했다면 미셰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다가가기를 멈출 순 없겠지만 왠지 무거운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그럼에도 외로운 누군가는 이 책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찬미 인천 부개어린이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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