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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바람은 바람(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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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3-19 14:33 조회 4,83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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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바람이 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의 바람은 바람(願)이다. 크고 작은 바람이 일어나 갈 길을 힘겹게도 하지만 그 바람은 큰 바람이 되어 우리의 등을 떠밀어주기도 한다. 네덜란드(홀란드)인 하멜이 표류 해 온 17세기. 450여 년 전 여수 바닷가 마을에 살던 13살 소년 해풍이는 그 이름처럼 바다를 향해 원을 세우고 그 바람을 향해 나아간다. 그 바다는 커다란 막힘이었다가 다시 길이 되어준다. 순간순간 스스로 제 갈 길을 결정해야 하고 그 상황에 신통하게도 적응하여 바다를 누비는 바다바람, 해풍(海風)이 이야기다.
해풍이 아버지는 꿈이 있었다. 큰 배가 있다면 먼 바다로 나가보고 싶다 했다. 궂은 날씨에도 바다로 나가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해풍이에게 아버지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야. 뭐라도 걸어야 더 나은걸 얻을 수 있다.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이 걸 건 목숨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목숨을 걸면 안 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때 그때 딱 거는 거야.” 그렇게 바다로 나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더 큰 배를 만드느라 지은 빚 독촉으로 해풍이 엄마와 누나, 해풍이는 힘겨워 한다.
해풍이는 마을 끝집에 살던 홀란드인 하멜 일행과 인연을 맺게 된다. 13년 전 제주도에 표류해 해남, 강진, 공주, 한양 등을 두루 거쳐 여수의 전라좌수영 수군에 편입되어 부역을 하는 하멜과 그 일행 10여 명은 틈나는 대로 장터를 돌며 한양 이야기, 홀란드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꾼 노릇도 하면서 살아간다. 태어난 고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던 옛 사람들에겐 다른 지역의 이야기가 신기하고 새로웠을 것이다. 이렇게 몰래 돈을 모은 하멜 일행은 배 한 척을 구해 홀란드 상선이 드나드는 일본 나가사키를 향해 바다로 나아간다. 해풍이는 큰바람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도 어디쯤 표류해 있을 수도 있다는 바람으로 하멜 일행을 따라 나선다.
크지 않은 배로 여수를 출발해 나가사키로 가는 항해 과정은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일본 땅에 닿기는 했지만 하멜 일행과 헤어지게 된 해풍이는 우여곡절 끝에 임진왜란 때 끌려와 모여 사는 조선 도공들의 도예촌 히라도에 살면서 바람을 잠시 내려놓는다. 마을에서 장수와 연수 남매와 촌장 박 노인을 통해 또 다른 세상 기리시딴(그리스도교, 구교)의 세계를 알게 된다. 박해받는 기리시딴들의 믿음에 대한 신념은 순교를 불사하는 것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종교적 신념에 해풍이도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들과 생각이 다른 장수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신은 좋은 신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사람의 생명이 더 귀하다고 생각하는 해풍이는 도예촌 기리시딴들 대신 일본인 기무라에게 볼모로 끌려 나가사키로 가게 된다. 당시 일본에 들어온 포르투칼과 스페인은 무역만큼이나 기독교(구교)를 전파하는 일을 중시했다. 기독교가 급속히 퍼지자 일본은 그들과 교역을 중단하고 해외교류를 철저히 관리한다. 신교를 믿고 상인기질이 강해 종교보다 무역이 먼저였던 홀란드에게만 나가사키에 소극적 대외창구인 데지마 섬의 문을 열어 준다.
기무라는 끊임없이 해풍이를 설득한다.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경험 많은 항해사가 되어 세계의 지도와 해도를 구해오라고…. 망설이는 해풍에게 ‘교류는 경쟁의 다른 말이다. 쇄국은 포기를 뜻한다. 일 년이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문을 닫고 눈을 감고 있는 것은 패배를 뜻한다며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한다. 정녕 나라를 지키기 원한다면 스스로 변해야 하고 변하기 위해서는 열어야 한다.’고 강권한다.
쇄국! 왠지 어감이 부정적이다. 이는 개국을 하지 않는 나라를 향해 그 상대국이 하는 말 아닌가? 문을 닫아걸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새것? 그것은 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교역을 하지 않으면 뒤떨어진 것일까? 태어난 땅에서 저 산 너머를 굳이 그리워하지 않고도 자족하며 사는 것은 바보스러운 짓인가? 자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더 힘센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해야 하는가? 왜 굳이 산 너머 바다 건너를 그리워해야 한다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논리가 경쟁을 부추기고 차별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17세기 아이를 통해 21세기 아이들의 등을 세계로 떠밀어주면서 솔직한 우리의 마음은 과연 무엇인가? 땅 끝에 서면 바다가 시작된다. 시선을 달리하면 새로운 길이다. 그 길은, 그 바람은 한없이 따뜻한 바람이어야 한다.

해풍이는 “정말 탐험이 목적인가요? 일본은 조선에 쳐들어 온 적이 있어요. 해도가 생기면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도 있겠네요.”하며 맞선다. ‘세상을 살다보면 이때다 싶은 순간이 온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때 그때 목숨을 거는 거야.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 기무라도 해풍이 아버지가 했던 말을 한다. 해풍의 가슴 한켠에 자리한 연수는 ‘가고 싶은 데를 오빠가 정하면 되잖아 배가 가는 데로 가지 말고 오빠가 배를 선택하면 되잖아.’라고 부추긴다. 기무라는 해도를 구해오라 하고 도예촌 연수는 홀란드 신부님을 데려오라 한다. 일본인 기무라와의 인간적 인연과 또 다른 어쩔 수 없는 선택들과 고난을 통해 하멜 일행의 귀국선에 어렵게 올라 탄 해풍이는 바타비아에 표류한 조선인 어부 한 명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일거라는 바람으로 처음처럼 다시 바람이 되어간다.
작가는 다음 이야기들을 예고한다. 1667년 10월 나가사키의 데지마를 출발해 홀란드에 도착한 조선 아이 해풍이가 몇 년 뒤 나가사키로, 아니 여수 고향으로 돌아올 때까지 해로를 따라 인도네시아, 희망봉, 홀란드, 유럽의 여러 나라를 보고, 듣고, 배우고, 겪은 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낼 보고서를 기다린다. 남의 것을 엿보고 빼앗는 경쟁과 착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말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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