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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Skeptic, 의심으로 시작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생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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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2-03 04:04 조회 6,12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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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공 길꽃어린이도서관 사서

어린이책 분야에서 철학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철학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게 풀어 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이라 이름 붙은 생각들을 어린이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시도들은 꾸준히 있어왔고 때로는 성공을 하기도, 때로는 실패를 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에 소개할 책,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책이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어린이를 위한 회의 철학 안내서’ 라는 문구를 넣어 ‘나는 철학책이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표지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파란색 물음표가 그런 의도를 한 눈에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Skeptic’ 즉 ‘의심이 많은 사람’이란 단어는 회색으로 표시되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어떠한 사실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합리적 사고를 거쳐 올바른 사실을 도출해내는 것. 회의의 시작인 ‘의심’을 표현하기에 무척이나 직관적인 기호인 물음표를 사용한 것은 좋지만, 책의 내용을 이끌어갈 큰 키워드를 부각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옮긴이가 머리말에서 ‘Skeptic’의 뜻을 풀이하고는 있지만 표지에서 먼저 사전적 의미를 함께 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Skeptic’을 ‘합리적 회의주의자’로 번역한 이 책은 진리를 찾는 방법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의심해 보기와 과학적 사고하기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 둘을 명확하게 나누고 있다. 유령이 있는지를 의심하며 알아보려는 주인공 안드레아의 생각이 과학적 사고의 과정임을 밝혀주고는 과학자가 되기 위한 여섯 가지 법칙들을 소개한다. 합리적 회의주의 자체가 의심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사고를 의미한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지만 그 연결과정이 다소 거친 느낌이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하는 법칙’이라는 말이 철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철학 이야기를 하다가 과학자가 되기 위한 방법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지?’ 철학적 사고의 테두리 속에 있는 과학적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이 보기에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이 충분히 챙겨볼 만한 책이다. 일단 재밌다. ‘회의 철학’이라는 용어로 어렵게 시작하고 있지만 ‘유령은 있을까?’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짧은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짧지만 그 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고의 연결과정이 간결하지만 교사의 지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이 의도하는 바를 오히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교사는 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아이들이 철학에 갖는 이미지는 ‘고리타분한 것’, ‘어려운 것’, ‘모르는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대부분의 어린이용 철학 안내서들은 글이 많거나 매우 두껍다. 하지만 이 책은 두껍지도 않고 거부감이 들 정도로 글이 많지도 않다. 유령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에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떠오르고, 일단 의심하고 시작하는 자세에서 데카르트가 엿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아이들에게 접하게 할 때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표지에 있는 ‘회의 철학’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는 아이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얇은 책, 얇은데 그림이 절반인 책, 그런데 소크라테스와 데카르트가 보이는 책.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여러 질문들을 좀 더 다르게 표현한 책. 이렇게 소개한다면 아이들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을 딛고 책에서 의도한 ‘합리적인 사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문학, 그 중에서도 가장 바탕이 되는 철학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요즘, 이렇게 ‘철학’이란 타이틀을 달고 용감하게 출판된 책이 무척이나 반갑다. 이 책이 아이들의 사고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재료로 쓰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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