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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화해의 매개가 된 생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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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31 06:40 조회 6,73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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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일러스트레이터

1963년 미국 내 도서관의 사서와 부모, 비평가들은 한 폴란드계 유태인 작가가 만들어낸 그림책을 읽으며 동요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림이 너무 무서워 아이들에게 해롭다,’ ‘그런 엄마는 없다,’ ‘아이는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등등이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곧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책이 되었다. 그 책이 바로 2012년 5월에 세상을 떠난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원제 『The Wild Things Are』, 1963)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 책을 강박으로, 혼란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이렇게 정리했다. ‘아이의 기본적인 근심은 버려지는 것이다, 홀로 침대로 보내지는 것이 첫 번째 버려짐이며, 음식 없이 보내지는 것이 두 번째 버려짐인데, 이 두 가지가 조합되어 최악의 버림받음이 행해진 것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다.’
아이들에게 있어 공포와 근심은 일상의 고유한 일부분이다. 아이들은 강하면서도 상처받기 쉬운 존재다. 그러니, 두려우면서도 공포와 근심을 이겨낼 방법을 끝없이 고민한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어린 시절의 피할 수 없는 진실, 즉 어린이란 끔찍하리만큼 상처받기 쉬운 존재라는 사실과 그들 자신이 모든 괴물들의 왕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사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샌닥의 이야기는 언제나 어린이의 보편적인 경험을 반영하고, 드러내고, 정복한다.

범블아디는 1970년대 TV쇼 <세사미 스트리트>에 한 에피소드로 발표된 이야기다. 소년 범블아디가 아홉 살 생일 파티를 여는 기본적인 줄거리는 똑같다. 그것을 다시 책으로 만들어 2011년에 발표한 것이다. 샌닥과 50년을 함께한 파트너가 그의 힘들고 끔찍한 투병을 지켜보는 사이, 오랜 시간 해결하고 싶었던 고민이 한꺼번에 풀리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책은 샌닥이 30년 만에 펴낸 어린이 책이었다.
범블아디에게 부모는 없지만 부모 역할을 충분히 대신해주는 애덜라인 고모가 있다. 고모는 생일 선물까지 챙겨준다. 파티를 계획한 범블아디는 길거리로 나가 만나는 모두에게 초대장을 돌린다. 사실 고모는 파티에서 흥청망청 짠물(실제 TV쇼에서는 와인이었다!)을 마시고 노는 것이 못마땅했을 뿐,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 일찍 집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고모가 불같이 화를 내자 범블아디는 자신이 모든 것을 망쳤고, 다시 버려질 거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우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착한 고모는 용서를 비는 범블아디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같은 맥락이다. 이 이야기에도 센닥의 오랜 고민, 즉 버려진다는 것, 버려질 것이 두렵지만 한편 그것과 상관없이 불안을 극복하고 잊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부모(여기서는 고모)는 아이의 잘못과 상관없이 무한한 사랑으로 언제나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존재이므로 화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뇌졸중과 그에 따른 합병증도 샌닥을 묶어둘 순 없었나보다. 거친 듯 자유롭고 편안해진 연필 선이 흥겹고, 부드러운 수채가 즐거운 파티와 따뜻한 결말을 이어준다.
이 이야기를, 생일파티를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삶과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욕망을 경쾌하게 풀어 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어른과 아이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해소를 극적으로 다룬’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다른 무엇보다 모리스 샌닥의 개인사를 통해 자신의 부모와 해결할 수 없었던,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에 대한 절실함이 담겨있다고 본다. 범블아디가 연 파티가 다름 아닌 ‘마디 그라Mardi Gras(Fat Tuesday)’◆1 축제를 그대로 따온 것이며, 범블아디의 생일이 샌닥의 생일과 같은 날인 6월 10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말이다

◆1 Mardi Gras Parade 매년 시드니에서 열리는 동성애 축제. 규모나 참석인원이 세계 최대인 동성애 축제인 마디 그라 축제는 1978년 6월, 시드니의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들이 동성애 차별법에 대항하기 위하여 행진을 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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