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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천연기념물 산양과의 너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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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30 19:55 조회 6,16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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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서울 신정초 사서교사

산양에 대해 알고 있는가? 새하얀 털을 복실거리는 대관령 양떼목장의 양은 알아도 이 책에서 나오는 산양은 도통 모르겠다. 그림을 보고 뒤에 덧붙여 놓은 사진을 봐도 양보다는 염소에 가깝다. 그것도 까만 염소. 그림책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산양에 대한 설명부터 살펴본다. 산양은 외국산 산양과 다르게 소과에 속하는 동물로, 원시 형질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단다. 바위가 많은 산에 사는 이 동물은 현재 천연기념물 217호, 멸종위기종 1급 동물로 보호받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산양들아, 잘 잤니?’라는 제목을 살펴보자. 산양의 보호에 관한 그림책인데 제목은 ‘산양들아, 잘 지냈니?’가 아니다. 글은 울진에 살고 있는 송이라는 한 아이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대충 그린 듯 간단한 그림지도를 통해 송이가 사는 곳을 소개한다. 그 다음은 금강소나무가 멋진 소광리 할머니댁 이야기가 이어진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산에 송이버섯 따러 간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 글 어디에도 산양에 대한 소개는 없다. 하지만, 산양은 그림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산양은 언제 이야기에 등장하는지 더 기다려보자.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산에 송이버섯을 따러 가신 동안 송이는 옆집 소라 언니에게 놀러간다. 맛난 수수부꾸미를 들고 찾아간 언니 방은 엉망진창이다. 두 페이지에 걸쳐 소라 언니의 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려놓은 덕분에, 아이들은 방의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빨간 점으로 표시해 놓은 지도와 산양 그림, 사진, 동글동글 까만 무엇(?)까지 소라 언니의 방은 살아있는 산양을 빼곤 산양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다 있는 듯하다. 그럼 소라 언니는 누구인가? 송이도 궁금해 하는 소라 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언니는 산양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산양이 멋지지 않냐고 묻고, 산양의 눈이 참말로 곱지 않냐고 묻는 언니를 따라 송이는 산으로 간다.

꾸불꾸불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 발견한 것은! 바로 산양의 똥이다. 에고고 더러워! 이렇게 말할 법도 한데 소라언니는 예쁘다 말하고 기특하다 칭찬하며 손으로 덥석 집어 올리기까지 한다. 마치 송이가 된 듯 나도 산양을 예쁘게 살펴본다. 비록 그림이지만 까맣고 동글동글한 콩 같은 산양의 똥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처럼 보인다.

송이는 이제 산양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날이 추워지는 겨울이 오자 송이 뿐 아니라 소라 언니와 송이의 할아버지도 산양이 겨울을 잘 지낼지 걱정이다. 할아버지와 소라 언니가 길이 험해 오지 말라는 겨울 산을 용감하게 송이는 뒤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발견하게 되는 새끼 산양. 그토록 보고 싶던 산양을 이제야 송이도 만나게 되었다. 새끼 산양과 설핏 잠이 든 송이는 그 추운 겨울산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까?

이 책은 서둘러 산양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많은 과학책들이 아이들에게 개념을 보여주며 설명하는데 공을 들이지만, 이 책은 우리 사는 곳의 이야기부터 보여준다. 천연기념물들은 어디 별나라 같은 곳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바로 곁에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저 곳에 살고 있다 보여준다.

또 다른 이 책의 장점은 산양에 대한 시선이다. 송이는 소라 언니 덕분에 산양이 사납고 무서우며 더러운 동물이라는 생각보다 산양을 보고 싶어 하고 궁금해 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송이처럼 산양에 대해 궁금해 하고 귀하게 여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이 책의 장점은 동물을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안내이다. 직업이 진로가 되어 버린 시대에, 지금 도시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동물을 연구하고 조사하며 살아가는 소라 언니와 같은 사람에 대한 묘사는 아이들에게 다른 생각을 전달할 것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왜 제목이 ‘산양들아, 잘 지냈니?’가 아닌 ‘산양들아, 잘 잤니?’인지 나름의 답을 해볼까 한다. 천연기념물에 멸종위기종이라 많이 보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매일 보는 다정한 친구처럼 반갑게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이번 방학 때 송이가 사는 강원도에 가게 되면 저 높은 산을 한번쯤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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