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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우정과 소통, 희망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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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02 18:25 조회 5,94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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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돌고래를 엄마의 분신처럼 여기는 한 소녀의 몸과 마음으로 전하는 동물사랑의 메시지가 감동적이다. 『흰 돌고래』는 질 르위스의 전작 『바람의 눈을 보았니?』와 유사점이 많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건 아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물이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눈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작가는 전작의 물수리 보호 대신 『흰 돌고래』에서는 돌고래의 남획을 고발한다. 전작의 칼룸과 아이오나의 우정은 『흰 돌고래』의 카라와 펠릭스의 우정과 호흡을 같이한다. 아이오나가 칼룸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가르쳐 주듯 카라는 펠릭스에게 돌고래와 산호초 보호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자신만의 작은 동물원을 만들고, 동물을 돌보며 유년기를 보냈을 정도로 동물에 대한 관심이 유별났다. 대학도 수의대를 다녔고, 대학시절부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야생동물을 만났다. 심지어 북극에서 아프리카까지 여행하며 야생동물들과 소통하고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흰 돌고래』는 엄마의 실종에 절망하는 카라를 중심으로 영국 남서부 작은 어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카라의 엄마는 해양생물학자로 전 세계 해양생물 테마파크에서 길들여지는 야생돌고래의 포획을 막기 위해 솔로몬제도에 갔다가 실종된다. 아빠는 엄마가 떠나면서 남긴 빚을 갚기 위해 가족과도 같은 배, 모아나를 팔기로 한다. 모아나를 사려는 사람은 런던에서 이사 온 펠릭스의 아버지다. 펠릭스는 뇌성마비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카라의 대척점에는 마을 유지로 카라의 같은 반 제이크의 아버지인 에반스 씨가 있다. 에반스 씨는 준설금지령이 끝나는 즉시 마을 앞바다를 준설장비로 긁어 가리비를 잡을 준비를 한다. 그러면 바다 속 산호초는 하루아침에 없어지게 될 것이다. 카라와 에반스 씨와 갈등은 그물에 걸려 상처 입은 돌고래 새끼를 살리게 되면서 주민들이 준설금지령 서명운동에 나서자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던 중, 폭풍 속의 바다로 나간 제이크를 카라와 펠릭스가 구하자 산호초를 살린다는 명제에 아름다운 합의가 이루어진다.
아빠, 엄마, 카라의 사랑과 어미 돌고래와 새끼 돌고래의 사랑이 중첩된다. 카라는 흰 돌고래를 기다린다. 카라에게 흰 돌고래는 곧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신호다. 엄마를 기다리는 카라는 새끼 돌고래로, 새끼 돌고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어미 돌고래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엄마의 사랑을 형상화한다. 아기 돌고래는 바다에서 돌봐주는 어미가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카라도 그렇다. 카라도 엄마가 필요하다. 카라는 돌고래 어미가 자기 새끼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엄마도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카라와 펠릭스가 삐뚤어지고 무력한 자신들을 우정으로 지켜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뇌성마비를 앓아 다리를 저는 펠릭스는 진심어린 도움마저도 동정으로 생각하고 거부한다.

“그냥 게임처럼 쉽게 죽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그런 것은 없어. 실제로 세계가 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너는 얼마나 용감할 수 있니?”(98~99쪽)

카라의 이 말에 펠릭스는 외부와의 소통에 한 발 내딛는다. 그리고 같이 모아나를 타고 바다의 품에 안긴다. 펠릭스에게 모아나의 운전과 바다 속을 유영하며 바라본 세계는 난생 처음 보는 가장 멋진 경험이 된다. 펠릭스는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 올림픽 참가라는 포부를 갖게 된다.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펠릭스는 준설금지령이 해제되는 것에 무력해진 카라를 격려한다.

“만일 어떤 것이 나에게 중요한 것이라면, 나는 싸워 보지도 않고 포기하지는 않을 거야.”(129쪽)

두 친구의 우정은 인생의 커다란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의 한계를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을 일깨우며 살아갈 것이다. 영화화해도 좋을 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섬세하다. 질 르위스처럼 젊은 시절 풍성한 경험과 곧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른 작가를 보면 괜히 샘이 난다. 우리에게도 이런 작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시류에 편승해 쏟아내는 우리 동화를 볼 때 느끼는 갑갑함이 이런 동화를 보면 뻥 뚫린다. 우리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마음에 품고 성장할 수 있는 동화가 많아지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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